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Bab 151 - Bab 160

306 Bab

제151화

“강민아 씨!”여러 명의 노인이 계단에서 내려와 잔뜩 들뜬 모습으로 강민아를 향해 걸어왔다.그들을 본 하객들은 이미 자리를 비켰고 그들의 등장은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다가오면서도 서로 먼저 강민아 앞에 서겠다고 난리였다.강민아는 하성훈을 알아보았고 다른 사람들도 고연대와 서경대 강연 포스터에서 본 적 있었다.“인사가 늦었네요. 이해해 주세요.”하성훈은 강민아에게 손을 내밀었고 강민아는 겸손하게 두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위원장님, 만나서 반갑습니다.”다른 몇몇 어르신들도 강민아가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그중 한 명은 흐뭇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강민아 양, 올라가서 얘기 나누죠.”노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주위 손님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2층은 아래에 모인 하객들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참석한 하객들은 2층 계단 끝에 있는 금빛 대문을 볼 수 있는데 서밋 포럼의 최상위 거물만 그 금빛 대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이곳에는 2층으로 갈 자격을 갖춘 거물급 인사가 스무 명도 채 되지 않았고, 그들은 일반 업계 종사자나 평범한 연구원들이 접근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었다.그리고 지금 뉴스에서나 보던 학계 거물급 인사 5명이 1층 연회장에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들은 강민아를 에워쌌고 그들의 갈망하는 시선은 오로지 강민아에게만 향했다.강나현은 발을 밟히기라도 한 듯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강민아는 가짜 초대장으로 들어왔는데 무슨 자격으로 2층에 가요?”서밋 포럼 주최자 봉태우가 대답했다.“무슨 가짜 초대장이요? 강나현 씨의 초대장은 제가 직접 쓴 건데 어떻게 가짜일 수가 있나요?”강나현은 고개를 돌려 호텔 매니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동호의 하객 명단에는 강민아의 이름이 없었는데요.”연진숙은 지위가 높은 거물급 인사들을 바라보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주최자 봉태우는 서경 상회 부위원장이기도 했는데 평소에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서경에서 수십 년을 지낸 연진숙도 봉태우와 친분을 쌓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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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연진숙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해가자 옆에 서 있던 손님들도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재밌다는 듯 키득거렸다.조금 전 그녀가 강민아를 괴롭히는 모습을 모두가 지켜봤다.봉태우가 일부러 그러는 건지 연진숙에게 강민아의 술 시중을 들게 했다.연진숙은 웨이터가 눈치껏 다가와 쟁반을 가져가길 바라며 계속해서 눈치를 주었다.그래도 어른인데 어떻게 강민아의 시중을 들 수 있겠나.그녀가 당황하는 사이 반하준은 다가와서 들고 있던 쟁반에서 술 두 잔을 가져가 그중 한 잔을 강민아에게 건넸다.“그래도 네 시어머니인데 이런 자리에선 눈치껏 웃음거리가 되지 않게 해.”직접 강민아에게 술잔을 건네주었지만 태도는 여전히 오만했다. 처음으로 이런 고급 파티에 참석한 강민아의 행동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남자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강민아의 검은 눈동자가 크리스털 샹들리에 아래에서 별처럼 빛났다.“반하준, 당신이야말로 광대가 따로 없어.”반하준의 얼굴에 서리가 한층 내리며 싸늘하게 굳었다.“강민아! 내 아들이 직접 술을 건네는데 네가 뭔데 안 받아?”연진숙이 꾸짖었다. 반씨 가문에 있을 땐 반하준이 물 한 잔 따라줘도 강민아가 감지덕지해야 했다.강민아는 거침없이 대꾸했다.“이 남자는 광대, 그쪽은 광대 엄마.”“민아 언니!”강나현은 연진숙의 편을 들며 그녀의 호감을 사고 싶었지만 그녀가 입을 여는 순간 강민아가 말을 가로챘다.“자꾸 반하준 아빠 노릇을 자처하는데 그럼 너도 똑같이 광대나 해. 한 가족이 웃음거리가 되는 게 벌거벗은 것과 뭐가 달라? 한 치 앞도 모르고 창피하게 행동하는 꼴이란.”연진숙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손에 들고 있던 쟁반을 부수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이때 봉태우가 다가와 연진숙이 들고 있던 쟁반에서 샴페인 한 잔을 집어 들었다.연진숙은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며 공손한 모습을 보였다.곧이어 봉태우가 강민아에게 샴페인을 건네자 연진숙의 입꼬리가 순식간에 내려갔다.