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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살의 나이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60살의 나이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작가: 소심

제1화

오늘은 나와 내 남편 신호섭의 결혼기념일이다. 하지만 남편은 항상 이날만 되면 집을 나간다.

결혼한 지 40 몇 년 동안, 모처럼 오는 낭만적인 기념일마다 남편은 나와 함께 보내지 않으려고 한다.

혼자 아침을 먹고 바닥을 닦으며 서재를 지날 때 내 눈에 엉망이 된 서재가 들어왔다.

나는 한숨을 푹 쉬며 걸레를 놓고 서재로 들어갔다.

서재를 정리하다가 맨 위층에 도착했을 때, 책 한 권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두텁고 정교한 커버 끝부분이 내 이마에 떨어지면서 순간 고통이 전해졌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게 책이 아니라 웨딩 앨범이라는 걸 발견했다.

사진 속에는 계속 동일한 남녀 한 쌍이 나왔다. 두 사람은 여러 가지 웨딩드레스와 슈트를 입고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남자는 내가 너무나도 익숙한 사람이었다. 내 남편 신호섭.

하지만 여자는 내가 아니었다.

상처를 감싸 쥐고 있는 내내 머리가 어지러워 도대체 가슴이 아픈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이 아픈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 찍은 사진은 작년에 찍은 사진이었다. 흰머리가 희끗희끗 보였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열애에 푹 빠진 커플 같았다.

사진 뒤에는 심지어 남편이 직접 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영원한 내 사랑.]

자세히 살펴보니 사진 아래에는 모두 날짜가 찍혀 있었다.

40살부터 60살까지, 검은 머리가 흰머리가 될 때까지 장장 20년간 한 해도 빠짐없었다.

내 남편은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조강지처를 버리고 별의별 이유를 대가며 첫사랑과 웨딩 사진을 찍으러 갔던 거다.

이건 너무 우스운 일 아닌가?

나는 부들부들 떨며 앨범을 닫았다. 순간 어젯밤 남편이 떠날 때의 태도가 떠올랐다.

그는 아들이 해외 출장을 가는데, 통역사가 잠깐 일이 있어 본인이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나는 당연히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 남편이 퇴직하기 전에 외국어 교수였으니까.

하지만 내가 해외 풍경도 구경할 겸 함께 가겠다고 했을 때 남편의 얼굴은 순간 어두워졌다.

“아들이 일하러 가는데, 눈치 좀 챙겨. 당신 외국어 할 줄 알아? 민폐만 끼칠 거면서.”

그 말에 나는 너무 무안했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평소 아버지를 가장 존경하던 아들이 아버지한테 통역을 부탁했다면, 집에 직접 픽업하러 오지 않았을 리 없었다.

나는 얼른 아들에게 확인 전화를 했다.

“아들, 아버지랑 같이 해외 출장 간다던데, 걱정돼서 전화했어. 지금 잘 있어?”

건너편에서 잠깐의 침묵이 흐르더니 아무 일도 없다는 듯한 말투가 들려왔다.

“잘 있죠. 아버지가 60이 넘지만 아직 정정하신 거 아시잖아요.”

아들은 남편의 거짓말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으니 내 마음은 싸늘하게 식어 버렸다. 몇 마디 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은 순간 눈물은 줄 끊어진 구슬처럼 뚝뚝 흘러내렸다.

내 아들마저 남편을 동조해 나를 속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남편은 매년 같은 사진관에서 웨딩 사진을 찍었다.

나는 곧바로 택시를 타고 그 사진관으로 향했다.

몇십 년 동안 부부로 지내왔기에, 그 잔인한 사실을 직접 보지 않은 이상 완전히 믿을 수 없었다.

차에서 내릴 때, 날씨가 약간 흐려지더니 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사진관 문 앞으로 걸어갔다.

쇼윈도 안쪽에서 남편이 한복을 입고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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