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65화

Auteur: 재인
강하리는 여전히 혼수 상태에 빠져 있었다. 구승훈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도 강하리가 깨어나면 어떤 태도일지 장담할 수 없었기에 결국 포기했다.

하지만 강하리가 깨어난 뒤 그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도와줄 것이다.

강하리가 날이 어두워져서야 깨어났다. 눈을 뜬 그녀는 아직 조금 멍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누군가 물었다.

“깼어?”

아주 익숙한 목소리지만 그녀의 마음에 아무런 파장도 일으키지 못했다.

“네.”

강하리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 내가 가서 의사 불러올게.”

강하리는 손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자 방금까지 구승훈이 계속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며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의사가 와서 진찰한 뒤 말했다.

“깨어나긴 했지만 폐의 감염과 몸의 타박상들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요. 아직 휴식이 필요합니다.”

강하리가 대답했다.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의사가 떠난 뒤 구승훈은 다시 그녀의 침대 옆에 앉았다. 그는 습관적으로 그녀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강하리는 조용히 그의 손을 피했다.

구승훈의 얼굴은 바로 어두워졌다. 그러나 그도 그녀가 지금 화를 내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것을 이해하기에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그저 다정히 물을 뿐이었다.

“아직 많이 아파?”

강하리는 눈을 감으며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킨 뒤 말했다.

“괜찮아요.”

사실 그녀는 온몸이 산산조각난 뒤 다시 붙는 것처럼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이 남자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아픔이나 괴로움은 이제 그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구승훈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정말 괜찮아? 그럼 누가 꿈속에서 계속 아프다고 하면서 내 손을 잡고 놔주지 않은 거지?”

강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구승훈도 그녀의 냉담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하리야, 미안해.”

강하리는 구승훈의 미안하다는 한마
Chapitre verrouillé
Continuer la lecture sur GoodNovel
Scanner le code pour télécharger l'application

Related chapter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66화

    구승훈의 태도는 매우 단호했다. 그는 빨갛게 달아오른 눈으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강하리 내가 여러 번 말했잖아.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넌 끝낼 수 없다고. 구승현은 내가 처리할 거니까 넌 몸부터 챙겨. 소란 피우지 말고.”구승훈의 말을 들은 강하리의 마음은 고통으로 가득 찼다.그녀는 살짝만 건드려도 부서질 것 같은 인형처럼 침대에 기대어 있었다. 하지만 두 눈에는 단호함이 가득했다.“구승훈 씨, 난 이제 정말 당신 옆에 있고 싶지 않아요. 우리 엄마가 위독하셨을 때 당신은 나를 혼자 남겨뒀고 내 옆에 위험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송유라를 찾으러 갔어요. 난 그 순간부터 당신과 그만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이번에 납치를 당하지 않았더라도 난 당신을 떠날 생각이었어요.”강하리는 말을 마친 뒤 눈가가 살짝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구승훈은 눈앞에 있는 연약한 여자를 바라보자 마음이 아팠다.“네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야. 나에게는 널 떠날 수 없게 만들 방법이 많다는 걸 너도 알잖아.”강하리는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다시 고개를 들어 눈물이 가득 맺혀있는 두 눈으로 구승훈을 바라보았다.“네. 나도 알아요. 당신 앞에서 나 강하리는 영원히 하찮은 존재라는 걸. 영원히 반항할 여지도 없다는걸. 당신한테 날 다시 돌아오게 만들 방법이야 많겠지만 이제는 정말 지긋지긋해요. 어떤 방법으로 나에게 강요할 건데요? 위약금이요? 줄게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위약금 줄게요. 그것도 아니면 또 우리 엄마로 날 협박하려고요? 만약 구승훈 씨가 더 이상 우리 엄마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거예요. 정말로 다른 방법이 없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엄마를 포기해야겠죠.”그녀는 구승훈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이제 구승훈 씨는 어떤 방법을 날 막으려고요?”강하리는 말을 마친 후 온몸에 힘이 빠진 듯 종잇장보다 창백한 얼굴을 하고서는 침대에 기대었다.구승훈은 관자놀이가 갑자기 지끈거렸다.그는 강하리가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예상했었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67화

