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Chapter 301 - Chapter 306

306 Chapters

제301화

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감시 카메라를 바라보며 옆에 있는 수화기를 향해 소리쳤다.“내가 이 죽을 먹으면 어머니를 풀어줘!”그렇게 말한 후 한참을 기다렸지만 강민아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반하준은 천천히 허리를 숙이고 등을 누르고 구부린 다음 고개를 숙이고 죽 그릇에 다가갔다.자신이 취한 이 자세가 추하다는 건 잘 알았지만 굳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 얼마나 굴욕적으로 보이는지, 그게 고화질 카메라에 얼마나 적나라하게 찍히는지도.그는 혀를 내밀고 죽 그릇을 핥았다.밥알을 삼키는 순간 반하준의 뇌는 통제력을 잃었다.얼굴의 절반을 플라스틱 그릇에 파묻을 기세였고 순식간에 죽은 바닥을 드러냈다.지금 그 모습이 민이가 길고양이 밥을 빼앗아 먹던 것과 뭐가 다를까.반하준은 플라스틱 그릇에 얼굴을 파묻은 채 고개를 들기 싫었다.하루 종일 굶었는데 모질게 구는 강민아 때문에 이 죽 한 그릇으로는 겨우 목숨만 부지할 뿐, 배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그는 플라스틱 그릇에 남은 마지막 물기까지 깔끔하게 핥았다.그 자세로 죽을 다 먹고 난 반하준은 고개를 들어 입술을 핥았다.옷으로 입을 닦을 수가 없기에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따뜻한 닭죽이 뱃속에 들어가자 속이 훨씬 편안해진 것을 느꼈다.그는 허리를 곧게 펴고 다시 벽에 기대어 앉았다.음식이 들어가자 졸음이 몰려왔고 무거운 눈꺼풀을 못 이겨 눈을 깜박이던 반하준은 끝내 졸음을 이기지 못했다....엘리베이터를 탄 연진숙과 경호원은 올라가다 말고 우뚝 멈춘 것을 발견했다.엘리베이터가 멈춘 채 움직이지 않자 몇 초 후 경호원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감지했다.“엘리베이터가 왜 고장 났죠?”경호원이 손을 뻗어 비상 버튼을 눌렀지만 내부의 통화 장치엔 응답이 없었다.이때 한 경호원이 외쳤다.“휴대폰에 신호가 안 잡히는데요?”다른 경호원들도 차례로 휴대전화를 꺼냈지만 마찬가지로 신호가 잡히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엘리베이터의 신호 차단 기능이 대단하네요.”이제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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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강나현이 슬쩍 강성진을 돌아보며 입을 놀렸다.“아빠, 언니한테 심은호 데려오라고 할 필요는 없었어요. 언니 난감할 텐데.”강나현은 심은호가 강민아의 남자 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강성진의 농담이거나 강민아가 강성진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했다.심씨 가문 도련님은 수많은 재벌가 아가씨의 왕자님이며 이상형인데 강민아가 복권에 당첨되어도 심은호 눈에 들었을 가능성은 없었다.강나현은 고고한 심은호가 다른 미혼의 재벌 2세와 다르다는 걸 알았다. 16, 17살 때부터 그는 흔한 스캔들 하나 없었다.한때 업계에서 심은호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소문을 퍼뜨린 당사자가 심은호 측으로부터 고소장을 받았다.그래서 강성진이 강민아와 심은호가 만난다고 했을 때 강나현은 곧바로 이렇게 대꾸했다.“그러다 심은호가 고소장 보내겠어요.”하지만 강성진은 확신에 차서 그녀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했다.이어 강나현은 강민아와 심은호가 동행하는 사진을 보았고, 사진 속 다정한 두 사람은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훌륭한 미모를 자랑하며 드라마 속 한 장면 같은 모습을 보였다.강나현은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심은호가 어떻게 강민아를 만나?’정말 만난다고 해도 단지 심심풀이로 갖고 노는 거다.그러니 오늘처럼 강성진이 강민아에게 심은호와 함께 입사 파티에 오라고 했어도 강민아가 아직 나타나지도 않은 거겠지.심은호처럼 바쁜 사람이 어떻게 매일 강민아 곁을 지키겠나.“아가씨 오셨네!”“부사장님 오셨어.”정신을 차린 강나현이 입구 쪽을 돌아보니 강민아는 깔끔한 여성 정장을 입고 검은 머리를 틀어 올린 채 가느다란 목선과 아름다운 턱선을 자랑하고 있었다.그리고 그녀가 팔짱을 낀 남자는 훤칠하고 우아한 모습이었다. 두 사람이 함께 들어오자 주위가 환해지며 자체 발광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그리고 무거운 카메라 장비와 마이크를 들고 있는 여러 기자가 그들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강성진이 물었다.“민아야, 이 사람들은 누구야?”