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월은 전연우와의 결혼기념일에 죽었다. 그녀가 전연우와 결혼한 지 어언 8년, 생의 절반을 양보하면서 조용히 살았지만 결국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이혼 후 그녀는 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서 겨우 버텨내면서도 전연우가 한 번이라도 와서 봐주길 바랐다. 눈꽃이 흩날리는 밸런타인데이에도 전연우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는 후회에 가득 차 있었다. “전연우... 만약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널 사랑하지 않을 거야!” 환생 후 그녀는 18살로 다시 돌아갔다. 이번 생은 전처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그와 관련된 모든 것으로 부터 도망가리라 결심했다. 그녀가 전연우한테서 멀어지려 하자 그는 오히려 그녀에게 한걸음 한걸음 위험하게 다가왔다. 악마와도 같은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소월아, 이번 생은 내가 너 책임질게...”
View More“괜찮아요. 나도 민아 씨를 도울 다른 방법 찾아볼게요. 나와 결혼하겠다고 한다면 기꺼이 해줄 거예요... 오늘 백화점에 갔을 때 반지도 하나 봤어요. 민아 씨가 좋아할지 모르겠네요.”신이랑이 호주머니에서 검은색 실크 상자 하나를 꺼냈다. 뚜껑을 여니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소민아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 고요한 방 안엔 그녀의 고른 호흡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신이랑이 소파에서 일어나 그녀 앞에 무릎 한쪽을 꿇고 앉았다. 그는 조용히 반지를 꺼낸 뒤 진심 어린 눈빛으로 소민아를 바라보았다.“내가 좀 성급하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더는 못 기다리겠어요. 민아 씨...”“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든, 민아 씨가 쉽게 나한테 이혼을 요구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이건 신이랑의 욕심이다. 그렇다... 소민아가 처음으로 결혼을 입에 올린 그 순간부터 그는 단 한 번도 이혼을 고려해본 적이 없다.신이랑은 소파에 기대어 앉아있는 여자를 안아 침실에 눕히고는 신발을 벗기고 이불을 덮어주었다...소민아는 이불 속에 들어가 꼼지락거리며 편한 자세를 취했다.다음 날 날이 밝아올 때까지 여자는 깊이 꿈나라에 빠졌다.몽롱한 정신으로 눈을 떴을 때, 옆에 누워있는 남자를 본 순간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신이랑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놀란 마음이 천천히 진정되었다. 그녀는 이마를 찌푸리고 침대에서 내려와 신발을 신고는 머리카락을 잡고 거실로 걸어 나왔다.소민아는 목이 말라 컵에 물을 따르고는 몇 모금 마셨다. 그녀가 창가에 서서 잠을 깨고 있을 때,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보니 신이랑이 줄무늬 잠옷을 입고 다가오고 있었다. 사이즈가 맞는 듯했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 헐렁했다. 소민아가 기성은이 이 집에 왔을 때를 대비해 준비한 잠옷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기성은은 한 번도 입지 못했다. 그리고 신이랑이 신고 있는 슬리퍼까지...소민아는 시선을 거두고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인사했다.“좋은 아침이에
