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승훈의 눈섭은 한껏 위로 치켜올랐다.그는 미소를 머금고 강하리를 쳐다봤지만 어떤 기쁨도 그의 표정에서 찾을 수 없었다.“강 부장, 나랑 단둘이 하고 싶은 말이 뭔데?”강하리는 옆에 있던 임정원한테 눈짓을 하며 밖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임정원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하리를 져다봤다.“오래 걸리지 않을 거에요.”강하리가 다그치자 임정원은 마지 못해 머리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임정원이 나간 후, 강하리는 구승훈에게 시선을 돌렸다.“대표님, 임 변호사님께서는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으셔서요.”구승훈은 재미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듯, 되려 강하리의 손목을 꽉 잡고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쇄골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그래서?”강하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니까 임 변호사님께서 먼저 가시게 하는게 좋지 않을가요?”구승훈은 비웃듯 말했다.“강 부장, 도대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 건데?”강하리는 임정원이 구승훈의 두번째 도우미가 될까 두려웠다.도우미는 구승훈의 마음에 들지 않아 그냥 해고된거로 끝났지만, 만약 구승훈이 진심으로 화를 내면 임정원은 더 이상 보경시에 남을수 없을 것 같았다. 그녀는 임정원에게 그런 희생을 강요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강하리는 사실 구승훈의 의도를 이해했다. 구승훈은 그녀에게 자발적으로 포기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었다. 구승훈의 악의적인 미소를 보며 강하리는 씁쓸한 미소를 띠었다. "곧 개정이라 지금 번역사를 바꾸는 것은 어려워요." "나와 뭔 상관인데? 강하리, 이 사람은 너가 아니면 안되는거야?" 강하리는 속이 부글부글 타올랐지만 지금은 구승훈의 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속에서 불타오르는 화를 꾹 참고 말했다."대표님께서 전에 제가 이 알바를 하는 걸 허락해 주셨잖아요."구승훈의 얼굴은 점차 굳어갔다. 그는 강하리를 보며 기쁨과 분노가 공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강 부장이 어떤 알바를 하던 간섭하지 않을게. 하지만 강 부장도 내가 뭘 하든간섭하
강하리는 발버둥치기 시작했다.방금 그런 일을 겪은 상황에서 그녀는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구승훈은 그녀에게 반항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구승훈은 평소 강압적이지만, 이런 면에서는 더 잘 표현된다.강하리는 그의 품에 안긴 채 몸 곳곳이 뜨거워졌다.구승훈은 그녀의 몸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잠시 후, 강하리의 몸은 나른해졌다.구승훈의 늘씬한 허벅지도 그 틈을 타서 그녀의 다리 사이로 힘껏 파고 들어갔다.두 사람의 애정행각이 엘리베이터 거울에 환히 비춰지고 있었다.강하리는 눈을 떴다가 인츰 다시 감았다.구승훈은 피식 웃고는 뻔뻔하게 그녀를 놀려댔다."강 부장, 몸이 왜 이렇게 나른해졌어?”구승훈은 침대 위에서 그야말로 개자식이었다.잠자리를 가질때마다 강하리에게 얼굴을 붉히는 말들을 퍼부었다.그러나 오늘날 강하리는 수치심을 느꼈다.마음은 원하지 않았지만 몸은 마음과 달리 저절로 반응했다.구승훈도 그녀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기분이 좋아졌다.강하리는 아마 전에 춤을 배웠어서 유연한 편이었다.하여 구승훈이 침대 위에서 어떤 자세를 요구하던지 그에게 맞춰줄 수 있었다.사실 오늘 그 두 남자가 강하리를 두고 싸운게 구승훈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강하리는 누가 봐도 정말 매력적이었다.그러나 구승훈은 그녀의 목에 있는 손자국을 보고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의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낙인찍혔다니.구승훈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오늘 어떻게 안현우한테 꼬리를 치셨나? 강 부장?”안현우의 이름 석자를 듣자 강하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녀는 한참 후에야 비로소 구승훈의 말 속에 담긴 악랄함을 알아차렸다."대표님은 제가 정말 그를 꼬셨다고 생각하세요?”구승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그는 당연히 강하리가 안현우를 꼬시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마음에 응어리가 떨어지지 않자 강하리 한테 태클을 걸고 싶었다."안 꼬셨어?"구승훈이 턱을 꼬집으며 힘을 주자 그녀의 얼굴은 점차 일그러졌다.강하리는 썩소를
