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Chapter 161 - Chapter 170

294 Chapters

제161화

몇 달 전만 해도 강민아를 그의 셔츠 자락에 붙은 밥알처럼 역겨워하며 털어내기 바빴다.부부가 이혼하고 재산을 나눌 때도 그는 강민아에게 단 한 푼도 주지 않았다. 강민아가 그의 품을 벗어나 정이와 함께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깨달을 수 있도록.그는 강민아가 놀러 나간 개처럼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돌아와 꼬리를 흔들며 밥을 달라고 달려올 거라고 확신했다.그런데 불과 몇 달 만에 그가 강민아와 협상할 자격을 잃었다니.반하준은 어이없고 우스꽝스러웠다.자신은 부신 그룹 대표로 서경 정점에 서 있는 사람이다.강민아는 지금 그저 말로만 강경하게 나오는 것이다.이윽고 강민아의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여러분, 반하준과 저는 이미 이혼했고 저희 둘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부신 그룹과 아무런 연관이 없고 기꺼이 부신 그룹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 생각입니다. 반하준 대표가 굳이 선을 넘어 저를 건드린다면 저희는 경쟁 관계입니다. 어느 쪽이 먼저 쓰러지는지 두고 보면 알겠죠.”더 이상 반하준은 차분하게 숨을 쉴 수가 없었다.몇 년 동안 일부러 무시하고 기생충처럼 여겼던 아내가 지금 그를 압도하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고 있었다.반하준의 가슴은 수백만 년 동안 얼어붙어 있던 빙하 속에서 갑자기 뜨거운 마그마가 솟아오른 것처럼 열기로 타들어 갔고, 그의 이성과 자존심은 내면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강민아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여러 명의 재계 거물들이 건네는 명함을 흔쾌히 받아들이며 더 이상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오늘 밤 달이 유난히 밝지 않아?”반하준의 뒤에서 심은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가 홱 고개를 돌려 방어적이고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강민아 앞에서 유난히 가식을 떠는 교활한 남자를 바라보았다.심은호의 얇은 입술을 가운데가 검붉은 액체에 물들어 마치 새처럼 연약한 미인을 연상케 했다. 그 붉은 빛이 원래도 빼어난 그의 미모에 매혹적인 색채를 더했다.“한 번도 강민아가 이렇게 눈부신 줄 몰랐지? 널 위해 본연의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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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갑자기 옆에서 손이 뻗어 나와 김예나의 팔을 잡고 그녀를 난간에서 바로 끌어 내렸다.강나현은 힘껏 두 손을 내밀었으나 아무것도 잡지 못한 채 균형을 잃고 상체가 앞으로 쓰러졌다.“아!”강나현은 비명을 지르며 허리까지 오는 난간을 넘어 아래의 관목 숲으로 떨어졌다.테라스 아래의 정원은 칠흑처럼 어두웠다.강나현은 추락한 후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강기성이 눈을 가늘게 뜨고 아래를 한 번 내려다보더니 가볍게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비웃듯이 말했다.“죽지는 않을 거야.”강기성은 더는 강나현을 신경 쓰지 않고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마치 놀란 새처럼 긴장해있던 김예나는 그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다.강기성은 휴대폰의 손전등을 켜고 직접 손을 뻗어 김예나의 무릎에 박힌 유리 조각들을 모두 제거했다.김예나는 온몸을 떨고 있었는데 유리 조각을 집어낼 때마다 다리가 나른해질 정도로 아팠다.강기성은 신속히 조각들을 타일 위에 떨어져 딸그락 소리를 냈다.이어서 김예나는 천이 찢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강기성이 셔츠의 아랫부분을 물고 자락을 찢어 띠 모양으로 만들었다.그는 셔츠를 찢어 김예나의 무릎 상처를 간단히 고정하며 상처가 다시 오염되지 않도록 했다.“누가 없어?”“누가 없어? 내 핸드폰은 어디에 있는 거야?”아직도 관목 속에 누워 있는 강나현은 조금씩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관목 위에 떨어져 온몸이 뻣뻣했고 조금만 움직여도 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었다.강나현은 누군가를 찾아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리고 그녀는 아직도 김예나가 갑자기 한쪽으로 넘어진 것이 자신을 피하려는 의도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녀가 난간에서 넘어질 때 넓은 테라스 위의 그늘속에 한 사람이 담배를 피우며 서 있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김예나는 놀랍게도 강기성이 강나현을 구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오히려 그녀에게 더 관심이 있는 듯 보였다.