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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사수 스토리
결혼 사수 스토리
작가: 세이

제1화

어머니에게서 장유건이 바람을 피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진심으로 그녀가 사기당한 줄 알았다.

장유건이 바람을 피웠다는 걸 믿을 바에는 세상에 귀신이 있다는 걸 믿는 게 나았다.

내가 사랑에 눈이 멀거나 그런 건 아니고, 장유건은 시어머니가 다 내가 아니었으면 컴퓨터와 결혼했을 사람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왜 가만히 얼빠져 있어? 빨리 가서 이혼해야지!”

어머니 강은주는 내 팔목을 잡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뒤늦게 정신 차린 나는 차분한 말투로 대답했다.

“유건 씨가 돌아오면 내가 얘기해 볼게요...”

“무슨 얘기를 더 할 게 있어?”

강은주는 대뜸 내 귀를 잡아당기며 말을 이었다.

“내가 전부터 말했지? 재벌들은 믿을 게 못 돼. 너 같이 학벌 없고, 못 생기고, 성격도 안 좋은 애가 재벌의 눈에 들 리가 있겠어? 난 네 어머니야. 나도 다 너를 위해서 하는 소리라고.”

나는 귀가 뜨겁고도 아팠다. 이 대로라면 떨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애써 강은주에게서 벗어난 나는 거리를 벌리며 말했다.

“내가 언제 엄마 말 안 믿는다고 했어요? 뭐가 됐든 당사자랑 얘기는 해야 할 거 아니에요. 유건 씨가 정말 바람을 피웠다면 제 권리 제가 알아서 지킬 거예요. 그리고 오늘 전시회 첫날이에요. 지금은 일하느라 바빠요.”

나는 장유건이 바람을 피웠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은 빈말이라도 해서 강은주를 떼어내야 했다. 안 그러면 내 전시회까지 망치고 말 것이다.

나는 스스로 아주 훌륭하게 변명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은주는 쉽게 포기하지 않고 속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널 된장녀나 되라고 힘들게 키운 줄 아니? 넌 어떻게 된 애가 부끄러운 줄도 몰라. 유건이는 너한테 감정 없어. 언제까지 뻔뻔하게 들러붙을래? 사람들이 널 어떻게 말하는지 알기나 해?”

강은주의 목소리는 아주 컸다. 전시회를 보러 온 사람들이 놀란 눈빛을 보낼 정도였다.

나는 얼굴이 뜨거워져서 그녀를 잡아당겼다.

“여기 아직 사람 있어요. 안에 들어가서 말...”

강은주는 손을 뿌리치더니 나를 손가락질 하며 언성을 더욱 높였다.

“내가 틀린 말 했어? 여러분, 정 없는 남자한테서 돈이나 받겠다고 시간을 끄는 게 된장녀가 아니고 뭐겠어요? 얘가 얼마나 뻔뻔한 애인지 좀 보세요!”

사람들은 미간을 찌푸리며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 강은주는 한숨을 쉬며 또 나에게 말했다.

“네가 아무리 여자라고 해도 자신의 힘으로 살 줄 알아야지. 남자 돈으로 전시회를 여는 게 몸 파는 거랑 뭐가 달라? 네가 나가서 설거지를 해도 난 부끄러워하지 않았을 거야. 그건 네 노력으로 번 돈이니까. 근데 이런 식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구나. 내 말 들어, 지금 당장 가서 이혼해. 난 네 엄마야. 절대 널 해치는 일을 하지 않아.”

강은주의 말은 꽤 논리 정연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면 정말 내가 남자의 힘으로 전시회를 연 것 같았다. 더군다나 그 남자는 나의 남편이 아닌 외간 남자처럼 들렸다.

어리둥절한 사람들은 강은주의 말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성격 급한 사람은 입을 보태기까지 했다.

“서윤 씨 이런 사람인 줄 몰랐네요. 그림은 밝게 그리면서 왜 그런 인생을 살고 있어요.”

“틀린 길을 가는 건 두렵지 않아요. 빨리 바로 잡는 게 중요하죠.”

“어머니 말을 들어요. 들어보니 틀린 말도 아니네요.”

다행히 전시회를 보러 올 정도의 사람은 교양이 있었기에 험한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들이 뱉은 말은 비수가 되어 내 자존심을 갈랐다. 나는 이대로 죽을 것만 같은 기분이 다 들었다.

나는 강은주를 바라봤다. 그녀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이런 식의 없는 말로 공감을 이끄는 고수였다. 내가 어릴 때부터 항상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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