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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Author: 차라

제1화

Author: 차라
last update Last Updated: 2023-09-13 16:45:49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장소월, 31세, 암으로 사망.

서울 강남병원, 소독수 냄새가 코를 찌른다.

「연우야, 오늘 의사선생님이 투석한다고 주사를 놓아주셨는데 너무 아팠어.」

「나 곧 죽어. 보러 와 줄 거지?」

「제발, 연우야...」

장소월이 힘겹게 머리를 돌려 전화기의 메시지 창을 보고 있다. 메시지를 몇 개나 보냈건만 감감무소식이었다. 전연우는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

그녀의 손에는 링거 바늘이 꽂혀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몸은 뼈만 남아 앙상했고 두 눈은 안쪽으로 푹 꺼져 있었다.

사지는 이미 암 후유증으로 인해 썩어가고 있었다.

몸을 까딱할 수 없었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책임 간호사도 거의 보름 너머 와보지 않았다.

원인: 더 이상 치료해도 의미 없음.

그녀는 사실 엄살이 많았고 아픈 걸 끔찍이 무서워했다. 암 말기라 그녀는 매일 고통에 시달렸고 전연우에 대한 사랑만이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 넘쳐나던 사랑이 메말라가자 그녀에게 남은 건 뼈만 남은 몸뚱이였다.

장소월은 전화기를 꺼버리고 조용히 죽기를 기다렸다.

고통으로 그녀는 의식이 흐릿해졌다. 씁쓸하게 느껴졌다. 안 깐 힘을 다해 전연우와 결혼했고 8년간 그녀는 최선을 다해 좋은 아내가 되려 했다. 모든 걸 다 바쳐 그 사람 곁을 지켰는데 그녀가 얻은 건 무엇인가?

사람들은 하나 둘 그녀의 곁을 떠났고 가난 외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녀가 죽으면 제일 기뻐할 사람이 전연우다. 이제 그는 자유의 몸이다. 더 이상 징그러운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된다.

전연우, 드디어 소원대로 송시아와 결혼할 수 있다.

8개월 전.

전연우의 생일날,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장소월은 소파에 앉아 그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테이블 위 그녀가 정성껏 차린 음식들도 이미 차갑게 식어갔다.

기다리던 전연우는 오지 않고 비서가 이혼서류를 가져왔다. 비서가 싱겁게 입을 열었다.

“사모님, 사장님도 별다른 방법이 없어요. 이렇게 큰 전 씨 집안 산업을 누군가는 물려받아야 되잖아요.”

장소월이 창백한 얼굴로 웃어 보인다. 그녀도 몇 년 전 아이를 가졌었지만 사고로 잃었고 그 뒤로 자궁에 문제가 생겨 더 이상 임신을 할 수가 없었다

전연우도 올해 서른이 많이 넘었으니 후계자가 필요한 건 사실이었다.

하여 전연우는 그녀와 이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자를 찾으려 했다.

장소월은 비서를 돌려보내고 떨리는 손으로 전연우에게 전화했다. 전연우한테 직접 듣고 싶었다.

전화가 연결되긴 했지만 들리는 건 송시아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장소월의 심장이 먹먹해지면서 아파왔다.

장소월은 전화를 끊고 허탈하게 웃었다. 웃다가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회사를 전연우에게 맡겼고 5년도 안되어 그는 서울재벌그룹의 최고경영자가 되었다.

여러 업계를 오가며 쥐락펴락했고 회사 경영이든 어두운 거래든 막힘이 없었다.

잘난 남자 옆에는 항상 여자들이 꼬였고 이쁘고 몸매 좋은 여자도 많았다.

이렇게 많은 여자 중에 제일 오래 간 여자는 송시아 뿐이었다.

송시아는 평범한 가정 출신이었지만 대학 졸업 후 바로 전연우의 비서가 되었다.

그녀의 실력과 재주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두사람은 참 잘 맞는 솔메이트였고 천생연분이었다.

처음부터 장소월이 없었다면 전연우와 송시아는 진작에 이루어졌을 것이고 이렇게 오랫동안 관계를 숨기면서 애인으로 남지 않아도 되었다.

사랑이 없는 결혼이란 정말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장소월은 이혼 서류에 사인했다. 돈을 조금 받고 영원히 서울에서 쫓겨났다.

전연우의 허락 없이는 영원히 서울로 돌아올 수 없었다.

그리고 한주 뒤, 그녀는 암 진단을 받았다. 말기였다.

“펑!”