    강하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손연지는 케이크에 초를 꽂은 뒤 불을 붙여주었다.“자 이제 소원 빌어. 앞으로 건강할 거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강하리는 눈앞에서 일렁이는 촛불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었다.‘앞으로는 자유로울 수 있기를 기도할게요.’그녀는 촛불은 껐지만 케이크를 먹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손연지도 굳이 강요하지 않았다.“크림은 소화가 잘 안돼. 기다려. 내가 소화 잘되는 음식으로 사다 줄게.”강하리는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며 말했다.“연지야, 나 핸드폰 좀 사다 줘. 집에 가서 계약서도 가져다줄래? 그리고 약도 좀 준비해 줘.”손연지는 미간을 찌푸렸다.“어떤 약?”“음식을 먹을 수 없게 만드는 약 있지? 음식을 먹기만 해도 바로 다 토해내는 약 말이야.”강하리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손연지는 경악했다.“너 미쳤어? 지금 네 몸이 얼마나 많은 영양소를 필요로 하는지 알아?”강하리는 씁쓸하게 웃었다.“이제 나한테 다른 선택은 없어.”만약 구승훈이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 않는다면 그녀는 떠날 방법이 없었다.그렇기에 그녀는 한 번 도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구승훈이 조금이라도 그녀를 신경 쓰길 바랄 뿐이었다.만약 며칠 동안의 고통으로 미래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그녀는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손연지가 입을 열었다.“너 정말 결정했어?”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손연지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하리야 나 정말 속상해 죽겠어. 넌 왜 저런 놈을 좋아하는 거야.”강하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맞다. 그녀는 왜 저런 남자를 좋아했을까?손연지는 강하리의 옆에 오랫동안 머물지 않고 바로 떠났다.구승훈이 밥을 사 왔을 때 강하리는 침대에 기대어 옆 탁자에 놓여 있는 작은 케이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그는 눈썹을 추켜세웠다.“누가 사 온 거야?”강하리는 고개를 들며 말했다.“연지가요.”구승훈은 흥하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네 친구는 네 입맛을 잘 알고 있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68화

    송유라는 강하리의 말에 순간 숨이 막혔다.그녀는 강하리가 공개적으로 이런 말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그러나 송유라의 표정은 이내 다시 어두워졌다.송유라는 강하리의 말이 끝내자 구승훈의 표정이 싸늘하다 못해 얼음처럼 굳어진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구승훈은 강하리의 말에 기뻐하지 않았다. 이 남자는 강하리와 헤어질 생각이 조금도 없는 것 같아 보였다.“송유라, 너 먼저 돌아가.”그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자 송유라의 표정은 더 일그러졌다. 그녀는 구승훈의 말을 무시한 채 계속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강 부장님 내 뜻은 그런 게 아니라 난...”“꺼지라고.”강하리는 더 이상 그녀의 가식적은 말들을 듣고 싶지 않아 돌직구를 던졌다.“내가 경비원이라도 불러야 하는 건가요? 송유라 씨 공인이잖아요? 쫓겨나는 모습 보이면 안 될 텐데.”송유라는 강하리의 말에 멈칫하더니 바로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억울한 표정으로 구승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승훈 오빠. 난 그저 강 부장님과 오빠가 싸울까 봐 걱정돼서 설명하러 온 건데 강 부장님은 이게 무슨 태도야?”구승훈의 표정은 정말 안 좋아 보였지만 강하리의 태도 때문이 아니었다. 강하리는 송유라를 항상 마음에 걸려 했다. 이런 상황에 송유라가 찾아온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것밖에 더 되지 않았다. 강하리의 꺼지라는 한 마디는 사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구승훈은 방금 강하리가 한 말에 화가 났을 뿐이었다. 강하리는 화가 나니 아주 자연스럽게 그가 필요 없다는 말을 뱉어냈다. 이 여자가 감히 더 이상 그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다니.구승훈은 마음속에서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았지만 어디에 풀 곳이 없었다.그의 차가운 눈빛이 송유라에게로 향했다.“내가 먼저 돌아가라고 한 말 못 들었어?”송유라는 그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구승훈은 눈물을 흘리는 송유라의 모습에 그제야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먼저 돌아가. 여기에서 네가 더 설명할 건 없어.”송유라도 이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69화

    손연지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오늘 너하고 함께 있으려고 VIP 병동 당직을 신청했거든. 근데 그 나쁜 년이 나한테 물을 가져다 달라 과일 깎아달라 아주 다 시키는 거야. 참다못해 내가 난 의사지 그쪽의 간병인이 아니라고 몇 마디 했더니 글쎄 컴플레인을 제기한 거 있지? 결국 과장님한테 불려 가서 혼났어. 진짜 화가 나 죽겠네.”“그리고 구승훈 그 개자식은 자기 때문에 네가 이렇게 힘든데 송유라 생일을 축하해줄 정신은 있나 보지. 정말 생일 케이크를 그놈 머리에 던져버리고 싶었어. 그 자식 네 생일은 챙겨줬니?"강하리는 씁쓸한 웃음을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미안해. 나 때문에 너까지 힘들게 만들었네.”“뭐가 너 때문에 힘들다고 그래. 다 그 나쁜 놈들 때문이야. 난 구승훈이 꽤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어. 지난번 인터넷 폭로 때도 옳고 그름은 분별할 수 있는 사람이었잖아. 근데 이번에는 정말 역겨워. 빨리 송유라 그년이 구승훈 그 개자식을 뺏어가야 할 텐데. 두 사람 아주 잘 어울려. 다시는 널 괴롭히지 말아야 할 텐데. 너 구승훈하고 헤어지면 내가 좋은 남자 소개해 줄게.”손연지는 강하리에게 윙크를 날리며 말했다.강하리는 웃으며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고 손연지의 손에 들려있는 물건을 바라보았다.옷 몇 벌과 새 핸드폰 외에 강하리가 말한 계약서도 들려있었다.강하리는 핸드폰을 가져와 카톡을 로그인한 뒤 바로 심준호에게 문자를 보냈다.[심 대표님 혹시 제가 부탁을 좀 드려도 될까요?]문자를 보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심준호에게서 전화가 왔다.“강하리 씨 나한테 부탁할 일이 있다고요?”강하리는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저한테 계약서가 하나 있는데 대표님이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계약을 해지하고 싶어서요.”“알겠어요. 나한테 보내줘요.”강하리는 계약서를 사진 찍어 심준호에게 보냈고 곧 심준호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이 계약을 끝내고 싶은 거예요?”강하리는 웃으며 말했다.“네.”심준호는 한참을 말이 없더니 입을 열었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70화