남자는 피가 묻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커다란 몸집으로 그녀를 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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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강기성은 그녀의 순수한 두 눈을 바라보며 흥미롭게 웃었다.“우리의 세계에서는 옆에 여자가 있으면 사귄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따른다고 하지.”김예나는 의아해하며 물었다.“그럼 곁에 따르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강기성은 입을 벌름거렸지만 말문이 막혀 이내 다시 다물었다.김예나는 다치지 않은 손을 꽉 쥐었다. 이 사람은 강나현의 오빠이기 때문에 그를 따르면 아마...김예나는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보며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였다.“당신을 따르면 월급도 주시나요? 주말도 쉬나요? 국민 4대 보험도 되나요? 저에게 이익을 준다면 당신은 내시가 될 필요가 없어요.”강기성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내가 말한 따른다는 건 그런 뜻이 아니야.”김예나는 무해하고 연약한 꽃처럼 그녀의 분홍색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제가 당신을 따르는 첫 번째 사람인가요?”강기성은 한쪽 입꼬리를 씩 올리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자신이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해?”김예나는 그를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는데 두 눈에서 순결한 눈빛이 반짝였다.“따르는 사람도 없이 이전에는 어떻게 살았어요?”강기성은 입을 다물었다....강나현은 허리를 잡고 절뚝거리며 연회장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반하준을 찾았지만 반하준은 물론 연진숙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먼저 연회를 떠난 걸까?강나현은 휴대폰을 꺼내 반하준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휴대폰 화면이 거미줄 모양으로 깨졌고 손등도 나뭇가지에 긁혀 여러 군데 상처가 났다.헤어스타일이 흐트러지고 얼굴에도 상처가 난 자신의 모습이 어두운 화면에 비쳤을 때 강나현의 기분은 최악이었다.그녀는 혼자서 간신히 관목 숲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치켜들고 한참을 더듬어서야 겨우 휴대폰을 찾았다.그가 테라스에 돌아왔을 때 이곳은 텅 비어 있었고 바닥에는 유리 조각들만 남았다.그녀가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연회장에 돌아온 것은 반하준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고 싶었기 때문인데 반하준은 어디에 있는 걸까.강나현은 과반수의 손님이 겹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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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강민아와 심은호는 동시에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반용화가 비록 그의 상태를 폭로했지만 심은호는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심은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냄새를 맡아보세요. 이건 피 냄새예요? 아니면 술 냄새예요?”그가 가까이 오자 강민아는 저도 모르게 정신을 집중하며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는 와인의 향기를 맡았다.방금 심은호가 맞을 때 강민아는 한 손에 와인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와인의 향기가 자신의 잔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녀의 잔에 있던 와인은 모두 반하준의 얼굴에 쏟아졌다.다시 심은호에게 다가간 그녀는 여전히 짙은 술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그녀는 심은호의 입술을 자세히 보았는데 피가 굳은 색과 조금 달랐다.그의 입술은 예쁘게 생겼다. 어쩐지 강민아의 머릿속에는 갑자기 입술을 묘사하는 말이 떠올랐다.“키스하기에 딱 좋은 입술.”이 말이 뇌리에 스치자 그녀는 마음속으로 연신 ‘죄송합니다’를 외쳤다.“수석 연구원이네요.”“와, 정말 수석 연구원이네요. 제가 살아 있는 수석 연구원을 보게 된다니.”아래층에 있던 손님들은 반용화가 나타난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예전에는 반용화가 연회에 참석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비범한 천재는 결코 일반 손님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그들은 반용화를 보고 격동한 마음을 참지 못했다. 마치 인간 세상에 내려온 신을 보는 것처럼 그들은 예배하는 것처럼 열광적으로 달려갔다.반용화는 그의 뒤 따르던 경호원들이 앞으로 나서려 하자 손을 살짝 들어 경호원들의 행동을 막았다.경호원들은 의아해했다. 평소에 사람들 앞에 나타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반용화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자 2층 회의실에 앉아 있던 큰 인물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순식간에 반용화는 수십 명의 손님에게 둘러싸였다. 