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 마님을 탐하지 마십시오

나리, 마님을 탐하지 마십시오

By:   돛배  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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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양진아는 오해로 인해 완벽한 배필감을 버리고 외사촌 여동생의 혼인 상대인 가난한 서생에게 시집을 갔다. 18년 동안 열심히 뒷바라지했지만 모함을 당해 패가망신하는 지경까지 이르고 나서야 모든 게 철저히 계획된 함정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목적은 다름 아닌 제후 저택과 양씨 가문의 막강한 재산과 권세, 그리고 지위를 약탈하는 것. 결국 양진아도 가슴에 비수가 꽂힌 채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게 다시 눈을 떠보니 바로 시집가는 당일.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 이상 원래 혼인하기로 한 낭군을 되찾고, 파렴치한 간통자들이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하기로 했다. 그러나 연놈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시부모님의 환심도 사면서 전생에 제후 저택을 무너뜨린 원흉을 밝히는 데 여념이 없을 때 정작 부군이 된 남자는 점점 심기가 불편해졌다. 나중에 침대까지 끌려가 애정을 구걸하는 사내를 바라보며 비로소 전생이든 현생이든 그녀를 한결같이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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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양진아, 지옥에나 가!”곧이어 날카로운 비수가 가슴에 꽂혔다.‘이대로 죽는 거야?’“콜록콜록!”기침을 연신 하던 양진아는 눈을 번쩍 떴다. 사방은 온통 빨간색뿐이며 마치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는 선혈을 연상케 했다.그녀는 어안이 벙벙했다. 분명 비수에 찔려 죽었을 텐데?“아씨, 낭군님께서 앞마당에 도착했으니 이제 나가보셔야 합니다.”시온이 양진아를 부축하고 경혜가 뒤를 따랐다.‘낭군?’양진아는 정신이 번쩍 들면서 면사포를 젖혔다.낯익은 두 얼굴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이럴 수가! 다시 태어나다니!심지어 결혼을 앞둔 무렵으로 환생했다.“아씨, 기껏 예쁘게 치장했는데 울면 어떡합니까? 나리께서 곧 들어오실 터라 화장을 고칠 시간이 없어요.”아직 되돌리기에 늦지 않았다.양진아는 계집종의 손을 덥석 붙잡고 입이 떡 벌어질 만한 말을 내뱉었다.“이따가 밖에 나가면 기회를 틈타 안정미 꽃가마와 바꿔주거라. 난 임 나리에게 시집갈 것이야.”...흔들거리는 꽃가마 속에서 양진아의 마음도 공중에 붕 떠 있는 듯 좀처럼 진정이 안 되었다.전생에 그녀는 진국후 저택의 도령 임우진과 혼인을 올리기로 했었다.그러다 우연히 외사촌 안정미와 껴안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홧김에 파혼을 제안했다.나중에 어머니께서 진국후 저택과 연을 이어가려고 외사촌 여동생을 임우진에게 시집 보내고 그녀한테 안정미의 약혼자인 고정수와 혼례를 치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점잖고 인물도 훤한 남자를 보는 순간 복수심에 불타올라 덥석 승낙했다.결국 두 여자는 같은 날에 시집가게 되었다.하지만 고정수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고 더욱이 집안도 매우 가난했다.워낙 승부욕이 강한 그녀는 고씨 가문에 시집가자마자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고정수에게 관직을 하사해달라고 할아버지에게 울며불며 애원했다. 또한, 혼수까지 탈탈 털어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데 일조했다.덕분에 어린 나이에 상서라는 자리에 앉게 되었고 정승 임명을 앞두고 있었다.그러나 몰래 안정미와 관계를 이어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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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양진아, 지옥에나 가!”곧이어 날카로운 비수가 가슴에 꽂혔다.‘이대로 죽는 거야?’“콜록콜록!”기침을 연신 하던 양진아는 눈을 번쩍 떴다. 사방은 온통 빨간색뿐이며 마치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는 선혈을 연상케 했다.