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리, 마님을 탐하지 마십시오: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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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나리, 이 일은 언니 잘못인데 왜 이 사람을 때리십니까?”안정미는 속으로 임우진을 몹시 원망했다. 임우진이 양진아와 고정수가 단둘이 한 방에 있는 것을 보고도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양진아를 감쌀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나리는 대체 뭔 생각을 하는 거야? 정상적인 남자라면 이런 상황을 보고 분노해야 하는 게 아닌가? 맞아야 할 사람은 양진아지.’안정미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불명예를 양진아에게 뒤집어씌워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 모두 임우진의 분노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나리, 전 그런 적 없습니다.”양진아는 다급히 임우진의 옷깃을 붙잡고 가련한 표정을 지었다.“고정수가 갑자기 쳐들어와서 이상한 소리를 하길래 나가라고 했더니 전혀 듣지 않더라고요.”“양진아, 네가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일 줄은 몰랐어. 난 너한테 마음을 주었건만 내 출신이 싫다고 날 버리고 다른 사내한테 붙어먹어?”고정수는 안정미의 손을 잡고 일어서더니 입가의 피를 닦고는 양진아를 무섭게 노려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나리, 양진아가 저한테 이곳에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저런 탐욕스럽고 속물인 여인한테 절대 속아선 아니 됩니다.”임우진은 양진아의 손을 잡고 고정수를 비웃었다.“네 그 더러운 입에서 그래도 진실이 나오긴 하는군. 탐욕스럽고 속물이면 어때서? 너도 예전에 안씨 가문의 여식이 눈에 차지 않아 진아한테 잘 보이려고 하지 않았느냐? 진아가 너의 본모습을 알아보고 나한테 시집왔는데 어디서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이냐?”쿵.‘알고 있었어?’방 안에 있던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임우진에게 향했다.“나리, 말조심하십시오. 저와 진아의 혼인은 양가 어른들의 허락을 받은 것입니다.”고정수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임우진이 이 사실을 알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양진아조차도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만약 임우진이 알고 있었다면 전생에 고정수가 그녀를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이 그녀뿐이었단 말인가?“허.”임우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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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고정수는 더욱 심하게 분노를 터트리며 임우진을 보았다.“나리, 방금 진아가 절 부른 게 맞다고 나리께서 인정하지 않았습니까?”임우진은 경멸 섞인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오라면 오고 가라면 갈 것이냐? 넌 글공부를 어디로 배운 것이냐?”고정수는 말문이 막혀버렸다.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전부 임우진이 해버렸다. 고정수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원래는 임우진과 양진아의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했었다. 설령 양진아를 되찾을 수 없더라도 자기 부인이 전 약혼자와 한 방에 있는 걸 보면 임우진이 분노해서 둘 사이에 금이 갈 거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임우진이 상식 밖의 행동을 보이더니 양진아를 감싸고 돌았다.임우진은 훤칠한 키로 양진아의 곁을 지키면서 경멸 섞인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어머님, 오늘은 진아가 친정에 인사드리러 온 날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조부모님과 작은어머님께 대체 집안을 어떻게 다스렸는지 꼭 여쭤봐야겠습니다. 설마 진짜로 진아한테 뒷배가 없다고 생각해서 함부로 괴롭히는 것입니까?”안혜선은 임우진이 일을 크게 벌이려고 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급히 말했다.“오해다, 오해. 여긴 우리 서쪽 별채의 일이니 아버님 어머님께 폐를 끼칠 필요 없다.”임우진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어머님은 제가 그냥 넘어가길 바라시는 겁니까?”“다 한 가족 아니냐? 마음이 넓은 네가 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안혜선의 시선이 양진아에게 향했다.“진아야, 너도 한마디 하렴. 좋은 날에 이런 일이 터져서 다들 기분이 상했을 텐데 풀어야지.”양진아는 어머니가 이렇게 말할 것이라는 걸 예상했다. 어쨌거나 어머니의 눈에 친딸의 이익은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그녀는 임우진의 시선을 받으며 씁쓸하게 웃고는 그의 뒤에 숨어버렸다.