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준섭이 윤주원을 새장 같은 방 안으로 끌고 들어간 뒤 네 개의 수갑으로 윤주원의 양손과 양발을 새장 철창에 거꾸로 묶었다. 윤주원의 얼굴은 새장 안쪽을 향하고 있어서 새장 안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지만 소준섭이 왜 자신을 이렇게 묶어놓은 건지 알 수 없었다.주서희는 발걸음을 옮겨 탁자 위에 놓인 총을 집으려 했지만 소준섭이 재빨리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새장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는 수갑을 꺼내 들며 주서희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나랑 한 달 더 지내거나, 아니면 윤주원과 함께 여기 남거나. 둘 중 하나를 골라.”주서희는 충혈된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 수갑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준섭 씨, 제발 그러지 마요. 서유가 날 찾으면 당신은 감옥에 갇힐 거예요.”소준섭은 입꼬리를 비틀며 냉소를 지었다. “내가 감옥에 가는 걸 신경 썼다면 널 여기 데려오지도 않았겠지...”그는 차가운 손가락으로 주서희의 턱을 들어 올렸다. “어느 쪽을 고를 거야?”주서희는 윤주원을 혼자 두고 갈 수 없었기에 후자를 선택했다. “날 보내줄 생각이 없다면 주원 씨와 함께 여기 묶어두세요.”어차피 전자를 선택해도 이 방을 벗어날 수 없을 테고 어느 쪽을 골라도 소준섭의 손아귀에 있을 테니 차라리 윤주원과 함께 남는 게 나았다.그녀의 선택을 들은 소준섭의 마음은 싸늘해졌다. 가슴을 찢는 듯한 고통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눈시울이 붉어진 그가 주서희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물었다. “넌... 정말 윤주원을 그렇게 사랑하는 거야?”그토록 사랑하는 거냐고, 살아남을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새장에 갇히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반죽음이 된 의사와 함께 있고 싶어 한다니.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게 아니었나, 어릴 때부터 사랑해 왔던 게 아니었나. 그가 싫어하고, 조롱하고, 괴롭혀도 변함없이 사랑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 걸까?주서희는 소준섭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양손을 내밀며 차갑게 말했다.“묶을 거면
그 찢어질 듯한 절규에 윤주원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식은땀이 눈썹 위로 떨어져 시야를 가렸지만 그는 새장에 갇힌 채 오열하는 주서희를 볼 수 있었다. 주서희는 필사적으로 수갑을 벗으려 했지만 벗겨지지 않았다. 그 무력한 모습에 윤주원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서희 씨, 괜찮아요. 걱정 마요...”그토록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그녀를 위로하는 윤주원의 모습에 주서희는 더욱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미친 듯이 수갑을 잡아당겼고 손목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그 쇠로 된 족쇄를 벗을 수 없었다.소준섭은 이 애틋한 광경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 “정말 서로를 사랑하는구나...”주서희가 윤주원을 위해 저렇게 울고 있었다. 오직 극한의 사랑만이 저럴 수 있겠지?소준섭은 칼을 던져버리고 천천히 주서희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주서희,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기분이 어때?”그와 같은 고통을 느끼고 있지 않나?눈이 충혈된 주서희는 윤주원의 피 흘리는 손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서 생기가 사라지고 절망만이 남았다.주서희가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는 모습에 소준섭의 분노가 다시 치솟았다. 그는 성큼성큼 다가가 주서희의 얼굴을 거칠게 잡아챘다. 하지만 그렇게 얼굴을 들어 올려도 주서희는 여전히 그를 보지 않았다. 생기 없는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그를 보는 듯 마는 듯했다. 분명 윤주원이 다쳤기 때문에 정신을 잃은 것이다.소준섭은 주서희가 윤주원을 그토록 사랑한다는 사실에 질투심이 끓어올랐다. 화가 난 그는 주서희를 거칠게 밀쳐냈고 너무 세게 밀어 주서희의 뒤통수가 철창에 ‘쾅' 하고 부딪혔다.소준섭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그녀를 살피려 했지만 윤주원의 목소리가 그보다 빨랐다.“서희 씨, 괜찮아요?!”그 다급한 목소리를 듣자 소준섭은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머리를 부딪쳐 약간 어지러워진 주서희가 고개를 저으려는 순간, 윤주원이 소준섭을 향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이 강간범! 서희 씨