그녀는 어안이 벙벙했다. 분명 비수에 찔려 죽었을 텐데?“아씨, 낭군님께서 앞마당에 도착했으니 이제 나가보셔야 합니다.”시온이 양진아를 부축하고 경혜가 뒤를 따랐다.‘낭군?’양진아는 정신이 번쩍 들면서 면사포를 젖혔다.낯익은 두 얼굴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이럴 수가! 다시 태어나다니!심지어 결혼을 앞둔 무렵으로 환생했다.“아씨, 기껏 예쁘게 치장했는데 울면 어떡합니까? 나리께서 곧 들어오실 터라 화장을 고칠 시간이 없어요.”아직 되돌리기에 늦지 않았다.양진아는 계집종의 손을 덥석 붙잡고 입이 떡 벌어질 만한 말을 내뱉었다.“이따가 밖에 나가면 기회를 틈타 안정미 꽃가마와 바꿔주거라. 난 임 나리에게 시집갈 것이야.”...흔들거리는 꽃가마 속에서 양진아의 마음도 공중에 붕 떠 있는 듯 좀처럼 진정이 안 되었다.전생에 그녀는 진국후 저택의 도령 임우진과 혼인을 올리기로 했었다.그러다 우연히 외사촌 안정미와 껴안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홧김에 파혼을 제안했다.나중에 어머니께서 진국후 저택과 연을 이어가려고 외사촌 여동생을 임우진에게 시집 보내고 그녀한테 안정미의 약혼자인 고정수와 혼례를 치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점잖고 인물도 훤한 남자를 보는 순간 복수심에 불타올라 덥석 승낙했다.결국 두 여자는 같은 날에 시집가게 되었다.하지만 고정수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고 더욱이 집안도 매우 가난했다.워낙 승부욕이 강한 그녀는 고씨 가문에 시집가자마자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고정수에게 관직을 하사해달라고 할아버지에게 울며불며 애원했다. 또한, 혼수까지 탈탈 털어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데 일조했다.덕분에 어린 나이에 상서라는 자리에 앉게 되었고 정승 임명을 앞두고 있었다.그러나 몰래 안정미와 관계를 이어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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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내가 안 낭자와 혼약을 올린 이유는 단지 양가의 체면을 봐서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였소.”싸늘한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지자 양진아는 흠칫 놀랐다.우선 면사포부터 젖혀야 하지 않나?물론 상대방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본처로서 누릴 권리는 당연히 주겠지만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않을 것이오. 나중에 혹시라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언제든지 보내주겠소. 시간도 늦었는데 피곤하겠소. 난 밖에서 잘 테니 얼른 쉬시오.”말을 마치고 나자 발소리가 들려왔다.이럴 수가!양진아는 임우진이 첫날밤부터 부인을 방치할 줄은 몰랐다. 집안 체면 때문에 안정미와 혼사를 올렸다니?발소리가 사라지고 나서 베일을 벗었다. 계집종까지 전부 내보내는 바람에 방 안에 홀로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문틈을 통해 바깥을 힐끔거리자 인영이 어렴풋이 보였다.비록 안정미에게 관심은 없지만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신방을 떠나지는 않은 듯싶었다.덕분에 양진아도 기회를 얻게 되었다.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혼례복을 벗고 내의만 입고 있었다.그리고 이불막을 치고 침대를 어지럽힌 다음 가위를 꺼내 손가락을 찔러서 무명 수건에 피를 묻혔다.마무리하고 나니 밖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고 점점 가까워졌다.‘벌써 왔나?’양진아는 급히 머리에 꽂은 장신구를 빼내고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려 마치 방금 거사를 치른 듯한 모습을 했다.곧이어 재빨리 이불 속으로 숨었다.침대에 눕자마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밖에서 누군가 나지막이 물었다.“우진아, 자느냐?”다름 아닌 이선화의 목소리였다.평상에 누워 있던 임우진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자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 나서 몸에 걸친 내의와 평상에 널브러진 이불을 번갈아 보았다.