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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남편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져 말을 잇지 못했다. 눈 밑에 드리운 고통은 너무나 선명했다.

아들 역시 넋이 나간 제 아버지를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엄마.”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조용히 문을 닫아 세 사람과 나를 격리했다.

그 뒤로 남편의 소식을 들은 건 3개월 뒤다.

그때쯤 나는 외국어 기초를 다 익혀 겨우겨우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들이 갑자기 나에게 전화해 남편이 입원했다는 걸 알렸다.

가스 중독이라고 했다.

주완선이 요리를 하고 있을 때, 두 사람이 갑자기 다툼이 있었고, 결국 가스를 끄는 것을 잊었다고 한다.

다행히 관리사무소에서 마침 전기 수리를 하러 도착한 덕에 두 사람을 제때 구조되었다.

중독이 심하지 않았던 주완선은 치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깨어났다.

하지만 신호섭에게 마음이 식은 건지 짐을 챙겨 떠나갔다.

떠나기 전 심지어 내 전화번호를 알아내 나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그쪽이 이겼어요. 현실이 사랑보다 더 큰 게 문제였어요. 난 현실에 진 거예요.]

나는 한 번도 주완선과 승부를 겨룰 생각이 없었다. 남편의 마음이 누구한테 있을지 관심 갖지도 않았다.

사랑은 내 나이에 좇을 게 아니었으니까.

나는 답장을 하지 않고 주완선을 차단했다.

아들은 계속 나더러 병원에 가보라고 부탁해 왔지만 여전히 그 변명이었다.

[완선 이모가 떠났어요. 아버지도 많이 아프시고요. 계속 엄마 이름만 되뇌여요.]

[마음의 병인 것 같아요. 엄마가 보러 온다면 그 어떤 약보다 더 효과 있을 거예요.]

나는 외국어책을 덮고 가볍게 대답했다.

“내가 의사도 아닌데, 뭐 하러 나를 찾아? 네가 잘 보살펴줄 거라고 믿어.”

내 말에 말문이 막혔는지 전화 건너편에서 내 말에서 긴 침묵이 이어지더니 한숨소리가 들렸다.

대체 뭘 후회하는 건지.

...

나는 떠나는 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막 비행기에 오르려고 할 때, 아들이 남편을 부축한 채로 나에게 걸어왔다.

남편은 손에 든 봉투를 힘겹게 건넸다.

분명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온 힘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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