    강하리는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구 대표님. 잠깐 자리 좀 피해줄래요? 심 변호사님과 단둘이 얘기를 나눠야 해서요.”구승훈은 비웃음을 터트렸다.“왜? 내가 여기 있으면 얘기를 못 나눠?’심준호는 손에 든 자료를 정리하며 말했다.“당연히 가능하지. 단지 우리 구 대표님이 좀 진정해 주길 바랄 뿐이야.”일 얘기가 시작되자 심준호의 부드러운 분위기는 한순간에 사라지고 예리함과 프로패셔널함만이 남아 있었다.강하리는 잠시 말이 없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변호사님 저희 나가서 얘기 나눠요.”심준호는 구승훈을 한 번 쳐다보고서는 대답했다.“그래요.”구승훈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마침내 강하리가 몸을 일으키자 그가 일어서면서 말했다.“먼저 밥부터 먹고 얘기 나눠.”말을 마친 뒤 그는 병실을 떠났다.병실의 문이 다시 닫히자 강하린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심준호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아침 안 먹었어요?”강하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배가 고프지 않아서요.”심준호는 동의하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밥은 먹어야죠.”강하리는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일 얘기를 꺼냈다.“변호사님 이 계약을 해지하고 싶은데 위약금을 좀 깎아주실 수 있을까요?”심준호는 강하리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 건네주었다.“밥 먹고 싶지 않으면 몰래 간식을 먹으면 되죠. 정말로 굶지는 말고요.”강하리는 심준호가 건넨 초콜릿을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리며 받았다.“감사합니다 변호사님.”심준호는 그저 미소를 지을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하리 씨가 보여준 계약서는 하리 씨에게 많이 불리해요. 하지만 하리 씨가 반드시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구승훈도 계약을 많이 어겼고요...”심준호는 강하리의 앞에서는 무의식적으로 목소리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는 강하리에게 계약서 내용을 조목조목 분석해 주었다.어느덧 두 시간을 훌쩍 넘어버렸다.“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하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71화

    ”여기서 두 시간을 기다렸다고?”구승훈이 그를 바라보았다.“정말 도와줄 생각인가?”“당연한 거 아니야?”심준호가 눈썹을 올렸다가 내렸다.“미리 말해주는 거지만, 강하리는 그쪽 대리비를 감당하기 힘들 거야.”심준호가 맡는 사안들은 건당 억대 대리비용이 지급되는 명문가 경제적 갈등이나 이혼소송 건이었다.구승훈의 냉소에 심준호가 미소로 대답했다.“뭐, 가끔씩은 공짜로 재능기부 하기도 해.”그러자 구승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재능기부로 포장된 흑심이 아니라?”“너, 지금 아무나 막 물고 늘어지는 미친개 같은 거 알아?”심준호의 표정 역시 서늘해졌다.“그럴 시간 있으면, 왜 너를 떠났는지 잘 돌이켜보고 뉘우치는 게 어때?”구승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한참 뒤,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뭐 하든 내 자유고. 하지만 계약은 계약이니까.”“맞아. 그러니까 내가 도와주든 말든, 그것도 내 자유지. 나 알잖아. 일할 때는 공과 사 철저하게 구분하는 거.”구승훈이 고개를 숙여 담배 한 대를 붙였다.한 모금 빨고 다시 입을 열었다.“성질 부리는 것 뿐이야. 좀 지나면 괜찮아져.”“성질 부린다고? 애 잃고 자기 목숨까지 잃을 뻔한 게 고작 성질 부릴 일이라고?”심준호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구승훈은 어두운 얼굴로 담배만 빨다가, 이윽고 한 마디 뱉었다.“아무튼 난 절대 안 놓아줄 거다.”그러고는 담배를 끄고 병실로 들어갔다.강하리가 여전히 침대맡에 몸을 걸치고 앉아있었다.옆에 놓인 음식들은 다치지도 않았다.구승훈은 점점 가슴이 더 답답해져 강하리를 바라만 보다가, 이윽고 픽 웃었다.“강하리, 3년이나 살 맞대고 지냈는데, 정말 아무 감정도 없어? 나한테?”강하리는 눈을 내리깐 채 대답이 없었다.하지만 눈 속에 복잡하고 씁쓸한 감정은 숨겨지지 않았다.참기 힘들었다. 막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겨우 웃음 한 줌을 짜냈다.“그냥 거래일 뿐이라고 한 건 그쪽 아닌가요?”그 말에 구승훈의 눈길에 고통스러움 한 결이 스쳤다가 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72화