내심 속이 상했지만 봉태우 앞에서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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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3초가 지나도록 반하준은 강민아의 얼굴에서 안쓰럽거나 걱정하는 기색을 찾을 수 없었다.과거 그가 두통을 앓거나 열이라도 나면 강민아는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살뜰히 챙기곤 했다.하지만 지금 강민아는 피가 철철 나는 그의 손을 완전히 무시했다.그는 아무 상관 없는 낯선 사람이 됐고 강민아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봉태우와 하성훈은 강민아를 위층으로 안내했고 떠나기 전 봉태우는 동호라는 호텔 매니저에게 말했다.“우리가 특별 초대한 게스트를 불쾌하게 했으니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습니다.”동호는 사색이 되어 강나현의 얼굴을 원망스럽게 바라봤다. 전부 강나현 때문이다. 이젠 직장까지 잃게 생겼다!강민아는 와인 잔을 손에 들고 계단으로 다가갔다.강나현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이사장님! 우리 언니가 일도 안 하고 2층에 가는 거면 하준 씨도 갈 수 있잖아요.”봉태우는 입가에 무심한 비웃음을 머금고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말했다.“부신 그룹 대표는 아직 2층에 들어갈 자격이 없습니다.”굴욕감이 안개처럼 반하준을 뒤덮었다.“그 입 다물어.”반하준이 큰 소리로 꾸짖자 강나현은 남자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이처럼 매우 화내는 모습을 보았다.“하준 씨, 난 그냥 도와주려고...”반하준이 대꾸했다.“널 여기로 데려오는 게 아니었어.”강나현은 민망함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반하준은 계단 끝에 닫힌 금빛 대문을 바라봤다.재계 종사자라면 매년 열리는 국제 또는 국내 서밋 포럼에서 금빛 대문에 입장하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었다.반하준 역시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해 왔다.5년만 더, 아니 5년이 아니라 3년만 더 버티면 부신 그룹을 시가총액 1위로 끌어올려 주최 측으로부터 금빛 대문에 초대받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그런 곳에 강민아는 쉽게 들어가다니.정말 기가 막히고 믿을 수 없었다.그의 전처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리가.금빛 대문이 강민아를 향해 천천히 열렸다.‘강민아, 너는 30년 동안 열심히 노력해도 나랑 어깨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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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하준아, 강민아 씨와 아직도 화해하지 못했어?”조금 전 연진숙이 강민아를 어떻게 괴롭히는지, 강민아가 반하준을 어떻게 대하는지 부신 그룹 주주들은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일부 주주들은 직접 연진숙에게 찾아가 한소리하고 있었다.“봉태우, 하 위원장이 직접 와서 강민아를 데려갔는데 방금 그게 무슨 태도입니까?”부신 그룹 주주는 연진숙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본인이 나서서 연진숙 대신 강민아의 시어머니가 되어주고 싶어질 지경이었다.“걔가 날 무시하잖아요!”연진숙은 조금 전 강민아가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을 떠올리며 자신의 태도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여전히 불만을 가득 품고 있었다.“그래도 내가 시어머니인데!”“전 시어머니잖아요!”상대가 정정했다.“강민아는 7년 동안 내 며느리로 지냈어요. 한번 스승님은 영원한 아버지라는데 7년 동안 시어머니였던 나를 그래도 공경해야죠. 그리고 애초에 걔가 하준이랑 이혼하겠다고 난리 쳤어요.”연진숙이 투덜거렸다.“시골에서 자란 애를 데려다가 7년을 가르쳤는데 아직도 철없이 구니, 원.”주주들은 모두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강민아는 지금 서밋 포럼의 귀빈입니다. 이대로 반 대표까지 쫓겨나길 바라세요?”그러나 연진숙은 이렇게 대꾸했다.“봉태우도 말이 그렇다는 거지...”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자 주주들은 옆에 서 있던 강나현을 바라봤다.한 주주는 비웃으며 상대에게 진지하게 경고했다.“강나현 씨, 하준이 앞길 막지 마요.”다른 주주는 역겨운 표정으로 물었다.“강나현 씨는 재계 출신도 아닌데 왜 여기 왔어요? 누가 데려온 거죠?”강나현은 당당하게 말했다.“하준 씨가 절 데려왔어요.”주주들은 다시 한번 반하준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왜 강민아 씨한테 CTO 제안을 안 했어? 지난주에 밥 먹으면서 달랜다고 하지 않았어?”“내가 보기에 지난주에 하준이는 강민아를 달래주지 못했어. 그게 아니면 강민아가 오늘 그렇게 대했겠어?”주주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자 반하준의 차가운 얼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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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2층, 호화로운 회의실 내부.