“어머니, 전 이젠 출가했으니 서방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고정수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어머니께서 잘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전 어머니의 딸입니다. 제 편을 들어주시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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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임우진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그는 이 말을 남긴 후 안혜선의 설명 따위 듣지 않고 양진아와 함께 심방원을 나섰다. 그렇게 서쪽 별채를 완전히 벗어나고 나서야 양진아를 놓아주었다.양진아는 옆에 선 그를 보며 정중하게 인사했다.“오늘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양진아, 앞으로는 좀 머리로 생각하고 움직여. 내가 매번 제때 나타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임우진은 딱히 생각하지 않고 계속하여 질책했다.“만약 오늘 진짜 고정수가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다면 앞으로 우리 제후 저택의 체면이 뭐가 되겠어?”양진아의 마음속에 차올랐던 감동이 한순간에 식어버렸다.“네, 서방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오늘 일은 제가 부주의했습니다. 어머니를 쉽게 믿지 말았어야 했어요. 어쨌든 다른 사람의 비방을 듣지 않고 절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임우진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가 이 말을 듣고는 코웃음을 쳤다.“네가 제후 저택에 시집와서 편하게 살려고 갖은 수까지 썼는데 고정수에게 돌아갈 리가 없지 않느냐? 제후 저택이 경양에서 제일가는 가문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씨 가문보다는 훨씬 낫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다.”그 말에 양진아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임우진을 물어버리고 싶었다.그녀는 아무 말 없이 임우진을 따라 본채로 향했다.두 사람이 막 대문턱을 넘으려던 그때 뒤에서 경혜가 다급하게 달려왔다.“아씨, 아씨 괜찮으세요? 쇤네가 너무 늦었습니다.”양진아는 경혜의 머리가 헝클어져 있는 것을 보고 급히 물었다.“물 뜨러 간 게 아니었느냐? 꼴이 왜 이러냐?”“쇤네 물을 뜨러 갔었는데 순자 할멈을 만났지 뭡니까. 할멈한테 붙잡혀서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누다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핑계를 대고 빠져나오려고 했습니다.”경혜가 울먹이며 말했다.“그런데 할멈이 쇤네를 보내주지 않고 사람들을 시켜 붙잡아놨습니다. 겨우 빠져나와 마당으로 나와보니 첫째 마님께서 외사촌 아씨와 고 귀공을 데리고 심방원에서 나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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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다행히 서쪽 별채의 소란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아 두 어르신과 둘째네 부부는 아무것도 몰랐다.점심 식사는 본채의 화청에 차려졌는데 남녀 자리를 나누었다.다만 양씨 가문에서 양진아 외에 유일한 여식인 양소정이 아직 어려서 최영옥은 병풍을 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온 가족이 차례로 자리에 앉았고 어느덧 자리를 가득 채웠다. 그런데 안혜선만 아직 오지 않았다.최영옥의 안색이 굳어지더니 옆에 있던 할멈에게 말했다.“네가 직접 가서 큰 아가를 불러오거라. 진아가 친정에 인사하러 왔는데 어미가 자리에 없어서야 되겠느냐.”장춘연은 최영옥이 혼인할 때 따라온 몸종이다. 양씨 가문의 청지기와 혼인한 후 계속 최영옥의 곁에 머물면서 깊은 신임을 받았다.품행이 단정하고 매사에 엄숙한 장춘연은 최영옥을 도와 집안 일을 처리했다. 수완이 뛰어나 일을 깔끔하게 처리했고 누구의 체면도 봐주지 않았다.한수경은 시어머니가 장춘연에게 안혜선을 데려오라고 지시하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기뻐하며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형님 앞으로 편한 날이 별로 없겠어요.’장춘연이 떠난 후 한수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머님, 저희는 형님을 기다릴까요, 아니면 먼저 식사할까요?”“먼저 식사하거라.”최영옥은 속으로 안혜선을 욕하면서도 겉으로는 억지로 웃음을 지어야 했다.양진아는 최영옥의 옆에 앉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위로의 말도 건네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 밥만 먹었다.할머니에게 어머니를 맡겼으니 뭐라 할 수도 없었다. 두 남매가 할아버지와 할머니 편에 서야 어머니가 두려워하고 안씨 가문에 함부로 갖다 바치지 않을 것이다.이 식사 자리는 비교적 원만하게 끝났다. 