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월은 전연우와의 결혼기념일에 죽었다. 그녀가 전연우와 결혼한 지 어언 8년, 생의 절반을 양보하면서 조용히 살았지만 결국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이혼 후 그녀는 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서 겨우 버텨내면서도 전연우가 한 번이라도 와서 봐주길 바랐다. 눈꽃이 흩날리는 밸런타인데이에도 전연우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는 후회에 가득 차 있었다. “전연우... 만약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널 사랑하지 않을 거야!” 환생 후 그녀는 18살로 다시 돌아갔다. 이번 생은 전처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그와 관련된 모든 것으로 부터 도망가리라 결심했다. 그녀가 전연우한테서 멀어지려 하자 그는 오히려 그녀에게 한걸음 한걸음 위험하게 다가왔다. 악마와도 같은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소월아, 이번 생은 내가 너 책임질게...”
View More소민아는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소월 언니...”그녀는 송시아와 기성은과의 대화 내용을 모두 장소월에게 말해주었다.핸드폰 너머에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약 30초 뒤, 장소월이 입을 열었다.“민아 씨, 좀 복잡한 일이 있긴 해요. 만약... 정말 그런 일이 생기면 현아를 찾아가요. 현아는 강지훈 옆에 있으니까 안전할 거예요. 전연우는 극단적인 사람이라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요. 현아가 강지훈을 시켜 민아 씨를 보호하면 전연우도 어떻게 하지 못할 거예요.”“그러니까... 소월 언니, 정말 떠나시려는 거예요?”장소월은 서재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고는 방을 나섰다.“민아 씨, 이번 일은 모르는 게 더 나을 거예요. 민아 씨한테까지 불똥이 튈까 봐 걱정돼서 그래요. 민아 씨는 그냥 맡은 일을 성실히 하면 돼요.”몇 분 뒤, 전연우는 어느새 방에서 나와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누구랑 통화하는 거야?”핸드폰 너머 소민아는 전연우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두말없이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민아 씨야... 결혼식에 관해 상의할 게 있어서 전화했더라고. 마음대로 처리하라고 했어. 네 목소리가 들리니까 전화 끊은 것 같아.”“넌? 일 다 처리했어?”전연우는 그녀의 손을 만지작거렸다.“내가 맡은 일은 아무런 사고가 생기지 않게 막는 거야. 그날 적잖은 하객들을 맞이해야 할 거야. 우리 사모님이 고생 좀 해야겠어.”전연우는 이번 기회에 그녀가 도망칠 생각을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전연우는 서울에서 더 많은 경호원들을 동원해 그녀를 지키려 하고 있다.장소월 또한 전연우의 말뜻을 완전히 알아차렸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날은 절대 평화롭게 넘어가지 않을 거라는 걸.결혼식 날이 다가올수록 장소월의 마음속 불안감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오늘 이 열두 시가 지나면, 내일 결혼식이 시작된다.밤 열두 시.불안감에 휩싸인 사람이 어떻게 그녀뿐이겠는가.서재 안, 농후한 담배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어느새 재떨이엔 담배
기성은이 옆에 있던 컵을 들어 올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쓰디쓴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그는 소민아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서류를 살펴보며 말했다.“... 송시아와 오랜 시간 붙어있더니 다른 사람 생각을 읽을 줄도 알고. 좋아요! 영리해졌네요!”소민아는 분노가 치밀어올랐다.“지금 누굴 조롱하는 거예요! 기성은 씨, 똑똑히 알려줄게요. 당신은 내 상사이긴 하지만 난 전혀 두렵지 않아요. 나한텐 든든한 뒷배가 있으니까요.”“오. 사람으로 날 짓누를 줄도 아네요?”“똑같이 월급 받는 처지인데 기 비서님이 뭐가 그렇게 대단해서 절 얕잡아 보는 거예요? 전 소나 말이 아니라 사람이에요. 매일 그렇게 못살게 굴면 어떻게 버텨요!”기성은이 이마를 찌푸렸다. 목소리도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만하면 됐어요. 내 질문에 대답이나 해요. 나 바빠요...”“컥컥컥...”기성은이 주먹으로 입을 막고 연속 기침했다. 그러고 보니 목소리도 조금 쉰 것 같았다.소민아는 눈을 가늘게 치켜뜨고 생각에 잠겼다. ‘저 자식 감기에라도 걸린 건가?