    힘없이 화장실 문 손잡이에 몸을 지탱하며 강하리가 쓴웃음을 지었다.“아니에요. 음식 때문이 아니라 제가 컨디션이 좀…….”저쪽에 얼굴이 시커매진 구승훈이 보였다.“강하리, 언제까지 이러는지 두고 보자.”낮은 웃음소리로 화답하는 강하리.그제야 아줌마는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의 불꽃이 튀고있단 걸 알아챘다.구승훈이 떠난 뒤, 아줌마가 강하리를 타이르기 시작했다.“아가씨. 이러시면 아가씨 몸만 망가지세요.”“다 이유가 있어서 이러는 거니까 신경 안 쓰셔도 돼요.”그렇게 강하리는 사흘을 버텼다.구승훈의 강권에 저항하듯 단식 투쟁을 이어갔다.그동안 구승훈의 미간은 펴질 줄을 몰랐고.그러면서도 갈 데까지 가보자는 듯 타협하지 않았다.총성 없는 사흘 간의 전쟁.“형, 강 부장은 요즘 좀 어때?”나흘째 되는 날, 얼굴색이 말이 아닌 형에게 구승재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꾸준히 고얀 짓 중이시다.”구승훈의 냉랭한 말투에 구승재가 멈칫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그, 뭐야. 형이 먼저 잘못했다고 수그려 보는 건 어때?”“안 한 줄 아냐?”정말이지, 여자한테 이렇게까지 굽실댄 건 처음이다.물론 어디까지나 구승훈의 기준에서.다른 의미로는, 강하리만큼 고집 센 여자가 구승훈에겐 처음이다.구승재가 속으로 욕을 뱉었다.형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어떤 식으로 수그렸는지는 안 봐도 비디오.“내 말은, 윽박지르지만 말고 차근차근 잘 좀 달래 보라고. 강압적 포스남 컨셉이 모든 여자한테 먹히는 건 아니니까.” 구승훈의 미간이 팍 구겨졌다.“그 고집불통이 좋은 말로 달랜다고 퍽이나 잘 듣겠다.”“그건 형 추측일 뿐이잖아.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승재의 말에 구승훈의 눈에 살짝 광채가 감돌았다.그날 퇴근 후.구승훈은 액세서리 매장에 와 있었다.어렴풋하게나마, 강하리가 귀걸이는 안 좋아한다던 기억이 떠올랐다.꼼꼼히 둘러보며 고르고 골라, 목걸이 하나를 정교하게 포장했다.지이잉-!휴대폰이 울렸다.“대표님! 어디세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73화

    강하리는 멍한 표정이었다.시종일관 한 마디도 없었다.소리 없는 눈물 한 방울이 눈가에서 흘러내렸을 뿐.드디어 원하던 결말인가.하지만 하나도 안 기쁜 건 왜일까.온통 상처만 남긴 둘의 관계.아주 미약하게나마 섞여있는 달콤함도.이런 방식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아름답게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었다.구승훈이 질리면 조용히 사라져 주는 시나리오도 생각했었다.하지만 이런 식으로 그녀가 먼저 떠날 줄은 몰랐다.구승훈의 눈길이 그녀의 눈물에 멈췄다. 저도 모르게 닦아주려고 손이 올라갔다.하지만 강하리가 고개를 돌려 비켜버렸다.구승훈의 손이 허공에 얼어붙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손을 거둬들였다.“아줌마가 죽 보내왔으니까 조금이라도 먹어.”구승훈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그 약은 안 먹어도 돼. 억지로 먹이지 않을게.”말을 마친 뒤, 뒤돌아 서서 아줌마가 가져온 죽을 그릇에 옯겨담았다.그릇을 든 손에 뼈마디가 하얗게 튀어올라와 있었다.다 뜨고 돌아서니, 강하리가 안간힘을 쓰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구승훈이 급급히 그릇을 한쪽에 놓고 강하리를 부축해 일으켰다.강하리의 입술이 일 자로 꽉 다물어졌다. 소리 없이 옆에 놓인 그릇과 숟가락을 가져와, 조용히 죽을 떠 먹기 시작했다.1인분이 채 안 되는 죽을 강하리는 30분동안이나 먹었다.구승훈은 조용히 서서 강하리가 죽을 다 먹기를 기다렸다가, 그녀가 그릇을 놓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앞으로 어떻게 지낼 건데?”“회사 다니면서 먹고 사는 거죠 뭐.”“회사는 다 나은 뒤에 나오는 걸로.”강하리가 멍해졌다가 곧 웃었다.“구 대표님, 뭔가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저 에비뉴에서 이직하려고요.”“이유는?”구승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가급적 그쪽이랑 직장에서 마주칠 일이 없었으면 싶어서요.”“지금 나랑 생판 남남이 되겠다는 건가, 강 부장?”구승훈의 입에서 상처 입은 짐승 같은 으르렁거림이 흘러나왔다.“끝낼 거면 깨끗이 끝내는 게 좋을 것 같네요.”구승훈의 얼굴