강민아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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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기자들 앞에서 자신의 입담을 마구 뽐내고 싶었던 그의 행동에 지유빈은 순간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이미 강승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강성진이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제가 문제를 하나 내볼게요!”“...”확 느껴지는 ‘꼰대’ 기질에 지유빈은 숨이 턱 막혔다.“딸, 기자들 불러서 촬영할 거면 미리 말하지!”도민영은 두 손으로 붉어진 얼굴을 가렸다. 카메라 렌즈는 그녀에게 흥분제와 다름없었다. 수많은 카메라와 기자들 앞에서 그녀는 심장이 쿵쾅거렸다.현장에 있던 임원들은 서둘러 자신의 넥타이와 옷매무시를 다듬으며 카메라 앞에서 번듯한 모습을 드러냈다.지유빈은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저희는 강민아 씨 특집 기사에 쓸 소재를 찍으러 온 것이니 다른 분들은 카메라 의식하지 말고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면 됩니다.”파티장에 대형 카메라 여러 대가 설치되었는데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나.도민영은 연노랑의 풍성한 드레스를 입고 검은 머리카락을 어깨 위로 드리운 채 크리스털 왕관까지 쓰고 있었다.그녀가 강민아의 옆으로 다가가 카메라 렌즈 앞에서 몸을 배배 꼬자 카메라맨은 차마 눈 뜨고 봐줄 수가 없었다.“여사님, 강민아 씨만 찍을 수 있게 옆으로 비켜주세요.”도민영은 머리를 강민아의 어깨에 바짝 붙인 채 카메라를 향해 수줍게 눈을 깜박였다.“누가 엄마고 누가 딸인지 알아요?”“...”한편, 스프링 가든의 희미한 조명이 켜진 방 한구석에는 반하준이 어둠 속에 앉아 있었고, TV 화면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만이 그의 피곤한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강민아 씨, 이쪽 봐주세요.”“민아 씨.”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언급하는 말에 반하준의 눈꺼풀이 떨리며 충혈된 눈을 뜨고 눈앞의 TV를 바라보았다.그러고는 강민아와 심은호가 함께 TV에 등장하는 것을 보았다.반하준의 동공이 커지면서 그의 눈동자에 강민아의 온화한 얼굴이 비쳤다.그녀는 심은호와 함께 화려한 모습으로 파티에 참석했다.‘선남선녀’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 반하준은 날카로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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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호흡을 가다듬은 강나현은 강민아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구치소에서 나온 뒤 미용실에 가서 브라운으로 염색하고 깔끔하게 묶은 포니테일이 걸을 때마다 흔들렸다.일부러 피부과에 가서 관리도 받았다. 그게 아니면 이 많은 사람 앞에 나설 용기도 없었을 거다.남성 정장을 입고 검은 가죽 구두를 신은 그녀의 발걸음은 당차 보였지만 나이 많은 임원이나 주주들 눈에는 무척 거슬리는 차림새였다.“언니, 축하해. 벌써 다른 사람 만나네.”강나현은 다가가 심은호를 돌아보며 부러움과 시샘이 섞인 눈빛을 감추었다.“심은호, 궁금한 게 있는데 어쩌다 우리 언니랑 만나게 됐어?”강나현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호기심을 드러냈지만 심은호는 무심하게 그녀를 흘겨볼 뿐이었다.“대단하네.”강나현이 눈이 휘어지게 히죽 웃었다.“심은호, 내가 물어보고 있는데 뭘 칭찬하는 거야?”“사고를 내고도 벌을 받지 않았잖아. 반씨 가문 도련님이 그 정도 다쳤는데 한 달도 안 돼서 나왔어. 참 운도 좋네. 반하준이 아마 불길 속에서도 구해줄 거야.”강나현의 표정이 다채롭게 바뀌었다.안 그래도 심은호는 존재만으로 눈에 띄고 주위에 어떻게든 그에게 말을 걸려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이제 그들이 전부 강나현을 조롱하듯 쳐다보고 있다.게다가 그들을 촬영하는 카메라도 있었다.지난달 강나현이 강변대로에서 큰 사고를 쳤다는 건 서경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심은호는 고개를 돌려 강민아에게 주변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속삭였다.“산에 있는 불상 대신 반하준이 거기 앉아있으면 되겠네요.”강민아는 심은호의 팔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얘랑 단둘이 얘기하고 싶어요.”따스하고도 솔직한 심은호의 눈빛이 강민아의 얼굴에 머물렀다.“걱정되는데요.”강민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놀리듯 말했다.“얘가 날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서요?”두 사람은 거의 얼굴을 맞대고 있을 정도로 가까웠지만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강나현은 불쾌함에 입을 삐죽거렸다.