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리는 즉시 그를 밀어냈다.“나가요!”하지만 구승훈은 다시 그녀를 껴안았다.“걱정하지 마, 다 잘될 거야.”남자는 그녀의 귀에 속삭이고는 그냥 돌아섰다.강하리는 멍한 표정으로 닫힌 욕실 문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일부러 놀리는 건가.문득 강하리는 마음이 시큰해지더니 한참 후에 애써 미소를 지었다.‘그래, 괜찮을 거야. 엄마는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그렇게 믿어야지.’샤워를 하고 나오니 구승훈은 옆에서 낮은 소리로 통화를 하고 있었고, 그녀가 나오는 것을 본 그가 황급히 둘러대며 전화를 끊었다.“왜 젖은 머리로 나왔어?”말을 마친 그가 침실로 들어가 드라이기를 꺼내더니 소파에 앉았다.“이리 와.”그의 옆으로 다가간 강하리가 소파에 앉으려는데 구승훈이 그녀를 끌어당겨 무릎에 앉혔다.강하리 몸이 순간 경직되자 구승훈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걱정 마, 아무것도 안 해. 아주머니도 계시잖아.”강하리는 고개를 홱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저쪽 부엌에서 저녁상을 차리고 있던 아주머니는 그 말에 몰래 웃으며 뒤돌아 부엌으로 들어갔고 강하리의 얼굴은 점점 더 일그러지더니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드라이기를 집어 들었다. “내가 직접 할게요.”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옆으로 걸어갔고 구승훈도 더 강요하지 않았다.휴대폰이 계속 울리자 강하리를 보낸 뒤 결국 집어 들었고 발신자를 확인한 구승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무슨 일이세요?”저쪽에서 들려오는 구동근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분노가 섞여 있었다.“너, 오늘 내가 주선한 맞선 자리 왜 안 갔어! 이놈이 점점 기어오르려고!”구승훈은 강하리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차갑게 웃었다.“날 위한 맞선 자리에요 아님 할아버지가 원하는 여자예요? 마음에 드시면 본인이 결혼하시지 왜 저한테 강요하세요.”“개자식, 무슨 헛소리야! 또 그 망할 것이랑 같이 있는 게지! 구승훈, 내가 직접 그 물건 처리하게 하지 말아.”구승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지며 잘생긴 눈가에 차가운 서리가 내려앉았다.“그 여자
강하리가 다시 깨어났을 땐 병원이었고 깨어난 그녀를 본 손연지는 황급히 물었다.“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 의사 선생님이 가벼운 뇌진탕이래, 어지럽고 메스껍지 않아?”강하리는 살짝 멈칫하다 말했다.“아니, 난 괜찮아. 구승훈은 어딨어?”손연지는 그녀의 질문에 잠시 망설이다가 한참 만에야 말을 꺼냈다.“아주머니는 중환자실에 입원하셨고 구승훈도 다쳤어. 출혈이 심해서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강하리의 심장이 철렁했다.“어디 다쳤는데? 지금 어디 있어?”다그쳐 묻던 그녀가 이불을 뒤척이며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하자 손연지가 서둘러 말렸다.“아직 움직이지 마, 아직 안 깨어났어. 네가 가도 소용없어, 일단 의사 선생님 먼저 부를게.”손연지는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의사가 간단한 검사를 통해 괜찮은지 확인한 후에야 손연지는 그녀를 침대에서 내려오게 했다.“구승훈 씨한테 먼저 가 봐. 아주머니 쪽은 아직 면회 시간도 아니고 의사 선생님도 교대 중이라 당직 선생님 오면 가서 상황 물어보면 되잖아.”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잠시 후 이렇게 물었다.“의사 선생님이 엄마에 대해선 말씀하신 거 없어?”손연지는 고개를 저었다.“난 가족이 아니라 당장은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만 했고 자세한 건 네가 깨어나면 설명해 줄 거래.”강하리의 마음이 무거워졌다.“일단 구승훈 씨부터 보러 가야겠어.”구승훈의 병실은 건물 가장 안쪽 끝에 있었다.강하리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지만,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를 보자 가슴이 먹먹해지며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이 조여졌다.구승재는 강하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일어났다.“강하리 씨, 괜찮아요?”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그쪽 형 상태는 어때요?”“비장이 파열돼서 피를 좀 많이 흘렸는데 큰 문제는 없고 아직 안 깨어났을 뿐이니 걱정하지 마요. 가서 말동무나 좀 해줘요. 난 나가서 통화 좀 하고 올게요.”구승재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떴고 강하리는 침대 가장자리