됐어. 오지랖 부릴 필요 없어. 저 사람 옆엔 엄연히 비서가 있잖아? 주가은도 있고!’소민아는 진지한 얼굴로 의자를 끌고 기성은의 옆에 가 앉았다.그녀는 송시아가 병원에서 했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전부 기성은에게 알려주었다.“... 송시아는 왜 결혼식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를 걸고 저와 내기를 하자고 했을까요? 설마 자기가 신부 자리를 차지하려고? 아니면 사람을 불러 망쳐놓으려고?”“절대 대표님의 전 부인은 아니어야 할 텐데요.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겠죠. 인시윤은 지금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으니까 결혼식 현장에 나타날 리는 없어요. 또한... 예식장에 수많은 경호원들을 배치할 예정이잖아요.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범죄자를 감시하는 줄로 알 거예요.”기성은의 날카로운 눈빛에 소민아는 자신이 말을 잘못한 줄로 여기고 겁먹은 얼굴로 입을 막았다.기성은은 이번엔 이상하게도 그녀의 말을 끊지 않았다. 다만 한
창밖 화창한 날씨를 보고 있으니 송시아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우리 내기 하나 할래요? 그 결혼식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아닐지?”“그건...”소민아가 말했다.“부대표님,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설마 소...”그녀는 소월 언니라는 네 글자를 마저 내뱉지 않고 이내 말을 바꾸었다.“장소월 아가씨가 도망칠 거라 생각하시는 거예요? 설마요! 대표님과 사모님 사이 감정이 얼마나 두터운데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가 있어요. 또한... 두 분은 이미 혼인신고까지 하셨는데 이제 와 도망친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두 분은 분명 평생 행복하게 사실 거예요.”송시아가 들고 있던 죽을 내려놓았다.“인시윤 씨와 대표님이 어떻게 이혼했는지 잊었어요? 그깟 종이 쪼가리 일뿐인 혼인신고서 찢으면 그만이에요. 대표님이 마음만 먹으면 성세 그룹 안주인 자리는 얼마든지 갈아치울 수 있거든요.”“전연우는 참 어리석은 사람이에요. 하필이면 그 여자를 선택하다니!”장소월과 전연우가 끝까지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건 하늘이 이미 정해주었다. ‘장소월, 이번 생에도 그 운명과 맞서려 하는 거야?아무리 노력해도 너희 두 사람은 안 돼. 그런데 왜 그 사람은 이토록 너여야만 한다고 고집하는 걸까?저번 생에도 그랬고, 이번 생에도...너희가 결혼한다는 그 2월 14일 네 기일이었잖아!만약 그날 정말 결혼식을 올린다면, 장소월... 넌 죽을 때까지 그 일을 잊지 못할 거야.전연우는 잠시 너와 결혼할 뿐, 결국엔 날 선택할 거야. 널 한번 버린 사람인데 두 번을 못 버리겠어?’소민아는 회사에 돌아온 뒤에도 힘없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코너를 돌다가 기성은의 단단한 가슴팍에 부딪혔다. 그녀는 평소처럼 호들갑을 떨지도 않고 이마를 살짝 만지고는 머리도 들지 않은 채 지나갔다.차가운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앞 똑바로 보고 다녀요.”“네.”기성은의 시선이 멀어져가는 그녀에게 머물렀다. 옆에 있던 소피아가 끼어들었다.“매번 송 부대표
사람들은 모두 잃어버린 반지를 찾는 데에 집중하느라 전연우가 들어왔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그렇게 바닥에 엎드려 있으면 감기 걸려.”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전연우가 한 손으로 그녀를 안아 들고 소파에 앉았다.장소월은 그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왜 발걸음 소리도 안 냈어?”전연우가 맨발인 상태의 그녀를 보고는 이마를 찌푸리고 손으로 차가운 발을 감싸주었다.“뭘 찾는 거야?”그녀가 대답을 하지 않자 전연우는 팔을 휘저어 도우미들을 모두 내보냈다.장소월이 눈을 내리뜨리고 말했다.“미안해. 네가 준 반지 잃어버렸어.”“고작 그것 때문에 이래? 잃어버려도 괜찮아.”그건 자그마치 6조라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자랑하는 반지다. 장소월이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보상이라는 단어조차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현재 그녀의 물건 중 대부분은 전연우가 준 것이다. 그녀에게 모아둔 돈 몇천만 원이 있다 하더라도 전연우의 눈에는 정장 한 벌 못 사는 보잘것없는 푼돈일 뿐이다.장소월은 그의 말에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을 꾹 닫고 있었다.“정말... 미안해. 하지만... 