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서희는 그 음산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돌리자 소준섭이 회전 계단 옆에 서서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 순간, 태양은 사라지고 어둑한 달빛만이 건물의 꼭대기 층 유리를 통해 반사되어 소준섭의 얼굴에 어른거렸다. 마치 지옥에서 온 악마처럼 보였다.그런 소준섭을 본 주서희는 몸을 떨며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고 그녀의 등은 새장 방의 문에 닿았다. 그 순간, 소준섭이 한 걸음 내딛으며 손목에 감겨 있던 흰 천을 풀면서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가 그녀 앞에 도착했을 때 흰 천은 마침내 풀려 있었고 주서희는 그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 폭력을 휘두를 것이라고 생각해 겁에 질려 도망치려 했으나 힘이 엄청난 그에게 잡혀 끌려왔다. 그는 흰 천으로 그녀의 두 손을 묶은 뒤 그것을 그녀의 머리 위로 들어 올렸고 그의 차가운 손가락이 그녀의 얼굴에서 가슴까지 쓸어내렸으며 남자는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며 물었다. “한 달 후에 너한테 총을 준다고 하지 않았나? 뭐가 그렇게 급해?”주서희는 굴욕을 참으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소준섭, 난 당신이랑 한 달 동안 같이 있고 싶지 않아요.”소준섭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세게 물었다. “하지만, 난 그러고 싶어.”따뜻한 혀끝이 피부를 핥을 때 마치 독사에 쏘인 듯 고통스러우면서도 떨림을 일으켰고 주서희는 물린 고통을 참으며 그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다리는 그에게 잡히고 몸은 문에 눌려 꼼짝할 수 없었다.소준섭은 일부러 그녀를 물면서 귀에 대고 말했다. “너 혹시 SM 같은 거 해본 적 없어? 벌로 한 번 해보는 게 어때?”그 단어가 나오자마자 주서희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소준섭, 제발 함부로 하지 마요!”그녀를 집단으로 강간했던 사람들은 모두 그녀에게 성적인 학대를 가했고 그 배후에 있던 소준섭이 이것을 벌로 삼으려 하다니, 그의 마음속은 대체 얼마나 어두운 걸까?소준섭은 그녀의 뺨에 키스를 하며 마치 연인에게 말하듯 매우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
윤주원이 당사자지만 이승하가 그들을 위해 많은 인력과 자금을 투자해 주서희를 찾아주려고 애쓰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폐를 끼쳤다. 더 이상 폐를 끼치는 것은 미안했다.윤주원의 부모는 그가 직접 주서희를 찾으러 가겠다고 하자 쇠약해진 몸이 덜덜 떨리며 말했다. “윤주원, 네 이런 상태로 어떻게 주서희를 찾으러 가겠다는 거니...?”그들은 윤주원과 주서희가 함께 있는 것을 반대하진 않았지만 주서희라는 아이가 그런 변태 같은 사람에게 찍힌 상황이니 윤주원은 모든 것을 두려워하지 않더라도 윤주원의 부모로서는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들은 유일한 아이를 두고 있지 않은가.부모의 눈물을 보며 윤주원의 눈썹이 축 늘어졌고 약간 죄책감을 느끼며 어머니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소준섭이 아무리 나쁜 놈이라도 사람을 죽일 용기는 없어요...”윤주원의 부모는 고집스러운 윤주원을 보며 고통스러워했지만 결국 그의 생각을 존중하며 말로 그를 강요하지 않았고 대신 그들은 이승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비록 학문적인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결국엔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권력을 가진 이씨 가문의 유권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처지였으며 그들은 오직 그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이승하는 두 노인의 기대 어린 시선을 받아들이며 천천히 짙은 속눈썹을 깜빡였고 곧 윤주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너는 푹 쉬고 사람을 찾는 건 나에게 맡겨.”이 말을 마치고 이승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유의 손을 잡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맞은편 병실에 있던 이연석은 형이 떠나는 것을 보고 급히 단이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에게 잘 회복하라고 당부한 후 자신도 따라 나섰다.이승하가 차에 타자마자 팀을 세 개로 나누어 소수빈 팀, 이연석 팀, 그리고 자신의 팀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나라로 사람을 찾으러 갔다.그들이 떠난 후 윤주원은 지도를 들고 소준섭이 해외에서 섬을 구입한 자료를 한참 동안 뒤적였고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소준섭의 전용기는 세 개의 나라에
