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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순간 모든 게 다 이해가 됐다.

아니나 다를까, 전과 달리 목소리만 높던 임미숙이 갑자기 전화며 문자를 보내 마치 친엄마처럼 다정하게 굴었다.

전화에서 그녀는 진철운을 엄청나게 꾸짖더니 갑자기 말을 돌렸다.

“다희야, 부부의 연은 소중한 거야. 철운이가 잘못했으면 야단치면 되지. 이혼은 절대 안 돼. 우리 집에 어떻게 과부를 들이겠니?”

나는 시끄러운 목소리에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그러다 옆에 있던 엄마가 보다 못해 내 핸드폰을 낚아채서 단호하게 말했다.

“그쪽 집 아들이 무슨 보물이라도 되는 줄 아나 본데 이혼은 무조건할 거니까 그리 알아요.”

그러자 임미숙도 본색을 드러냈다.

“다희야, 난 네가 이렇게 간사한 줄 몰랐구나. 너 우리 아들을 버리고 좋은 데 시집갈 궁리만 했지?”

사람이 뻔뻔한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혼 당일, 진철운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그 모자는 하준수의 회사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며 그가 우리 부모님과의 관계를 이용해 우리 부부를 이간질했다고 떠들어댔다.

평소 강직한 하준수는 어이없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했다.

비록 아무도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그의 명예는 실추되었다.

진철운이 보낸 영상을 보고 나는 분노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너만 이혼하지 않으면 그 사람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 줄게.”

아무 잘못 없는 사람까지 휘말리게 하다니, 나는 화가 나고 미안하기도 했다.

하준수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그 역시 난감해했다.

“경찰에 신고했어. 이 일로 선생님 일은 더 이상 챙기기 힘들 것 같아.”

나는 거듭 사과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분노가 치밀어올라 곧바로 변호사에게 이혼 소송을 의뢰하고 증거 자료들을 넘겼다.

선물을 바리바리 싸 들고 하준수에게 사과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멀리서 진철운과 임미숙이 우리 집 문을 쾅쾅 두드리고 있는 걸 보았다.

문 앞에는 선물 상자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보아하니 방금 그들은 부모님과 이미 한바탕했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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