송시아가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 송시아의 약점.소민아는 송시아의 약점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사람 사이엔 상성이 있는 법이다. 전연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송시아를 통제할 수 없다.소민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히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감사합니다, 서 선생님.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 같아요.”서철용은 침대 옆으로 걸어가 잠이 깰 기미를 보이는 여자를 품에 안고 다독였다.소민아가 물었다.“왜 그래요?”서철용이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가요.”밝게 빛나는 조명을 쳐다보고 있으니 눈앞이 흐릿해졌다.‘전연우, 난 네가 네 퇴로를 만들어놓았다는 거 알고 있어. 사실 넌 이 모든 걸 예상했잖아. 송시아, 장소월 모두 네 계획 중 일부였던 거야. 아니면 내가 왜 널 천년 묵은 구미호라고 하겠어.’‘기성은은 계획 중 일부인 동시에 네 장기 말이기도 해. 하지만 이번엔... 전부 소민아에게 걸었던 거야. 소민아야말로 네 제일 중요한 장기 말 맞지?’‘결혼식을 준비하면서부터 넌 이럴 작정이었던 거야.’전연우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서철용 역시 소민아와 송시아의 관계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전연우는 대체 어떻게 두 사람이 자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걸까.‘전연우... 넌 정말 무시무시한 놈이야!’‘모든 사람을 꿰뚫어 보고, 이번엔 자신까지 장기판 위에 올려놓았어.’‘이번 도박이 맞아떨어지길 바랄게...’소민아는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다름 아닌... 신이랑이었다.이 깊은 밤에 왜 이곳에 나타났단 말인가? 이 추운 날 뭘 하려고!소민아는 얼른 차를 세우고 뛰어내렸다.“이랑 씨, 지금이 몇 시인데 여기에 있어요!”신이랑이 몇 번 기침을 하고는 말했다.“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왔어요. 얘기는 잘 됐어요?”그녀는 신이랑에게 전부 말해주고 싶지 않아 화제를 돌렸다.“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아요. 우리 얼른 돌아가요
서철용은 고개만 끄덕일 뿐 더는 말하지 않았다.전연우는 반평생 지독한 악인으로 살아왔지만, 결국엔 이 길을 선택했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장소월의 마음을 돌리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그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장소월은 결코 그의 목숨 때문에 뒤돌아보지 않았다...전연우 본인이 쌓은 업보이니 그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 누구도 절대 끼어들 수 없다.전연우와 장소월... 두 사람 사이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선이 존재한다...어찌 됐든 성세 그룹은 서철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또한 송시아 역시 전연우가 선택한 사람이다.조금 전 소민아는 송시아가 장소월의 위치를 찾아냈다고 했지만, 절대 그럴 리가 없다.어느 날 장소월이 제 발로 걸어 나와 전연우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아무도 그녀를 찾을 수 없다.누구에게나 아쉬움은 남는 법이다...소민아는 차를 몰고 나가 한참을 달려서야 배은란이 말한 만두 가게에 도착했다.그녀가 돌아와 말했다.“식어서 맛이 떨어질 테니까 지금 가서 데워올게요. 양념장은 사장님께서 이미 만들어주셨어요.”배은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가씨, 부탁할게요.”“괜찮아요. 당연히 해야죠.”배은란은 소민아가 가져다준 만두를 먹고 잠이 들었다. 그때 시간은 어느덧 저녁 12시였다. 그녀는 문 앞 으슥한 곳에 앉아 덜덜 떨며 쪽잠을 잤다.그녀가 고개를 떨구었을 때, 눈앞에 남자의 가죽구두가 나타났다.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어 자리에서 일어섰다.“서 선생님, 주무시려고요? 5분만 내어주실 수 있으세요? 서 선생님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요.”서철용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이제 4분 30초 남았어요.”“저와 송시아는 어린 시절 헤어졌던 자매였어요. 제 원래 이름은 송화영이고요. 송시아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신씨 가문과 손을 잡고 신군회를 시장 자리에 앉히려 하고 있어요. 지금은 소월 언니 목숨으로 절 협박하며 신씨 집안 아들과 결혼하라며 강요하고 있고요.”“오늘 서 선생님을 찾아온 목적은 두 가
