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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9화

미쳐가는 딸을 보며 두려움이 몰려온 유나희는 그녀를 얼른 품에 안고 등을 토닥이며 다독였다.

“엄마가 잘못했어. 제발 이러지 좀 마.”

어깨에 기댄 이지민은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제 인생을 엄마가 망쳐놓았어요. 앞으로는 제 일에 더 이상 상관하지 마세요.”

그녀는 힘없이 유나희를 밀어내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간신히 몸을 이끌고 계단을 내려갔다.

둥근 아치형 문에는 검은 그림자가 우뚝 서 있었고 눈을 붉힌 채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와 시선을 마주친 이지민은 코끝이 찡해졌고 억울함이 밀려왔지만 꾹 참고 더 이상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오빠, 오빠는 나처럼 이러지 마.”

잘생긴 그의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가 비를 맞으며 그녀의 앞으로 걸어갔다.

“지민아, 너랑 이수 아직 끝난 거 아니야. 이수는 아직도 너 많이 사랑하고 있어.”

그녀가 환하게 웃고 있지만 얼굴에 고통과 슬픔이 훤히 드러났다.

“오빠, 나 이제 그 사람 사랑 안 해.”

누군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 사람을 너무 사랑하고 상처를 많이 받으면 더 이상 사랑할 힘조차 없어진다고...

시간이 지나면 사랑했던 사람도 점점 잊혀지는 거라고...

단이수를 잊어버리려고 자신을 강요했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제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어진 것 같다.

환하게 웃으며 이연석을 바라보던 그녀는 발걸음을 돌렸고 더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녀는 단호한 눈빛을 보이며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단이수 때문에 어머니와의 사이가 틀어져서 더 단호하게 떠난 것이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게 어찌 그리 쉽게 끊어질 인연이라는 말인가?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랑은 끊어낼 수 있는 것이었다. 단이수를 위해 어머니와 사이가 틀어졌지만 그녀는 끝내 그를 위해 뒤돌아서지 않았다.

오랜 시간 힘들어하면서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을 완전히 내려놓은 것이다.

그 순간, 이연석은 시간이 지나면 사랑하는 사람도 잊혀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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