Latest chapter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4화

    두 사람 관계에 있어서 누가 봐도 을인 모습이었다.사무실에 있던 몇몇 기자들은 서로 눈치만 봤다.에비뉴와 정안그룹이 강하리 명의로 되어 있다고?그렇다면 강하리 혼자서도 B시 재벌과 맞먹는 것 아닌가.여러 기자가 모두 멍한 표정으로 구승훈을 바라봤다.구씨 가문의 권력자 구승훈이 자신은 아내 덕분에 먹고 사는 놈이라고 말하다니, 그것도 제법 자랑스러워하는 듯했다.“그러면 강 대표님이 구 대표님과 송유라 씨 사이에 개입했다는 건...”구승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제가 우리 강 대표님과 언제 만났는지 아세요?”기자는 고개를 저었고 구승훈은 오른손 손가락으로 왼쪽 약지에 낀 반지를 살며시 돌리면서 시선을 내리깔고 웃었다.“아홉살 때 만났어요. 그 여자가... 제 삶의 유일한 구원이었죠.”구승훈은 복잡한 감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자기야, 미안해. 오랜 세월 많이 힘들었지? 오늘 여기서 맹세할게. 나 구승훈은 평생 강하리의 것이란 걸.”강하리는 화면 속 구승훈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코끝이 시큰거렸다.개자식, 인터뷰만 할 것이지 왜 저런 말을 해서는.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구승훈의 말에 그녀의 마음속에 작게나마 남아있던 불편함이 말끔히 사라졌다는 걸.인터넷에 그 많은 루머들이 떠돌아다녀도 언제나 그녀를 감싸줄 사람이 있었다.구승훈의 인터뷰는 곧 화제성을 끌어모았고 강하리를 욕하던 사람들은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댓글 창에는 축복의 글이 가득했다.강하리는 휴대폰에 달린 축복의 댓글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었고 구승훈의 목소리에는 미소가 묻어났다.“강 대표님, 나 보고 싶어?”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며 웃었다.“오늘 밤 일찍 돌아가서 맛있는 거 해줄게.”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맛있는 음식만 있어?” 강하리는 멈칫했다.“또 뭘 원해?”“다리. 자기야, 한번 해보자.”강하리는 이를 갈며 그냥 전화를 끊었고 구승훈은 끊어진 전화를 바라보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3화

    구승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정양철은 죽었지만 애초에 그가 강하리 어머니에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이대로 알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시점에 정양철과 관련된 또 다른 단서가 나올 줄이야.“확실해요?”“물론이죠.”구승훈은 전화를 끊고 심준호에게 연락했고 그와 대화를 마친 뒤 밖을 향해 말했다.“시작하지.”잠시 후 비서가 기자 10여 명을 데리고 구승훈의 사무실로 들어왔다.나문빈이 홈페이지를 정상으로 되돌리자 강하리를 욕하던 사람들은 모두 SNS로 옮겨갔고 과거 여러 번 검색어에 오르며 욕을 먹었던 흑역사도 전부 밝혀졌다.SNS에서 누군가가 돈으로 사주했는지 갈수록 심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안예서는 점점 더 고조되는 SNS의 화제성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약서를 하나하나 처리하는 강하리를 보며 조금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대표님, 이걸 제대로 밝힐 방법을 찾아야겠어요.”강하리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그럴 필요 없어. 욕하다 지치면 자연스레 그만두겠지.”안예서가 다소 우울한 표정으로 강하리를 설득하려는 그녀는 이미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안진 그룹 총괄팀장과 약속 잡아줘.”안예서는 다소 무력한 한숨을 내쉬며 뒤돌아 사무실을 나섰다.그녀가 사무실을 나간 뒤에야 강하리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고 손가락이 SNS 아이콘 위에서 잠시 멈칫하다 클릭했다.하지만 들어가서 보니 그녀를 욕하는 내용은 사라지고 안예서가 말했던 것들도 전부 보이지 않았다.대신 라이브 방송 하나가 떠서 클릭해 본 강하리는 깜짝 놀랐다.구승훈이었다.뒤에 비치는 장소는 그의 사무실 같았다.남자는 검은 셔츠를 입은 채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어 손가락엔 어느새 반지를 끼고 있었다.자세히 보면 그녀가 끼고 있는 반지와 같은 모델이지만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크지 않을 뿐이었다.강하리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에 낀 반지로 시선을 옮겼고 그 시각 왠지 모르게 인터넷에서 자신에 대해 뭐라고 말하든 다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졌다.무슨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2화