오늘은 밸런타인데이다. 바깥에서는 눈부신 불꽃 세리머니가 펼쳐졌다.

장소월은 기억 속에서 깨어나 힘겹게 눈을 떴다. 바깥을 본 순간 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커다란 LED 스크린에 잘빠진 블랙 슈트를 입은 전연우가 보였다. 큰 키에 뛰어난 피지컬, 서있기만 해도 강렬한 충격을 주었다. 차갑고도 귀티 나는 아우라, 가까이서 본 그의 얼굴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차가움 속에 높은 지위에서 나오는 진중함과 위협감이 있었다.

그는 한 손에는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은 송시아를 감싸고 있었다.

아이의 생김새는 전연우를 꼭 빼닮아 있었다.

“전 사장님, 사장님과 송시아님의 아이인가요?”

“이렇게 아름다우신 송시아님을 오래 기다리게 하셨는데 결혼식은 언제 올리시나요?”

송시아가 전연우의 품에서 고개를 들더니 달콤하게 웃어 보였다. 가느다란 손에 커다란 다이아 반지가 끼워져 있다.

“지금부터 전 사모님이라고 불러주세요. 오늘 혼인신고 마쳤습니다.”

장소월은 눈을 질끔 감았다. 끝내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말았다.

전연우, 이제는 후회해!

널 사랑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만약 이 모든 걸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널... 다시는 사랑하지 않을 거야...

창밖에는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다. 불꽃이 창문을 통해 장소월의 얼굴을 비추고 눈에는 현란한 불꽃이 그려진다.

장소월은 끝내 죽었다. 전연우와 송시아가 결혼한 그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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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29화

    도우미가 말했다.“민아 아가씨가 돌아오셨어요. 그런데 제가 방금 방에 가보았는데 두통이 다시 재발한 것 같았어요.”명세진의 얼굴이 바로 굳어졌다.“민아는요? 지금 어디에 있어요? 민아한테 무슨 얘기 했어요?”“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약만 가져다드렸어요. 얼굴색이 정말 안 좋았어요.”명세진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했다.“내가 올라가 볼게요. 오늘 저녁엔 민아가 좋아하는 음식들 많이 만들어요.”“네, 사모님.”명세진은 소민아를 줄곧 자신의 친딸로 생각하며 키워왔다. 소현아와 소민아 모두 소씨 가문의 소중한 딸이다. 실제 언니는 소현아였지만, 평소엔 동생인 소민아가 언니처럼 소현아를 챙겼다.명세진은 소민아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평소 그녀에게 더 관심을 쏟기도 했다.명세진은 방으로 올라가 조용히 문을 열었다. 침대에서 잠들어 있는 소민아를 본 그녀는 조심스레 다가갔다.소민아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지 베개가 흥건해지도록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안 돼요... 나 데려가지 말아요...”“오... 오지 마...”“언... 언니...”“언니... 어디에 있는 거예요!”명세진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손수건으로 이마 위 식은땀을 닦아주었다.“괜찮아. 괜찮아. 고모가 여기에 있어.”명세진은 따뜻하게 이불을 덮어 주고는 예전 소민아를 집에 갓 데려왔을 때처럼 침대 옆에 앉아 밤새 그녀를 토닥여 주었다.슬프게 흐느끼던 소민아는 한참을 다독인 뒤에야 천천히 울음을 그쳤다.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려 주는 명세진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했다. 아이를 갓 집에 데려왔을 때를 그녀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영양실조로 살집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말라 있었다. 일주일 동안이나 의식을 되찾지 못해 병원에서도 다시 살지 못할 거라고 했었다.이후, 다행히 그녀는 목숨을 지켜냈고 천천히 몸을 회복했다.비록 예전의 기억을 잃어버리긴 했지만,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아주 영리하고 총명한 아이였다. 학교에서의 수업도 교과서 한 번만 읽으면 바로 익히는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28화

