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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중학교 때, 강은주는 내 지원서를 멋대로 고쳤다. 그렇게 나는 전시 3등의 성적으로 가장 나쁘다고 평가받는 기술학교에 가게 되었다. 고등학교도 아니었다.

완전히 무너져 내린 나는 대성통곡을 했다. 그러나 강은주는 내가 가정 형편도 모르고 남자에게 빠져서 귀족 고등학교에 가려고 했다는 듯이 말했다.

그녀는 개천에서 용 난다고 주장했다. 라떼는 기술학교 졸업생도 창창한 미래가 있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그녀의 연기력에 넘어갔다. 그래서 저마다 나에게 와서 기술학교를 졸업해서 전문대학교에 가면 된다고 위로했다.

수능시험을 준비할 때, 그녀는 또 내 수험표를 갈기갈기 찢었다. 그렇게 1년의 노력이 전부 헛되고 말았다.

화를 내는 나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세월에 대학생은 흔해 빠졌어. 대학교 나와서 일자리나 찾을 수 있을 줄 아니? 그러지 말고 학교에서 추천하는 안정적인 일자리나 선택해.”

사람들은 몰랐다. 그 ‘안정적인 일자리’가 공장 일일 줄은 말이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머니의 말을 들으라고 설득했다.

졸업한 후, 그녀는 또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하며 이상한 남자와 선을 보게 했다. 그녀는 자신이 살아온 세월이 있으니 사람을 잘 본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소개해 준 남자가 딱 봐도 마누라에게 잘해줄 상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내가 어머니의 말을 안 듣는다고 비판했다. 마누라에게 잘해줄 상이라는 남자가 재혼남일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강은주는 심지어 애 딸린 남자가 더 좋다고 했다. 애를 직접 낳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돈 없는 남자는 또 더 좋다고 했다. 돈이 있으면 다른 여자를 찾기 마련이라고 했다.

내가 결혼할 때, 그녀는 내가 재혼남과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장유건은 나를 가지고 노는 흔한 재벌 2세에 불과하다고 했다.

사람들은 당연히 강은주의 편에 섰다. 그들은 전부 강은주의 말이 맞다고 했다.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그게 사실일까?

“이서윤! 내 말 듣고 있어?”

내가 말이 없는 것을 보고 강은주가 불쾌한 듯 재촉했다.

“가만히 서서 뭐 해? 당장 따라와. 내가 오늘 무조건 이혼시키고 말 거야.”

나는 발이 뿌리라도 내린 것처럼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가 아무리 잡아당겨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강은주는 내가 이 정도로 고집을 부릴 줄 모른 듯 눈을 부릅떴다.

“남자 때문에 내 말을 거스르겠다는 거야? 나는 네 엄마야!”

주변 사람들이 말을 보탰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효심이 있어야지. 남자 때문에 부모 마음에 상처 주는 자식이 어디 있어.”

“세상에 부모만큼 자식을 사랑하는 사람도 없어요. 어머니 말을 들어야죠.”

“서윤 씨, 아직 돌아설 기회는 있어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나의 마음은 싸늘하게 식어갔다. 내가 3년이나 준비해 온 전시회는 이렇게 망쳐버리고 말았다.

나도 이 자리까지 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강은주는 가벼운 말 몇 마디로 전부 부정해 버렸다.

‘내가 왜 당하고만 있어야 해?’

나는 번뜩 고개를 들어서 그녀의 시선을 마주했다. 그리고 그녀보다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난 이미 명확하게 말했어요. 유건 씨가 바람을 피웠다고 해도 직접 물어봐서 무슨 상황인지 알아갈 거예요. 사형 판결 전에도 자술할 기회가 있어요. 유건 씨가 어떤 상황인지 들어보지도 않고 대뜸 이혼하는 건 불공평해요.”

내 말에도 틀린 것 하나 없었다. 사람들은 멍하니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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