강민아는 참석한 모든 학계 거물과 임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그녀가 자리에 앉자 몇몇 거물급 인사들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강민아는 속눈썹을 말아 올린 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반용화를 바라보았다.“제 꿈은 용성에 들어가는 겁니다.”당황한 사람들은 강민아의 목표가 명확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하지만 오자마자 가장 강력한 보스에게 도전장을 내밀자 몇몇 거물들도 반용화가 강민아를 용성에 들여보낼지 지켜보았다.강민아는 가방에서 서류 하나를 꺼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반용화에게 다가갔다.“이건, 용성에 들어가기 위한 저의 발판입니다.”강민아가 건넨 자료를 받아 든 반용화의 눈에는 잠시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강승 테크 입찰서?”반용화는 강민아가 강씨 가문 기업의 입찰서를 주는 게 무슨 의도인지 궁금했다.“용성의 연구에는 여러 가지 중금속을 사용해야 하는데 많은 실험이 비밀리에 이루어지죠. 그리고 저희 아버지 회사에서는 여러 중금속 자원을 손에 쥐고 있어요.”반용화는 강민아에게 건넨 파일을 다시 돌려주었다.“난 네 아버지 회사를 못 믿어.”강민아는 그가 건네준 서류를 받지 않고 웃으며 반용화에게 물었다.“그럼 강승 테크가 내 회사가 되면요?”반용화는 시선을 들었다. 고요한 그의 눈빛은 사람을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었다.강민아가 말했다.“강승의 수익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고 제 아버지는 이미 강승의 핵심 기술을 옴 테크에 매각할 준비를 하고 계세요. 옴 테크는 강승의 기술 그 이상을 원할 거라고 생각해요.”강민아는 진지하게 말했다.“절대 강승 테크가 외국 투자자의 손에 넘어가게 두지 않을 거예요.”반용화의 얼굴엔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그는 강민아에게 밥 먹자고 묻는 듯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두 달 안에 강승의 소유권을 손에 넣어.”자리에 있던 거물급 인사들은 찬 공기를 들이마셨다.“이건 좀 어려운데.”그들은 이미 강민아의 배경에 대해 샅샅이 조사를 마친 상태였다.“강민아는 이혼한 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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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하성훈은 심은호를 몇 번이나 쳐다보며 그가 나서서 말해주길 바랐다.전에도 심한기에게 부탁해 강민아가 서경대로 돌아올 수 있게 설득해달라고 할 생각이었다.하성훈은 강민아의 실력이면 서경대의 간판 교수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하지만 심한기는 워낙 오만해서 몸을 굽혀 강민아를 설득하지 못했다.차분한 얼굴로 강민아 곁에 앉아 웃고 있는 심은호는 아무리 봐도 부족하다는 듯 눈도 깜박이지 않고 강민아의 옆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흠흠!”하성훈은 두 번 기침하며 심은호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티 없이 잘생긴 남자가 나른한 얼굴로 하성훈의 얼굴을 바라보는 눈빛은 가을 호수처럼 서늘했다.“전 민아 씨 생각에 찬성해요.”강민아는 홱 고개를 돌려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심은호는 몸을 앞으로 숙여 턱을 괸 채 팔꿈치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유리구슬 같은 검은 눈동자엔 강민아만 오롯이 담겨 있었다.그는 마치 철없는 아이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며 강민아 앞에서 순진한 척하고 있었다.그래야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도 강민아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으니까.,강민아는 내뱉는 숨결에서 심은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유혹적인 호르몬을 맡을 수 있었다.심은호가 진지하게 말하는 게 들렸다.“난 민아 씨의 모든 결정을 응원해요. 민아 씨가 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어요.”...파티장에서.쨍그랑!요란한 소리와 함께 유리잔이 깨지며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이 엉망이 되었다.반하준이 동종 업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고개를 돌려보니 발밑에서 술잔을 깬 웨이트리스가 몸을 굽히고 있었다.깨진 와인잔을 주우려 하면서도 허둥지둥하던 그녀가 황급히 고개를 들자 겁에 질려 창백한 얼굴이 마치 사냥꾼에게 쫓기는 사슴처럼 보였다.반하준은 미간을 찡그렸다.