그런 애원의 목소리는 소준섭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그를 더욱 분노하게 할 뿐이었다. 악마가 한 번 누군가를 증오하면, 그 사람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 뿐이다...소준섭은 겉으로는 주서희를 벌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윤주원을 벌하고 있었다. 그는 이 섬에 갑자기 나타난 제삼자를 죽을 만큼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었다!처음에는 몸부림치던 주서희도 마음이 완전히 죽어버린 후에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시체처럼 철창에 박힌 채 소준섭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소준섭은 주서희를 범한 후 천천히 바지 지퍼를 올렸다. 그는 주서희를 범하는 동안 옷도 벗지 않았고, 주서희의 옷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바지를 풀어놓았을 뿐이었다. 게다가 윤주원을 등지고 서서 자신의 넓은 등으로 주서희의 몸을 가렸다.그는 마치 옷을 잘 차려입은 짐승처럼, 단정한 양복 차림으로 비열하고 천박한 짓을 저질렀다. 그러면서도 다른 남자가 주서희의 몸을 보는 것을 꺼리는, 구제 불능의 변태였다.이 짐승 같은 남자는 주서희의 흐트러진 옷을 정리해 준 뒤 그녀를 철창에서 내려놓았다. 온몸에 힘이 빠진 주서희는 그의 지지가 없어지자 철창을 따라 바닥에 주저앉았다. 울어서 부어오른 눈으로 윤주원을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여전히 새장에 묶인 윤주원은 종이처럼 창백한 얼굴의 주서희를 바라보며 말라붙은 눈물 자국 위로 다시 눈물을 흘렸다...소준섭은 잠시 주서희를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 막 새장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주서희의 쉰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소준섭 씨, 날 데리고 가요.”이 말을 들은 소준섭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주서희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바닥에 앉아 있는 주서희를 바라보았다...이때 주서희는 가는 손가락으로 눈가에 남은 눈물을 닦아내고 턱을 들어 키 큰 소준섭을 올려다보았다.“당신이 나랑 한 달 동안 지내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요?”그녀는 묶이지 않은 손을 내밀었다.“나를 데
소준섭의 하얀 셔츠가 점점 붉게 물들어 가는 것을 보며 주서희의 총을 쥔 양손이 떨렸다. 그 떨림이 극심한 모욕 후의 분노 때문인지, 아니면 두려움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그녀는 혼란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서희 씨...”윤주원의 부드러우면서도 놀란 목소리가 들리자 주서희는 떨리는 손으로 총을 내던지고 윤주원을 바라보았다.“안... 안전해. 우리는 이제 안전해...”그녀는 소준섭을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인 채 미친 사람처럼 소준섭 앞으로 달려갔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가 피를 흘리고 있는지도 상관하지 않은 채 그의 바지 주머니를 뒤져 수갑 열쇠를 찾았다.그녀가 당황해 열쇠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 피로 물든 손이 떨리며 열쇠를 쥐고 그녀에게 내밀었다...그 총알이 소준섭의 심장을 관통해서 그는 말을 할 수 없었고, 그저 창백한 주서희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볼 뿐이었다...주서희는 떨리는 손으로 열쇠를 받아 들고도 여전히 소준섭을 보지 않은 채 억지로 몸을 돌려 윤주원에게로 달려갔다...그녀가 돌아서는 순간 소준섭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한쪽 무릎을 꿇었고, 가슴을 누르고 있던 손도 힘없이 떨어졌다...그는 주서희가 윤주원의 수갑을 풀어주고 조심스럽게 그를 부축해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윤주원의 손을 감싸 쥐는 주서희의 뒷모습에서 그녀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동작에서 연민이 느껴졌다...그녀는 윤주원을 걱정하고 있었다. 윤주원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한 말은 거짓이었고 그는 또 속았던 것이다...소준섭은 눈을 내리깔고 바닥에 흥건히 고인 피를 바라보았다. 문득 이렇게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가 죽으면 더 이상 주서희를 괴롭힐 사람이 없을 테고, 그녀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평온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테니까...‘다만, 주서희, 네가 나를 위해 만들어주기로 한 장조림은 아직 만들어주지 않았는데.’주서희가 윤주원을 부축해 나가다 피 웅덩이를 밟았다. 그 끈적끈적한 감촉에 그녀는