안혜선은 자리에 없었지만 한수경의 성격이 밝고 사교적이라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양진아도 가끔 말을 거들었고 양소정의 천진난만한 말 덕분에 다들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장춘연은 본채의 사람들이 모두 흩어진 후에야 돌아왔다.최영옥은 장춘연이 한참 후에 돌아온 것을 보고 눈썹을 치켜올렸다.“춘연아,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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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진아야, 네 어미는 그냥 내버려 두거라. 작은어머니가 호석이를 잘 돌봐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한수경은 아들딸과 함께 부부를 안쪽 문까지 배웅했다. 사실은 오늘 서쪽 별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당연히 말할 리가 없었던 양진아가 웃으면서 말했다.“그럼 앞으로 호석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작은어머니. 그만 나오십시오. 호석이가 절 배웅하면 됩니다.”“알겠다. 그럼 잘 가거라.”한수경은 그녀의 아들과 얘기하고 있는 임우진을 보고는 양진아를 잡아당기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진아야, 어머님께서 앞으로 서쪽 별채 일도 나더러 관리하라고 하셨다. 형님과 호석이의 생활비는 동쪽 별채처럼 집안 생활비로 쓰는 게 맞지만 안씨 가문 자손도 서쪽 별채에 있지 않느냐. 그래서 어떡하면 좋을지 너한테 물어보려고. 그래야 나도 미리 준비를 하지.”사실 이 일은 이미 출가한 양진아에게 물어볼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서쪽 별채의 분가를 물린 게 양진아이기에 물어보지 않으면 안혜선이 소란을 피울 때 그 책임을 한수경이 차마 감당할 수 없었다.양진아도 그 이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 역시 한수경을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 바로 말했다.“작은어머니께서는 어머니와 호석이의 비용만 신경 쓰시면 됩니다. 안씨 가문의 사람들은 어머니께서 알아서 하실 테니 그 사람들을 먹여 살릴 이유는 없습니다.”예상 밖의 말에 한수경은 다소 놀랐지만 그다지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안혜선이 큰집의 재산을 거의 털어갔으니 그녀가 원망을 품는 것도 당연했다. 이 모녀 관계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하지만 한수경과는 상관없는 일이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한수경은 양진아의 손을 토닥이며 말했다.“그럼 난 네가 말한 대로 하마.”“작은어머니, 큰집의 재산을 이젠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모두 드렸고 규칙도 작은집과 똑같이 해야지 굳이 특별하게 구분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호석이한테 줄 것이 있다면 그것도 할머니께 맡겨주세요.”양진아는 작은집과 할아버지, 할머니의 재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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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지금까지 참 군자답고 점잖다고 생각했던 남동생이 실제로는 저런 모습이었다니. 그야말로 안씨 가문 사람들과 판박이였다.양진아는 너무도 화가 난 나머지 눈물이 다 그렁그렁 맺혔다.전생에 고씨 가문에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혼자였던 상황이 떠올랐다.그때 친정으로 돌아갈 때마다 양호석이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동생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했고 그녀는 곧이곧대로 믿었다.하지만 안현조 같은 망나니 곁에서 동생이 어떻게 제대로 배울 수 있겠는가.양씨 가문이 몰락할 때 어머니는 양호석을 할아버지께 보냈다. 그때도 어머니가 억지를 부리다시피 부탁했었고 할아버지는 양씨 가문의 자손이 밖에 떠도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 받아준 것이었다.양호석이 옆에서 계속 울자 양진아는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사방을 둘러보다가 문 옆에 누군가 떨어뜨린 나뭇가지를 발견하고는 바로 집어 들었다.그녀는 곧장 돌아서서 양호석에게 매를 댔다.“어린 나이에 학문은 배우지 않고 삐뚤어진 생각만 하고 있다니. 오늘 내가 아버지 대신 너를 제대로 가르치겠다.”전생의 양진아는 너무도 어리석어서 사람의 마음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 바람에 친어머니와 자매에게 속고 또 지아비에게 속아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생이 다시 주어졌으니 두 연놈에게 복수하고 어머니를 멀리할 수 있지만 친동생만은 모른 척할 수 없었다.지금 동생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전생의 자신이 떠올랐다. 동생이 더 나쁜 길로 빠지기 전에 반드시 제대로 바로잡아야 했다.“으앙. 누님 나빠요.”“내가 나쁘다고 말했으니 오늘 한 번 나쁜 사람이 되어주마.”양진아는 나뭇가지를 던지고 다리로 양호석을 제압하더니 바지를 벗긴 후 엉덩이를 때렸다.“으앙. 너무 아파.”양호석이 더 크게 울었다.짝, 짝, 짝.양진아는 온 힘을 다해 힘껏 내리쳤다. 양호석의 엉덩이에 금세 빨간 손자국이 나타났다.