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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나는 식당을 나섰다. 진철운은 흥분한 표정으로 허겁지겁 일어나 나를 쫓으려 했지만, 식당 주인이 그의 옷깃을 잡아챘다.

“계산 안 해요?”

그는 얼굴이 빨개진 채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 마누라더러 계산하라고 해요. 난 돈 없어요.”

나는 뒤돌아보며 말했다.

“시킨 사람이 계산하는 거지. 그리고 난 이혼 소송 중이니 네 마누라가 아니야.”

길가에서 택시를 잡는 동안 진철운은 여전히 식당 주인에게 붙잡혀 있었다.

집 아래에 도착해 보니 이삿짐센터 차는 이미 가고 없었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 텅 빈 집에 들어서니 마음이 후련했다.

나오는 길에 나는 구석에 놓인 그의 짐 보따리를 발로 걷어찼다.

무거운 짐 하나를 벗어 던진 기분이었다.

이혼 소송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모든 증거가 확실했으니까.

진철운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이혼 신고를 마친 날, 그는 풀이 죽은 채 내 뒤를 따라왔다.

그는 몇 걸음 걷고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다희야, 정말 날 버릴 거야?”

나는 걸음을 멈췄다.

“예전에 내가 널 챙긴 건 널 사랑했고 내 눈에 너밖에 없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건강에 안 좋은 자세며 사람들 앞에서의 버릇없는 행동까지 다 참견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젠 널 사랑하지 않는데 내가 왜 널 챙기겠어?”

그가 죽든 살든 나와는 상관없었다.

사랑이 사라지니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백여 킬로나 되는 짐, 지고 싶은 사람이 지고 가라지.

그는 눈가가 붉어지더니 입술을 달싹였다.

“네가 좀 더 부드럽고 상냥하게 그리고 좀 더 요령 있게 나를 챙겼다면 내가 널 그렇게 귀찮아했겠어?”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출근도 해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네게 더 다정하길 바라는 건데?”

결혼 전이나 후나, 발목 잡힌 건 나 혼자뿐이었다.

그는 주저하며 나를 보며 말했다.

“내가 성공해서 차도 있고 집도 있으면 네가 이렇게 하진 않았겠지.”

그는 이미 색이 바랜 반소매 끝자락을 움켜쥐고 말했다.

“그 여자가 날 떠난 것도 결국 내가 가진 게 없어서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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