경호원들은 어쩔 수 없이 현장 질서를 유지했고 강민아의 주의력도 손님들의 떠드는 소리에 끌렸다.휠체어에 앉은 반용화는 손님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였다. 이런 환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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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선생님은 백련이 아니에요!”강민아의 반박에 심은호는 심장이 떨렸다.‘역시 반용화가 진짜 남자친구야! 그럼 난 애인이라도 할 수 있겠지?’강민하는 계속해서 말했다.“심은호 씨는 한 가지만 맞혔어요. 선생님은 순결한 백련이 맞아요. 아파도 슬퍼도 절대 밖으로 말하지 않는 분이에요.”반용화가 무릎을 문지르는 것을 보고 그녀는 즉시 앞으로 다가가 휠체어의 뒤에 있는 작은 상자에서 무릎보호대를 꺼냈다.“제가 착용해드릴게요.”“고마워.”반용화는 담담하게 말했다.강민아는 몸을 쭈그리고 앉아 무릎 보호대를 착용해줬다. 반용화는 그윽한 눈빛으로 강민아의 정수리를 지켜보다가 곧 시선을 돌려 심은호를 바라봤다.두 남자의 서로 경쟁하는 시선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쳤다. 강민아는 반용화와 심은호의 눈빛 교환을 보지 못했지만 반용화의 신변을 지키는 경호원들은 이를 보고 표정이 엄숙해졌다.심은호는 입 모양으로 반용화에게 소리 없이 절름발이라고 욕했지만 소리 내어 말한 것은 달랐다.“아저씨, 나이가 들수록 이 다리를 더 잘 보호해야겠네요.”촌수에 따라 심은호는 확실히 반용화를 아저씨라고 불러야 했다.강민하는 또 담요를 가져와 반용화의 다리에 덮었다. 담요를 정리하며 그녀는 마음속에서 신으로 모시고 있는 선생님을 위해 변명했다.“선생님은 심은호 씨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요.”반용화는 휠체어에 앉아 고개를 돌렸지만 심은호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부채모양의 속눈썹 아래에는 뛰어난 재능으로 인한 오만한 표정이 가득했다.개의 IQ는 60이지만 인류의 IQ는 100이라고 한다. 하지만 반용화의 IQ는 150인데 그 이유는 국제 표준으로 된 IQ 검사에서 만점이 150이기 때문이다.즉 반용화가 누구를 보든 이는 일반 사람이 개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심은호는 반용화의 살짝 올라간 입꼬리를 보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어머?”강민아가 몸을 일으켰는데 무언가가 그녀의 몸에서 떨어졌다.허리를 숙여 주어보니 국제 레이싱 대회(서경시 스테이션)의 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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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아직 시도해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자신이 다시 프로 레이서가 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죠?”강민아는 그를 향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레이싱에 관해서는 심은호가 그녀를 가장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다시 초대장을 보며 마음속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먼저 메일을 보내볼게요. 만약 그 사람이 답장한다면 이번 대회에 참가해보려고 해요.”심은호는 순간적으로 강민아가 누구에게 이메일을 보내려는지 알았다. 그녀의 전 내비게이터이자 5년 전 헤어진 절친이다.루나가 은퇴한 후 그녀와 그녀의 내비게이터는 5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다.강민아는 휴대폰을 꺼내 이메일에 로그인했다.이메일 외에는 그 사람과 연락할 방법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그녀는 이메일 발신란에 익숙한 이메일 주소를 입력한 후 휴대폰을 들고 메일 내용을 편집했다.강민아는 예전에 심은호가 드림을 몰고 그녀 앞에 나타났을 때 물었던 질문이 떠올랐다.그녀의 꿈이 영원히 변함없는지 물었었다.그 순간 그녀는 가장 친한 친구를 떠올렸다.[나는 다시 루나가 되어 우리의 옛꿈을 이루고 싶어.]강민아는 이메일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그녀의 심장은 힘차게 두근거렸고 메일을 발송한 후에도 평온해지지 못했다.강민아는 재빨리 휴대폰을 잠갔는데 아마 수학 경연에 참여할 때도 이렇게 긴장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심은호가 먼저 말했다.“제가 집에 데려다줄게요.”길에서 그들은 국제 레이싱 대회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으며 강민아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엄마!”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민아는 즉시 정이가 있는 방향을 찾았다.정이는 랜드로버에 앉아 한 손을 창문에 대고 다른 한 손으로 흔들고 있었다.운전석에 앉은 키 큰 남자는 어둠에 깔려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강민아는 웃으며 심은호에게 말했다.“오빠가 데리러 왔어요.”