빛을 향해 서 있는 아름다운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준섭은 주서희가 두려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바닥에서 일어났다.“주서희, 돌아봐.”그의 목소리를 듣고 주서희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본 것은 어느새 외투를 입고 얼굴에 편안한 미소를 띤 소준섭이었다.“넌 살인하지 않았어. 나도 괜찮을 거야.”마치 그녀가 믿지 않을까 봐, 소준섭은 피투성이 몸을 이끌고 그녀 앞으로 걸어갔다.“난 의사야. 지혈할 수 있어......”그는 큰 손을 들어 깊은 애정과 헤어짐의 아쉬움이 담긴 채로 주서희의 뺨을 어루만졌다.“두려워하지 마. 가...”주서희는 그를 바라보다가 잠시 멍해졌고, 곧 마음을 다잡고 돌아서서 윤주원의 손을 잡고 새장 같은 방에서 빠르게 나갔다...문이 열리는 순간, 햇살에 휩싸인 주서희는 따뜻함을 느끼지 못한 채 굳은 몸으로 윤주원을 잡고 계단을 따라 달려 내려갔다...윤주원이 저택을 나설 때 꼭대기 층을 올려다보니, 통유리창 앞에 서 있는 남자가 보였다. 그의 표정은 알 수 없었고,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지옥의 문이 앞으로 주서희에게 다시는 열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연인들이 쾌속정에 오르는 걸 보며, 소준섭은 주서희가 뒤돌아 자신을 한 번 바라봐 주기를 바랐지만 그러지 않았다. 끝까지 그러지 않았다...주서희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한 말이 진실이었음을 깨달은 순간, 끝까지 버티던 그의 몸이 유리창을 따라 천천히 미끄러져 내렸다.선홍빛 피가 옷과 바지를 물들이고, 바닥에 깔린 카펫까지 물들였다...소준섭은 유리창에 기대앉아 피투성이가 된 손가락을 들어 총알에 맞아 망가진 가슴을 만졌다.‘주서희, 심장이 망가지면 살릴 수 없어. 하지만...’‘네가 날 한 번 속였으니, 나도 널 한 번 속인 거야. 이제 우린 공평해졌어.’그는 흐릿해진 눈을 들어 창밖에서 비치는 빛을 바라보았지만, 그 빛이 자신을 지나쳐 다른 곳을 비추고 있음을 발견했다...그는
소준섭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쾌속정 위의 주서희는 자동 운전 버튼을 누른 뒤 바닥에 주저앉았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고 뒤돌아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손목의 힘줄이 끊어진 윤주원은 고통을 참으며 그녀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서희 씨, 두려워하지 마요. 우리가 안전해지면 사람을 보내 소준섭을 구하게 할게요...”그는 알 수 있었다. 주서희는 본래 총을 쏘고 싶지 않았지만 소준섭이 너무 심했기에 그녀를 이 지경까지 몰아붙인 것이라고.소준섭이 윤주원 앞에서 자신을 강제로 했던 일을 떠올리자 주서희는 자신이 더럽다고 느껴 서둘러 일어나 쾌속정 안쪽으로 걸어갔다.“위에 약이 있어? 칼은? 붕대는?”힘줄 접합은 빨리 해야 했다.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 의료 도구들을 찾아 빨리 윤주원을 치료해야 했다.시간을 지체하면 윤주원의 양손이 정말로 못 쓰게 될 것이다.그녀는 초조하게 배 위의 물건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미친 듯이 도구를 찾는 것 같았지만 사실 그녀 자신도 무엇을 찾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윤주원의 눈은 그 당황한 뒷모습에 고정되어 있다가 한참을 바라본 후 문득 물었다. “서희 씨, 혹시 아직도 소준섭을 사랑하나요?”소준섭 때문에 이렇게 안절부절못하는 걸까?어지럽게 물건을 뒤지던 주서희는 갑자기 멈췄다. 거의 망설임 없이 윤주원의 말을 부정했다. “난 이미 오래전에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게 됐어.”그 말을 한 후, 그녀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서야 구석에 놓인 의료 상자를 발견했다. 쾌속정에 항상 비치되어 있던 약품이었다.그녀는 유용한 지혈제와 붕대를 꺼내 윤주원에게 달려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지혈을 해주었고 떨리던 손이 점차 안정되어 갔다...“육지에 도착하면 먼저 병원에 가.”윤주원이 고개를 들어 주서희를 바라보았다.“그럼 소준섭은...”주서희의 얼굴이 다시 창백해졌다.“의술이 뛰어나니까 괜찮을 거야.”어릴 때부터 의학 천재로 불렸던 소준섭의 의술은 이미 그녀와 윤