    세면대 위에 놓아둔 핸드폰이 진동해 살펴보니 신이랑이 보내온 문자였다.[며칠 집에서 쉬어요. 회사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요.]소민아의 머릿속에 신이랑과 결혼하면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거라던 송시아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소월 언니 집안에 관한 일은 고모부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당시 장씨 집안의 지위는 어마어마하게 높았다고 한다. 서울에서 높은 권세를 누리고 있는 가문들조차도 장씨 집안에겐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암암리에 수많은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렀다.한 사람의 목숨은 단 한마디 말로 가볍게 좌지우지되는 것이었다. 소씨 집안은 명함도 내밀지 못했고, 서울에서 난다긴다하는 명문가 집안도 장해진 앞에선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송시아가 저지른 범죄도 그들과 그리 다르진 않을 것이다.소민아는 갑자기 밀려온 어지러움 때문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세면대를 지탱하지 않았다면 바닥에 쓰러졌을 것이다. 그녀의 머릿속에 낯설고도 생생한 기억이 펼쳐졌다.울음소리 가득한 어두운 지하실...남자 한 명이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녀에게 만두 하나를 쥐여주었다. 6, 7세 남짓한 어린 여자아이는 허겁지겁 만두를 입에 구겨 넣었다...머리가 깨질 것만 같아 이마를 감싸 쥐었다. 곧이어 참을 수 없는 두통이 밀려왔다.고통을 견디며 30초 정도 지내 보내니 그제야 통증이 조금씩 가라앉았다.그곳은 대체 어디일까. 왜 그녀 기억 속엔 없었던 걸까...그 남자는 누구지?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거지?도우미가 깨끗이 세척한 옷을 들고 들어왔다가 이상한 모습의 소민아를 보고는 다급히 다가와 물었다.“아가씨, 왜 그러세요? 또 머리가 아픈 거예요? 제가 약 가져다드릴게요.”소민아는 어렸을 때 자주 두통을 앓았었다. 하지만 이미 오랫동안 발병하지 않았다.도우미가 얼른 약을 꺼내 소민아에게 가져다주었다.약을 입에 넣고 물로 삼키니 두통이 많아 가라앉았다.도우미가 말했다.“아가씨, 계속 불편하시면 병원에 가보세요.”소민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27화

    그녀가 신이랑과 결혼만 하면 송시아는 더는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을 거라고 했었다.“왜 그렇게 보는 거예요? 네?”소민아는 뒤로 몇 걸음 물러서 신이랑과 거리를 넓혔다.“난 괜찮으니까 먼저 돌아가요. 잠깐 어지러워서 그랬어요.”“그래요. 내가 차로 데려다줄게요.”“아니에요. 회사와 내가 가려는 곳은 반대 방향이에요. 지금은 근무 시간이잖아요. 이랑 씨 일에 영향 줄 수는 없어요.”소민아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음속에서부터 그를 천천히 멀리하기 시작했다.그 변화를 느낀 신이랑의 얼굴에 감출 수 없는 실망감이 어렸다.“민아 씨, 무슨 일 있었던 거예요? 아니면 송시아가 또 기성은 씨로 협박한 거예요? 뭐든 상관없으니까 나한테 말해요. 내가 도와줄게요.”소민아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신이랑 씨, 대체 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거예요?’‘이건 친구에게 베푸는 호의가 아니잖아요! 그보단... 다른 관계...’소민아는 그에게 똑똑히 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랑 씨, 여긴 불편하니까 차에 가서 얘기할까요?”“그래요. 내가 캐리어 들어줄게요.”신이랑은 소민아의 짐을 들고 그녀와 함께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에 올라탄 뒤 그가 물었다.“나한테 할 얘기 있어요?”“이랑 씨, 우린 친한 친구 맞죠? 이랑 씨도 송시아처럼 나쁜 사람으로 변하진 않을 거죠?”신이랑은 잠시 당황했다가 이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민아 씨, 나쁘게 변하든 아니든 절대 민아 씨를 해치진 않을 거예요!”신이랑이 그녀에게 하는 약속이었다.“민아 씨 생각엔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변할 것 같아요?”소민아는 그를 믿는 게 맞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송시아의 말로는 신이랑은 앞으로 정계에 입성할 것이고 기성은의 위협이 될 거라고 한다. 그녀는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말을 다시 삼켜버렸다.결국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기성은이 그녀에게 신신당부한 말도 있었기 때문이었다.“서울에 돌아가면 그 누구의 말도 믿으면 안 돼요.”“이랑 씨는요? 회사에서 유일하게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26화