    구승훈은 휴대폰 메시지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밤에 보상해 줄래?]손연지가 왔다며 허튼수작 부리지 말라고 답장하려던 찰나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고 안예서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큰일 났어요.”강하리는 잠시 멈칫했다.“뭔데, 천천히 얘기해 봐.”“오늘 아침 일찍 우리 회사 홍보 사이트가 해킹됐는데 사이트에 온통 대표님이 스폰 받았다는 이상한 댓글이 가득해요.”안예서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고 강하리는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알겠어.”전화를 끊고 회사 사이트에 들어가니 그녀의 눈에 온통 적나라한 욕설들이 가득 들어왔다.스폰을 받았다는 사람도 있고 몸을 대주고 높은 자리로 올라갔다는 말도 있었다.심지어 구승훈과 송유라 관계를 그녀가 망쳤다는 사람도 있었다.송유라가 세상을 떠난 지 거의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녀의 팬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고 지금 JM의 사이트에도 그들이 가득했다.[내연녀는 내연녀지. 뭐라 해도 해명하지 못해.][그냥 내연녀도 아니고 몸 팔아서 JM 파트너 자리를 꿰찼는데 역겹지도 않아?][JM은 유엔 산하의 번역 회사인데 저런 사람이 대표야?][허, 어떻게 그 자리로 올라갔는지 누가 알겠어. 또 유엔에 어느 높으신 분을 모셨겠지.]강하리는 댓글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휴대폰을 쥐고 있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해버렸다.심호흡하고 안으로 들어가 손연지에게 설명한 뒤 회사로 차를 몰고 가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모르겠다.차 안에서 핸들을 잡은 강하리는 문득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이번에도 누가 자신을 노린 건지 짐작할 수 있었다.어제의 사건은 이미 지나간 일이고 나머지는 진태형의 해명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보아하니 상대는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둘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강하리는 회사에 도착하자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느꼈지만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곧장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꼭대기 층에 도착하자 안예서가 반갑게 맞이했다.“대표님, 괜찮으세요?”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1화

    강하리는 차 안에서 잠든 손연지를 바라보다가 노민우의 전화를 받았고 노민우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불안함이 묻어났다.“강하리 씨, 손연지한테 연락이 왔어요?”“나랑 같이 있는데 무슨 일 있어요?”노민우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지금은 나랑 얘기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 같이 있어 줘요.”강하리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말을 꺼냈다.“노민우 씨, 연지는 잘 우는 사람이 아닌데 내가 공항에 데리러 갔을 때 밤새 운 것 같았어요. 그쪽이 무슨 사정이 있든 연지를 이렇게 울렸으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설명해야 할 거예요.”노민우가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으면 연성으로 찾아갈 기세로 강하리는 유난히 단호하게 말했다.노민우는 다소 억울했지만 그래도 순순히 답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손연지한테 다 설명할게요.”강하리는 손연지를 데리고 그녀와 구승훈의 저택으로 향했고 비몽사몽 눈을 뜬 손연지는 눈앞에 가득 찬 리시안셔스와 정원 뒤편에 있는 성처럼 생긴 저택 건물을 보았다.“세상에, 하리야. 여기가 너 사는 곳이야?”강하리는 그녀의 모습에 비로소 살짝 안도했다.“그런 셈이지.”손연지는 차 문을 열고 곧장 저택으로 향했다.위층과 아래층을 몇 번이나 돌아보더니 갑자기 나와서 강하리를 껴안았다.“자기, 날 먹여 살려줘. 마침 나도 일자리 잃었는데.”강하리의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가 옅어졌다.“일자리를 잃었다니 무슨 말이야?”손연지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들떴던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우울한 한숨을 내쉬었다. “직업도 없고 일자리도 잃었어. 부모님도 나 때문에 창피당했고.”강하리는 미간을 찌푸렸고 손연지가 자세히 말하지 않았지만 대충 짐작할 수 있었기에 다가가 그녀를 안아주었다.“괜찮아, 내가 복수해 줄게.”손연지는 코끝이 시큰거렸다.“하리야, 역시 너밖에 없어. 개자식들은 하나같이 나쁜 놈들이야!”강하리는 손연지를 껴안고 위로하듯 속삭였다.더 이상 구체적인 질문은 하지 않은 채 객실로 데려가 샤워할 수 있도록 욕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0화

    구승훈은 잠든 강하리의 얼굴을 보며 참지 못하고 다가가 입술에 뽀뽀했다.“자기야, 미안해.”강하리의 속눈썹이 두 번 파르르 떨리더니 굳게 감고 있던 그녀의 눈가가 시큰거렸다.구승훈은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강하리를 껴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 줄이야.겨우 반쯤 잠이 들었을 때 문득 강하리의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구승훈, 나도 당신을 지켜주고 싶어.”구승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그대로 꿈속으로 빠져들어 갔다.다음 날 아침, 강하리가 잠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손연지였다.슬쩍 확인한 강하리가 서둘러 전화기를 집어 들자 저쪽에서 손연지의 코 막힌 소리가 들려왔다.“하리야, 이틀만 거기로 놀러 가도 돼?”강하리는 당황했다.“당연하지. 언제 오는데? 내가 데리러 갈게.”“나 지금 B시에 있어.”강하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구승훈은 끙 앓는 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운 얼굴로 몸을 움츠렸다.“자기야, 방금 남은 인생의 행복을 자기 손으로 망칠 뻔한 거 알아?”강하리의 얼굴이 순간 빨개졌다.“구승훈, 괜찮아?”구승훈이 그녀의 턱을 잡고 입술을 깨물었다.“안 괜찮아. 강 대표님이 호 불어줘.”농담하는 걸 보니 괜찮나 보다.“그러게 누가 함부로 뻗으래.”구승훈은 웃으며 그녀의 귀로 다가갔다.“오늘 밤 다리로 해볼까?”강하리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좀 진지하게 굴 수는 없어?”구승훈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당당하게 말했다.“망가졌는지 확인해 봐야 하지 않겠어?”강하리는 손연지 때문에 그와 더 실랑이를 벌이기 싫어 침대에서 일어나 발코니로 향했다.“손연지, 너 지금 어디 있어?”“아침부터 내 앞에서 애정행각 벌이는 건 좀 아니지 않니?”농담이었지만 손연지의 기분은 여전히 좋지 않았기에 강하리는 얼굴을 찡그렸다.“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게.” 손연지가 강하리에게 위치를 보냈고 강하리는 서둘러 샤워를 마친 뒤 문을 나섰다.구승훈이 그녀와 동행하려는데 구승재가 갑자기 회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79화