심은호는 다가가 정이와 인사하려고 했지만 기침을 했다.“아저씨, 왜 그러세요?”정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심은호는 차 문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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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지프차가 차고를 떠나자 반하준은 반용화 곁으로 와 공손하게 말했다.“작은아버지.”“패가망신이 따로 없네!”반용화의 평가에 반하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반용화는 반하준을 보지 않고 말을 이었다.“만약 내가 너에게 뛰어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민아가 학업을 마치도록 네가 지원하는 것을 내가 허락하지 않았다면 아마 이 모든 것이 달라졌을 거야.”반하준은 반용화의 무릎 위에 덮여 있는 담요를 바라보며 눈을 내리깔고 눈 밑에 가득 찬 포악한 기운을 감췄다.“작은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그는 비웃으며 말했다.“작은아버지는 절대 잘못된 결정을 내린 적이 없어요.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작은아버지가 하는 모든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셨어요. 왜요? 작은아버지도 후회할 때가 있어요?”이 순간 반하준은 자신과 반용화의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다고 느꼈고, 그도 잘못된 결정을 내릴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반하준은 턱을 들고 반용화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는데 두 눈에 늑대처럼 포악한 기운이 감돌았다.“작은아버지, 저의 전처가 마음에 걸리세요?”처음에 반용화의 입에서 강민아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반하준은 그녀가 반용화에게 특별하다는 걸 알았다.반용화의 목소리는 산속의 종소리처럼 유유하게 울려 퍼졌다.“난 예전에 너에게 민아를 맡기면 민아가 이 세상 모든 여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줄 알았어. 내가 널 너무 좋게 생각했던 거야. 넌 민아를 가질 자격이 없어.”반하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가 힘을 풀고는 숨을 들이쉬며 쌀쌀하게 말했다.“민아가 이렇게 좋으면 작은아버지는 그때 왜 민아와 결혼하지 않고 제가 결혼하게 내버려 뒀어요?”...“엄마 이거 봐요!”정이가 서류 뭉치를 강민아에게 건넸다.강민아는 종이를 받았는데 이것은 승덕 명문 학교에서 매년 열리는 야외 가족 활동 초대장이었다.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야외 활동에 참여하도록 조직하는 건데, 그 목적은 가족 간에 더 많은 활동을 만들어 학부모들이 서로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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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정이는 심은호와 육성민을 번갈아 보며 진지하게 고민했다.“음... 내일 아침에 엄마에게 말할게요.”돌아가는 길에서 심은호는 정이를 재웠다. 그는 이어폰을 꺼내 정이의 귀에 살짝 넣고 그가 휴대폰에 적은 글을 재생했다.“오늘 강윤정 어린이는 엄마와 심은호 아저씨와 함께 가족 활동에 참여했어요. 강윤정 어린이 가족은 제일 화목한 가족이라는 칭호를 받았어요.”정이는 꿈속에서 입꼬리를 올렸다.“그러나 정이는 엄마와 삼촌과 함께 가족 활동에 참여했을 때 우람진 삼촌 때문에 친구들이 두려워 울다 보니 최악의 가족이라는 칭호를 받았어요.”정이의 입꼬리가 순식간에 처졌다.“심은호 아저씨는 정이와 함께 여러 시합에서 우승했고 정이의 나쁜 아빠는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어요.”“정이는 삼촌과 함께 시합에 참여했을 때 삼촌이 게임 규칙을 이해하지 못해 시합 자격을 잃었고 나쁜 아빠는 민이를 안고 정이를 비웃었어요.”이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른 정이는 몸을 움츠렸다. 꿈속에서 불안감을 느낀 정이는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깨물었다.랜드로버는 심씨 저택의 대문 앞에 멈춰 섰다. 심은호는 차에서 내리며 무심코 강민아에게 말을 건넸다.“저 이번 주말에 시간이 있어요.”운전석에 앉은 육성민의 얼굴은 어두워졌다....아침 일찍 일어난 정이는 포동포동한 손가락으로 귀를 후볐다.어젯밤 그녀는 예지몽을 꾼 것 같았디. 심은호와 함께 가족 활동에 참여하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그러나 육성민과 함께 가족 활동에 참여했을 때는 친구들이 그를 보고 엉엉 우는 장면이었다.정이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옷을 입고 이부자리를 정리한 후 방문을 열었는데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를 찔렀다.‘엄마가 요리하는 걸까?’정이는 신이 나서 주방으로 달려갔다.그런데 키가 190cm가 되는 우람하고 튼튼한 육성민이 조리대 옆에 선 채 열 손가락에는 밀가루가 묻어 있었다.“삼촌, 뭐 하고 있어요?““만두를 만들었어. 곧 익을 거야.”