주서희의 옷을 닦던 손이 멈췄다.“아직 섬에 있어요.”대답을 마친 주서희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소준섭에게 총을 쏘았다고 이승하에게 말하려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가 목에 걸린 듯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이승하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수술실 밖에 서 있다가 잠시 후 차갑게 경호원에게 지시했다. “섬으로 가서 데려와.”주서희는 이 말을 듣고 긴장했던 몸이 점차 풀어졌다. 소준섭을 데려오면 경찰에 넘기든 어떻게 하든 먼저 그를 치료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는 무사할 것이며 자신도 그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서희 씨!”서유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이승하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돌아섰다. 이연석이 서유와 정가혜를 데리고 이쪽으로 빠르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세 사람을 보자 그의 눈썹이 점점 찌푸려졌다. 서유는 주서희가 납치된 이후로 계속 눈을 붙이지 못하고 다른 나라까지 먼 길을 따라왔고 이제 또 파미란으로 오려고 했다.서유의 건강이 좋지 않아 이승하는 그녀가 지칠까 봐 걱정되어 그녀가 정가혜와 만날 때 혼자 파미란으로 출발했다. 떠나기 전 이연석에게 두 여자를 잘 돌보라고 당부했는데 뜻밖에도 그가 그들을 데리고 왔다니?이승하가 차갑게 이연석을 훑어보자 그 차가운 시선을 받은 이연석은 소름이 돋았지만 맑은 눈에는 억울하고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 떠올랐다.그가 원래 여자들 말을 잘 듣는 성격인 데다, 친구가 걱정되어 따라온 것뿐인데 뭐가 그리 잘못됐다고 둘째 형이 그렇게 엄하게 구는 걸까?이연석은 속으로 둘째 형을 비난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부하는 미소를 지으며 이승하에게 다가갔다. “형, 어때? 그 개자식 소준섭 잡았어?”이승하는 그를 무시하고 이미 주서희 앞으로 달려간 서유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서유를 데리고 오는 동안 무슨 일이라도 있었다면 네 목숨으로 대가를 치렀을 거야.”이연석은 속으로 그를 흘겨보며 생각했다. “지금은 세상이 평화로운데 무슨 일이 있겠어. 게다가 내
그들은 주서희를 씻기고 나와 호텔로 데려가 쉬게 하려 했지만 주서희는 윤주원이 걱정되어 수술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의사로부터 윤주원의 힘줄 접합 수술이 성공했다는 말을 듣고서야 안심했다.윤주원은 마취 상태라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주서희는 그가 무사하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정가혜의 설득에 따라 일어났다. 하지만 병실 문을 나서기도 전에 이승하가 보낸 경호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이 대표님, 소준섭이 사망했습니다. 총상이었습니다.”이승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경호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고 발걸음을 늦춘 주서희를 돌아보았다.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주서희 씨, 소준섭이 죽었어요...”주서희의 몸이 순간 굳어버렸다.두려움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그녀는 자신의 양손이 순간 떨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고 이어 다리에 힘이 빠져 서 있기 힘들어졌다.서유와 정가혜가 양쪽에서 부축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미 바닥에 쓰러졌을 것이다.그녀의 얼굴색이 점점 창백해졌고 고개 돌리기를 거부하던 꼿꼿한 등이 눈에 띄게 무너져 내렸다...그녀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이승하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들려오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뭐라고요?”방금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마치 온 세상이 조용해진 것처럼 귀에서 울리는 소리만이 폭발하듯 슬프게 울려 퍼져 이승하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듣지 못했다...이승하는 휴대폰을 쥐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주서희 앞으로 걸어왔다.“경찰 쪽에서 일단 소준섭의 시신을 건드리지 말라고 합니다. 보고 싶다면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볼 수 있습니다.”총격으로 인한 사망이라 형사 사건에 해당되어 첫 현장을 봉쇄해야 하고 국내 경찰도 소준섭의 행방을 추적 중이라 시신을 쉽게 가져갈 수 없을 것이다.멍한 상태의 주서희는 ‘시신'이란 말을 듣고서야 소준섭이 정말로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분명 의술이 그렇게 뛰어났는데 어떻게...그가 젊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