복도 끝 조명이 희미하게 켜졌다가 꺼졌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소민아는 서철용과 함께 병원 복도 벤치에 앉아있었다.“다 사실대로 털어놓으면 저 도와주실 거예요?”간호사가 분만실에서 다급히 걸어 나왔다.“서 선생님, 사모님께서 진통을 시작하셨어요. 아마 새벽 다섯 시쯤이면 아기가 태어날 거예요.”서철용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수고해 주세요.”간호사가 간단히 설명했다. 군병원 사람들 중 서철용이 의료계 유명한 실력자라는 걸 모르는 이가 없다. 의사라면 누구든 그와 같은 비범한 능력을 갖고 싶어하기 마련이다.간호사의 등장에 두 사람의 대화는 끊어져 버렸다. 서철용이 안으로 들어가니 그녀는 혼자 문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서철용은 침대에 누워있는 아내를 부드럽게 다독이고 있었다.그때, 소민아는 그 여자가 누구인지 선명히 떠올랐다.그녀는 서씨 가문 후계자인 서민용의 부인이었다. 서민용은 그녀가 본 사람들 중 가장 차분하고 온화한 드넓은 호수 같은 사람이었다. 몇 년 전 파티에서 처음 봤을 때, 아무리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져도 그의 옆에만 가면 순식간에 조용히 가라앉는 느낌을 받았다.서민용, 서울 내 얼마나 많은 여자들의 꿈에 그리는 남자였는지 모른다.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젊은 나이에 결혼해 여자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았다.서철용... 고민해보니 대개 어떤 관계인지 유추할 수 있었다...하지만 서씨 가문에 대체 무슨 변고가 일어났길래 배은란이 시동생과 함께 다닌단 말인가?배은란은 진통의 고통 때문에 온몸이 식은땀으로 흥건히 젖은 채 창백한 얼굴로 서철용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 순간, 소민아는 그녀 입에서 서민용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똑똑히 들었다.“민용 씨, 바쁘면 가봐. 나 이제 괜찮아. 우리 아기 얌전해서 전혀 안 아파.”소민아는 문 앞에서 배은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서철용은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배은란에게 말했다.“나 안 바빠. 너랑 같이 있을 거야.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체력을
어떻게...그녀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예전 파티에 참석해 치마가 어질러졌을 때 배은란의 치마를 빌렸었다. 시간이 3년이 넘게 흘렀으니 배은란은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소민아가 말했다.“서 선생님, 지금 어디에 가시는 거예요? 저 마침 차 몰고 왔는데 모셔다드릴게요.”배은란은 뭐라 말하려 했지만 서철용의 손에 끌려 방향을 바꾸어 걸어갔다. 서철용은 그녀에게 관심을 줄 조금의 생각도 없어 보였다.“민용 씨 찾아온 거 같은데 용건이 뭔지 물어볼까?”배은란은 그 말을 내뱉은 순간... 배에서 끔찍한 통증이 밀려왔다.“으악, 내 배...”“아기가 곧 나올 것 같아.”“배가 너무 아파.”서철용의 눈에 배은란의 다리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들어왔다. 그가 당황스러운 마음에 어쩔 줄 모르고 있을 때 소민아가 차를 몰고 다가왔다.“서 선생님, 얼른 차에 타요. 병원에 모셔다드릴게요.”서철용은 어쩔 수 없이 양수가 터진 여자를 안아 차에 앉혔다. 임산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소민아는 부드러운 음악을 틀었다.“서 선생님, 어느 병원으로 갈까요?”서철용은 바로 병원 이름을 말했다.“군병원이요.”군병원은 규모는 작았지만 각종 설비들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이곳에선 군인 가족이나 특수 인원들에게만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서철용은 연구원 대리 원장이었기에 이곳에 들어갈 자격이 있었다.소민아는 길눈이 밝아 막히는 도로를 피해 빠르게 지름길로 통과해 30분도 채 되지 않아 군병원에 도착했다.그녀는 처음으로 군병원이라는 곳에 발을 들였다. 경계가 삼엄해 특수한 통행증이 없으면 아무도 들이지 않았다.