    소민아의 눈동자에서 빛이 점점 꺼져가고 있었다. 너무 괴로워 목구멍에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당신 생각이에요, 아니면 이랑 씨 생각이에요?”송시아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민아야, 그 말을 이랑 씨가 들었다면 얼마나 섭섭해할까. 줄곧 신이랑은 나랑 다르다고 말해왔으면서, 지금 신이랑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내가 했던 말 잊었어?”“신이랑은 널 위해 본가에까지 들어갔어!”송시아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내뱉었다.“신이랑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너만을 위해 살았어!”“핸드폰 확인해봐. 신이랑이 너한테 문자를 얼마나 많이 보냈는지.”비행기에서 내린 뒤 그녀는 핸드폰을 무음으로 설정해 놓았다. 기성은의 문자 외에 다른 건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송시아가 걸어 나가며 말했다.“일단 씻고 내려와서 밥 먹어. 저녁에 서울로 돌아갈 거야.”소민아가 핸드폰을 꺼내 보니 베터리가 없어 꺼진 상태였다. 충전선을 꼽고 전원을 켜니 송시아의 말처럼 신이랑으로부터 적잖은 문자가 와 있었다.40개가 넘는 문자 중 대부분이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말투에서 그녀에 대한 걱정이 고스란히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가 이럴수록 소민아는 그에게 죄책감이 느껴지고 부담감이 더해갔다.오후 3시 식사를 마치고 짐 정리를 한 다음, 비행기에 올라탔다.소민아는 창밖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송시아가 그녀 옆에 앉아 눈을 감고는 말했다.“보지 마. 아무리 봐도 기성은은 너랑 같이 여길 떠나지 않아.”“기성은은 애초부터 이 더러운 곳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어. 네가 아무리 애써도 뼛속 깊이 새겨진 비천함은 변하지 않아.”소민아가 말했다.“당신은 얼마나 고귀한 사람이길래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당신도 예전엔 이처럼 악랄한 환경에서 살았었다는 거 잊지 말아요.”송시아가 들뜬 말투로 말했다.“이 세상 사람들에겐 모두 등급이 있어. 전연우가 아니었다면 기성은은 아직도 여기에서 굴러다녔을 거야. 참, 내가 알려줬었나? 기성은의 아버지는 지독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25화

    “그때가 되면 소씨 가문도, 그리고 언니도... 기성은 하나 때문에 무너져버릴 수 있어.”송시아가 가장 잘하는 게 바로 사람의 가장 여린 약점을 건드리는 것이다. 그 몇 마디 말에 소민아는 패닉에 빠져버렸다.“그... 그럴 리가 없어요! 기성은 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신이랑 씨도 당신 말처럼 기성은 씨를 해치지 않을 거고요. 당신 입에서 나온 말은 한 글자도 믿지 않을 거예요.”송시아가 더더욱 그녀를 몰아붙였다.“민아야, 내가 예전에도 말했었잖아. 장씨 가문은 서울 지하조직 수장이었다고. 그 인간들이 무슨 짓을 했었는지 알기나 해?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장해진이 죽길 바랐을까. 전연우가 없었다면 장소월은 목숨을 부지하지도 못했을 거야.”“그동안 장씨 집안, 남원 별장을 지켰던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해?”“장씨 집안은 전연우와 기성은이 지탱하고 있었던 거야. 장소월은 다른 사람에게 기대어야만 살 수 있는 기생충에 불과해.”“장씨 집안이 끝나버린 지금, 기성은은 장씨 집안의 뒤처리를 해주려고 저렇게 고생하고 있는 거야.”“장씨 집안이 저지른 죄를 모아 신고하면 목숨이 몇백 개라도 모자라거든.”소민아는 더는 참지 못하고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됐어요. 그만 해요. 소월 언니를 벌레 보듯 하고 있는데... 소월 언니는 아무것도 몰라요. 무슨 근거로 모든 잘못을 소월 언니에게 뒤집어씌우는 거예요? 내가 보기에 소월 언니는 당신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에요. 적어도 다른 사람을 해치진 않았으니까요!”“만약 내가 당신 동생이 아니었다면 어떤 방식으로 날 해치우려고 했어요? 난 저번 하마터면 당신 손에 철저히 망가질 뻔했어요.”송시아는 화가 나 이마를 찌푸렸다.“장소월이 착하다고? 그래! 장소월은 어렸을 때부터 걱정하나 없이 온실 속에서 자란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귀한 집 아가씨였어. 착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민아야... 우리한테 제일 필요 없는 게 바로 착함이야. 장소월처럼 살았다면 난 이미 일찌감치 죽은 목숨이었을 거야. 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24화

