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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7화

서유의 일행들은 곧장 파미란으로 달려갔다. 도착해보니 유리창 옆에 앉아 있는 주서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자세와 표정이 소준섭과 똑같았다.

이런 방식으로 속죄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런 방식으로 산 사람과 죽은 사람에게 자신이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소수빈은 죽은 주서희를 보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평소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그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서희야, 모두 내 탓이야. 너한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네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겠지. 오빠로서 널 지켜주지 못한 내 탓이야. 네가 이렇게 된 게 다 나 때문인 것 같구나. 널 방패막이로 만든 내 잘못이다.

죄책감이 몰려온 소수빈은 손을 뻗어 자신의 뺨을 세게 때렸다. 이때, 옆에 서 있던 허윤서가 그 모습을 보고는 이내 그를 막고 천천히 몸을 웅크리고 앉아 그의 팔을 껴안고는 묵묵히 눈물을 흘렸다.

한편, 서유가 자신을 부축하고 있던 이승하의 손을 떼고 주서희의 앞으로 다가가 한참 동안 피가 마른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분명히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연이의 손을 잡고 모래사장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해맑게 웃던 사람이었는데... 바람에 흩날리는 그녀의 치마,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이리 머릿속에 생생한데 어떻게 갑자기 세상을 떠날 수가 있는 건지...

서유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몸을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살짝 만졌다. 차갑고 딱딱한 느낌이 손끝에 전해졌다. 숨이 멎은 지가 오래되어서 더 이상 체온은 없는 것 같았다.

여기로 오는 길에 하도 많이 울어서 눈물이 마른 것 같았다. 그녀를 바라보니 말할 수 없는 슬픔이 가슴을 꽉 막고 있어 숨 쉴 수조차 없었다.

옆에 있던 정가혜는 주서희의 손을 잡고 악착같이 비벼댔다. 자신의 체온으로 이 뻣뻣한 몸을 다시 따뜻하게 만들고 싶었지만 아무리 비벼도 소용이 없었다. 죽은 사람은 이미 영혼이 떠났고 남은 것은 단지 차가운 이 몸뚱이뿐이었다.

“연이랑 약속했잖아요. 곁에서 연이가 커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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