강하리는 심장이 철렁해서 서둘러 다가왔다.“왜 그래요, 상처가 아파요?”하지만 구승훈은 갑자기 그녀를 힘껏 끌어안았다.“하리야, 가만히 있어. 움직이면 내 상처 건드릴 수 있어.”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자 강하리의 몸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구승훈의 시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고 저도 모르게 목울대가 일렁거렸다.그의 의도를 감지한 강하리는 곧바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구승훈은 예상했다는 듯이 그녀의 뒤통수를 꽉 잡았다.“하리야.”남자는 낮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아무 데도 가지 말고 잠시만 이렇게 나와 함께 있어 줘.”두 눈이 마주치자 보이지 않는 불꽃이 튕기는 듯했다.메말라가는 주변 공기에 강하리는 당황한 기색으로 애써 그의 시선을 피했다.하지만 이윽고 구승훈은 그녀를 꽉 붙들고 바로 입을 맞추었다.두 입술이 맞닿자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고 갈증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괴롭게 했다.구승훈의 다른 손이 그녀의 허리를 붙들어 조금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혀가 잇새를 가르며 들어오자 방안에는 거친 숨소리만 울려 퍼졌다.그러다가 불순한 그의 손이 그녀의 옷 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했고 강하리는 얼굴이 빨개져서 화를 냈다.“구승훈 씨, 여긴 병실이에요. 언제 누가 들어올지 모르는 곳이라고요.”“그럼 나중에는 돼?”강하리가 곧바로 그의 손을 쳐내자 구승훈이 웃음을 터뜨렸다.“하리야, 너한테 빚진 목숨 오늘로 갚았는데, 다시 한번 나에게 기회를 주면 안 될까?”강하리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그동안 줄곧 갈피를 잡지 못하고 구승훈에게 흔들린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 그녀에게는 너무 어려웠다.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녀가 마침내 말을 꺼냈다.“구승훈 씨, 그동안 당신이 해준 것들은 정말 감동이지만... 또다시 아무런 명분도 없이 당신 곁에 있을 수는 없어요.”구승훈이 멈칫했다.“누가 그래, 명분이 없다고?”그의 말을 들은 강하리는 덜컥 심장이 뛰며 입술을 다물고 구승훈을 바라봤다.구승훈은 손가락으로
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일 있으면 연락해.”강하리는 대답을 하고 병동을 나섰다.그녀가 막 엘리베이터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안에서 가 나온 사람은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 몇 명과 근엄한 노인이었다.생활한복을 입고 지팡이를 짚은 노인은 바로 구씨 가문 어르신, 구동근이었다.그 옆에는 젊은 여자도 있었는데 스물다섯, 여섯 살로 보이는 그녀는 예쁜 외모에 우월한 분위기를 자랑했다.여인은 강하리를 살며시 훑어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할아버지, 승훈 오빠가 저를 반기지 않으면 어떡해요?”구동근의 눈엔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그러기만 해봐, 내가 그 자식 혼내야지!”여자의 입가에 번진 달콤한 미소가 유난히 교태를 부리는 것처럼 보였다.“안 돼요, 때리게 둘 수는 없죠.”강하리는 그 순간 이 여자의 정체를 알아챘다. 구씨 가문에서 구승훈에게 찾아준 맞선 상대겠지.입술을 달싹이며 옆에 서 있던 그녀의 마음이 저릿했다.진작 생각했어야 하는데, 구씨 가문에서 구승훈의 결혼을 재촉하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었다.지난해 그의 생일부터 구동근은 한차례 주선한 적이 있었지만 결국 구승훈에 의해 무산되었다.이번에도 같은 수법인 것 같은데 그녀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내색은 안 해도 마음이 말이 아니었다.구승훈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마음의 응어리는 풀리지 않았다.그들 사이에는 너무 많은 장애물이 있었다언제 귀국할지 모르는 송유라와 이젠 집안에서 주선한 맞선 상대에 그녀는 안중에도 없는 구씨 가문 사람들까지.강하리는 가슴 속 답답함을 숨기며 한숨을 내쉬고 병실 쪽으로 몸을 돌렸다.구동근의 매서운 눈빛이 문득 그녀의 뒷모습에 향했고,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선에는 혐오감을 감추려는 노력조차 없었다.…손연지가 아침 식사 2인분을 손에 들고 들어왔다.“어때, 구승훈은 일어났어? 심각하게 다친 거야? 팥죽 주문했는데 네가 갖다줄래?”강하리는 음식을 건네받으며 애써 웃었다.“고마워.”그녀의 안색이 어두워 보이자 손연지가
