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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Author: 재인
“오늘 안 하면 안 돼요?”

구승훈은 잠시 멈칫했다.

“강 부장, 내가 너한테 그 많은 돈을 들인 이유가 나한테 반항하라는 게 아니라는 걸 잊지 마!”

그 말을 들은 강하리는 심장이 쿵 했다.

그렇다, 그녀는 구승훈이 욕망을 분출하기 위해 찾은 존재였다. 어떻게 그걸 잊고 있었을까?

그녀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그의 요구에 협조했다.

구승훈은 그녀를 처벌하듯 아주 잔인하고 격렬하게 움직였다. 마치 그녀를 산 채로 잡아먹고 싶은 것 같았다.

강하리는 그에게 협조하면서도 너무 세게 하지 않도록 부탁했다.

새벽 두 시까지 뒤척이고 나서야 구승훈은 마침내 멈췄고, 강하리는 지쳐서 얼굴에 흐르는 땀이 쇄골에 떨어졌는데 약간 아파서 보니 거기에는 구승훈이 남긴 이빨 자국이 있었다.

김주한이 남긴 붉은 자국은 모두 이빨 자국으로 덮여 있었다.

뜨거운 샤워 물을 틀어놓은 구승훈에게서 조금의 온화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그 이빨 자국을 내려다보며 강하리에게 물었다.

“안 아파?”

강하리가 고개를 젓자 구승훈은 큰 손으로 그 부위를 꽉 눌렀다.

“이제 아파?”

강하리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지만 구승훈은 조금도 손을 놓을 생각이 없었다.

“그래, 그렇게 아파야지. 강 부장, 네 주제를 파악하고 오늘처럼 다시는 자신을 더럽히지 마.”

강하리는 자신을 위해 해명하고 싶었다.

“난 더럽지 않아요!”

구승훈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조금만 늦었으면 더럽혀지지 않을 거라고 감히 말할 수 있어?”

그 말에 강하리는 즉시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대로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구승훈이 오지 않았더라면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김주한은 손에 다 넣은 고기를 놓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원래는 야외 자리로 예약했는데 그 사람이 장소를 안으로 바꿀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구승훈의 표정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해명이 아니었다.

“앞으로는 그런 일 없을 겁니다.”

강하리는 겨우 말을 꺼냈다.

그제야 구승훈은 만족한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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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해찬은 다소 침울한 표정으로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아니라고 하면 믿어줄래?”주해찬은 정말 강하리에게 계속 사실을 숨길 생각도, 진시연을 도울 생각도 없었다.그냥... 강하리가 곤경에 처했을 때 그때 나서서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러면 강하리의 마음속 망가진 그의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을 것 같아서.그런데 구승훈이 이토록 매몰차게 굴 줄은 몰랐다.아버지가 얼마나 깨끗하고 정직한 사람인지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부패한 관리들처럼 부정부패와 뇌물 수수를 일삼지는 않을 것이고 할아버지도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가만둘 리 없었다.하지만 부패를 철저히 타도하는 지금 같은 시기에 작은 선물을 몇 개 받은 것만으로도 큰 문제가 된다.게다가 구승훈은 그 증거를 노골적으로 인터넷에 올렸고 관련 부서에 실명으로 가차 없이 신고했다.구승훈은 결코 자신을 감추는 사람이 아니었다.그가 원하는 건 주해찬의 타협과 강하리 앞에서 완전히 신뢰를 잃는 것이었다.사실 구승훈이 처음 병원에서 그를 떠봤을 때부터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았다.다만 줄곧 비현실적인 희망을 붙잡고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이 되어서야 주해찬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의 완전한 패배라는 걸.“미안해, 하리야. 엄마한테 사과하라고 할게. 그리고... 인터넷에 너에 대한 루머를 유포한 것도 이모가 한 짓이야. 이모한테도 사과하라고 할게. 그리고 하리야, 내 다리...”주해찬은 말하며 심호흡하듯 잠시 멈춘 뒤 다시 말을 이어갔다.“사실 거의 다 나았어.”강하리는 당황했고 주해찬은 다시 입을 열었다.“미안해. 조금만 더 나랑 같이 있어 주길 바라서, 구승훈이랑 다시 만나서 네가 또 상처받을까 봐 내가...”“선배.” 강하리가 갑자기 주해찬의 말을 가로챘다.“고마워요.”그녀가 고맙다고 말할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강하리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예전에 여러 번 날 도와주고 날 이렇게 생각해 주고 지금도 날 위해 나서서 진실을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4화

