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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장소월이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는 전연우에게 웃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오빠, 미안해. 전에는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어! 내가 잘못했어. 그렇게 오빠를 궁지로 내몰면 안 되는 거였는데. 이제 깨달았어. 앞으로도 꼭 기억할게. 오빠는 오빠일 뿐이라고.”

난리를 피우지도 떼를 쓰지도 않았다. 너무나도 평온한 나머지 아무런 생기 없는 인형 같았다.

전연우의 어두운 눈동자가 빛나더니 얇은 입술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비웃음이었다. 그녀의 새로운 수작인 건가?

전연우가 입을 열었다.

“알았다니 다행이네. 밤새우지 말고 얼른 쉬어. 내일 데리러 올게.”

그러고는 어른처럼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장소월은 피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고 수긍하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

돌아선 전연우의 눈에 부드러움은 찾아볼 수 없었고 차가움만이 남아 있었다.

병실에서 나온 전연우는 주머니에서 하얀 손수건을 꺼내 장소월을 만졌던 손을 닦았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걸어간 그는 옆에 놓인 쓰레기통에 손수건을 던졌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전연우가 지하 주차장으로 가는 버튼을 누른다.

아우디 한 대가 라이트를 킨 채로 있다. 조수석에는 긴 파마머리를 한 여인이 앉아있다. 섹시한 옷차림에 손에는 담배가 들려있다. 야릇한 붉은 입술은 담배연기를 뿜어냈다.

여자의 시선은 차에 타는 남자의 잘빠진 몸을 따라 움직였다.

“잘 달래줬어?”

전연우가 차에 올라 안전벨트를 했다. 그의 눈에 역겨움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곧이어 여자의 손에 들린 담배를 뺏아 창밖으로 던졌다. 그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는 내 차 안에서 담배 피우지 마.”

여자가 매혹적으로 웃어 보이더니 다리를 꼬았다.

“안 피면 어린 아가씨 향수 냄새를 어떻게 덮어.”

아이라인을 그린 예쁜 눈이 차 안에 놓인 핑크색 향수병으로 향한다. 거기엔 글자가 쓰여있는 스티커도 붙여져 있었다: 장소월 전용 좌석.

그녀가 살짝 웃어 보이더니 말한다.

“18살밖에 안되는 여자애가 점유 욕은 굉장히 강하단 말이야. 왜? 장가에 데릴 사위로 들어갈 생각은 안 해본 거야? 잘만 이용하면 원하던 일 힘 안 들이고 쉽게 할 수 있을텐데.”

전연우가 핸들을 돌리더니 엑셀을 밟아 주차장에서 나간다.

“장소월 아직 건드리면 안 돼. 쓸모 있어.”

“쯧. 맘 약해져서 못 건드리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매정하네! 뭐 걔도 볼 거 없나 보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네가 아직 안 넘어 간거 보면.”

전연우가 짜증 나는 듯 미간을 찌프리더니 차갑게 쏘아붙인다.

“닥치지 않을 거면 차에서 꺼져.”

장소월?

그냥 천진한 바보일 뿐이야!

그는 아직 성숙도 덜된 애송이에게 아무런 흥미가 없었다.

차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장소월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눈을 뜬 채로 침대에 누워 손목에서 이따금 전해지는 미세한 아픔을 느끼고 있다.

그렇게 뜬 눈으로 아침의 태양을 맞이했다.

전연우가 데리러 오기까지 기다리기는 싫었다. 아침 6시 반쯤 그녀는 직접 퇴원 수속을 마치고 병원에서 나왔다.

전생에 그녀는 모든 것을 전연우에게 바쳤다.

이번 생은 그녀는 자신을 위해 살 것이다...

그녀는 전연우가 장가에 남아있는 목적이 복수를 위해서라는 것도 알고 막지 못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막을 생각도 없었다.

아버지와 전연우 사이의 원한에 끼고 싶지 않았다. 저들끼리 죽기 살기로 싸우면 그만이다.

장소월은 전생처럼 그들에게 원한을 내려놓고 평화롭게 지내자고 바보같이 나서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그녀는 그저 대학 졸업까지 3년을 버티고 싶었다.

그 뒤로는 장가를 나와 서울 떠나 그녀 자신만의 삶을 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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