구승훈이 들고 온건 음기 붓기 제거제였다."미안, 아까는 내가 급해서, 좀 거칠었지?”강하리의 표정은 잔뜩 어색해 졌다.잠시 후, 평소의 공손함과 거리감이 다시 회복되었다."제가 직접 바르면 돼요.”구승훈은 실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너 혼자서 되겠어?”강하리는 그 약을 슬쩍 보았다."네."하지만 구승훈은 약을 내주지 않고 그녀를 자기 앞으로 잡아당겼다."뭘 부끄러워하고 그래? 본적 없는 것도 아닌데.”강하리의 표정은 삐걱거렸다. 그녀와 구승훈의 관계는 거리감이 있었다.어쨌든 그녀는 여전히 구승훈 한테 돈을 받고 있으니, 그와 잠자리를 갖는 것까지는 괜찮았다.하지만 그와 이런 친밀한 행위를 하고 싶지 않았다."진짜 저 혼자 바를 수 있어요.”그녀는 그 약을 손에 넣으려 시도를 했지만, 구승훈은 끝내 주지 않았다.구승훈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지자, 강하리는 결국 포기했다.그는 약을 다 발라주고는 화장실로 들어가 손을 씻었다."잠깐 누워 쉬고있어. 조금 후 다른 약 또 먹어야 해.”강하리는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약이요?”"피임약.”강하리는 그제서야 방금 구승훈이 콘돔을 끼지 않았던 것이 어렴풋이 생각났다.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짓고는 알겠다고 대답했다.사실 지금은 약을 먹든 안 먹든 상관이 없었다.어차피 임신도 못 하는 상황이다.하지만 아마 구승훈이 마음이 놓이지 않나 보다.지난번 예상치 못한 임신은 이미 그의 금기를 어긴 셈이다.이런 마당에 구승훈은 그녀가 또 임신을 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다.얼마 지나지 않아 피임약이 배달되었다.강하리는 세상 평온하게 약을 목구멍으로 넘궜다.구승훈은 그녀의 기분이 상했다는 걸 대충 알아차렸다."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말자.”강하리는 어이없는 듯 픽 웃었다. 그런 실수는 다시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고 일어날 기회조차 없었다."네, 알아요.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두 번 다시 임신하지 않을 거예요.”구승훈은 그녀가 토라진 줄만 알고 비아냥댔다."강
강하리는 슬며시 눈을 떴다.구승훈은 주섬주섬 그녀한테 옷을 입혀줬다."왜 또 열이 나는 거지? 어디가 불편해?”강남은 가슴이 심하게 출렁거려 온몸이 찌뿌드드했다.숨이 가빠지고 뭔가 목구멍에 막힌 것 같았다."승훈 씨, 저 숨을 못 쉬겠어요.”그녀는 갑자기 기침하기 시작했고 뒤이어 구역질하다가 구토를 하였다.구승훈은 한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안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구승훈은 빠른 속도로 차를 몰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하리를 병원으로 옮겼습니다.의사는 그녀의 상태를 이해한 후 바로 알레르겐을 검사하더니 물었다."혹시 피임약 드셨어요?”구승훈은 강하리를 바라보고는 한 번 먹은 적 있다고 답했다.의사는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말했다. "네, 그래, 환자분은 피임약 알레르기가 있으세요. 약은 이미 처방했고, 이따가 수액을 맞으면 괜찮아질 겁니다. 환자분의 알레르기 반응은 매우 심각하니까 가능한 피임약을 복용하지 마세요.”구승훈은 머리를 푹 숙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의사가 떠난 후 병실은 조용해졌다.구승훈은 침대 옆에 앉아서 한참 그녀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다음부터는 꼭 콘돔 낄게.”강하리가 임신하면 안 되는 것은 그의 마지노선이었기에 줄곧 콘돔을 잘 꼈었다.지난번은 뜻밖의 사고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너무 급했다."네, 감사합니다.”강하리의 목소리는 몹시 차분했다.말투에는 거리감이 잔뜩 느껴졌다.구승훈은 그녀의 감사하다는 말을 듣기만 해도 거슬렸다.사실 그동안 강하리의 태도는 늘 그랬다.예의는 있지만 항상 거리를 뒀다.일부러 삐딱하게 구는 것 같았다.구승훈은 한동안 그런 강하리가 신경이 쓰였지만 나중에는 그냥 내버려뒀다.충분히 짜증 내다가 자연스레 넘어갈 꺼라 생각했다.구승훈도 늘 이만한 일로 화를 내고 싶지 않았다.다만 한 달이 지나도록 그녀가 계속 이런 태도를 보일 줄은 몰랐다.구승훈은 기분이 언짢았지만 침대에 누워 숨쉬기도 힘들어 하는 그녀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후 간호사가 약을