도저히 보상해줄 방법이 없어.”전연우의 눈동자에 순식간에 한기가 내려앉았다.“나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거 알잖아. 소월아... 우린 부부야. 네가 나한테 해야 하는 말은 미안해가 아니라 사랑해야!”장소월은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녀는 선택적으로 그의 말을 무시해버리고는 일어섰다.“반지를 어디에 뒀는지 잠시 떠오르지 않는 거야. 더 찾다 보면 어느 날 나타날지도 몰라.”장소월은 뒤돌아 그와 눈을 마주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녀가 발걸음을 뗀 순간 거친 손 하나가 손목을 덥석 잡았다. 전연우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괜찮아. 결혼식 올리고 난 뒤에 천천히 찾으면 돼. 소월아... 우리한텐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장소월은 억지로 그의 손을 뿌리치고는 도망치듯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자신을 향해 뜨겁게 활활
“아니요. 그냥 뭘 그릴지 잠시 떠오르지 않은 것뿐이에요.”은경애가 말했다.“아이고. 아가씨, 제가 아가씨랑 함께 지낸 세월이 얼마인데요. 아가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제가 훤히 꿰고 있다고요.”“대표님께서 밖에 나가 술과 여자들과 어울릴까 봐 걱정되시는 거죠?”빠직.장소월이 돌연 팔에 힘을 주더니 붓을 두 조각으로 끊어버렸다.“됐어요. 그만 하세요.”늘 온순한 성격이었던 그녀가 갑자기 벌컥 화를 내니 은경애는 화들짝 놀랐다.실은 은경애 같이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사람의 눈에는 선명히 보였다. 예전 그 어떤 힘든 일이 있었을지라도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차츰 무뎌지기 마련이다. 아가씨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많은 증오와 원한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분명 천천히 해소되고 말 것이다.은경애는 아가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평소의 습관, 그리고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보아 아가씨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미 대표님을 받아들였다. 대표님은 도련님에게 무뚝뚝하긴 하지만 친자식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다.반면 아가씨는 겉으론 친절하게 대하지만, 진정으로 아이를 받아들이지는 않았다.은경애는 어쩔 수 없이 별이를 안고 화실에서 나갔다.그때, 옆에 놓아두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장소월이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서철용이 보내온 문자메시지였다. 천추 산장의 각 비상구 위치와 그녀가 도망칠 때 사용할 이동 노선이 그 내용이었다.[전연우는 영리해서 두 곳에서 동시에 예식장을 준비하고 있어요. 최종적으로 어떤 곳을 선정할지 예측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소월 씨가 도망치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겠죠. 내가 두 곳 모두에 사람을 배치해 두었어요. 두 번의 도망칠 기회가 있지만 두 번 다 쉽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서... 다른 시간에 움직여야 할 것 같아요.”장소월은 엄청난 길이의 문자를 보니 긴장감에 가슴이 꽉 조여오는 것만 같았다.[그래요.]장소월은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만약 도망치다 실패
전화를 끊은 후 장소월은 벽에 걸려있는 사진을 깨끗이 닦은 뒤 빠르게 잠자리에 들었다.남자는 깊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자동차 엔진소리가 들려오고 눈부신 라이트가 번쩍였다. 전연우는 피곤함이 역력한 얼굴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차에서 내려왔다.단숨에 3층까지 올라가 침실 문을 열었다.깊은 잠에 빠졌던 장소월은 침대 한쪽이 꺼져내려 가는 것을 느낀 뒤에야 조금 정신을 차렸다.전연우는 외투를 벗고 오늘 갓 갈아놓은 침대 시트에 누워 이불과 장소월을 한 번에 끌어안았다. 그녀 몸에서 풍기는 꽃향기를 맡으니 하루종일 쌓였던 피로가 모두 풀리는 것 같았다.장소월은 잠이 채 깨지 못한 듯 간신히 눈을 뜨고는 나른하게 입을 열었다.“이게 무슨 냄새야. 가서 씻고 와.”“그래. 금방 갈게.”장소월은 너무 졸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잠이 들었다. 전연우는 옆으로 흘러내린 그녀의 잠옷 어깨끈을 다시 올려주었다.