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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2년 후, 우리 부모님이 재개발 보상으로 받은 집들이 모두 확정되었다. 가치는 20억을 넘었다.

나는 출산으로 입원한 동료를 병문안 갔다가, 수납 창구 앞에 길게 늘어선 줄에서 임미숙을 보았다.

그녀는 더 늙어 보였다. 머리카락은 하얗게 세었고 아들처럼 구부정한 자세였다.

틈만 나면 새치기를 시도하다가 거절당하자, 그녀는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임미숙은 앞에 서 있던 임산부를 가리키며 손을 떨며 말했다.

“넌 배가 불렀다고 다냐? 나이 든 사람을 좀 봐주면 안 돼?”

그러면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나처럼 늙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

임산부는 그녀의 말에 얼굴이 빨개져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임미숙을 비난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큰소리로 맞섰다.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설은 예전에 내가 수도 없이 들었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녀를 감싸주지 않았다. 곧 병원 경비원들이 달려왔다.

경비원들은 그녀의 양팔을 붙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고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머리로 그들 몸에 들이받았다.

“못 살아! 못 살아! 나 오늘 여기서 죽을 거야!”

나는 멀리서 그녀가 점점 노년을 비극적인 소란 극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곁에서 누군가 혀를 차며 말했다.

“저 할머니 참 힘들게 산다. 곧 죽을 거라는 걸 아는 모양이야.”

내가 놀라는 눈길로 그쪽을 쳐다보자 구경하던 사람이 나를 흘끗 보며 말했다.

“저 할머니랑 아들 둘 다 이 병원 환자예요, 아들은 더 심각해요. 요독증이라던데.”

나는 진철운이 그렇게 엉망으로 살다 결국 이런 날이 올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동료 병문안을 마치고 나는 병원 밖으로 나왔다.

멀리서 대나무처럼 바싹 마른 진철운이 임미숙의 부축을 받아 간신히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헐렁한 병원복이 몸에 들쑥날쑥 걸쳐졌고 눈가는 움푹 패어있었으며 걸음을 옮길 때마다 휘청휘청 흔들렸다.

고개를 드는 순간 우리는 서로 잠깐 눈이 마주쳤고 그는 당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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