    기성은은 그녀를 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내려주고는 차를 몰고 떠났다.소민아가 돌아가 보니 송시아는 밤새 돌아오지 않은 듯했다.송시아가 어디에 갔든 전혀 상관없었다. 그녀는 피로한 몸을 이끌고 씻으러 욕실에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무언가 생각났는지 다시 방으로 돌아가 베개를 등에 받히고 침대에 누웠다.어리석은 방법일 수도 있지만, 소민아에겐 더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송시아가 돌아왔을 때, 소민아는 깊이 잠들어 있었고, 바닥에선 베개가 나뒹굴고 있었다. 그녀 옷깃에 묻은 자국을 보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송시아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이렇게까지 깊게 빠져버렸다고?신이랑이 기성은보다 못한 게 뭐란 말인가. 왜 하필이면 배경도, 돈도 없는 기성은을 좋아하게 된 걸까.송시아도 밤새 바쁘게 보냈던 지라 바로 욕실에 들어가 씻은 뒤 소민아의 옆에 누웠다.소민아는 오후가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옆에 누워있는 여자를 본 순간,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나 앉았다. 눈동자 속에 감출 수 없는 증오가 피어올랐다.그 움직임에 송시아도 깨어났다.소민아가 말했다.“방이 두 개나 있는데 왜 하필 내 침대에 누운 거예요.”송시아가 웃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너 예전엔 언니랑 딱 붙어 자는 거 좋아했잖아.”소민아는 그녀에게 더는 관심을 주지 않고 옆에 있던 옷을 들고 욕실에 들어갔다.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아랫배를 어루만졌다...‘아이가 있든 없든 난 끝까지 당신을 기다릴 거예요.’소민아는 샤워를 마친 뒤 욕실에서 나가 송시아에게 물었다.“우리 언제 돌아가요?”“어젯밤 기성은 만났어? 기성은도 너한테 꽤 마음이 있나 보네.”“묻고 싶었던 건 물어봤어?”“안 물어봤어요.”송시아는 화장대에 앉아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귀걸이를 걸며 말했다.“아무 조건 없이 마음을 줄 정도로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 기성은을 선택하면서 신이랑의 마음이 어떨지는 생각해봤어? 신이랑은 널 위해 제일 돌아가고 싫어하던 본가로 들어갔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23화

    차가운 밤바람에 체온이 떨어지자 기성은은 그녀를 데리고 은밀한 위치에 멈춰선 차에 올라타고는 히터를 틀었다.소민아는 바로 그의 몸에 올라타고 키스를 퍼부었다. 마음껏 키스한 다음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싸고 말했다.“기성은 씨, 3년 줄게요. 기다릴 테니까 3년 안에 서울로 돌아와요. 그동안 뭘 하든 상관하지 않을게요. 그냥 3년 후... 나한테 전화 한 통이나 문자 하나만 해줘요.”“기성은 씨만 원한다면 난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기성은 씨를 대신해 총괄 비서 자리 잘 지키고 있을게요. 전 대표님이 깨어날 때까지, 그리고 기성은 씨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말하지 않으면 동의한 걸로 생각할게요.”기성은에게 있어 모든 것이 미지수다. 3년이라...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3년이 있을 수 있을까.“이곳을 떠나면 동의할게요.”소민아는 그의 목덜미를 잡고 말했다.“힘들게 왔는데 허탕을 치면 안 되죠. 날이 밝기 전엔 갈 생각하지 말아요.”소민아가 그의 옷 단추를 풀었다.덜컹덜컹 흔들리는 차 안, 소민아는 거칠게 신음소리를 내뱉고 있었다.얼마가 지났을까, 그녀는 더는 견디지 못하고 기성은의 가슴팍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다음날 날이 밝아서야 소민아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새기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기성은도 그녀의 손길을 느끼고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송시아도 왔어요. 저 곧 가야 할 것 같아요. 정말... 기성은 씨와 잠시라도 더 함께 있고 싶어요.”기성은이 바깥을 쳐다보니 날은 이미 밝아있었다.“내가 송시아의 동생이라면, 나 미워할 거예요?”기성은이 말했다.“그건 알고 있었어요.”“그럴 줄 알았어요. 다 알고 있었으면서, 왜 나한테 말해주지 않은 거예요?”소민아는 다시 몸을 기울여 그의 가슴에 기댔다. 그의 평온한 심장박동이 그녀에게 안정감을 심어 주었다.“그럼 기성은 씨 생각은 어때요? 제가 그 여자를 언니로 인정해야 할까요? 제 머릿속엔 조각조각 찢어진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22화

