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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7화

한편, 이지민의 어머니 유나희와 아버지 이진철은 식사를 마치고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유나희는 미용사를 집으로 불러 피부 관리를 받고 있었고 이진철은 고개를 숙인 채 경제 신문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으리으리한 저택 안에는 하인들이 제 몫을 다하느라 분주하게 돌아쳤다.

밤에 비가 조금 온 바람에 처마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조용한 저택에 생기를 더했다.

빗소리와 함께 들려온 문 두드리는 소리에 식탁을 닦고 있던 하인은 서둘러 걸레를 내려놓고 커튼을 걷었다.

커튼이 걷히자 비에 흠뻑 젖은 이지민이 문밖에 서서 새빨간 두 눈으로 유나희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식들이 커서 독립한 후, 저택에는 유나희와 이진철만 살고 있었고 가끔 밥 먹으러 본가에 들릴 때면 미리 연락을 했었다.

이 늦은 시간에 이렇게 낭패한 모습으로 문밖에 나타나자 유나희와 이진철은 깜짝 놀랐고 얼른 문을 열라고 했다.

“지민아, 왜 그래?”

유나희와 이진철은 급히 다가가 이지민의 손을 잡았다. 온몸을 떨고 있는 딸의 모습에 두 사람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슨 일이야?”

유나희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얼굴을 닦아주자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흠칫하던 유나희는 바로 눈치를 챘고 눈물이 고인 딸의 눈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지민은 두 사람의 손을 뿌리치고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새빨간 눈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왜 그랬어요? 왜 저한테 그런 거예요? 왜 이수 오빠한테 그랬어요?”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 시절 꽃 같은 나이에 그녀가 그렇게 힘든 일도 겪지 않았을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그녀를 애지중지 키워온 부모가 그녀를 나락으로 빠뜨려버렸고 죽을 만큼 힘들게 했다.

단이수가 그렇게 매정하게 떠난 이유가 자신의 부모님 때문이라는 걸 그녀는 믿을 수가 없었다.

착하고 사리가 밝은 부모님이셨는데...

“그거 알아요? 이수 오빠의 외할머니, 그 일 때문에 자살하셨어요...”

주먹을 불끈 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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