양호석이 울부짖는 소리에 앞에서 가던 임우진과 양언규, 양성규 세 사람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양진아가 양호석을 누른 채 쥐어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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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양호석이 입을 삐죽 내밀고 말하지 않으려 하자 양진아가 이를 갈면서 손을 들어 올렸다.“또 맞고 싶어?”“누님은 절 때릴 줄밖에 모릅니까?”양호석이 씩씩거리며 말했다.“어머니가 시켰어요. 누님한테 잘 보이면 절 도와줄 거고 누님이 절 좋아하게 만들어야 저희들을 걱정할 거라고 하셨어요.”양진아는 그다지 놀라지 않고 계속해서 물었다.“네 형부가 억지로 나와 혼인했다는 소리는 또 누구한테서 들었어?”양호석이 눈을 굴리더니 자포자기한 듯 대답했다.“정미 누님이 그랬어요. 누님의 지아비가 원래 정미 누님의 지아비였다고 말했어요.”“정미 말이라면 다 믿어? 너 바보야?”“저 바보 아닙니다.”양호석이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누님이 어리석어서 정수 형님한테 시집가지 않으니까 정미 누님이 그렇게 말한 거죠.”양진아가 코웃음을 쳤다.“양호석, 또 맞고 싶어?”양호석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았다.“제가 뭐 틀린 말 했습니까?”“임우진은 원래 내 약혼자였어. 아버지께서 살아계실 때 이미 정해진 혼사였는데 어머니와 정미가 가운데서 손을 쓴 바람에 혼사가 깨졌던 거야. 그런데 나중에 이 누이가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기에 임우진한테 시집간 거라고.”양진아는 양호석 앞에 웅크리고 앉아 엄격한 말투로 말했다.“양호석, 딱 한 번만 말하겠다. 만약 네가 알아듣지 못한다면 앞으로 내 손에 맞아 죽거나 할아버지더러 널 이 집에서 내쫓으라고 할 거야.”“그건 싫습니다...”“내 말 잘 들어.”양진아가 언성을 높이자 양호석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어머니가 전에 너한테 했던 말 있잖아. 안씨 가문 사람들이야말로 너한테 진심으로 잘해주고 또 현조를 따르고 좋은 건 모두 현조한테 줘야 한다는 말은 모두 틀린 말이야. 널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네가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하고 좋은 것이 있으면 몽땅 너한테 준단다. 네 것을 빼앗아가는 게 아니라.”양호석은 어릴 때부터 안씨 가문 남매에게 모든 걸 양보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 안혜선은 양호석에게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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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임우진은 희비가 교차하는 양진아의 표정을 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설마 고정수를 못 잊은 건 아니겠지?’갑자기 아무 말도 하기 싫어졌다.두 사람은 입을 꾹 다문 채 제후 저택으로 돌아왔다. 임우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난 서실로 갈 테니까 저녁 식사는 날 기다리지 말고 먼저 먹어.”그러고는 소매를 뿌리치며 가버렸다.양진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경혜를 보면서 툴툴거렸다.“서방님은 왜 또 화난 거야?”경혜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임우진을 달랠 기운조차 없었던 양진아는 경혜와 함께 본채로 향했다.그 시각 제후 저택 본채.이선화는 실망한 눈빛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계집종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춘애야, 네 혼처를 이미 봐두었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기회를 주마. 정녕 시집가기 싫은 것이냐?”바닥에 무릎을 꿇던 춘애가 당황해하며 급히 말했다.“마님, 쇤네가 마음에 품은 분은 임 나리입니다. 그동안 쇤네가 마님께 충성한 걸 봐서라도 제발 쇤네 뜻대로 하게 해주십시오. 쇤네는 시집가는 대신 평생 나리와 작은 마님을 모시면서 살고 싶습니다. 명분이 없더라도 상관없습니다.”이선화는 춘애의 두 눈에 가득한 야심을 보고는 크게 분노했다. 항상 곁에 있던 몸종이 언제부터 이런 큰 욕심을 품었는지 알지 못했다.이제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임우진에 관한 일이라면 춘애는 항상 최선을 다했다. 처음에는 노비로서 본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마음속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던 것이었다.이선화와 임재성은 평생 금실이 좋았고 임재성은 첩을 들이지 않았다. 그녀 역시 아들이 무조건 첩을 들여야 한다고 강요하는 악독한 시어머니가 아니었다.그녀는 아들 내외의 일에 간섭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며느리가 시집온 지 고작 사흘밖에 안 됐는데 옆에 있는 계집종이 이런 몹쓸 짓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올라 몸이 다 떨렸다.“마님, 진정하십시오. 저런 천한 노비는 때리고 욕해도 됩니다. 