    두 사람 관계에 있어서 누가 봐도 을인 모습이었다.사무실에 있던 몇몇 기자들은 서로 눈치만 봤다.에비뉴와 정안그룹이 강하리 명의로 되어 있다고?그렇다면 강하리 혼자서도 B시 재벌과 맞먹는 것 아닌가.여러 기자가 모두 멍한 표정으로 구승훈을 바라봤다.구씨 가문의 권력자 구승훈이 자신은 아내 덕분에 먹고 사는 놈이라고 말하다니, 그것도 제법 자랑스러워하는 듯했다.“그러면 강 대표님이 구 대표님과 송유라 씨 사이에 개입했다는 건...”구승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제가 우리 강 대표님과 언제 만났는지 아세요?”기자는 고개를 저었고 구승훈은 오른손 손가락으로 왼쪽 약지에 낀 반지를 살며시 돌리면서 시선을 내리깔고 웃었다.“아홉살 때 만났어요. 그 여자가... 제 삶의 유일한 구원이었죠.”구승훈은 복잡한 감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자기야, 미안해. 오랜 세월 많이 힘들었지? 오늘 여기서 맹세할게. 나 구승훈은 평생 강하리의 것이란 걸.”강하리는 화면 속 구승훈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코끝이 시큰거렸다.개자식, 인터뷰만 할 것이지 왜 저런 말을 해서는.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구승훈의 말에 그녀의 마음속에 작게나마 남아있던 불편함이 말끔히 사라졌다는 걸.인터넷에 그 많은 루머들이 떠돌아다녀도 언제나 그녀를 감싸줄 사람이 있었다.구승훈의 인터뷰는 곧 화제성을 끌어모았고 강하리를 욕하던 사람들은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댓글 창에는 축복의 글이 가득했다.강하리는 휴대폰에 달린 축복의 댓글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었고 구승훈의 목소리에는 미소가 묻어났다.“강 대표님, 나 보고 싶어?”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며 웃었다.“오늘 밤 일찍 돌아가서 맛있는 거 해줄게.”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맛있는 음식만 있어?” 강하리는 멈칫했다.“또 뭘 원해?”“다리. 자기야, 한번 해보자.”강하리는 이를 갈며 그냥 전화를 끊었고 구승훈은 끊어진 전화를 바라보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3화

    구승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정양철은 죽었지만 애초에 그가 강하리 어머니에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이대로 알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시점에 정양철과 관련된 또 다른 단서가 나올 줄이야.“확실해요?”“물론이죠.”구승훈은 전화를 끊고 심준호에게 연락했고 그와 대화를 마친 뒤 밖을 향해 말했다.“시작하지.”잠시 후 비서가 기자 10여 명을 데리고 구승훈의 사무실로 들어왔다.나문빈이 홈페이지를 정상으로 되돌리자 강하리를 욕하던 사람들은 모두 SNS로 옮겨갔고 과거 여러 번 검색어에 오르며 욕을 먹었던 흑역사도 전부 밝혀졌다.SNS에서 누군가가 돈으로 사주했는지 갈수록 심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안예서는 점점 더 고조되는 SNS의 화제성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약서를 하나하나 처리하는 강하리를 보며 조금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대표님, 이걸 제대로 밝힐 방법을 찾아야겠어요.”강하리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그럴 필요 없어. 욕하다 지치면 자연스레 그만두겠지.”안예서가 다소 우울한 표정으로 강하리를 설득하려는 그녀는 이미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안진 그룹 총괄팀장과 약속 잡아줘.”안예서는 다소 무력한 한숨을 내쉬며 뒤돌아 사무실을 나섰다.그녀가 사무실을 나간 뒤에야 강하리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고 손가락이 SNS 아이콘 위에서 잠시 멈칫하다 클릭했다.하지만 들어가서 보니 그녀를 욕하는 내용은 사라지고 안예서가 말했던 것들도 전부 보이지 않았다.대신 라이브 방송 하나가 떠서 클릭해 본 강하리는 깜짝 놀랐다.구승훈이었다.뒤에 비치는 장소는 그의 사무실 같았다.남자는 검은 셔츠를 입은 채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어 손가락엔 어느새 반지를 끼고 있었다.자세히 보면 그녀가 끼고 있는 반지와 같은 모델이지만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크지 않을 뿐이었다.강하리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에 낀 반지로 시선을 옮겼고 그 시각 왠지 모르게 인터넷에서 자신에 대해 뭐라고 말하든 다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졌다.무슨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2화

