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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딸의 유언
사라진 딸의 유언
작가: 소웅당장

제1화

연락이 안 되자 외할머니의 압박으로 가족은 마지못해 낡은 도심의 셋방 앞에 섰다.

진명호는 코를 막고 말했다.

“이 망할 년이 왜 이런 곳에 살고 있는 거야? 엄마, 아빠, 나 여기 들어가고 싶지 않아!”

“알았어, 알았어. 그럼 너희 둘은 먼저 돌아가 있어. 우리 둘이 들어갈 게.”

진서희는 애교를 부리며 어머니의 팔을 잡고 상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동생도 너무 철이 없어요. 전화도 안 받고, 톡도 안 읽고, 아빠, 엄마를 여기까지 오게 하다니.”

“나중에 만나면 제가 혼내줄 게요!”

어머니의 눈엔 원망이 스치면서 아버지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으로 4층을 올라가 숨을 헐떡이며 그들은 401호 앞에 섰다.

문을 두드리자 웃통을 벗은 한 중년 남자가 와서 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아버지는 그를 보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내 딸과 무슨 사이야? 왜 여기서 살고 있어?”

어머니는 화가 나서 미친 듯이 안으로 들어갔다.

“진명희! 나와! 우리 몰래 남자랑 같이 살아?!”

그 말이 떨어지자 배가 불룩한 여자가 나왔다.

“혹시 잘못 찾은 거 아니에요? 우리는 여기 두 달 전부터 이사 왔어요.”

어머니는 귀찮다는 듯 눈을 흘기며 말했다.

“내 딸 진명희가 준 주소가 여기인데 어떻게 잘못될 수가 있죠?”

그 중년 남자는 어머니가 말을 듣지 않자 분노에 찬 목소리로 그녀를 밖으로 끌어냈다.

“꺼져, 꺼져, 자기 딸이 어디서 사는지도 몰라? 이거 부모 자격 없네!”

그 때 그 임신한 여자도 급히 덧붙였다.

“진명희가 전에 살던 사람인가요?”

“집주인이 말했는데 한 달 치 집세를 내지 않고 연락이 안 돼서 이 집을 저희한테 넘겨주었어요.”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사를 하면 말을 해야지, 헛걸음을 했잖아!”

두 사람이 성질을 부르며 떠나려던 참이었는데 집주인이 마침 돌아왔다.

부모님의 신분을 알게 된 집주인은 곧바로 집세를 요구했다.

“빨리 집세 갚으세요. 그리고 걔가 남긴 물건도 다 처리해 주시고요.”

부모님은 의심스러운 듯 남긴 내 물건을 보러 집주인을 따라갔다.

물건은 두 달 동안 방치된 채 먼지가 쌓여 있었다.

아버지는 내가 자주 입던 옷을 알아보며 말했다.

“이건 걔가 입던 옷이 맞아.”

어머니는 이마를 찡그리며 말하였다.

“일부러 버리고 간 게 아니야? 우리가 치우게 이사 가면서 쓰레기는 버리고 간 것 같아.”

집주인은 더 이상 그 말들을 들을 수 없어 호의로 일깨워주었다.

“그게 다 쓰레기는 아니고, 자주 쓰던 물건들이에요. 사진첩도 있고, 증명서도 있잖아요. 애가 좋으니까 내가 다 남겨 둔 거예요.”

어머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창고 안은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다.

어머니는 코를 막고 밖으로 나가 바로 내 전화번호를 눌렀다.

계속 전화를 받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진명희, 그만 좀 해. 지금 네 셋방에 와 있어. 빨리 돌아와!”

어머니의 고압적인 목소리는 혐오감을 숨기지 않았다.

동생의 톡도 답하지 않았는데 그걸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았다.

어차피 진서희의 선동 덕분에 동생과 나는 원수의 사이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어머니의 남긴 메시지에도 답이 없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머니는 짜증을 내며 아버지에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 가자. 여기 사람 살 곳이 아니야!”

집주인은 그 말을 듣고 분노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이 물건들은 어떻게 할 건데요? 안 가져갈 거면 버릴 거예요.”

집주인은 이 사람들에게서 밀린 집세를 받지 못할 걸 알았다.

어머니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

이에 집주인은 너무 화가 나 바로 소리쳤다.

“이것도 부모라고, 딸이 2달 동안 연락이 없는데 걱정도 안 되세요?”

어머니는 냉소하며 대답했다.

“걔는 운이 좋아서 사고 안 나요!”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는 외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진명희 그 년을 왜 걱정하세요. 엄마 재산은 서희랑 명호에게 다 주면 되잖아, 걔는 신경 쓸 필요 없어.”

내 영혼은 그 옆에서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

‘어머니, 저야말로 어머니의 유일한 친딸인데 왜 나를 이렇게 미워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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