얼마 후 남자가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에 들어갔다.전연우는 샤워를 마친 뒤 머리를 말리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전연우는 그녀를 품에 꼭 껴안은 채 잠을 청했다.지평선 너머로 태양이 천천히 떠오르고 밤새 하늘을 지켰던 어둠이 빛을 받아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바깥엔 서리가 내렸지만, 집안엔 보일러가 틀어져 있어 온도가 적당했다.장소월이 슬리퍼를 신고 아래층에 내려가 보니 도우미들이 이미 아침상을 차려놓고 있었다. 메뉴는 잔치 국수였다.최근 장소월은 혼자 집에 있었기에 입는 것과 먹는 것 모두 최대한 간단히 해결했다.예전 거실에 내려와 보면 항상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가 보였지만, 요즘은 연속 며칠 동안 그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전연우는 늦잠을 자는 날이 별로 없다.지금은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해 전자기기의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전연우는 여전히 원래의 루틴을 지키고 있었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면 오늘의 신문을 보는 그 루틴 말이다.장소월이 소파 앞 탁자를 바라보며 물었다.“오늘은 신문 배달 안 왔나 보네요.”그중
거짓말.전연우는 몸을 뒤집어 일으키더니 그녀의 얼굴에 연이어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입술에서 시작해 천천히 그녀의 목으로 내려갔다.“잠이 안 오면 다른 가치 있는 일이라도 해야지.”“아니. 안 돼, 전연우. 나 진짜 화장실 가고 싶어. 그리고... 나 아직 몸이 채 회복되지 않았어. 잠자리하면 안 돼.”그런 장소월의 말에도 전연우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그는 어느새 장소월의 잠옷 단추를 모두 풀어헤쳤다.이불 안으로 차가운 바람이 비집고 들어왔다. 장소월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도저히 피할 수가 없어 그의 욕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매끄러운 액체가 나오지 않았는지 조금 거칠었던 탓에 장소월은 억지로 아픔을 참아야만 했다. 잠자리가 끝나고 나니 이미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전연우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여자를 안고 욕실에 들어갔다. 하반신에 흘러나온 선홍빛 피를 본 전연우의 이마가 찌푸려졌다.“아팠으면서 왜 말 안 했어?”차가운 욕조에 앉아 있던 장소월이 깊이 들어오려는 전연우의 손을 잡았다.“됐어. 그만해. 나 샤워하고 싶어. 몸이 불편해.”전연우는 거친 손바닥 위에 바디위시를 짜놓고는 장소월의 여린 피부에 문질렀다. 장소월은 힘없이 그의 몸에 기대어 있었다. 그는 빠르게 그녀를 씻긴 뒤 머리를 말려주었다. 그녀를 침대에 눕히니 마침 기성은이 약을 들고 들어왔다.전연우가 이불을 거두고 손가락을 상처 부위에 가져가자 장소월은 통증에 신음했다.“됐다니까. 하지 마. 너무 아파.”주위가 조금 부어있었다. 전연우는 장소월의 몸 상태 때문에 꽤 오랜 시간 동안 성욕을 참아왔다. 오늘 밤 한순간 자신을 통제하지 못해 그녀에게 상처를 입힌 것이다.“괜찮아. 조금 찢어졌을 뿐이야. 너무 깊은 상처는 아니야.”“다음엔 조심할게.”전연우가 그녀에게 키스했다. 장소월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녀의 이런 연약한 모습이 남자의 본능적인 욕구를 더더욱 자극했다.전연우는 그녀의 귀에 살짝 키스하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동안 내가 얼마나 참
문밖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장소월은 황급히 핸드폰을 감추려 했다. 하지만 너무 조급했던 탓에 제대로 잡지 못해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복도에서 기성은에게 지시를 내리고 난 뒤, 전연우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힐끗 살펴보니 지도 어플에 주소가 하나 찍혀 있었다. 장소월은 애써 태연한 척 핸드폰을 주워들었다.“뭘 보는 거야?”전연우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묻고는 바로 장소월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았다.장소월이 검색한 곳은 이름도 없는 한 산속 마을이었다.그녀는 전연우의 몸에서 분출되는 한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이런 때일수록 침묵으로 일관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럼 일부러 무언가 숨긴다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장소월은 태연한 얼굴로 컵에 물을 따랐다. 