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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4화

결국 주서희는 용기를 내지 못하고 새장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 대신 1층 거실에서 머물며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그저 소준섭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거나, 시간이 되면 주방으로 가서 돼지고기 조림을 만들었다.

주서희가 요리를 할 때 소준섭은 옆에서 팔짱을 끼고 조용히 그녀가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녀가 음식을 다 만들고 상에 차리면 소준섭은 그제야 자리에 앉았다.

그때 주서희는 고기 조림을 한 점을 집어 소준섭의 그릇에 놓으며 말했다.

“한번 먹어봐요, 맛이 어때요?”

소준섭은 짙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입을 벌리며 주서희에게 먹여주라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다.

주서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 지으며 그릇에서 다시 고기를 집어 소준섭의 입에 넣었다. 그가 천천히 씹어 먹는 모습을 보며 주서희의 무심한 미소는 점차 애정 어린 미소로 바뀌었다.

그 고기가 이미 바닥에 떨어져 더러워졌다는 사실을 주서희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여전히 소준섭에게 고기를 먹여주며 마치 이런 행동이 무언가를 보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저녁이 되면 주서희는 소준섭의 손을 잡고 저택 밖의 정원으로 나갔다. 실제로는 잡초가 무성한 황폐한 곳이었지만 주서희의 눈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정원으로 보였다.

그녀는 소준섭의 손을 잡고 산책을 했다. 정원에서 해변까지 걸어간 뒤 잔디밭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며 소준섭과 이야기를 나눴다.

밤이 깊어지면 주서희는 침실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소준섭의 허리를 안은 채 그의 품에 파고들어 잠에 들었다. 비록 그것이 단지 하나의 안고 자는 쿠션일 뿐이었지만 주서희는 소준섭의 존재를 느꼈고 그 품 안에서 큰 위로와 평안을 얻었다.

그렇게 주서희는 소준섭과 함께 29일을 보냈다.

마지막 날 주서희는 새장 방의 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창가에 기대어 앉아 있어야 할 소준섭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 자리는 텅 비어 있었고 다만 오래된 혈흔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소준섭을 신경 쓸 사람은 아무도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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