이제 막 반씨 가문으로 시집온 강민아가 에르메스 접시를 깨뜨리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도우미가 제대로 올려놓지 않아 강민아가 찬장을 열었을 때 우르르 쏟아졌는데 겨우 하나 살린 그릇을 들고 강민아는 이렇게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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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강나현은 차가운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김예나가 반하준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았다.“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구두를 더럽혔어요.”말하며 그녀는 쪼그리고 앉아 수건으로 반하준의 신발을 닦아주려고 했다.그러다 보니 바닥에 유리 파편이 떨어져 있는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고 김예나의 무릎은 유리 파편에 찔려 피가 흘렀다.“앗!” 그녀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유리 파편이 박힌 피투성이 무릎을 바라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반하준은 우뚝 서서 무표정하게 김예나의 모든 행동을 지켜보았다.김예나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들어 떨고 있는 토끼처럼 황급히 반하준을 바라보았다.특정 각도에서 보면 눈앞의 여성과 18살 강민아는 꽤 닮아 있었다.“어머, 어쩌다 피가 났어요? 얼른 일어나요.”강나현은 곧바로 손을 뻗어 김예나의 팔을 꽉 잡았다.그는 김예나를 억지로 끌어올리려 했고 고개를 든 김예나는 강나현을 보자 발작을 일으킨 듯 발을 구르며 소리를 질렀다.“아아악, 이거 놔요! 오지 마요!”김예나는 강나현에게 거세게 저항하며 팔을 비틀고 격렬하게 몸부림치면서 이성을 잃은 듯 이렇게 외쳤다.“나한테 손대지 마요. 때리지 마요! 강나현 씨, 살려줘요. 때리지 마요. 전 아무도 유혹하지 않았어요!”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어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원래는 웨이트리스의 실수에 관심을 기울일 생각이 없었던 사람들도 모두 김예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많은 시선 속에서 강나현은 자리에 굳어버렸다.순간, 이 순진해 보이는 김예나가 반하준 앞에서 그녀를 함정에 몰아넣기 위해 이런 소란을 피운다는 생각이 들었다.‘속셈이 따로 있었네!’전에 그녀에게 맞았던 복수를 하려는 걸까?강나현은 입꼬리를 올리며 다리를 벌리고 몸을 굽히고 앉아 두 손을 허벅지에 얹어 최대한 거친 남성처럼 보이게 행동했다.그녀는 김예나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아가씨, 왜 그래요? 왜 이렇게 요란을 떨지? 난 그런 냄새 나는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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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강민아는 금빛 대문 안에서 나와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었다.그녀가 우뚝 서서 아래층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곳을 바라보는데 뒤에서 심은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네요. 반유하 씨 살아있을 때 그쪽이랑 사이 어땠어요?”강민아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이름을 심은호가 갑자기 언급하자 강민아는 멈칫하며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유하는 나현이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서 친자매처럼 가까웠어요. 나랑 유하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죠.”강씨 가문 파티에서 반유하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로부터 경고를 받았다.지금 생각해 보면 강나현이 뭐라고 말해서 그녀가 선입견을 갖고 강민아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품은 것 같다.강민아는 화려한 크리스털 샹들리에를 바라보며 눈앞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유하가 사고를 당하기 전에는 그나마 저와 사이가 많이 좋아졌죠.”그런데 어느 날 눈을 뜬 그녀는 반유하의 죽음을 알게 되었다.그녀를 해친 사람은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반씨 가문은 그 후로 웃음이 줄어들었다.“왜 갑자기 유하 얘기를 하는 거죠?”강민아가 놀란 듯 묻자 심은호는 1층 파티장을 바라봤다.“저 여자 반유하 친구예요.”강민아는 심은호의 시선을 따라 눈을 깜빡이며 아래층을 내려다봤다.‘심은호가 말하는 게 저 다친 웨이트리스일까?’강민아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심은호의 잘생긴 얼굴이 아주 가깝게 다가와 있어 거의 코가 맞닿을 정도였다.그녀의 동공이 커지며 시야에 남자의 매혹적인 깊은 눈동자만 보였다.“비밀 지켜줘요.”다소 장난기 어린 그의 말투와 행동은 마치 농담을 건네는 것처럼 보였다.홀에 앉아있는 반용화의 각도에서 강민아는 심은호에게 절반쯤 가려져 있었고, 반하준의 눈에는 계단에 서 있는 두 사람이 키스하는 것처럼 보였다.그 순간 반하준은 눈앞에서 우는 웨이트리스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그는 김예나를 지나쳐 계단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디뎠다.