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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다음 날, 온 가족은 여전히 내 소식을 듣지 못했다.

외할머니는 아침 일찍 바로 집에 오셨다.

“외할머니!”

나는 기쁨에 넘쳐 달려갔다!

죽고 난 뒤, 나는 한때 외할머니를 다시 보고 싶었지만 내 영혼은 어머니에게 붙잡혀 있어 전혀 떠날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외할머니가 오셨다.

외할머니를 다시 볼 수 있다면 나는 죽어서도 아쉬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외할머니에게 닿지 않기도 전에 진명호가 갑자기 뛰어들어 친근하게 외쳤다.

“외할머니!”

그동안 진명호는 나를 이용해 외할머니에게 잘 보이려고 했고, 나의 응원 덕분에 외할머니는 이미 이 혈연관계가 없는 ‘외손자’를 받아들였다.

아이들 앞에서 외할머니는 허세를 부리지 않았다.

외할머니는 진명호의 손을 잡고 앉았다. 얼굴에는 그를 귀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다 큰 애가 호들갑은. 네 누나 어디 갔어?”

“누나!”

진명호가 크게 외쳤다.

진서희가 곧바로 뛰쳐나왔다.

“외할머니, 오셨네요!”

진서희를 보고 외할머니의 기대 눈빛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외할머니는 그냥 가볍게 “응” 하고 답했다. 목소리에서 전혀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보고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엄마, 서희가 인사하잖아요. 왜 그런 표정이에요.”

외할머니는 어머니의 말에 불만을 품고 대답했다.

“그건 내 일이고 넌 끼지 마. 서희 평소 하는 것 좀 봐.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

어머니는 정말로 진서희를 아낀다.

외할머니의 말을 듣고 어머니는 화가 나서 대답했다.

“엄마, 서희는 정말 좋은 아이에요. 왜 좀 더 이해해 줄 수 없어요?”

외할머니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너는 왜 서희만 감싸? 쟤가 사람을 어떻게 괴롭히는지 너 알기나 해? 그래, 난 쟤가 마음에 안 들어, 어쩔 건데!”

어머니는 물러서지 않고 팔짱을 끼며 외할머니와 따졌다.

“서희는 사람을 괴롭힌 적이 없어요. 설마 이러는 이유가 명희 걔가 또 엄마 앞에서 뭐라고 떠든 거예요?”

사실 나는 외할머니 앞에서 단 한 번만 울었었다.

그때 외할머니가 내 편을 들어주자 어머니는 나에게 ‘진서희, 미안해’라는 말을 만 번 쓰게 하였다.

나는 손이 다 닳아가도록 썼고 그때부터 다시는 불평을 하지 않았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를 집으로 데려온 후, 진서희는 나를 완전히 적대시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주 시간을 맞춰 일부러 나를 부딪히고, 부모님이 나타나면 내가 자기를 밀었다고 말하며 땅에 쓰러지곤 했다.

또 내가 쓴 숙제를 찢어버려서 선생님께 혼나게 만들었고, 내 가방을 몰래 숨겨서 하마터면 지각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내 옷에 낙서를 해 친구들 앞에서 모욕을 주었다.

어머니가 진서희를 편들 때마다 그녀는 더욱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내 억울함을 털어놨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내가 억지를 부리거나 지나치게 예민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정말 억울했다. 그리고 다시는 말하지 않았다.

나이를 먹고 진서희는 이 집안에서의 자신이 처한 위치를 보여주려고 늘 가족모임에서 몰래 수작을 부렸다.

부모님의 생일에 항상 외식을 하자고 주장하면서 나를 제외했다.

그리고 휴가 때면 나한테 집을 지키게 하였다.

부모님은 점점 나를 배제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나도 내가 보조 역할에만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다.

...

거실에서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불꽃 튀는 대립을 이어갔다.

결국 아버지가 나서서 말렸다.

“윤서야, 어머님도 나이가 많으신데 그만 싸워. 우리 다 한 가족이잖아. 이런 사소한 일로 기분 나쁘게 굴지 말자.”

외할머니는 아버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머니와 나를 위해서 억지로 아버지를 받아들였다.

다만 수양딸 진서희에 대해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외할머니는 진서희에게 짧고 날카로운 시선을 보낸 뒤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명희는 어디 있어? 요 며칠 명희를 우리 집에 데려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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