소민아는 서철용의 뒤를 따라 최대한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의사가 빠르게 배은란을 분만실로 데려갔다.간호사까지 따라 들어가고 문밖에 서철용과 소민아만 남아 있었다.소민아가 더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서 선생님, 소월 언니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왔어요.”서철용은 두 손을 허리에 올리고 기다리고 있었다.“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소민아는 인맥을 동원해 백방으로 알아본 뒤에야 소월 언니를 데려간 그 사람의 정체를 알아냈다.그녀는 신이랑에게 말하고 난 뒤 주소에 따라 한 연구소에 도착했다. 신이랑이 함께 오겠다고 했으나 그녀는 완곡히 거절했다.문 앞에선 경비원들이 지키고 서 있었다. 내부 인원이 아니라면 절대 들어갈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소민아는 명함 한 장을 경비원에게 건네주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엄숙한 얼굴로 그녀에게 경고했다.“여기엔 아가씨가 찾는 사람 없어요. 경고하는데 지금 당장 돌아가요. 아니면 업무 방해죄로 신고할 거예요.”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일정한 신분을 갖고 있다.소민아 역시 더는 억지로 들어갈 수 없어 발걸음을 돌렸다. 물밀듯 밀려오는 후회에 그녀는 손바닥으로 자신의 이마를 두드렸다.“소민아, 너 바보야? 이랑 씨는 시장님의 아들이잖아.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될 일인데 왜 같이 오겠다는 거 거절했어. 평소엔 머리 좋은 거 같더니 이럴 때 보면 정말 멍청해.”경비원은 그녀가 돌아가지 않자 연구원으로 전화를 걸었다.“서 선생님, 누가 찾아왔어요.”서철용은 마스크를 벗고 연구실 바깥으로 나와 복도 끝에 걸어가고는 호주머니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물고 불을 붙였다.“어떻게 생겼어요?”“나이는 이십 대 초중반, 그리 많아 보이지 않고 검은색 유니폼을 입고 왔습니다. 이름은 소민아랍니다. 장소월의 친구이고, 언니가 소현아라고도 했습니다. 사람을 찾으러 온 것 같습니다.”“알겠어요.”서철용은 전화를 끊고 얼마 피우지 않은 담배를 끄고는 쓰레기통에 버렸다.소민아는 신이랑에게 전화를 걸려 한 순간, 아무도 믿지 말라던 기성은의 말이 떠올라 바로 끊어버렸다.그녀는 차 안에서 조금 기다리기로 했다. 점심부터 오후, 오후부터 저녁까지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그녀는 자꾸만 졸음이 몰려와 얼마나 많은 커피를 시켰는지 모른다.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덧 저녁 여덟 시가 되어가고 있었다.핸드폰도 배터리가 다 떨어져 전원이 꺼져버렸다.그녀는 흐릿한 정신을 가다듬
신이랑은 너무 성급했다. 이 청첩장을 그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녀 역시 알지 못했다....다음 날 성세 그룹 대표 사무실.소민아는 신이랑과 교제를 시작했다고 송시아에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송시아는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소민아가 하루빨리 신씨 집안 며느리가 되기를 바랐다. 그럼 걱정 없이 신군회를 시장 자리에 올릴 수 있고, 신이랑도 비서실장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당신 말대로 이랑 씨와 사귀고 있어요. 그럼 당신도 약속대로 소월 언니 해치지 않는 거 맞죠?”송시아가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당연하지. 장소월이 서울시에 나타나지만 않으면 돼. 그럼 예전 일은 눈감아줄 수 있어. 너도 장소월이 영원히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기를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그러니까 여전히 소월 언니를 해칠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거잖아요. 송시아 씨, 역시 당신은 믿을 사람이 못 되네요.”송시아가 두 손으로 책상을 짚으며 벌떡 일어났다.“난 이미 최대한 양보했어. 더 이상 어떻게 하길 바라? 민아야... 내 동생이라는 방패로 너무 과분한 걸 요구하진 마... 