이내 잠시 고민하다가 침구를 정리하고 혼례복을 다시 입었다.안방을 지나가는 와중에 힐긋 쳐다보니 이불막이 내려와 있었다.‘벌써 자는 건가?’임우진이 방문을 열자 그제야 밖에 서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 그 뒤로 혼례복을 입은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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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말도 안 돼. 거짓말!”안정미가 눈을 부릅뜨며 버럭 외쳤다.“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설마 복수하려고? 속셈이 이렇게 음흉한데 과연 제후 저택 며느리가 될 자격은 있다고 생각해? 진짜...”“그만!”임우진이 어두운 얼굴로 참다못해 끼어들었다.그리고 성큼성큼 다가가 양진아의 앞을 가로막았다.“어떻게 된 영문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니까 신분에 걸맞게 행동해줬으면 좋겠소.”안정미는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임 나리!”“여긴 우리 집이오. 안 낭자가 나설 곳은 아닌 것 같소. 부모님께서도 이미 오셨으니 밖에서 잠시만 기다리시오.”이렇게 얘기한 이상 안정미는 아무리 불만이 많더라도 차마 더는 나대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안방을 나섰다.결국 단둘만 남게 되자 양진아는 문득 긴장감이 몰려왔다.사실 이 모든 건 단지 임우진과 관계를 가졌다는 착각을 주기 위해 꾸민 꿍꿍이에 불과했다. 그녀는 본인의 명예까지 걸고 임재성 부부가 양씨 가문과 등을 돌리고 그녀를 돌려보내는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하지만 예상외로 임우진이 선뜻 나서서 편을 들어주었다.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이지?임우진은 양진아의 발끝을 내려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옷 입고 나와.”양진아는 혼례복을 주섬주섬 껴입고 임우진을 따라 묵묵히 밖으로 나왔다.조금 전 안방에서 벌인 언쟁은 임재성 부부도 듣고 있었다.이선화가 옆에 있는 어멈에게 눈짓하자 곧바로 안으로 들어갔다.무엇 때문인지는 모두가 속으로 뻔했고,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안정미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양진아를 바라봤고, 고정수는 아무런 감정 변화가 없었다. 반면, 임재성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고 이선화는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양진아의 신경은 전부 임우진에게 쏠렸다. 만약 사람들 앞에서 진실을 폭로하면 어떡하지?그녀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기면 제후 저택에 남을 거라고 떼를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얼마 안 되어 어멈이 작은 상자를 들고 나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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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두 사람이 떠나고 나니 방에는 임씨 세 식구와 양진아만 남아 있었다.이선화는 무표정한 아들과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여자를 번갈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저기...”“어머니, 밤이 깊었으니 내일 다시 얘기합시다. 얼른 가서 쉬십시오.”임우진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불쑥 끼어들어 정중하게 그녀를 내보냈다.이선화가 울컥하더니 탁자를 내리쳤다.“알겠다. 넌 일단 따라 나오너라.”이 녀석이! 오늘 이렇게 큰 사고를 치고 아직 추궁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싸고돌기 시작하다니.“네. 방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임우진이 배웅하러 나가자 양진아는 홀로 방에 남았다.제후 저택 식구들이 모습을 감추고 나서야 마침내 한시름 놓고 걱정은 잠시 미뤄두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그녀가 꿈나라에 있을 때 본채에서는 말다툼이 벌어졌다.“당신의 잘난 아들 좀 보세요. 