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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저녁 무렵, 아들과 며느리는 이미 열이 내린 남편을 집으로 모셔왔다.

한번 앓고 나니 남편은 갑자기 늙어지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

아들은 내가 제 뺨을 때린 게 원망스러웠는지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며느리만 나에게 인사했다. 손녀 역시 나에게 달려와 애살스럽게 나를 불러댔다.

“할머니, 할아버지랑 헤어지지 마세요. 시온이는 우리 식구가 행복하게 같이 있는 게 좋아요.”

아들이 이런 지저분한 일을 시온이한테까지 얘기할 줄은 몰랐다.

나는 손녀의 말랑말랑한 볼을 주무르며 싱긋 웃었다.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헤어져도 할머니는 시온이 보러 자주 갈게.”

아들이 그 말들 듣더니 옆에서 콧방귀를 뀌었다.

남편은 참지 못하고 이를 갈며 물었다.

“꼭 그래야겠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며느리는 시온을 데리고 방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린 손녀가 가니 나도 더 이상 거리낄 게 없었다.

“식구가 다 모였으니 이혼에 대해 제대로 논해 보자고”

남편은 눈살을 팍 구겼다. 내가 왜 이 일을 계속 물고 늘어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본인은 아무 잘못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때 아들이 나한테 버럭 화를 냈다.

“아버지 이제 막 퇴원했는데 좀 그만하시면 안 돼요? 우리가 엄마 유일한 가족이잖아요. 이혼하고 나서 혼자 살 수 있으시겠어요?”

두 부자는 내 나이에 절대 혼자 살지 못할 거라면서 돌아가며 비꼬았다.

남편은 아마 잊은 모양이다. 본인이 빈털터리였던 시절, 내가 저와 함께 시작해 보겠다고 단호하게 부모 곁을 떠났다는 것을.

그때 나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으면서도 남편이 시험에 몰두할 수 있도록 식생활도 돌봐야 했다.

나중에 형편이 조금씩 나아지고 임신을 한 뒤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전향했었다.

내가 그동안 참아 왔다고 남자의 그늘 아래에서 기생할 줄밖에 모른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이제 고작 60이다. 일하지 않더라도 연금보험이 있고, 이혼하면 재산 분할도 할 수 있기에 남편과 아들이 없다고 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나는 두 사람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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