만두의 맛있는 냄새에 정이는 입에서 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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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강민아는 별생각 없이 정이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다.“너의 삼촌이 만든 도시락이 아주 맛있어! 반찬이 많고 예뻐서 뚜껑을 열면 향이 십 리 밖까지 퍼질 거야.”육성민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유감스럽게 말했다.“하지만 이제 곧 나와 너의 엄마는 모두 바빠질 테니 아마 도시락을 만들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정이는 즉시 의자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자기 방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그녀는 서류 한 장을 들고 뛰어 왔다.“삼촌, 저랑 엄마와 함께 학교에서 조직한 가족 활동에 가줄 수 있어요?”육성민은 정이가 건네주는 전단지를 받아들고 몇 초 동안 고개를 숙이며 생각했다.정이는 육성민이 동의하지 않을까 봐 서둘러 말했다.“삼촌, 제발 부탁해요! 삼촌이 다른 어린이들을 놀래 울게 해도 상관없어요. 게임 규칙을 몰라봐도 괜찮아요. 전 최악의 가족이라는 칭호를 받기 싫으니 삼촌과 엄마가 나랑 가족 활동에 가줘요!”육성민은 말문이 막혔다.‘혹시 정이가 무슨 오해가 있는 건 아닐까?’육성민은 정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마침 시간이 있어.”말하면서 강민아를 바라보자 그녀가 말했다.“그럼 같이 가!”강민아는 정이를 학교에 데려다준 후 그녀가 교문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서야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강민아는 자신이 보낸 이메일에 답장이 왔다는 것을 발견했다.[아직도 내가 필요해?]윤서현이 보낸 회신을 본 강민아는 눈시울을 붉히며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막았다.어젯밤 그녀는 메일을 발송한 후 집에 돌아와 메일을 여러 번 확인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강민아의 마음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가라앉았던 마음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휴대폰을 들고 전화번호를 입력할 때 강민아는 손을 부들부들 떨었고 눈물이 앞을 가려 시선도 흐려졌다.하지만 그 익숙한 번호는 눈을 감고도 휴대폰 화면에 제대로 입력할 수 있었다.그녀는 번호를 다 입력한 후 통화 버튼을 누르고 휴대폰을 귀가에 대며 살면서 눈을 감았지만 가느다란 속눈썹은 이미 눈물에 흠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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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정이야, 나 이번 주말에 시간이 있어. 너와 함께 큰 활약을 보일 준비도 다 했어.”심은호는 자신만만했다.정이는 심은호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미안해요. 아저씨, 저는 이미 삼촌을 가족 활동에 초대했어요.”사무실에 앉아 정이가 음성 메시지를 보냈음을 확인한 심은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그는 정이가 무조건 그를 가족 활동에 초대할 줄 알았는데 정이의 음성 메시지를 듣고 나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그는 마치 석상처럼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힘없이 휴대폰을 들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정이야, 왜 삼촌과 가족 활동에 참여하기로 했어?”‘혹시 육성민이 정이를 화장실로 끌고 가서 협박한 건가?’정이는 곧 심은호의 물음에 답장을 보냈다.“삼촌이 아주 맛있는 도시락을 만들 수 있어요. 저는 엄마와 함께 맛있는 도시락을 먹고 싶어요. 삼촌의 요리 실력이 뛰어나거든요.”심은호는 다시 한번 자신의 마음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그는 음성 버튼을 누르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알았어. 그럼 너희들끼리 가. 난 슬퍼하지 않을 거야.”정이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낸 후 심은호는 1.5초 동안 슬퍼하다가 곧 휴대폰에서 요리학원을 검색해 전화했다.“여보세요. 이스턴 요리학원이죠? 저기 수습생을 모집하나요?”...며칠 후 심한기는 동료들과 함께 서경대학교에서 나올 때 마침 심은호의 전화를 받았다.“아버지, 취화루로 오세요. 제가 밥을 살게요.”심한기는 가슴이 떨렸다. 이렇게 좋은 일이 있다니!그는 흐뭇하게 동료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아들이 취화루에서 밥을 사준대요. 오늘은 특별한 날도 아닌데 이렇게 밥을 사주는 걸 보면 효자가 따로 없네요. 당신들은 아직 취화루에 가보지 못했죠? 듣기로는 예약하는 것도 힘들다고 하던데 제가 오늘 먼저 맛보고 와서 얘기해줄게요.”심한기가 취화루에 도착해보니 검은색 요리복을 입고 검은색 요리용 장갑을 낀 심은호를 보았다.심한기는 동공이 움츠러들며 입을 떡 벌렸다.“아들아,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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