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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기자분은 여전히 시민들에게 위험 지역에 접근하지 말라고 호소하며, 사고를 예방하라고 당부하고 있었다.

진명호는 자세를 바로잡고 앉아 말했다.

“N계곡이 봉쇄된다고?”

어머니는 뭔가 생각난 듯 이마를 찌푸렸다.

진명호는 소파에서 일어나며 신나게 다리를 쳤다.

“정말 다행이에요. 그럼 우리 지난번 N계곡에서 캠핑 갔던 게 완전 마지막이었잖아요.”

“이제 내 친구들도 나를 부러워할 거예요. 그들은 가보지도 못 하고, 앞으로 들어갈 수도 없으니까.”

어머니의 긴장된 표정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됐어, 다 큰 사람이 왜 그렇게 호들갑야. 외할머니 생신 선물은 샀어?”

원래 어두운 표정을 지었던 아버지도 얼굴을 풀며 말했다.

“이번에 가면 너희 둘 외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려야 해.”

진명호는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어차피 매년 내 선물은 진명희가 골라줄 거니까 외할머니도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 말과 함께 그는 곧바로 축구 경기를 보러 갔다.

내 이름을 들은 어머니의 눈빛은 다시 혐오로 변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앉아 잠시 고민한 어머니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내 채팅창을 열었지만 여전히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

지난 대화는 마치 오래전 일처럼 지금 보면 어색하기만 했다.

그녀는 감정을 억누르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음성 메시지를 눌러 불만을 털어놓았다.

“진명희, 내일 전까지 집으로 돌아와. 그럼 널 집에 들어오게 할 게.”

“또 숨으면 우리 모녀 관계도 이제 끝이야!”

말을 마친 어머니는 핸드폰을 옆으로 던져놓고 침대에 누웠다.

나는 그 옆에 앉아 눈물을 흘리려 했지만 눈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반년 전, 내가 졸업할 때 부모님은 진서희가 살짝 긁힌 상처 때문에 나와 약속했던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자 나는 낮은 소리로 불평을 했고, 그들은 이제 나도 어른이라며 집에서 나가 살라고 했다.

나는 이 일이 외할머니에게 알려지면 어머니가 또 외할머니에게 꾸중을 들을까 봐 숨기기로 했다.

심지어 취직을 할 때도 외할머니의 도움을 구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알고 있었다. 내가 두 사람 앞에서 얼마나 인정받고 싶은지.

그게 내 약점이었다.

만약 관계를 끊겠다고 위협하면 내가 다시 달려와서 사과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어머니는 나를 위협할 수 없다.

나는 이미 두 달 전에 죽었으니까.

어머니가 깨어나 보니 이미 저녁이었다.

어머니는 핸드폰을 꺼내 보았고, 거기에는 오랜 친구에게서 온 메시지가 있었다.

해선 이모가 보낸 메시지였다.

[윤서야, 얼마 전에 너희 가족이 N계곡에 갔다고 들었는데 다들 괜찮니?]

[명희는 어디 갔어? 왜 전화도 안 받아.]

해선 이모의 메시지를 보고 나는 조금 감동을 받았다.

몇 년 동안 외할머니를 제외하고는 해선 이모가 나를 걱정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나는 외할머니에게는 기쁜 소식만 전했고, 힘든 일은 해선 이모에게만 말하곤 했다.

내가 슬퍼할 때 해선 이모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해 주곤 했다.

“네 어머니는 잠시 생각이 엇나가신 거야. 네 어머니도 널 사랑해.”

나는 그 말을 믿었다.

그렇지만 내가 죽기 전 어머니한테 전화를 했을 때 계속 끊긴 것을 보고 알았다.

이 세상엔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마도 달갑지 죽음이었는지 나는 죽은 뒤에도 어머니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이러고 싶지 않았다.

죽은 후에도 그들이 함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는 눈살을 찌푸리며 답장을 보냈다.

[어디에 간지 모르겠어. 며칠 후 명희 외할머니 생신이야, 너도 나랑 같이 가자.]

해선 이모는 우리 가족과 꽤 친한 사이였다.

해선 이모는 곧바로 승낙했고, 나에게 내가 원하는 실크 스카프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잠시 타이핑을 멈췄다.

어머니는 내가 해선 이모에게 부탁해서 선물로 주문한 실크 스카프가 그녀를 위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연초에 나는 살짝 어머니에게 물어봤었다. 어머니가 어버이날 선물로 무엇을 원하냐고.

어머니는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이 본 영상 하나를 보여주었고 나는 그것을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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