말로는 사랑한다고 하면서 그 말 속에 사랑은 하나도 없었지만 소준섭에게는 그처럼 거짓된 말이라도 충분히 기분이 좋았다. 가는 손가락으로 주서희의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리고 그녀가 땀에 흠뻑 젖었건 말건 상관하지 않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서희야, 나도 너를 사랑해.”주서희는 차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소준섭, 당신 같은 인간이 사랑이 뭔지 구분할 수나 있을까, 사랑이 뭔지 알기나 할까?”극한의 쾌락을 느끼는 소준섭은 그녀와 함께 절정에 오르고 나서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살며시 물었다. “구분할 수 없어, 알지도 못해. 하지만... 그게 어때서?”그게 어때서? 자신이 그녀를 원한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사랑이 뭔지는 상관없었고 그녀만 곁에 두면 그게 사랑이었다. 주서희는 부드러운 카펫 위에 쓰러져 옆으로 고개를 돌려 대형 스크린에 비치는 수치스러운 화면을 바라보았다. 영화 속에서 생생하게 묘사된 연기조차도 그들보다 격렬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몸은 소준섭에게 완전히 더럽혀졌고 깨끗한 곳은 하나도 없었다. 아니, 소준섭이 처음 그녀를 탐한 순간부터 그녀는 더 이상 깨끗하지 않았다. 소준섭은 무슨 일인지 시간이 모자란 것처럼 마치 이번 한 달을 그렇게 보내려는 듯이 그녀를 안고 한 번 또 한 번 관계를 가졌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반항할 수 있었던 주서희도 나중에는 지쳐서 힘이 빠져 그가 제멋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가 그녀를 욕조에 넣는 순간 속이 약간 안 좋았던 주서희는 욕조 가장자리에 엎드려 몇 번 헛구역질을 했지만 아무것도 토해내지 못했다.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유리문에 기대고 있던 소준섭은 잠시 멍해졌다. 초임신의 징조 같았지만 주서희는 자궁이 없었기 때문에 임신할 리가 없었다. 그는 주서희가 자신의 아이를 낳아주고 그 후로 한 가족이 이 섬에 머물면서 평생 아무런 걱정 없이 살 수 있기를 바랐다. 그는 가끔 그들 사이에 아이가 있다면 마음이 여린 주서희가 아이를 위해서라도 자신을
그 당시 주서희는 이 말을 듣고 나서 굉장히 불편함을 느꼈지만 이 불편한 감정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생긴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주서희가 열여덟 살 성인식이 열리던 날 송문아는 또다시 소준섭에게 주서희가 오늘 밤 백호와 함께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날 것이며 주서희 자신을 완전히 백호에게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소준섭의 마음속에 있던 그 불편함은 점점 분노로 변했고 그저 자신이 잠깐 놀아본 사유물이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것 같다는 생각에 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소준섭은 사람을 보내 백호의 배를 막게 하고 주서희를 그 배에서 끌어내도록 했다. 그의 의도는 그 무리가 주서희를 겁만 주는 것이었는데 누가 그들이 진짜로 일을 저지를 줄 알았겠는가...당시 그는 차 안에 있었고 두꺼운 차창 너머로 나무 아래 어두운 환경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차문을 닫았기 때문에 멀리서 들려오는 구조 요청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자기 사람들이 주서희를 겁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으나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과거를 회상하며 소준섭의 눈빛이 점점 붉어졌고 어렸을 적에는 철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집사의 전화로 그를 불러내지 않았다면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그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어릴 적에는 이런 방식으로 주서희를 벌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벌을 받은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 이후에 그는 그 무리를 모두 처리했지만 여전히 당시 돌아왔을 때 주서희의 하체에서 피가 흘러내리던 그 장면을 잊을 수 없었다...오늘날까지도 그때를 떠올리면 소준섭의 심장이 떨렸고 무의식적으로 주서희를 꽉 껴안고 그녀의 귀에 대고 미안하다며 말했다. “서희야, 미안해, 미안해...”그의 이 반복적인 사과에 주서희는 손바닥을 꼭 쥐었지만 그가 어느 일에 대해 사과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떤 일에 대한 사과이든 그의 사과를 그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마치 주서희 마음속의 증오를 감지한 듯 소준섭은 다시 다가가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
