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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녀는 계속해서 물었다.

“선배 어머니가 날 괴롭히도록 내버려둔 건 내가 힘없는 고아라서 그런 거예요?”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다만 자신의 어머니이고 아무리 좋아하는 여자라도 어머니보다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녹음을 들었으면 너도 알 텐데. 내가 어머니한테 한소리 한 거.”

“그래요.”

그녀는 피식 웃었다.

“선배는 늘 이런 식이었어요. 저번에 선배의 친구들이 내 험담을 할 때도 정신이 딴 데 팔려 있었다고 변명했었죠.”

미간을 찌푸리던 그가 변명하려는 찰나 그녀가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처음 선배 부모님을 만나는 자리에서 그냥 두고만 봤다는 건 선배도 선배 어머니와 똑같이 날 그리 생각한다는 뜻이겠죠.”

정선월처럼 그녀는 깨끗하지도 않고 배경도 없고 배운 것도 없고 결혼까지 한 여자이니 그한테 어울리지 않는 여자라고 생각한 것이다.

“선배랑 사귀기 전에 이런 문제에 대해서 똑똑히 말했었어요. 선배는 개의치 않는다고 했었고요. 근데 왜 뒤에서는 그래요?”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가득 찬 그녀의 얼굴을 보며 그는 안타까운 마음에 미간을 찌푸렸다.

“난 상관없어. 다만 내 어머니니까...”

잘못했다는 듯이 그가 고개를 숙였다.

“이 일은 내 잘못이야. 미안해.”

결국 그는 사과했지만 그녀는 다시 예전처럼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선배가 어떻게 생각하든 난 상관없어요. 선배한테 물어본 건 그냥 똑똑히 말해주고 싶어서예요.”

숨을 깊게 들이마시던 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난 어렸을 때부터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에요. 선배가 나타나서 고등학교 때부터 날 짝사랑했다고 했을 때 많이 감동했었어요. 이 세상 날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구나 라는 그 생각에요.”

“늦게 찾아온 이 사랑을 난 소중히 여겼어요. 그래서... 선배가 꼼수를 쓰고 소심한 모습을 보여도 그냥 넘어갔었죠.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선배한테 이런저런 결함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저 선배가 날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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