    구승훈은 휴대폰 메시지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밤에 보상해 줄래?]손연지가 왔다며 허튼수작 부리지 말라고 답장하려던 찰나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고 안예서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큰일 났어요.”강하리는 잠시 멈칫했다.“뭔데, 천천히 얘기해 봐.”“오늘 아침 일찍 우리 회사 홍보 사이트가 해킹됐는데 사이트에 온통 대표님이 스폰 받았다는 이상한 댓글이 가득해요.”안예서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고 강하리는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알겠어.”전화를 끊고 회사 사이트에 들어가니 그녀의 눈에 온통 적나라한 욕설들이 가득 들어왔다.스폰을 받았다는 사람도 있고 몸을 대주고 높은 자리로 올라갔다는 말도 있었다.심지어 구승훈과 송유라 관계를 그녀가 망쳤다는 사람도 있었다.송유라가 세상을 떠난 지 거의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녀의 팬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고 지금 JM의 사이트에도 그들이 가득했다.[내연녀는 내연녀지. 뭐라 해도 해명하지 못해.][그냥 내연녀도 아니고 몸 팔아서 JM 파트너 자리를 꿰찼는데 역겹지도 않아?][JM은 유엔 산하의 번역 회사인데 저런 사람이 대표야?][허, 어떻게 그 자리로 올라갔는지 누가 알겠어. 또 유엔에 어느 높으신 분을 모셨겠지.]강하리는 댓글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휴대폰을 쥐고 있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해버렸다.심호흡하고 안으로 들어가 손연지에게 설명한 뒤 회사로 차를 몰고 가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모르겠다.차 안에서 핸들을 잡은 강하리는 문득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이번에도 누가 자신을 노린 건지 짐작할 수 있었다.어제의 사건은 이미 지나간 일이고 나머지는 진태형의 해명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보아하니 상대는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둘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강하리는 회사에 도착하자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느꼈지만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곧장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꼭대기 층에 도착하자 안예서가 반갑게 맞이했다.“대표님, 괜찮으세요?”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1화