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거든.”“난 네 언니야. 다른 사람보다 이 언니를 먼저 생각해야 해. 장소월이 대체 너랑 전연우한테 무슨 약을 먹였길래 하나같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거야. 대체 장소월이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그냥 인정해요, 소월 언니를 질투하고 있다고. 당신 미모는 소월 언니의 만분의 일도 채 안 돼요. 심지어 인품은 비교할 바도 못 되죠. 소월 언니는 아무한테도 해를 끼친 적 없지만, 당신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나요?”그 말을 끝으로 소민아는 홱 뒤돌아 대표 사무실을 나섰다. 송시아는 분노에 차올라 책상 위 모든 물건을 집어 던져 버렸다...소민아 역시 장소월이 어디에 있을지 몇 번이고 생각해 보았다.당시 장소월을 데리고 떠난 사람을 본 건 소민아 한 명뿐이다. 여자처럼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였는데 그날 결혼식에서 하얀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그녀도 송시아가
중식 레스토랑 안, 신이랑과 소민아는 일찌감치 도착해 음식 주문을 마쳤다. 맞은편엔 아주머니가 열한 살 남짓한 남자아이와 함께 앉아있었는데, 아이는 장난기가 많아 젓가락으로 그릇 안 음식을 마구 헤집어 놓았다. 아주머니가 부드럽게 한마디 했지만, 아이는 전혀 개의치 않고 흥 콧방귀를 뀌고는 계속 장난을 치고 있었다. 이후 아주머니도 어쩔 수 없이 더는 아이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진미령의 아름다운 미모는 무용단 단원이었던 예전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세월도 미인은 피해 가는 모양이다. 얼굴에 주름은 조금 패어 있었지만, 예전 얼마나 출중한 외모를 갖고 있었는지 한눈에 보아낼 수 있었다. 그녀는 빨간색 코트 차림에 목엔 진주 목걸이를 걸고 있었다.하지만 아주머니의 얼굴엔 약간의 짜증이 드러났다.“우리 현빈이 내일 학원 가야 해. 내가 오늘 이렇게 나온 거 애 아빠는 몰라. 할 얘기 있으면 얼른 해.”두 모자는 한자리 띄워 앉았고, 소민아는 그 옆에 있었다. 신이랑이 말했다.“저 곧 결혼할 것 같아요. 결혼식 날 어머니께서... 와주셨으면 좋겠어요.”진미령은 소민아의 얼굴을 대충 훑어보고는 말했다.“네가 건강하게 자란 것만으로도 난 만족해. 네가 지금 결혼하고 애를 낳는다고 해도 난 이제 너한테 해줄 게 없어. 저번에 네가 나한테 보낸 돈은 다시 돌려보냈어... 금액이 차이나지 않는지 확인해봐. 네 양육권을 가진 뒤로 난 최선을 다해 널 성인으로 키워냈어. 이젠 너도 혼자 살아갈 능력 있잖아. 지금 내가 꾸리고 있는 이 가정과 거리를 유지해줬으면 좋겠어.”신이랑의 올라갔던 입꼬리가 점차 경직되었다. 밥상 아래 꽉 쥐어지는 주먹까지 소민아는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신이랑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울지 고스란히 느껴졌다.신이랑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슬픔은 가감 없이 몸에서 풍겨 나오고 있었다.“돈이 아무리 많아도 함부로 쓰면 안 돼. 아가씨 예쁘네. 행복하게 잘 살아.”진미령은 그 한마디만 남겨놓고 아들 손을 잡고 나가버
“우리 남원 별장에 있는 아이를 몰래 데리고 나올까요? 장소월은 전연우의 죽음은 개의치 않아 할 수 있어도 아이까지 외면하지는 못할 거예요.”송시아가 남자의 품에 기대어 말했다.“계속 찾고 있는데 어디에 숨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서철용도 연구원에 들어가 버렸어요. 우리의 사람들은 출입금지라 장소월에 대해 묻고 싶은데 방법이 없네요.”한의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품속 여자를 바라보았다.“남원 별장은 지금 강지훈이 책임지고 지키고 있어. 또한 전연우가 떠나기 전 최고 레벨의 방어 시스템을 구축해 놓기도 했고. 일반 사람들은 절대 들어가지 못해. 설사 들어간다고 해도 살아 돌아오지 못할 거야.”송시아는 도리어 흥분하며 말했다.“그럼 주위에 폭탄을 심어놓고 터뜨리는 건 어때요? 통로를 하나 파서 그 속에 묻어두면 되잖아요. 그럼 쉽겠네요.”“넌 정말 지독한 여자야.”송시아가 배시시 웃어 보였다.“내 이런 모습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몇 분 뒤, 사무실에 야한 공기가 가득 찼다. 