이어서 구승훈의 목소리가 들렸다.“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저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구승훈, 네가 재주 좀 부린다고 내가 널 못 건드릴 줄 알아?”바로 이어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할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승훈 오빠도 말만 그렇게 하는 거예요. 오빠, 할아버지 화나게 하지 마요. 어제도 오빠 때문에 고혈압 오셨어요.”듣다 못 한 강하리는 문 앞 창턱에 죽을 놓고 곧장 뒤돌아 떠났다.병실로 돌아왔을 때는 의사 선생님도 교대를 마친 뒤였다.중환자실 밖에서 강하리는 의사가 진찰을 마치고 내부에서 나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렸고 의사는 강하리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강하리 씨, 진료실 가서 얘기하시죠.”강하리의 심장이 철렁하며 양옆으로 드리운 손에 힘이 들어갔다.의사를 따라 진료실로 들어가자 상대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을 이어갔다.“어머니 상태가 좋지 않아요.”강하리의 심장이 순식간에 바닥을 치는 것 같았다.“어떻게, 어떻게 안 좋으신데요?”의사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막 깨어나셨을 때 이미 몸의 여러 장기가 각기 서로 다른 정도로 망가졌으니 평소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전에 재활 기계에서 넘어진 후에 대량의 안정제를 투여받았어요. 그 정도 양이면 어머니 같은 분은 말할 것도 없고 정상인도 견디지 못하죠. 이미 투석을 하고 있지만 장기부전이 계속 악화되고 있어요. 강하리 씨,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이런 식으로 목숨을 부지할 수밖에 없고 기적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멍하니 듣고 있던 강하리는 얼핏 보기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엄청난 고통 뒤엔 무뎌지기 마련이다.이제 곧 밝은 나날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충분히 노력했는데 무심한 하늘은 그녀가 잘 살길 바라지 않는 듯싶다.그녀의 손에 모든 걸 다 쥐여주고서 또다시 잔인하고 매정하게 다시 빼앗아 간다.강하리는 자신이 어떻게 진료실에서 나왔는지, 어떻
간단한 한마디가 강하리의 거짓된 평온함을 무너뜨리는 날카로운 무기가 된 듯했다.순식간에 그녀의 모든 강인함이 무너졌다.맨발로 침대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더니 그의 무릎에 고개를 묻고 낮은 소리로 흐느꼈다.구승훈의 눈에도 안타까움이 가득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울게 내버려뒀다.그녀의 울음이 잦아들고 나서야 그는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강하리는 왠지 불편한 마음에 붉어진 눈으로 구승훈을 바라보았다.“시간 없는 줄 알았는데.”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시간이 없어도 너를 위해서라면 낼 수 있어.”강하리는 한참 입술을 다물고 있다가 물었다.“아까 그 여자 집안에서 결혼 주선해 준 사람인가요?”구승훈은 피식 웃더니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질투해?”강하리는 그의 손을 치웠다.“질투할 게 뭐가 있어요.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닌데.”구승훈이 그녀를 확 끌어당겨 고개를 파묻더니 그녀의 목덜미를 파득 깨물었다.“지금은 아무 사이가 아니라도 나중엔 다를 수도 있지!”강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미 송유라 한 명 때문에 충분히 힘들었는데 이젠 정서원마저 그녀 때문에 더 힘들어졌다.송유라보다 더 훌륭한 집안과 구씨 가문 사람들의 반대에 그녀처럼 힘없는 사람이 과연 그들과 싸울 수 있을까?구승훈 단번에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보았다.다시 물러서려는 그녀를 보며 남자의 얼굴이 말없이 어두워졌다.그는 여자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자신은 기회를 잡기 위해 그렇게 오랫동안 노력했는데 그녀는 이대로 한 순간에 물러나겠다고?어림도 없지.그는 강하리의 허리를 붙잡았고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대로 안아 들고 휠체어에서 일어나 병실로 들어갔다.다리를 뻗어 병실 문을 발로 차고 돌아선 다음 곧바로 침대에 눕혔다.“구승훈 씨, 미쳤어요?”“강하리, 정말 상관없다면 그냥 날 밀어내.”말을 마친 구승훈은 한껏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녀의 앞섬을 열고 고개를 숙여 입