    강하리는 차 안에서 잠든 손연지를 바라보다가 노민우의 전화를 받았고 노민우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불안함이 묻어났다.“강하리 씨, 손연지한테 연락이 왔어요?”“나랑 같이 있는데 무슨 일 있어요?”노민우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지금은 나랑 얘기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 같이 있어 줘요.”강하리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말을 꺼냈다.“노민우 씨, 연지는 잘 우는 사람이 아닌데 내가 공항에 데리러 갔을 때 밤새 운 것 같았어요. 그쪽이 무슨 사정이 있든 연지를 이렇게 울렸으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설명해야 할 거예요.”노민우가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으면 연성으로 찾아갈 기세로 강하리는 유난히 단호하게 말했다.노민우는 다소 억울했지만 그래도 순순히 답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손연지한테 다 설명할게요.”강하리는 손연지를 데리고 그녀와 구승훈의 저택으로 향했고 비몽사몽 눈을 뜬 손연지는 눈앞에 가득 찬 리시안셔스와 정원 뒤편에 있는 성처럼 생긴 저택 건물을 보았다.“세상에, 하리야. 여기가 너 사는 곳이야?”강하리는 그녀의 모습에 비로소 살짝 안도했다.“그런 셈이지.”손연지는 차 문을 열고 곧장 저택으로 향했다.위층과 아래층을 몇 번이나 돌아보더니 갑자기 나와서 강하리를 껴안았다.“자기, 날 먹여 살려줘. 마침 나도 일자리 잃었는데.”강하리의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가 옅어졌다.“일자리를 잃었다니 무슨 말이야?”손연지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들떴던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우울한 한숨을 내쉬었다. “직업도 없고 일자리도 잃었어. 부모님도 나 때문에 창피당했고.”강하리는 미간을 찌푸렸고 손연지가 자세히 말하지 않았지만 대충 짐작할 수 있었기에 다가가 그녀를 안아주었다.“괜찮아, 내가 복수해 줄게.”손연지는 코끝이 시큰거렸다.“하리야, 역시 너밖에 없어. 개자식들은 하나같이 나쁜 놈들이야!”강하리는 손연지를 껴안고 위로하듯 속삭였다.더 이상 구체적인 질문은 하지 않은 채 객실로 데려가 샤워할 수 있도록 욕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0화

    구승훈은 잠든 강하리의 얼굴을 보며 참지 못하고 다가가 입술에 뽀뽀했다.“자기야, 미안해.”강하리의 속눈썹이 두 번 파르르 떨리더니 굳게 감고 있던 그녀의 눈가가 시큰거렸다.구승훈은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강하리를 껴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 줄이야.겨우 반쯤 잠이 들었을 때 문득 강하리의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구승훈, 나도 당신을 지켜주고 싶어.”구승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그대로 꿈속으로 빠져들어 갔다.다음 날 아침, 강하리가 잠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손연지였다.슬쩍 확인한 강하리가 서둘러 전화기를 집어 들자 저쪽에서 손연지의 코 막힌 소리가 들려왔다.“하리야, 이틀만 거기로 놀러 가도 돼?”강하리는 당황했다.“당연하지. 언제 오는데? 내가 데리러 갈게.”“나 지금 B시에 있어.”강하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구승훈은 끙 앓는 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운 얼굴로 몸을 움츠렸다.“자기야, 방금 남은 인생의 행복을 자기 손으로 망칠 뻔한 거 알아?”강하리의 얼굴이 순간 빨개졌다.“구승훈, 괜찮아?”구승훈이 그녀의 턱을 잡고 입술을 깨물었다.“안 괜찮아. 강 대표님이 호 불어줘.”농담하는 걸 보니 괜찮나 보다.“그러게 누가 함부로 뻗으래.”구승훈은 웃으며 그녀의 귀로 다가갔다.“오늘 밤 다리로 해볼까?”강하리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좀 진지하게 굴 수는 없어?”구승훈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당당하게 말했다.“망가졌는지 확인해 봐야 하지 않겠어?”강하리는 손연지 때문에 그와 더 실랑이를 벌이기 싫어 침대에서 일어나 발코니로 향했다.“손연지, 너 지금 어디 있어?”“아침부터 내 앞에서 애정행각 벌이는 건 좀 아니지 않니?”농담이었지만 손연지의 기분은 여전히 좋지 않았기에 강하리는 얼굴을 찡그렸다.“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게.” 손연지가 강하리에게 위치를 보냈고 강하리는 서둘러 샤워를 마친 뒤 문을 나섰다.구승훈이 그녀와 동행하려는데 구승재가 갑자기 회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79화