그 소리만 들어도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를 정도였다....소민아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돌연 가슴에서 불편함이 느껴졌다. 이런 경우는 드물었던지라 뭔가 큰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그때, 신이랑이 통화를 마치고 바깥에서 걸어들어왔다.“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소민아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전화는 했어요?”“네. 저녁에 레스토랑 예약해뒀어요. 진짜 결혼이든 가짜 결혼이든 난 민아 씨가 어머니한테 인사드렸으면 좋겠어요.”“어머니도 민아 씨 보면 엄청 기뻐하실 거예요.”소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어머니한테 드릴 선물 준비해야겠어요. 빈손으로 가면 안 되잖아요.”“그래요. 민아 씨 뜻대로 해요.”신이랑은 정말 그녀를 진심으로 아껴주고 있는 것 같았다.신이랑의 어머니에 관해선 그에게 들은 바가 있다. 아주 자애롭고 친절한 분이시라고 했다. 예전 무용단에 있을 때 아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장소월, 31세, 암으로 사망.서울 강남병원, 소독수 냄새가 코를 찌른다.「연우야, 오늘 의사선생님이 투석한다고 주사를 놓아주셨는데 너무 아팠어.」「나 곧 죽어. 보러 와 줄 거지?」「제발, 연우야...」장소월이 힘겹게 머리를 돌려 전화기의 메시지 창을 보고 있다. 메시지를 몇 개나 보냈건만 감감무소식이었다. 전연우는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그녀의 손에는 링거 바늘이 꽂혀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몸은 뼈만 남아 앙상했고 두 눈은 안쪽으로 푹 꺼져 있었다.사지는 이미 암 후유증으로 인해 썩어가고 있었다.몸을 까딱할 수 없었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책임 간호사도 거의 보름 너머 와보지 않았다.원인: 더 이상 치료해도 의미 없음.그녀는 사실 엄살이 많았고 아픈 걸 끔찍이 무서워했다. 암 말기라 그녀는 매일 고통에 시달렸고 전연우에 대한 사랑만이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는 이유였다.하지만 이 넘쳐나던 사랑이 메말라가자 그녀에게 남은 건 뼈만 남은 몸뚱이였다.장소월은 전화기를 꺼버리고 조용히 죽기를 기다렸다.고통으로 그녀는 의식이 흐릿해졌다. 씁쓸하게 느껴졌다. 안 깐 힘을 다해 전연우와 결혼했고 8년간 그녀는 최선을 다해 좋은 아내가 되려 했다. 모든 걸 다 바쳐 그 사람 곁을 지켰는데 그녀가 얻은 건 무엇인가?사람들은 하나 둘 그녀의 곁을 떠났고 가난 외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그녀가 죽으면 제일 기뻐할 사람이 전연우다. 이제 그는 자유의 몸이다. 더 이상 징그러운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된다.전연우, 드디어 소원대로 송시아와 결혼할 수 있다.8개월 전.전연우의 생일날,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장소월은 소파에 앉아 그가 돌아오길 기다렸다.테이블 위 그녀가 정성껏 차린 음식들도 이미 차갑게 식어갔다.기다리던 전연우는 오지 않고 비서가 이혼서류를 가져왔다. 비서가 싱겁게 입을 열었다.“사모님, 사장님도 별다른 방법이 없어요. 이렇게 큰 전 씨 집안 산업을 누군가는 물려받아야 되잖아요.”장...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차라 작가가 작성한 로맨스 분야에 속한 연재소설이에요. 전연우는 여자 주인공인 장소월 아버지의 양자이다. 그는 복수하려고 계속 장소월 집에 남아있고 결국 장소월도 전연우때문애 죽었습니다. 그래서 장소월은 환생후 자신을 위해 살아가고 최대한 전연우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소월이 원하는 대로 발전될 것일까요?
이 책은 제 214화까지 업데이트했고 조회수가 46.7k에 달했으며 8.8라는 평점을 받았으니 우수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롯이 어떻게 전개할지 궁금하시면 굿노벨이라는 앱에서 한번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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