주서희는 소준섭을 보자마자 먼저 반응하며 윤주원을 밀치고 말했다. “어서 도망쳐!”소준섭은 그녀를 해치지 않을 테지만 윤주원은 장담할 수 없었고 윤주원이 다칠까 봐 걱정된 주서희는 그의 팔을 붙잡아 보트로 밀어 넣었다. 소준섭이 손에 총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그 미친놈이 윤주원을 향해 또다시 총을 쏠지 누가 알겠는가...윤주원은 겁쟁이가 되기 싫었기에 소준섭 앞에서 당당하게 주서희의 손을 꽉 잡고 그녀의 손을 자신의 손바닥에 올려놓은 후 어깨를 펴고 이미 두 사람 앞에 다가온 소준섭을 마주했다.소준섭의 어두운 시선이 두 사람의 맞잡은 손에 머물렀고 예전에는 그 불편한 감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이제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질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찍 알았다면 오늘날 이런 상황에 이르지 않았을까...소준섭은 깊고 어두운 시선을 천천히 옮기며 윤주원을 지나 주서희의 창백한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한 달 동안 기다리기로 했잖아. 지금 겨우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그는 손에든 총으로 주서희의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너... 그렇게나 나를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났냐?”윤주원이 주서희를 뒤로 끌어당겨 그녀 앞에 섰다.“소준섭, 나랑 상대해. 여자 괴롭히지 마!”윤주원을 전혀 상대하지 않는 소준섭은 그가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를 듣고서야 주서희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고 윤주원을 힐끗 쳐다봤다. “나랑 상대하고 싶다고?”말이 끝나는 순간, 소준섭은 손에든 총을 들어 윤주원의 관자놀이에 내리쳤고 한 방에 윤주원의 몸이 힘없이 풀렸다.바닷물 속에 쓰러진 윤주원을 보고 주서희는 깜짝 놀라 급히 그를 일으켜 세우려 했으며 그 다급하고 허둥대는 모습은 소준섭의 눈에는 극도로 비꼬는 것처럼 보였다.소준섭 역시 몸을 낮춰 앉아 주서희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잡아채서 그녀가 자신을 쳐다보게 만들었다. “아까 내가 물어본 질문에 너 아직 대답 안 했어.”주서희는 원래 그와 계속 적당히 거리를 두고 끌려가려 했지만 기
소준섭이 윤주원을 새장 같은 방 안으로 끌고 들어간 뒤 네 개의 수갑으로 윤주원의 양손과 양발을 새장 철창에 거꾸로 묶었다. 윤주원의 얼굴은 새장 안쪽을 향하고 있어서 새장 안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지만 소준섭이 왜 자신을 이렇게 묶어놓은 건지 알 수 없었다.주서희는 발걸음을 옮겨 탁자 위에 놓인 총을 집으려 했지만 소준섭이 재빨리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새장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는 수갑을 꺼내 들며 주서희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나랑 한 달 더 지내거나, 아니면 윤주원과 함께 여기 남거나. 둘 중 하나를 골라.”주서희는 충혈된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 수갑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준섭 씨, 제발 그러지 마요. 서유가 날 찾으면 당신은 감옥에 갇힐 거예요.”소준섭은 입꼬리를 비틀며 냉소를 지었다. “내가 감옥에 가는 걸 신경 썼다면 널 여기 데려오지도 않았겠지...”그는 차가운 손가락으로 주서희의 턱을 들어 올렸다. “어느 쪽을 고를 거야?”주서희는 윤주원을 혼자 두고 갈 수 없었기에 후자를 선택했다. “날 보내줄 생각이 없다면 주원 씨와 함께 여기 묶어두세요.”어차피 전자를 선택해도 이 방을 벗어날 수 없을 테고 어느 쪽을 골라도 소준섭의 손아귀에 있을 테니 차라리 윤주원과 함께 남는 게 나았다.그녀의 선택을 들은 소준섭의 마음은 싸늘해졌다. 가슴을 찢는 듯한 고통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눈시울이 붉어진 그가 주서희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물었다. “넌... 정말 윤주원을 그렇게 사랑하는 거야?”그토록 사랑하는 거냐고, 살아남을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새장에 갇히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반죽음이 된 의사와 함께 있고 싶어 한다니.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게 아니었나, 어릴 때부터 사랑해 왔던 게 아니었나. 그가 싫어하고, 조롱하고, 괴롭혀도 변함없이 사랑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 걸까?주서희는 소준섭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양손을 내밀며 차갑게 말했다.“묶을 거면