    구승훈의 목울대가 몇 번이나 꿈틀거리다가 겨우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강하리의 손가락을 잡은 채 다소 씁쓸하게 웃었다.“온실 속 화초가 아니야.”소중한 보물이다.이미 자신 때문에 너무 많은 고생을 한 그녀였기에 더는 그녀가 걱정하지 않기를 바랐고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도 더더욱 원치 않았다.그저 그녀가 밝게만 지내길 바랐다. 여초연도, 구동근도, 자신의 몸도 더는 그녀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순 없었다.“자기야, 날 믿는다면 조금만 더 기다려줘. 잠깐만 기다리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내가 전부 다 솔직하게 말할게. 알았지?”조금만 더 시간을 줘서 정상으로 돌아가거나 완전히 포기하게 됐을 때 모든 걸 이 여자에게 말할 거라고 다짐했다.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미소를 지었다.“알았어.”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으로 걸어갔고 구승훈은 다소 우울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강하리가 여전히 속상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구승훈은 안도하는 동시에 마음이 점점 더 씁쓸해졌다.여초연이 대체 얼마나 자신을 미워하는지 모르겠다.어쩌면 그녀의 말처럼 자신이 여초연의 인생을 망쳤으니 본인도 똑같게 망가뜨리겠다고 생각하는 걸지도.하지만 구승훈은 애초에 원하지도 않았고 이대로 그녀의 손에 망가질 생각도 없었다.그녀가 그를 낳은 이상 끈질기게 살아남을 거다.시선을 내린 구승훈이 노민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치료하는 데 협조할게.]노민준은 곧장 전화를 걸었고 구승훈이 발코니로 가서 전화를 받으니 그의 무기력한 웃음소리가 들렸다.“잘 생각했어. 희망이 없는 건 아니야.”구승훈은 무심하게 대꾸했고 노민준은 약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였다.웬일로 구승훈이 가만히 듣고만 있으니 전화를 끊기 전 노민준이 갑자기 물었다.“왜 갑자기 생각이 바뀐 거야?”구승훈은 방에서 침대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강하리를 바라보며 입꼬리가 무의식적으로 올라갔다.“힘들게 얻은 지금의 일상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겠지.”전화를 끊고 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78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갈등이 남아 있어도 기꺼이 노력해 보고 싶었다.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강하리의 말에 심문석은 한심하다는 말만 되풀이했지만 저도 모르게 얼굴엔 웃음이 번졌고 벌써 결혼식 장소까지 고심하고 있었다.“너희 둘이 또 아이를 낳으면 그땐 할아버지가 키우마.”강하리의 표정이 잠깐 굳어졌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심하게 대꾸하며 넘어갔다.식사를 마치고 떠나려는 구승훈을 보며 강하리가 물었다.“여기 안 있을 거야?”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나 보내기 싫어?”입술을 달싹이며 빤히 상대를 바라보던 강하리는 그의 눈빛에서 그동안 줄곧 그가 회피하던 답을 찾으려는 듯했다.비록 구승훈은 회사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빠서 그런 거라고 했지만 강하리는 이 남자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아무리 바빠도 이렇게까지 욕구를 참는 사람이 아니었고 관계를 갖지 않아도 늘 그녀를 탐하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요 며칠 그녀가 약에 취했을 때를 제외하고 말만 능글맞게 할 뿐이었다.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며 구승훈을 바라보다가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나랑 연정이가 같이 가도 돼?”멈칫한 구승훈이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더 원하는 거야?”강하리가 웃었다.“응.”구승훈의 미소가 잠시 굳어졌고 그가 거절하기도 전에 강하리의 말이 다시 들렸다.“방금 그런 일을 겪고 나니까 좀 무서워. 구승훈, 여기 남던지 내가 따라갈게.”강하리가 말을 마치며 허리를 감싸자 구승훈의 목울대가 꿈틀거리며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이걸 어떻게 거절하나.구승훈은 결국 남기로 했고 그가 이곳에 머물자 백아영은 연정이를 자신의 방으로 곧장 데리고 갔다.구승훈이 나가서 노민준에게 연락하고 돌아왔을 때 강하리는 이미 샤워를 끝낸 뒤였다.얇은 잠옷만 입고 있는 몸에는 구승훈이 새긴 흔적이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있었다.구승훈은 문 앞에 서서 가슴에 팔짱을 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몸이 견딜 수 있겠어?”강하리는 아무 말 없이 화장대 거울로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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