    구승훈의 목울대가 몇 번이나 꿈틀거리다가 겨우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강하리의 손가락을 잡은 채 다소 씁쓸하게 웃었다.“온실 속 화초가 아니야.”소중한 보물이다.이미 자신 때문에 너무 많은 고생을 한 그녀였기에 더는 그녀가 걱정하지 않기를 바랐고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도 더더욱 원치 않았다.그저 그녀가 밝게만 지내길 바랐다. 여초연도, 구동근도, 자신의 몸도 더는 그녀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순 없었다.“자기야, 날 믿는다면 조금만 더 기다려줘. 잠깐만 기다리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내가 전부 다 솔직하게 말할게. 알았지?”조금만 더 시간을 줘서 정상으로 돌아가거나 완전히 포기하게 됐을 때 모든 걸 이 여자에게 말할 거라고 다짐했다.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미소를 지었다.“알았어.”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으로 걸어갔고 구승훈은 다소 우울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강하리가 여전히 속상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구승훈은 안도하는 동시에 마음이 점점 더 씁쓸해졌다.여초연이 대체 얼마나 자신을 미워하는지 모르겠다.어쩌면 그녀의 말처럼 자신이 여초연의 인생을 망쳤으니 본인도 똑같게 망가뜨리겠다고 생각하는 걸지도.하지만 구승훈은 애초에 원하지도 않았고 이대로 그녀의 손에 망가질 생각도 없었다.그녀가 그를 낳은 이상 끈질기게 살아남을 거다.시선을 내린 구승훈이 노민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치료하는 데 협조할게.]노민준은 곧장 전화를 걸었고 구승훈이 발코니로 가서 전화를 받으니 그의 무기력한 웃음소리가 들렸다.“잘 생각했어. 희망이 없는 건 아니야.”구승훈은 무심하게 대꾸했고 노민준은 약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였다.웬일로 구승훈이 가만히 듣고만 있으니 전화를 끊기 전 노민준이 갑자기 물었다.“왜 갑자기 생각이 바뀐 거야?”구승훈은 방에서 침대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강하리를 바라보며 입꼬리가 무의식적으로 올라갔다.“힘들게 얻은 지금의 일상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겠지.”전화를 끊고 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78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갈등이 남아 있어도 기꺼이 노력해 보고 싶었다.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강하리의 말에 심문석은 한심하다는 말만 되풀이했지만 저도 모르게 얼굴엔 웃음이 번졌고 벌써 결혼식 장소까지 고심하고 있었다.“너희 둘이 또 아이를 낳으면 그땐 할아버지가 키우마.”강하리의 표정이 잠깐 굳어졌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심하게 대꾸하며 넘어갔다.식사를 마치고 떠나려는 구승훈을 보며 강하리가 물었다.“여기 안 있을 거야?”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나 보내기 싫어?”입술을 달싹이며 빤히 상대를 바라보던 강하리는 그의 눈빛에서 그동안 줄곧 그가 회피하던 답을 찾으려는 듯했다.비록 구승훈은 회사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빠서 그런 거라고 했지만 강하리는 이 남자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아무리 바빠도 이렇게까지 욕구를 참는 사람이 아니었고 관계를 갖지 않아도 늘 그녀를 탐하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요 며칠 그녀가 약에 취했을 때를 제외하고 말만 능글맞게 할 뿐이었다.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며 구승훈을 바라보다가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나랑 연정이가 같이 가도 돼?”멈칫한 구승훈이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더 원하는 거야?”강하리가 웃었다.“응.”구승훈의 미소가 잠시 굳어졌고 그가 거절하기도 전에 강하리의 말이 다시 들렸다.“방금 그런 일을 겪고 나니까 좀 무서워. 구승훈, 여기 남던지 내가 따라갈게.”강하리가 말을 마치며 허리를 감싸자 구승훈의 목울대가 꿈틀거리며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이걸 어떻게 거절하나.구승훈은 결국 남기로 했고 그가 이곳에 머물자 백아영은 연정이를 자신의 방으로 곧장 데리고 갔다.구승훈이 나가서 노민준에게 연락하고 돌아왔을 때 강하리는 이미 샤워를 끝낸 뒤였다.얇은 잠옷만 입고 있는 몸에는 구승훈이 새긴 흔적이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있었다.구승훈은 문 앞에 서서 가슴에 팔짱을 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몸이 견딜 수 있겠어?”강하리는 아무 말 없이 화장대 거울로 가서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77화