"죄송합니다, 구승훈 님. 방금 전에 나간 간호사는 인턴이라 아직 미흡해요.”구승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까 그 송유라 팬, 바로 해고하세요.”간호사의 얼굴색이 변했다.이분이 말로만 듣던 송유라의 남자 친구면 설마 송유라 팬을 해고하라고 할지 의문이들던 중 문득 환자로 누워있던 강하리가 생각났다. 침대에 누워 있는 강하리를 보니 증상은 피임약 알레르기로 인한 기관지 경색이었다.간호사님은 눈빛이 번쩍이더니 강하리를 이상한 눈빛으로 봤다.강하리는 그 눈빛을 무시한 채 링거를 맞은 후 눈을 감았다.구승훈은 묵묵히 그녀의 곁을 지켰다. "좀 괜찮아졌어?”강하리가 입원 후 의사는 그녀에게 항알레르기약을 처방했다.그러나 증상이 심한 탓에 수액을 투여하기로 한 것이다.약을 복용한 후 그녀의 증상은 다소 완화되었다."좀 괜찮아졌어요.”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배고프지 않아?”“아니요.”강하리는 배가 고프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간간이 토하고 싶었다."배 안 고파도 좀 먹어, 먹을 것 좀 사 올게.”구승훈은 말을 마치고 터벅터벅 병실 밖을 나섰다.강하리는 마음이 쓰렸다.비록 이 남자를 떠나기로 했지만 그렇다고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이렇게 구승훈과 송유라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칼에 베이는 듯 슬펐다.그녀는 붉어진 눈을 손으로 슬며시 가렸다.강하리가 일곱 살 되던 해에 구승훈을 만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안타깝게도, 이미 되돌릴 수 없었다.어릴 적 구승훈은 그녀의 어린 시절의 몇 안 되는 즐거운 기억이다.강하리는 그 후 여러 해 동안 힘들거나 아플 때 그 기억을 달콤하게 되새겼다.그녀도 줄곧 구승훈을 평생 달콤한 추억으로 되새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구승훈은 그녀에게 있어서 달콤한 사탕 같은 존재이기도 했지만 마약같은 존재이기도했다.그녀는 이미 달콤한 사탕 맛을 봤기에 이 마약을 끊을 수가 없었다.지금, 구승훈은 그의 첫사랑을 손에 거머쥔 채 행복에 겨워했다그
강하리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도 재빨리 이 여자가 그 팬의 어머니인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갑자기 이 상황이 너무 우스웠다.분명히 그녀가 그 피해자인데, 왜 모두가 그녀가 잘못했다 생각하는 것 일가!그녀가 꼭 용서해야 맞는 것일까?그럼, 그녀가 입은 상처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 걸까?강하리는 더없이 서러웠다."아주머님, 이거 놓으세요! 무릎을 꿇어봤자 소용없으니 이만 일어나세요!”그녀의 목소리는 약간의 분노가 녹아 있었다.그 아주머니는 그 말을 듣고 더 꽉 붙잡았다."강하리씨, 제발 제 딸과 남편을 용서해 주세요. 제발요. 원하는 것 무엇이든 말해봐요. 우리가 파산해도 상관없어요! 제발 그 둘을 용서해 주세요, 네?”강하리는 냉정하게 웃었다."사람 잘못 보셨어요.”그러고는 평온한 말투로 이어서 말했다."여기까지 오셔서 저한테 용서를 빌 게 아니라 따님께 진실을 말해야 선처를 해줄 수 있다고 전하세요.”아주머니는 당황한 눈치였다.“제 딸은 충동적으로 벌인 일인데 왜 자꾸 진실을 말하라면서 버티는 거예요!”강하리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제가 피해자인데 왜 저를 찾아와 괴롭히시는 거죠?”"무슨 개뿔 피해자 코스플레야!"햇병아리 간호사가 옆에서 중얼거렸다."내연녀 주제에!”아주머니는 땅이 꺼지도록 울어댔다."네, 우리 채령이가 잘못한 건 맞아요. 하지만 사과도 다 한 마당에 뭘 더 원해요?”강하리는 그녀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어떻게 하고 싶은 건아니예요. 저는 단지 공정하게 법으로 처벌받길 바랄 뿐이에요.”듣고 있던 아주머니는 초조해져서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아주머니의 얼굴에는 속에 맺힌 울분이 감춰지지도 않았다."법으로 처벌받기를 바란다고요? 당신이 진짜 내연녀가 아니라면 왜 제 딸이 당신을 해쳤겠어요. 제 딸은 단지 옳은 일을 했을 뿐인데, 당신이 뭔데 법으로 제재하라 마라 하는 건데요! 그리고 제 남편이 다리를 다쳤는데도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요?”그 간호사가 옆에서 한마디 보탰다."강