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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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이선화의 말이 떨어진 순간 방 안이 삽시간에 조용해졌다.양진아는 윤 어멈 뒤에 서 있는 춘애를 바라보았다. 얼굴에 역력했던 두려움이 기쁨으로 변했지만 불안한 기색도 보였다. 춘애가 뭔가 말하려 했는데 윤 어멈이 무섭게 노려본 바람에 다시 입을 다물었다.양진아는 속으로 의아해하다가 일어나 말했다.“어머님 곁에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좋은 사람이겠지요. 안심하십시오. 어머님께서 걱정하시지 않도록 춘애를 잘 챙기겠습니다.”“새아가, 노비 문서를 네게 주었으니 춘애는 이제부터 네 노비다. 내 노비였다고 해서 체면을 봐줄 필요도 없다. 때리든 욕하든 내쫓든 마음대로 하거라. 내게 다시 말할 필요도 없다.”그 사이 동설이 춘애의 노비 문서를 양진아에게 양손으로 건넸다.그 모습에 춘애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이선화가 정말로 그녀의 노비 문서까지 넘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양진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 역시 시어머니가 정말로 줄 줄은 몰랐다.‘그냥 내 옆에 사람을 붙여준 게 아니었어? 노비 문서까지 준 건 무슨 뜻이지?’하지만 이선화가 주는 걸 받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임우진에게 첩을 들이더라도 노비 문서를 가지고 있으면 통제하기 쉬울 것이다.그 생각에 양진아는 경혜에게 노비 문서를 받아오라고 했다.이선화의 안색이 그제야 조금 좋아지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됐다. 너도 종일 피곤했을 텐데 여기서 시중들 필요 없다. 저녁 식사는 우진이랑 네 방에서 먹도록 해라.”“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양진아는 공손하게 인사한 후 밖으로 걸어 나갔다.처음부터 끝까지 춘애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은 이선화와 달리 춘애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이선화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윤 어멈에게 매정하게 쫓겨났다.“마님, 저 천한 것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있으십니까? 어쩌면 마님과 작은 마님 사이에 금이 가길 바랄지도 모릅니다.”윤 어멈은 양진아를 배웅하고 다른 하인들을 내보낸 후 다른 의견을 말했다.“난 저런 뻔뻔한 것을 위해 그런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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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춘애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양진아가 이선화의 체면조차 봐주지 않을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추월과 하선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재빨리 다가가 춘애를 잡았다. 두 사람은 양진아에게 사죄하며 춘애를 양옆에서 붙들었다.“작은 마님, 마님께서 쇤네들을 작은 마님께 주셨으니 모두 작은 마님의 사람들입니다. 춘애가 이곳의 규율을 익히도록 쇤네가 잘 가르치겠습니다.”“지금 당장 춘애를 데리고 나가겠습니다.”양진아는 노비와 다투고 싶지 않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들이 춘애를 데리고 나가도록 내버려 두었다.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후 시온이 참다못해 물었다.“작은 마님, 저 천한 것이 왜 우리 별채에 들어온 것입니까? 쟤가 바로 그날 밤 나리께서 내쫓은 년이란 말입니다. 설마 마님께서 저년을 나리의 첩으로 주신 것입니까? 작은 마님, 저년을 꼭 내쫓아야 합니다.”양진아가 웃음을 터트리더니 안절부절못하는 시온을 보면서 말했다.“넌 어찌 네 서방이 첩을 들인 것을 보고 질투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느냐. 안심하거라. 나중에 너한테만 한결같이 마음을 주는 사내를 찾아주겠다. 절대로 속상하게 하지 않을 거다.”전생에 시온과 경혜는 그녀에게 충성을 다했고 결국 그녀를 지키다가 죽었다. 이번 생에 두 사람에게 꼭 잘해주겠다고 마음먹었다.시온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발을 동동 구르면서 말했다.“작은 마님, 지금 그런 농담이나 할 때입니까? 설마 정말로 첩을 들이려는 건 아니시지요?”“왜 안 되는데?”양진아가 피식 웃었다.“나와 서방님의 혼사는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으니 나에게 한결같기를 바라지 않아. 그저 정실부인으로 존중해주기만 한다면 첩을 두든 말든 상관없다.”양진아는 임우진이 첩을 들인다면 그녀가 먼저 아이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이 아이가 있어야만 정실부인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으니까.시온이 다급하게 말했다.“작은 마님, 쇤네가 보기에 나리께서는 춘애한테 마음이 없습니다. 게다가 제후 나리께서도 첩을 들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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