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출처를 따라 고개를 돌린 사람들은 붉은 비단옷을 입고 걸어 들어오는 임우진을 발견했다.반듯한 몸매와 조각 같은 이목구비, 얼음장처럼 차갑던 눈빛은 양진아를 향하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렸다.그는 곧장 걸어와 양진아의 옆에 멈춰 섰다.양진아는 의아한 얼굴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어젯밤 혼례를 치르고 머릿속은 온통 제후 저택에 남아 있을 궁리로 가득 찼기에 임우진을 찬찬히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다.전생의 기억을 되짚어보면 그는 신혼 둘째 날에 북벌 대군을 이끌고 출정하러 갔다.황제가 백관을 대동하여 직접 배웅을 나왔고, 경양의 백성은 이 장관을 구경하기 위해 앞다투어 성 밖으로 몰려들었다.그녀도 안정미와 함께 군중 속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당시 임우진은 갑옷을 걸치고 거만한 눈빛으로 뭇사람을 내려다보았고, 마치 한 자루의 날카로운 검처럼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었다.하지만 쌀쌀맞은 분위기와 달리 이토록 수려한 외모의 소유자일 줄은 몰랐다.감탄 어린 그녀의 표정에 임우진은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혼수를 확인한다더니 얼른 시작하지 않고 뭐 해?”그제야 넋을 잃은 사실을 깨닫고 양진아는 서둘러 시선을 피하더니 공손하게 말했다.“임 나리!”예상외의 호칭에 임우진의 표정이 굳어졌고, 못마땅한 시선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방금 뭐라고 했어?”아침까지만 해도 ‘서방님’이라고 부르고 갑자기 안면 불고하는 건 무슨 상황이지?기껏 도와주려고 급히 달려왔더니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갑자기 안색이 돌변하는 남자를 보자 양진아는 잽싸게 말을 바꾸었다.“서방님.”임우진은 시선을 돌리고 임태원을 향해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저택에서 작은 마님의 말이 곧 내 지시임을 모두에게 알리도록 하여라. 만약 명을 어기고 반항하는 자가 있다면 군법에 따라 엄벌을 내릴 것이야.”“네! 알겠습니다.”이를 목격한 안정미는 얼굴이 화끈거렸고, 질투심에 휩싸여 이성마저 잃을 것 같았다.또한, 임우진이 나타나자 금세 태세 전환하는 임태원 때문에 더욱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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