    “여긴 민아 씨가 올 곳이 아니에요.”“누구랑 같이 왔어요? 지금 당장 그 사람과 함께 돌아가요.”욕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돌아온 소민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문자 내용을 확인했다.‘이제야 내가 걱정되는 건가? 그동안 수도 없이 문자를 보냈을 때는 줄곧 감감무소식이었다가.’그는 예전과 같이 짧게 몇 글자만 보내왔지만 소민아는 그가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내가 갈게요.”기성은이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였다.소민아는 바로 핸드폰을 들고 욕설을 퍼부었다.“나쁜 놈, 이제야 올 생각이 들어? 그동안은 대체 뭘 한 건데!”그녀는 거울 속 화장기 없는 자신의 얼굴을 보고는 빠르게 가방에서 화장품을 꺼내 간단히 화장을 했다. 마지막으로 립스틱까지 바르니 웃음이 새어 나왔다. 못 생기진 않았네.그녀가 옷을 갈아입었을 때, 핸드폰이 진동했다.면북의 밤공기는 조금 쌀쌀했기에 그녀는 목도리를 둘렀다.그녀가 문을 나서자 경호원이 막아섰다.“아가씨, 이곳의 밤은 위험합니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저한테 시키시고 방에만 계십시오. 어디에도 나가면 안 됩니다.”소민아는 눈동자를 한 바퀴 굴리고는 말했다.“그렇군요! 그럼 귤 좀 부탁해도 될까요? 저 귤이 먹고 싶어요.”“알겠습니다.”다른 경호원들도 한 명씩 그녀에게 속아 자리를 비웠다.소민아는 아무도 없는 복도를 뛰어나갔다. 1층 문밖에도 총을 소지한 두 명이 경호하고 있었지만, 그녀가 걸어 나가도 막아서지 않았다.소민아는 핸드폰을 들고 5분도 되지 않은 사이에 기성은이 말했던 강가로 한달음에 뛰어갔다.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어둠이 내려앉은 텅 빈 강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저 이따금씩 꾸르륵거리는 물고기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소민아는 다급한 마음에 강에 뛰어들어 그 속에서라도 기성은을 찾아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때, 어둠 속에서 남자 한 명이 걸어 나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소민아는 화들짝 놀랐다. 휘청이던 몸의 중심을 잡고 살펴보니 눈앞에 건장한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21화

    바깥에서 남자들이 우르르 들어와 그들을 둘러쌌다.송시아는 태연한 얼굴로 소민아를 끌어당겨 자신의 등 뒤에 숨겼다. 이어 그의 가슴팍을 힘껏 걷어찼다.“문 대표님, 앞으로는 손 간수 잘하세요.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 손이 무사할 수 있을지 저도 장담 못 해요.”송시아는 발을 내려놓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시간이 늦었네요. 저와 동생은 이만 쉬어야 하니 가볼게요. 식사 계속하세요.”오늘 참석한 손님들은 모두 면북을 관리하는 4대 명문가 가주들이었다. 하지만 처참하게 당하는 문지강을 보고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그들에게 송시아는 이토록 무시무시한 사람이다.다른 여자들과는 전혀 다르다.문밖까지 걸어갔을 때, 송시아가 걸음을 멈추었다.“언니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으니까 너 먼저 돌아가 쉬고 있어. 필요한 거 있으면 경호원한테 얘기하면 돼.”“언니를 위해 나서줘서 정말 기뻤어.”소민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그녀의 표정을 보니 더더욱 분노가 치밀어올랐다.“권력을 얻기 위해 그동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저기 앉아 있는 사람들 좀 봐요. 한눈에 봐도 좋은 사람은 아니잖아요. 왜 저런 나쁜 놈들과 어울려 다니는 거예요?”“지금 갖고 있는 권력과 재산들 다 몸을 팔아서 손에 넣은 거예요? 더럽지도 않아요?”송시아가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면 안 돼? 예로부터 남자들이 여자를 찾아 쾌락을 누리는 건 지극히 일반적인 일이었어. 남자가 여자들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탐하는데 난 왜 안 돼?”“민아야, 언니도 아무 남자와 접촉하는 게 아니야. 됐어. 이제 이 일은 더는 언급하지 마. 알겠어? 언니... 기분이 안 좋아질 수도 있어.”송시아가 등 뒤 경호원에게 명령했다.“안전하게 데려다줘.”소민아가 말했다.“기성은을 만나게 해준다고 했잖아요.”“며칠 뒤면 만날 수 있을 거야.”소민아는 그녀가 검은색 승용차 안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차 안에 남자 한 명이 있는 것 같았지만 너무 어두운 탓에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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