고작 여식 하나 때문에 진국후 저택의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이선화는 씩씩거리며 남편을 쳐다보더니 손에 든 찻잔을 가로채고 호통쳤다.“지금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 내일이면 우리가 남의 며느리를 강탈했다는 소문이 경양에 파다할 텐데 차가 마시고 싶습니까?”“부인, 진정하시오. 양가네 여식은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보아왔고 본성이 나쁘지 않음을 알고 있잖소. 이미 혼례까지 올렸는데 강탈이 웬 말이오? 애당초 시집오기로 한 아이잖소.”“말은 그렇다 하오나...”“어머니, 제가 받아들이기로 한 겁니다. 아버지를 탓하지 마십시오.”임우진이 끼어들더니 단호하게 말했다.“이 혼사는 제가 직접 양씨 가문과 정했고, 저의 짝이 될 여인 또한 양진아였습니다.”“거참, 둘이 아주 손발이 척척 맞네. 결국 나만 나쁜 사람이라는 거지?”부군과 아들을 바라보는 이선화는 가슴을 들썩이며 씩씩거렸다.“받아주는 건 문제 없다만 제후 저택의 며느리로서 내가 정한 규칙에 따라야 할 것이다. 아니면 악덕 시어머니가 되어도 뭐라 하지 마.”곧이어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임재성은 그녀를 힐끔거리더니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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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물론 진정한 상남자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니까 절대로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양진아는 조용히 한마디 덧붙이고는 매무새를 정리한 다음 밖으로 나왔다. 그제야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임우진을 발견했다.그리고 어젯밤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듬직한 뒷모습을 떠올리자 감격에 겨운 나머지 먼저 입을 열었다.“서방님, 어서 어머님 아버님께 인사드리러 갑시다.”예상외의 호칭에 임우진은 흠칫 놀랐다. 하지만 방금 들은 말이 생각나서 저절로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어색함이란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네.”말을 마치고 나서 소매를 휘날리며 먼저 자리를 떠났다.양진아는 어리둥절했다. 그렇다면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한단 말인가?설마 나리라고 해야 하나?어젯밤만 해도 멀쩡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왜 갑자기 안면박대하는 거지?양진아는 뻘쭘하게 서 있었고, 목구멍까지 차오른 감사의 말도 결국 다시 삼켜버렸다.아마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인이 바뀐 상황이 못마땅한 듯싶었다. 어제 도와준 것도 단지 제후 저택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일 테니까.양진아는 입술을 앙다물고 임우진을 따라 한 발짝 뒤처진 채 본채로 향했다.앞에서 걸어가던 임우진은 그녀가 따라오지 않자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그리고 본채에 도착할 무렵 발걸음을 늦추고 고개를 돌렸다. 이내 계집종의 부축을 받고 숨을 헐떡이며 뛰어오다시피 하는 양진아를 발견했다.결국 후회와 분노가 치밀어올라 자기도 모르게 퉁명한 말투가 튀어나왔다.“좀 기다려달라고 하면 되잖아.”양진아는 숨을 고르며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부창부수라고 했습니다. 시부모님께 문안 인사를 드리는 것이 중요하오니 저는 알아서 따라갈게요.”머릿속 밝고 활기차던 여자의 모습과 거리가 먼 모습에 임우진의 얼굴이 굳어졌고, 곧이어 몸을 돌려 먼저 마당으로 들어섰다.영문을 알 수 없는 양진아는 얼른 표정을 수습하고 뒤를 따랐다.본채로 향하자 이선화와 임재성이 상석에 반듯하게 앉아 있었다.차례로 들어서는 두 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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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양진아는 자연스럽게 쌀을 씻고 불을 피워 가마를 달구고 나서 기름을 부었다. 능수능란한 모습은 마치 수천 번은 해본 것 같았다.이를 본 식모는 넋을 잃고 말았고, 심지어 시온마저 어안이 벙벙했다.“아씨? 언제 요리하는 걸 배웠습니까?”그동안 손에 물 한 방울 묻힌 적이 없었고, 밥 짓기는커녕 부엌 근처도 얼씬거리지 않았다.