“누구요?” 강하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구승재는 인상을 찌푸리며 강하리를 돌아보았다.“아마 장진영인 것 같아요. 아주머니를 납치한 주범이 장진영 고등학교 동창이고, 얼마 전에 둘이 연락을 주고받았어요.”구승훈의 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장진영과 송동혁은 어디 있어?”“송동혁은 회사 일로 바빠서 한동안 얌전히 지내면서 여기저기서 투자를 받고 있어. 장진영은 우리가 데려왔는데 계속 울면서 그 사람한테 뇌물을 준 적도 없고 단순히 동창이라서 연락한 것뿐이래. 송유라도 이미 보냈는데 지금 강하리 씨를 건드려도 자기에게 좋을 게 없다는 걸 계속 강조하더라.”구승훈은 차갑고 어두운 눈빛으로 강하리를 돌아보았다.“내가 장진영을 만나야겠어.”강하리는 얼굴을 찡그렸다.“몸 괜찮아요?”구승훈이 피식 웃었다.“이제야 날 걱정하는 거야?”강하리는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시선을 피했고 구승훈은 웃었다.“걱정 마, 의사한테 붕대 고정해 달라고 하면 상처 안 찢어질 거야.”구승재가 옆에서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강하리 앞에서 형이 이런 모습일 줄이야.구승훈은 붕대를 감으러 갔고 강하리는 그의 뒤를 따라갔다.“같이 가요.”멈칫하던 구승훈이 잠시 후 웃으며 말했다.“가서 보고 날 싫어하면 어떡해.”강하리는 당황하더니 그 말의 의미를 바로 알아챘다.“구승훈 씨, 내가 모르는 당신 모습도 있어요?”구승훈의 목울대가 잠시 일렁거리더니 그녀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난 사람을 심문할 때 침대에서보다 훨씬 더 사나워.”강하리는 이 남자의 뻔뻔함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좀 정상적일 수는 없어요?”구승훈은 웃다가 진지하게 말했다.“하리야, 가지 마, 알았지?”그는 정말 강하리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 그의 어두운 면을 강하리 앞에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강하리 역시 그의 뜻을 이해했기에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다만 장진영의 몰락을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해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걱정하지 마, 진짜 장진영이라면 절대 쉽게 봐주지
“당신들 이거 불법 감금이야! 날 내보내 줘! 무슨 권리로 날 가둬, 내가 한 것도 아닌데!”방문이 열리자 그녀는 구승훈을 보고 달려들었고 구승훈이 한 발짝 물러서자 장진영은 그대로 바닥에 엎어지며 아예 무릎을 꿇고 울기 시작했다.“구 대표, 정말 내가 한 게 아니야. 누가 누명을 씌웠어, 나 아니야. 유라도 갔는데 내가 강하리 모녀를 건드려서 얻는 게 뭐가 있겠어. 구 대표, 정말 내가 한 게 아니야.”구승훈이 역겨운 표정을 지으며 구승재에게 눈치를 주자 구승재는 다가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장진영을 붙잡더니 가느다란 칼날을 장진영의 목에 대었다.장진영은 온몸이 굳어버렸고 방금 전까지 울부짖으며 소리를 지르던 여자가 순식간에 창백한 얼굴로 변해 입가마저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사모님,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요?”장진영의 입술이 하얗게 질렸다.“정말 내가 한 게 아니야. 구 대표, 유라도 갔는데 내가 그럴 이유가 없잖아.”구승재가 옆에서 피식 웃었다.“복수는 이유가 될 수 없나요?”장진영의 얼굴이 창백해졌다.“난 복수 안 했어, 진짜 안 했어. 구 대표, 가서 확인해 봐. 난 정말 그 사람 매수한 적 없어!”구승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허, 그럼 왜 그 사람한테 연락했죠?”장진영은 흠칫하며 시선을 피했다.“나는 그냥... 그냥 동창이라 연락한 것뿐이야.”장진영을 노려보는 구승훈의 눈빛이 번뜩였다.구승재의 손에 쥔 칼날이 안으로 파고들자 장진영은 비명을 질렀다.“사모님, 한 번만 더 기회를 드릴게요.”장진영의 온몸은 떨리고 있었고 자신도 모르게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정말 내가 안 그랬어...”구승훈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불쑥 이렇게 물었다. “지난번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은요?”순식간에 장진영의 몸은 심하게 굳어버렸고 조금 전까지 억울하던 표정도 공포로 바뀌었다.비록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자리에 있던 두 사람은 똑똑히 보았다.“난, 난 몰라, 무슨 영상?”구승재가 구승훈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