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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집 과부의 비밀
분식집 과부의 비밀
작가: 묵상

제1화

회사 전화를 받고서야 나는 진철운이 무단결근한 걸 알았다.

아침 일찍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아침 먹으러 간다며 나간 사람이었다.

전화도 안 받자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마당에서 햇볕을 쬐던 할머니들은 나를 보자마자 입을 가리고 킥킥댔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기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할머니들의 시선은 나와 분식집을 번갈아 훑었고 평소 북적이던 분식집 문은 닫혀 있었다.

이때 박 할머니가 머뭇거리다 나에게 손짓하고는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뒤쪽으로 돌아가서 봐봐.”

이미 예감하고 있었지만,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분식집 뒤편으로 돌아가 열린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두 사람이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다.

창문에 등을 돌리고 있는 하얀 등짝, 진철운 그 인간이 분명했다.

문을 부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고 나는 떨리는 손으로 사진 두 장을 찍었다.

이때 헝클어진 머리의 문나리가 눈을 뜨더니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하지만 그녀는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진철운의 목을 끌어안았다.

너무 뻔뻔한 모습이었다.

나는 손발이 저려와 간신히 발길을 돌려 계단을 따라 집으로 들어왔다.

거실에 멍하니 앉아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분노와 함께 깊은 슬픔이 몰려왔다.

진철운 같은 인간마저 바람을 피우다니.

이때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모르는 사람의 친구 추가 요청이었다.

수락하자 상대방은 보기에도 민망한 짧은 동영상 두 개를 보내왔다.

집 CCTV로 찍힌 영상인 듯했다.

영상 속 진철운은 문나리를 끌어안고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우리 집사람은 NPC 같아. 가까이 가면 퀘스트만 줘.”

문나리는 그의 품에 안겨 웃으며 맞장구쳤다.

“남자가 다 하면 아내가 왜 필요해요?”

“그래, 맞아. 밥 먹는 것 가지고도 잔소리야. 쩝쩝거리지 말라고.”

문나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오빠가 쩝쩝거리는 게 더 좋은데.”

“맛있으니까 쩝쩝거리는 거지. 우리 마누라는 잔소리만 해.”

나는 휴대폰을 부술 듯이 움켜쥐었다. 당장이라도 화면 속으로 뛰어 들어가 그의 뺨을 갈기고 싶었다.

...

진철운은 정오가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그는 나를 보더니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깜짝 놀랐다.

그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당신... 출근 안 했어?”

나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 회사에서 결근했다고 전화가 왔잖아.”

그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을 보니, 문나리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슬금슬금 슬리퍼로 갈아 신으면서 내 눈을 피했다.

“좀 늦은 것뿐이잖아. 옷 갈아입고 바로 출근할 거야. 반차 쓴 거라고.”

그는 출근길에 살수차 때문에 옷이 다 젖었고, 휴대폰도 망가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머니에서 젖은 휴대폰을 꺼내 보여주었다.

“내가 고의로 결근했겠어?”

그는 당당하게 말했지만, 시선은 계속 나를 피했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는 더욱 당황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침실로 들어갔다.

옷은 정말 흠뻑 젖어 있었는데 집에 오기 전에 이미 거짓말을 꾸며낸 것이 분명했다.

나는 집 안을 둘러보았다. 가전제품부터 냄비, 그릇까지 모든 것이 내가 장만한 것들뿐이었다.

진철운은 이 집에서, 내 삶에서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그는 슬리퍼를 신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옷 위로도 불룩하게 나온 배와 기름때로 뭉친 머리카락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는 소파에 벌러덩 드러누워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내 옆으로 다리를 뻗더니 발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의 다리를 내려쳤다.

“발 떨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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