그 찢어질 듯한 절규에 윤주원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식은땀이 눈썹 위로 떨어져 시야를 가렸지만 그는 새장에 갇힌 채 오열하는 주서희를 볼 수 있었다. 주서희는 필사적으로 수갑을 벗으려 했지만 벗겨지지 않았다. 그 무력한 모습에 윤주원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서희 씨, 괜찮아요. 걱정 마요...”그토록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그녀를 위로하는 윤주원의 모습에 주서희는 더욱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미친 듯이 수갑을 잡아당겼고 손목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그 쇠로 된 족쇄를 벗을 수 없었다.소준섭은 이 애틋한 광경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 “정말 서로를 사랑하는구나...”주서희가 윤주원을 위해 저렇게 울고 있었다. 오직 극한의 사랑만이 저럴 수 있겠지?소준섭은 칼을 던져버리고 천천히 주서희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주서희,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기분이 어때?”그와 같은 고통을 느끼고 있지 않나?눈이 충혈된 주서희는 윤주원의 피 흘리는 손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서 생기가 사라지고 절망만이 남았다.주서희가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는 모습에 소준섭의 분노가 다시 치솟았다. 그는 성큼성큼 다가가 주서희의 얼굴을 거칠게 잡아챘다. 하지만 그렇게 얼굴을 들어 올려도 주서희는 여전히 그를 보지 않았다. 생기 없는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그를 보는 듯 마는 듯했다. 분명 윤주원이 다쳤기 때문에 정신을 잃은 것이다.소준섭은 주서희가 윤주원을 그토록 사랑한다는 사실에 질투심이 끓어올랐다. 화가 난 그는 주서희를 거칠게 밀쳐냈고 너무 세게 밀어 주서희의 뒤통수가 철창에 ‘쾅' 하고 부딪혔다.소준섭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그녀를 살피려 했지만 윤주원의 목소리가 그보다 빨랐다.“서희 씨, 괜찮아요?!”그 다급한 목소리를 듣자 소준섭은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머리를 부딪쳐 약간 어지러워진 주서희가 고개를 저으려는 순간, 윤주원이 소준섭을 향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이 강간범! 서희 씨
그런 애원의 목소리는 소준섭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그를 더욱 분노하게 할 뿐이었다. 악마가 한 번 누군가를 증오하면, 그 사람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 뿐이다...소준섭은 겉으로는 주서희를 벌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윤주원을 벌하고 있었다. 그는 이 섬에 갑자기 나타난 제삼자를 죽을 만큼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었다!처음에는 몸부림치던 주서희도 마음이 완전히 죽어버린 후에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시체처럼 철창에 박힌 채 소준섭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소준섭은 주서희를 범한 후 천천히 바지 지퍼를 올렸다. 그는 주서희를 범하는 동안 옷도 벗지 않았고, 주서희의 옷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바지를 풀어놓았을 뿐이었다. 게다가 윤주원을 등지고 서서 자신의 넓은 등으로 주서희의 몸을 가렸다.그는 마치 옷을 잘 차려입은 짐승처럼, 단정한 양복 차림으로 비열하고 천박한 짓을 저질렀다. 그러면서도 다른 남자가 주서희의 몸을 보는 것을 꺼리는, 구제 불능의 변태였다.이 짐승 같은 남자는 주서희의 흐트러진 옷을 정리해 준 뒤 그녀를 철창에서 내려놓았다. 온몸에 힘이 빠진 주서희는 그의 지지가 없어지자 철창을 따라 바닥에 주저앉았다. 울어서 부어오른 눈으로 윤주원을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여전히 새장에 묶인 윤주원은 종이처럼 창백한 얼굴의 주서희를 바라보며 말라붙은 눈물 자국 위로 다시 눈물을 흘렸다...소준섭은 잠시 주서희를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 막 새장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주서희의 쉰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소준섭 씨, 날 데리고 가요.”이 말을 들은 소준섭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주서희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바닥에 앉아 있는 주서희를 바라보았다...이때 주서희는 가는 손가락으로 눈가에 남은 눈물을 닦아내고 턱을 들어 키 큰 소준섭을 올려다보았다.“당신이 나랑 한 달 동안 지내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요?”그녀는 묶이지 않은 손을 내밀었다.“나를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