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 불효막심한 손녀가 두 분께 인사드리러 왔습니다.”양진아는 양 태부와 최영옥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고개를 다시 들었을 땐 얼굴이 이미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누이 옆에 서 있던 양호석은 누이가 왜 이렇게 흥분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양호석은 누이 옆에 있는 빈 방석을 보더니 곧바로 그 옆에 무릎을 꿇었다.“할아버지, 할머니, 누님을 나무라지 마십시오. 다 제 잘못입니다.”양호석은 말하면서 머리를 숙여 절을 했다.양 태부와 최영옥, 양동철과 한수경, 그리고 임우진까지 모두 말을 잇지 못했다.올해 10살이 된 양소정은 무척이나 활발했다. 평소 어른스러운 동생에게 이런 모습이 있는 걸 보고는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호석아, 거긴 형부 자리야.”임우진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양호석을 일으켜 세운 다음 무릎을 꿇었다.“임우진이 할아버지 할머니께 인사드립니다. 제가 꼭 진아를 잘 보살피고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지켜줄 테니까 부디 안심하십시오.”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절을 했다.양 태부는 나란히 무릎을 꿇고 있는 어린 부부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다가 서둘러 말했다.“오늘은 좋은 날이니 빨리 일어나거라.”그는 임우진이 일어나면서 옆에 있는 손녀를 부축하는 것을 보고 그제야 불안했던 마음을 놓았다.전에 손녀가 제후 저택과 혼인을 무르겠다고 했을 때 양 태부는 허락하지 않았다. 나중에 고정수와 혼인하겠다고 했을 때도 극구 말렸었다.하지만 큰며느리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고 두 아이도 어머니와 한마음인지라 아무리 걱정돼도 강요할 수 없었다.그런데 어쩌다 보니 양진아는 결국 제후 저택으로 시집을 갔다. 임우진이 양진아를 다정하게 챙겨주는 걸 보고 나서야 양 태부도 마음을 놓았다.양진아와 임우진은 자리에서 일어난 후 양동철과 한수경에게도 인사했다. 임우진이 웃으면서 말했다.“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그 순간 양동철의 얼굴에 감동의 빛이 감돌았고 한수경조차 안색이 눈에 띄게 누그러들었다. 팔이 항상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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