그런데 어떻게 요리할 줄 안단 말이지?“내가 정녕 아무것도 모른다고 여긴 것이야?”양진아는 방금 식모들이 만든 음식을 훑어보고 임재성 부부의 입맛을 대략 파악했다. 이내 흰 쌀죽과 간단한 밑반찬을 몇 가지 만들었다.과유불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도 알고 있다.수수방관하던 식모들은 양진아가 망신당하기를 기대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아침밥을 완성하리라 생각지도 못했다.결국 서로만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황급히 찬합을 들고 양진아와 시온을 따라나섰다.“설마 저 여자가 정말 우리 작은 마님이 되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오늘 완전 실례를 범한 셈인데...”한 식모가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설령 며느리로 인정받더라도 집안 대소사는 제후 부인의 결정에 따르기 마련이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가 이래라저래라할 처지는 안 되지. 고작 음식을 만들어서 바친다고 해서 환심을 살 수 있을 것 같아?”그럴싸한 말에 다른 식모도 불안하던 마음이 서서히 진정되었다.“아씨, 할망구들이 진짜 너무한 거 아닙니까? 제후 부인께 꼭 말씀드려서 엄벌을 내려주십시오.”시온은 찬합을 들고 뒤따라오는 식모들을 바라보며 분통을 터뜨렸다.“시온아, 그 성질은 대체 언제 고칠 거야? 무슨 말을 하든 신경 쓰지 말거라. 품위가 떨어지게 굳이 상대할 필요가 없느니라.”양진아는 시온을 곁눈질하며 목소리를 낮추었다.“내가 당당하게 시집을 온 게 아닌 이상 우선 제후 부부의 인정부터 받아야 한단다. 일단 두 분이 며느리 대접을 해줘야만 아랫사람도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할 것이야.”시온은 눈을 깜빡이며 그녀의 말이 모순된다는 생각이 들었다.“임 나리께서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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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맞는 말이야. 자기 물건이 아니면 돌려줘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지.”비록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이내 경혜를 향해 말했다.“얼른 가서 혼수 목록을 가져오너라. 그리고 청지기에게 사람을 불러 물건을 전부 내오라고 전하거라. 현장에서 일일이 확인하고 다시 돌려줄 것이다.”확인하다니?안정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잠깐!”“왜?”양진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사양할 필요 없다. 애초에 네 혼수인데 눈독 들이지 않을게.”안정미는 억지로 미소를 쥐어짜 냈다.“굳이 확인까지 해야겠어? 제후 일가의 됨됨이는 익히 알고 있으니 혼수를 함부로 건드릴 분들이 아니라고 믿어. 그대로 다시 가져가면 돼.”“그렇긴 하지만 자칫 제후 저택에 폐를 끼치면 어떡해?”양진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나중에 돌아가서 확인해보고 빠진 물건을 발견하면 제후 가문을 의심할 수도 있는데 그때 가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잖아.”“괜찮다고 몇 번을 얘기해?”안정미는 발을 동동 굴렀다.“설마 혼수를 돌려주기 싫어서 일부러 핑곗거리를 찾은 거야?”“그게 무슨 말이야? 서로를 위해 확실하게 하면 좋잖아.”양진아는 안정미의 표정을 바라보며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감히 코앞에서 양씨 가문의 물건을 탐내다니? 꿈도 야무지군.전생에 안씨 가문은 양씨 가문에게 빌붙어 살아갔고, 어머니는 오로지 친정에만 신경 썼을 뿐 그녀와 남동생의 생사는 나 몰라라 했다. 그러다 더는 뽑아 먹을 게 없다고 판단하자 자식을 버리고 다른 집에 시집갔다.그제야 안씨 가문이 여태껏 어머니를 통해 양씨 가문에서 얼마나 많은 이득을 취했는지 알게 되었다.이제 다시 태어난 이상 절대로 틈을 주지 않을 것이다.혼수를 돌려받는 건 어림도 없다.안정미는 꿈쩍도 안 하는 양진아와 혼수를 가지러 떠나는 제후 저택 시종을 번갈아 보았다. 만약 진짜 확인하게 된다면...이내 이를 악물고 무릎을 털썩 꿇었다.“언니에게 임 나리도 양보했는데 더 이상 무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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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제후 저택의 작은 마님 자리에서 쫓겨나지 않을 자신 있어? 