강하리는 줄곧 구승훈이 그 일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생각했다.줄곧 그가 정말 조금도 그 아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자초지종을 다 알아버린 지금...강하리는 도저히 어떤 마음으로 구승훈을 대해야 할지 몰랐다.구승훈이 무슨 생각으로 그 팬의 아버지한테 손을 댔는지도 감을 잡을 수 없었다.하지만 무엇 때문이든.강하리는 심란한 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아이가 유산된 것을 알고 마음이 아팠던 걸까?그녀가 볼 수 없는 곳에서 그 아이가 유산된 것에 대해 슬퍼한 적이 있었을까?강하리는 마음이 뒤숭숭해졌다....구승훈이 병실에 돌아왔을 때 강하리는 침대에 멍하니 걸터앉아 있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다 순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그는 곧장 달려가 강하리의 손에서 주삿바늘을 뽑았다."강하리! 무슨 생각하는 거야?”강하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손에 어느새 혹이 하나 불룩하게 생긴 것을 발견했다.아마 방금 그의 동작이 너무 요란스러워 주삿바늘이 빠진 것이다.강하리는 바닥을 응시한 채 면봉으로 손을 꾹 눌렀다."고마워요.”구승훈은 점점 안색이 어두워졌다."강하리, 너는 고맙다는 말이 얼마나 값어치가 없길래 입에 달고 사는 거야.”강하리는 입꼬리를 들썩거리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구승훈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돌아서서 간호사를 불렀다.간호사는 그녀를 도와 다시 링거를 놓은 후에 나갔다.구승훈은 옆 소파에 앉아 강하리를 가만히 응시했다.그는 뜸 들이다 입을 열었다."무슨 일 있었어?”강하리는 그제야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구승훈과 시선이 마주치자,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승훈 씨.”구승훈은 깊은 인내심으로 그녀가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 팬분의 아버지에게 손찌검을하셨어요?”구승훈은 눈을 슬며시 감고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맞아.""왜요?"강하리는 구승훈을 빤히 쳐다봤다."그 아이 신경도 안 쓰셨잖아요? 승훈 씨가 분명... 축복받지 않는 아이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강하리는 링거를 맞고 나니 알레르기 증상이 거의 사라졌다.의사가 와서 몇 마디 당부하고는 퇴원해도 좋다고 말했다.구승훈은 강하리를 보며 물었다."혼자 걸을 수 있겠어?”"네.”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병원을 나왔다.돌아가는 길에 강하리는 줄곧 창가에 기대어 멍하니 있었다.연성 시의 밤은 매우 조용했다.귓가에선 차 안의 음악만 흘러나왔다.구승훈 차 안의 플레이 리스트는 모두 강하리가 골라준 거다.구승훈은 재즈를 좋아하지만, 강하리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다.플레이 리스트 중의 클래식 음악은 그녀의 작은 계략이었다.구승훈이 그녀의 취향을 알아차려 주길 바랐다.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클래식 음악이 거의 끝나갈 때쯤 강하리는 창밖으로의 시선을 거뒀다."한 번 더 들어도 될까요?”구승훈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 부장, 이런 음악 좋아해?”강하리는 대답 대신 음악을 리플레이 했다.차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무슨 생각해?”구승훈이 갑자기 정적을 깼다.강하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오늘 누가 너를 찾아왔어?”"유라 씨 팬분이요.”구승훈은 미간을 찌푸렸다."그 간호사 말하는 거야? 내가 이미 병원 측에 연락해서 해고했어.”강하리는 피식 웃었다."그 간호사가 아니더라도 의사도 있을 거고 학생도 있을 건데 한명 한명 모두 해고하시게요?"구승훈은 눈을 찌푸렸다.강하리는 방금 그 말이 그를 기분 나쁘게 했을걸 알았지만 굳이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구승훈을 보고 있었다."아니면 대표님께서 유라 씨한테 부탁해 주시면 안돼요? 팬들한테 해명 좀 해달라고요.”"강하리."구승훈의 목소리가 갑자기 차가워졌다."팬은 팬이고 유라와는 아무 상관도 없어. 그니까 더 이상 유라한테 책임을 넘기지 마!”강하리의 마음은 몹시 쓰라렸다. "네, 그래서 저는 유라 씨 팬들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싸다는 거예요?”구승훈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그럼 강 부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