“언니는 날 뭐로 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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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강나현은 강민아의 게시물을 클릭해서야 이미 올렸던 영상이 사라졌다는 걸 알아차렸다.고개를 든 그녀가 매서운 눈빛으로 강민아를 쳐다보았다.영상을 삭제했다고 그녀를 도발했던 게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다.이미 강민아와 반하준의 영상을 저장해 놓았으니까!강민아의 입가에 번진 미소를 보며 강나현은 일부러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해 올렸다고 더더욱 확신했다.강민아는 분명 반하준이 합의서에 사인하고 아직 민이가 병원에 있는 데도 강나현이 보상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것에 화가 난 거다.그래서 다시 친구 추가를 한 뒤 일부러 그녀만 볼 수 있는 게시물을 올려 기선제압을 했다.강민아는 그녀가 반하준을 좋아해서 그의 체면 때문에 영상을 퍼뜨리지 않을 거라 확신하겠지만, 강나현은 강민아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강나현은 영상을 저장한 뒤 반하준의 얼굴을 다른 남자로 바꾸었다.이제 강민아에게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깨는 게 뭔지 제대로 보여주련다.“강민아, 내가 이미 경고했지. 날 건드리지 말라고! 심은호와 만나고 하준 씨랑 얽혀 있다고 해서 내 앞에서 거들먹거리지 마.”강나현의 경고가 끝나고 파티장 스피커가 울렸다.무의식적으로 단상 위를 돌아보니 강성진이 그쪽으로 다가가 마이크에 대고 말하기 시작했다.“제가 이 자리에서 몇 마디 짧게 얘기하겠습니다...”강성진은 10분 넘게 열정적으로 연설한 뒤 도민영과 두 딸까지 무대 위로 데려갔다.그들은 저마다 다른 속셈을 품고 역겨움을 참아가며 사람들 앞에서 다정한 가족인 척 연기를 했다.마침내 강성진의 연설이 끝나고 강나현이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으며 말했다.“아빠의 딸로서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강나현의 발언은 약속된 게 아니었기에 강성진은 당황한 듯 강나현을 바라봤고, 강민아의 눈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우리 중엔 직책에 걸맞지 않은 품행을 지닌 사람이 있어요. 비록 가족이지만 사생활이 난잡해 강승 테크의 임원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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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강나현의 목소리가 반하준의 귓가에 들리고, 그는 포박당한 채 매서운 눈빛으로 TV 화면을 응시했다.강민아를 저격하는 말인 건 안다.대체 강민아의 무슨 약점을 잡은 걸까.강민아가 강씨 가문을 파멸로 몰고 갈 만큼 위험한 짓을 한 건 그를 이곳에 가둔 것뿐이었다.하지만 강나현이 그가 감금되었다는 걸 어떻게 알고?반하준은 자신의 뇌 어딘가에서 신경이 거칠게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안 돼!’절대 그가 이곳에 감금된 사실을 폭로해선 안 된다.이윽고 반하준의 동공이 확장되며 스크린에는 적나라한 영상이 재생되었다.강성진의 얼굴이 단번에 퍼렇게 질렸다.“아아악!”도민영은 본능적으로 손을 들었지만 미처 입을 가리지 못한 채 비참한 비명을 내뱉었다.강씨 가문의 다른 친척이나 주주들도 일제히 경악하며 소리를 질렀다.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좋지 않았고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강나현은 단상에 서서 모두의 반응을 살피고는 단상 아래 손님들에게 말했다.“여러분, 다 보셨나요? 저런 사람이 강승의 리더가 될 자격이 있나요? 저렇게 사생활이 엉망인데 정말 강승 테크를 믿고 맡길 수 있나요?”강나현이 눈가에 악의를 고스란히 드러낸 채 차갑게 웃었다.무죄로 석방된 후 강민아에게 주는 큰 선물이었다.‘그러게 누가 감히 도발하래?’반하준의 얼굴을 다른 남자로 바꿨으니 이제 강민아가 심은호와 사귀면서 다른 남자와 낯 뜨거운 행각을 벌인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되었다.강나현은 심은호를 바라보며 그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기대했다.무대 맨 앞줄에 서 있던 심은호는 잔을 들어 건배를 제의했다.“강나현 씨의 가족도 서슴없이 희생하는 용기는 대단하네요!”강나현은 가슴이 철렁했다. 심은호는 왜 저렇게 담담한 걸까.게다가 대놓고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강나현은 기가 막혀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역시 심은호는 강민아를 그저 데리고 놀 생각이었고, 어쩌면 진작 그녀가 방탕하다는 걸 알고 있었나 보다.강나현이 승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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