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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손빨래하면 쓸 만할 거예요. 방음 잘 안 되니까 소리 좀 작게 내고.]

...

진철운은 이혼 서류에 서명한 지 사흘 만에 회사에 가서 행패를 부렸다.

우리 부모님 이름을 팔아 바로 아빠 제자를 찾아간 것이다.

그는 이제 중간 관리자였는데, 예전에 아빠 부탁으로 진철운을 회사에 넣어준 사람이었다.

진철운은 이혼했다는 사실은 숨기고 뻔뻔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 제자의 이름은 하준수였다. 성격이 온화하고 예의 바른 사람으로 심지어 나에게 과외도 해 준 적이 있었다.

하준수는 진철운을 타일러 보냈지만, 그는 막무가내였다.

결국, 하준수는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전화했다.

“진철운이 회사에 와서 보상해 달라고 난리야. 근데 전에 무단결근도 여러 번 했잖아.”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진철운은 저와 상관없는 사람이에요. 회사 규정대로 처리하면 돼요.”

하준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그래. 알았어.”

진철운은 회사에 다시 갔지만 문전박대당했다. 경비원이 차가운 얼굴로 그를 막아선 것이다.

그는 체념한 듯 집에서 다시 빈둥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SNS에는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사진을 꾸준히 올렸다.

사진 각도로 보아 문나리가 찍어준 듯했다.

다만 땀으로 범벅된 모습은 기타까지 기름져 보였다.

그는 나를 약 올리려는 듯 60초짜리 음성 문자까지 보냈다.

문자에서 그는 내가 자신을 너무 억압했다고 비난했다.

“다희야, 난 이제야 남자답게 사는 것 같아. 가장 노릇 하는 게 뭔지 이제 알겠어.”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가장?

땡전 한 푼 없는 주제에 가장 노릇을 한다니, 얼마 못 가 거덜 날 게 뻔했다.

월말도 안 됐는데 집주인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당신들... 요즘 소리가 너무 크다고 하던데.”

그는 이웃들이 모두 노인들인데 참다못해 자신에게 항의했다고 했다.

“모두 나이 드신 분들이라 잠귀가 밝으셔서 맨날 벽 너머 엿듣는다니까.”

나는 소름이 돋는 걸 애써 참으며 억지로 웃으면서 이혼해서 이사 나왔다고 했다.

“그래.”

집주인은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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