본인조차 달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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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심은호 씨!”강민아는 술 냄새를 맡고 망설이기도 전에 심은호의 온몸이 비틀거리는 것을 보았다.황급히 손을 뻗어 그의 팔을 받쳐주었다.심은호는 손을 들어 입술에 묻은 새빨간 피를 닦아냈다. 앞머리는 약간 헝클어져 있었고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난 괜찮아요... 윽!”그는 위로하려는 듯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또다시 새빨간 액체를 뱉어냈고, 강민아가 충격을 받을까 두려워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새빨간 액체가 뼈마디가 분명한 손가락을 따라 흘러내리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이었다.심은호는 조금 전 와인을 많이 마셔두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반하준의 살기 가득한 눈빛 속에서 그는 손을 뻗어 강민아의 눈을 가리려 했다.“보지 마요. 전남편이 미친개처럼 날뛰는데 내가 다 안타깝네요.”반하준은 말문이 막히며 두 눈을 크게 떴다.지금 강민아에게 기대어 가슴을 움켜쥔 채 ‘피'를 토하는 눈앞의 남자는 전에 강나현이 말했던 불여우와 지극히 닮았다.반하준은 주먹을 움켜쥐었다.“심은호, 난 널 때리지도 않았어!”심은호는 강민아가 손에 새빨갛게 고인 피를 볼 수 있도록 손을 들어 올렸다.그게 바로 반하준이 때렸다는 증거였다.“민아 씨, 걱정 마요. 내가 실수로 부딪힌 거지 하준이와 상관없어요.”반하준은 그 순간 술 냄새 대신 비릿한 불여우의 냄새가 풍겨오는 것 같았다.오래도록 묵혀둔 짐승 냄새가 널리 퍼져 반하준의 뇌에 있는 여러 신경을 마비시켰다.“망할 여우...”반하준이 말을 잇기도 전에 강민아가 손에 든 와인을 그의 얼굴에 부어버렸다.순식간에 반하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차가운 술이 쏟아지자 잘생긴 남자의 얼굴에 드리운 앞머리가 와인에 물들었고, 술이 그의 날카로운 턱선을 따라 가슴 앞으로 뚝뚝 떨어져 비싼 정장과 셔츠를 더럽혔다.아래층에서 이를 지켜보던 하객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낮은 소리로 탄식했다.반하준이 심은호를 때렸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데 반하준이 와인까지 뒤집어썼으니 하객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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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반하준은 강민아의 얼굴에서 충격에 빠진 표정을 보고 싶었다.그녀가 금빛 대문 안으로 초대받았어도 어쩔 수가 있나.업계의 기술 거물들은 강민아를 그저 기술직으로만 채용하고 싶어 한다.ALI 수학 경시대회에서 금상을 딴 강민아의 실력이라면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들어가 기술자로 일할 수는 있을 것 같았다.프로젝트 팀장만 맡아도 27살에 아무런 업무 경험이 없는 여자에겐 한계에 부치는 일이었다.부신 그룹에서 강민아에게 CTO 자리를 흔쾌히 제안한 것도 강민아가 한때 자기 여자였다는 사실 때문이었다.반하준은 손을 들어 와인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은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이마를 드러낸 헤어 스타일이 가뜩이나 날카로운 그의 이목구비를 더욱 두드러지게 보여주었다.마지막 한 방울의 레드 와인이 반하준의 턱 아래로 떨어졌다.지나치게 우월한 그의 외모는 와인을 뒤집어쓴 후에도 격렬한 전투에서 이기고 피를 묻힌 전사처럼 보이게 했다.“이건 내가 전처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아량이야. 내일부터 부신 그룹으로 출근해.”반하준은 여전히 가슴을 움켜쥔 채 맞아서 심하게 다친 척하는 심은호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는 강민아에게 은혜를 베푼 후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고 돌아서서 떠날 준비를 했다.“반하준, 머릿속에 물이 가득 찼으면 그걸 나무에 양보하는 건 어때?”강민아의 조롱에 남자는 뒤돌아보며 차갑게 질책했다.“한 번만 더 내 앞에서 오만하게 굴면 후회하게 될 거야.”강민아는 웃으며 남자에게 물었다.“뭐, 내가 감사 인사라도 하길 바라는 거야? 나한테 CTO 자리를 줬으니 나는 감지덕지하며 넙죽 받아야 하나? 반하준, 그깟 부신 그룹 CTO 자리 성에 차지도 않아. 그것보다 나은 선택지가 내 눈앞에 널리고 널렸어.”강민아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진작 계단을 둘러싸고 있던 재계 거물들이 한꺼번에 달려 올라오기 시작했다.처음엔 1층에 있던 하객들도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강민아를 영입할 생각이 있었지만 강민아와 반하준의 관계를 알고 있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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