    구승훈은 걸음을 멈칫하며 뒤돌아 밖을 내다보았다.밖에서는 여전히 이정숙이 진시연의 눈물을 닦아주며 화가 잔뜩 난 채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구승훈은 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으로 나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그는 고개를 숙여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았다.가상의 번호로 전송된 사진은 다름 아닌 강하리와 주해찬이 방에서 포옹하는 모습을 찍은 것이었다.사진 한 장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구승훈은 콧방귀를 뀌며 전화를 걸었다.“나문빈 씨, 가상 번호 위치 좀 확인해 줘요.”나문빈은 혀를 찼다.“둘이 날 노예처럼 부려 먹기로 작정한 겁니까?”얼마 전 임명우와의 계약 때문에 화가 난 강하리는 그를 남미로 발령 보내 시장 개척에 앞장서도록 했고 며칠 동안 그는 바빠서 피를 토할 지경인데 이젠 구승훈까지 못살게 굴고 있었다.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내 아내를 화나게 했습니까?”나문빈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 임명우가 특별히 강하리와 만나야한다는 조건을 걸었으니 분명 딴마음이 있다는 건데 이걸 구승훈이 알게 되면 그에게 어떤 날벼락이 떨어질지 모른다.“흠, 그 번호 보내요. 이런 작은 일은 구 대표님께서 직접 연락할 필요 없이 앞으로 비서 통해서 연락해 주시면 됩니다.”그렇게 말한 뒤 나문빈은 서둘러 전화를 끊었고 구승훈은 나문빈과의 통화를 마친 뒤 고개를 들어 진시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마침 고개를 돌린 진시연의 두 눈엔 억울함이 가득 차 있었고 구승훈의 눈빛은 점점 더 싸늘해졌다.진시연이 시선을 거두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얼굴에 남아있던 서글픈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누구나 소유욕이 있다.특히 구승훈 같은 남자는 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와 껴안고 있는 걸 용납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지금은 드러내지 않더라도 이 일은 그의 마음속 가시로 박히게 될 것이고 진시연은 이 가시가 뿌리를 내리고 썩기만을 기다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진씨 가문 생일 잔치에서 벌어진 소동은 B시 전역에 퍼졌다.심씨 가문 사람들도 자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76화

    “여사님, 못 때린 걸 다행으로 생각하세요. 아니면 지금쯤 구급차 부르셔야 했을 거예요. 제 주먹 맛보고 싶지는 않으시겠죠?”이정숙은 너무 화가 나서 눈이 뒤집혔다.“구승훈, 언제부터 네가 우리 진씨 가문 일에 참견했어?”구승훈은 혀를 차며 강하리의 손을 잡아당겨 이정숙 앞에 내밀었다.“보셨죠? 결혼반지. 강하리는 이제부터 제 약혼녀입니다.”구승훈의 말에 이정숙이 당황했고 옆에 있던 진시연은 우는 것도 잊은 채 얼굴이 하얗게 변해갔다.이정숙은 구승훈에게 말이 통하지 않자 다시 강하리를 돌아보았다.“강하리, 난 네 할머니야!”강하리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나한테 약이나 먹이는 할머니 따위 둔 적 없어요.”이정숙은 깜짝 놀라며 진시연을 흘끗 쳐다보았고 진시연이 달려와서 이정숙의 앞을 막았다.“하리 씨, 어떻게 할머니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어요?”강하리가 비웃었다.“진시연 씨 대신 죄도 뒤집어쓰는데 나는 말도 한 마디 못 하나요?”진시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하리 씨, 지금 나 의심하는 거예요?”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피식 웃었다.“아빠도 날 의심하고 하리 씨도 날 의심하네요. 두 사람은 진짜 부녀 사이고 전 그저 사랑하고 돌봐줄 사람이 없는 고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요. 그냥 나를 진씨 가문에서 쫓아내고 싶은 거죠? 내가 나갈게요.”이정숙은 그 말에 서둘러 진시연을 껴안았다.“시연아, 그런 말 하지 마.”강하리는 눈꼴신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아 두 사람을 지나쳐 곧장 저택으로 향했다.“누구든 가만 안 둬요.”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진시연을 돌아보았다.“그리고 진시연 씨, 앞으로 내 남자한테서 떨어져요. 매번 남의 약혼자한테 들러붙는데 내연녀라도 되고 싶은 거예요?”진시연의 얼굴이 창백했다.“하리 씨, 아니에요. 난 그저 F대륙에서 힘든 시기를 같이 보낸 사람이라 구승훈 씨한테 고마울 뿐이에요. 하리 씨는 이 정도 일도 이해 못 해주는 건가요?”강하리가 피식 웃었다.“미안한데 난

Scanner le code pour lire sur l'applicatio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