긴장되는 마음에 손바닥에 땀이 흥건해졌다.그녀는 물을 한 모금 삼킨 뒤에야 입을 열었다.“별거 아니야. 집에만 있는 게 너무 무료해서 어디 여행 갈 곳이 없나 검색해보던 중이었어.”정상적으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전연우의 날카로웠던 눈동자가 차츰 부드러워졌다. 그는 다시 핸드폰을 그녀의 옆에 놓아주었다. 어쩌면 자신이 너무 예민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결혼식 날짜가 다가오고 있고, 그녀도 드디어 거의 몸을 회복했다. 전연우는 그녀가 무엇을 숨기고 있든 자신의 눈을 피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갖지 말아야 할 마음은 일찌감치 떨쳐내는 게 좋을 것이다.전연우가 입고 있던 정장을 벗자 그레이색 정장 조끼와 목에 맨 정교한 넥타이가 드러났다. 그는 옆 의자에 앉아 힘껏 장소월을 끌어당겼다.장소월이 그의 무릎 위에 앉았다. 전연우는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 검고 길게 자란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져주었다. 예전에 비하면 짧지만, 그래도 이젠 꽤 비슷해졌다.전연우는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제일 좋아했다.“나가고 싶으면 결혼식이 끝나고 러시아로 신혼여행 가는 건 어때? 너 거기 가고 싶어 했잖아.”장소월은 이미 오래전 가보았
“인시윤... 전연우가 비행기 사고는 자신과 상관없다고 말했어. 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지도 못해. 그 원한을 나한테 푸는 건 무의미한 짓이야.”“내가 왜 연우 씨를 미워하겠어? 그 사람은 내 남편이니까 무슨 말을 해도 다 믿을 거야. 내가 미워하는 건 내 모든 것을 빼앗아간 너야.”인시윤이 마구 쏘아붙이다가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었다.“넌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몰라. 난 그 사람을 위해... 내 모든 걸 바칠 수 있어. 너 대체 왜 돌아온 거야. 다 네 탓이야!”인시윤은 돌연 장소월을 잡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간절히 애원했다.“장소월, 내가 이렇게 빌게. 연우 씨랑 결혼하지 마. 그 사람 나한테 돌려줘, 응? 무릎이라도 꿇으라면 꿇을게.”장소월은 가슴이 저려왔다. 전연우 때문에 이렇게까지 미쳐버린 인시윤을 보고 있으니 전생의 자신이 떠올랐다. 인시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장소월의 손을 잡고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장소월은 코끝이 시큰거려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는 눈물을 닦고 난 뒤 천천히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허리를 굽혔다.“우린 예전부터 친구였잖아. 이러지 마... 나와 전연우에게 미래는 없어. 나도 줄곧 전연우 옆에 머물러 있지는 않을 거야.”“인시윤, 세상엔 전연우 한 명만 있는 건 아니야. 너한텐 엄마도 있고, 친구들도 있잖아.”인시윤이 환희에 찬 얼굴로 말했다.“너 약속한 거야? 그 사람과 결혼 안 하겠다고, 나한테 양보하겠다고! 맞지?”장소월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대답을 해주었다.“맞아. 난 전연우 좋아하지 않아. 절대 결혼 안 해.”15분 뒤, 서철용은 안에서 전해져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30분 후 안에서 급박한 소리가 들려왔다.장소월이 소리쳤다.“간호사님, 사람이 쓰러졌어요.”서철용과 인정아가 빠르게 병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간호사가 왔을 땐 서철용이 장소월을 데리고 떠난 뒤였다.사무실에 돌아온 뒤 서철용이 그녀에게 물을 한 컵 따라주었다.“어땠어요? 인시윤이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차라 작가가 작성한 로맨스 분야에 속한 연재소설이에요. 전연우는 여자 주인공인 장소월 아버지의 양자이다. 그는 복수하려고 계속 장소월 집에 남아있고 결국 장소월도 전연우때문애 죽었습니다. 그래서 장소월은 환생후 자신을 위해 살아가고 최대한 전연우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소월이 원하는 대로 발전될 것일까요?
이 책은 제 214화까지 업데이트했고 조회수가 46.7k에 달했으며 8.8라는 평점을 받았으니 우수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롯이 어떻게 전개할지 궁금하시면 굿노벨이라는 앱에서 한번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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