임 나리의 이름을 내세워 겁이나 주는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다니!”꿈쩍도 안 하는 양진아를 보며 안정미는 눈에서 불을 뿜을 기세였다.그리고 안순자 뒤로 몸을 숨기더니 큰소리를 쳤다.“하여간 혼수는 내가 가져갈 거야. 만약 거절한다면 고모께 일러바칠 줄 알아.”말을 마치고 나서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상대방이 타협하기를 기다렸다.어려서부터 시비가 붙을 때마다 고모라는 이름만 언급해도 양진아는 순순히 꼬리를 내렸다.더욱이 안순자도 있는 와중에 계속해서 고집을 부린다면 혼날 게 뻔했다.“내 처지에 관하여 고정수의 부인으로서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보는데?”양진아는 무심한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설령 어머니께서 계신다 한들 확인되지 않는 이상 손조차 댈 생각하지 마.”곧이어 마당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고, 혼수 꾸러미가 줄줄이 등장하더니 금세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입구마저 가릴 정도였다.제후 저택의 청지기 임태원이 손에 혼수 목록을 들고 다가와서 공손하게 말했다.“안 낭자가 마련한 혼수를 전부 옮겼습니다. 이건 혼수 목록입니다.”이내 양진아에게 건네주며 한마디 보탰다.“작은 마님의 혼수는 나리께서 시종을 시켜 전부 실어 왔습니다. 일단 창고에 보관했으니 시간이 날 때 한 번 살펴보십시오.”제후 저택의 청지기마저 마음대로 부려 먹고, 혼수를 가지러 임우진이 직접 사람을 보냈다니?제후 일가에서 양진아가 지위 없다는 소리는 아무도 감히 입에 올리지 못할 것이다.안정미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고 두 눈에 질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어젯밤 임우진이 보낸 사람이 고씨 가문에 찾아와 양진아의 계집종들을 데려간 순간을 떠올리자 증오는 점점 극에 달했다.만약 꽃가마가 바뀌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게 자신의 소유였을 텐데!‘양진아, 두고 봐!’시샘에 눈이 먼 그녀는 예전과 사뭇 달라진 양진아의 의연한 모습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임 청지기가 처리한 일인데 어찌 문제가 있겠느냐? 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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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소리의 출처를 따라 고개를 돌린 사람들은 붉은 비단옷을 입고 걸어 들어오는 임우진을 발견했다.반듯한 몸매와 조각 같은 이목구비, 얼음장처럼 차갑던 눈빛은 양진아를 향하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렸다.그는 곧장 걸어와 양진아의 옆에 멈춰 섰다.양진아는 의아한 얼굴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어젯밤 혼례를 치르고 머릿속은 온통 제후 저택에 남아 있을 궁리로 가득 찼기에 임우진을 찬찬히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다.전생의 기억을 되짚어보면 그는 신혼 둘째 날에 북벌 대군을 이끌고 출정하러 갔다.황제가 백관을 대동하여 직접 배웅을 나왔고, 경양의 백성은 이 장관을 구경하기 위해 앞다투어 성 밖으로 몰려들었다.그녀도 안정미와 함께 군중 속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당시 임우진은 갑옷을 걸치고 거만한 눈빛으로 뭇사람을 내려다보았고, 마치 한 자루의 날카로운 검처럼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었다.하지만 쌀쌀맞은 분위기와 달리 이토록 수려한 외모의 소유자일 줄은 몰랐다.감탄 어린 그녀의 표정에 임우진은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혼수를 확인한다더니 얼른 시작하지 않고 뭐 해?”그제야 넋을 잃은 사실을 깨닫고 양진아는 서둘러 시선을 피하더니 공손하게 말했다.“임 나리!”예상외의 호칭에 임우진의 표정이 굳어졌고, 못마땅한 시선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방금 뭐라고 했어?”아침까지만 해도 ‘서방님’이라고 부르고 갑자기 안면 불고하는 건 무슨 상황이지?기껏 도와주려고 급히 달려왔더니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갑자기 안색이 돌변하는 남자를 보자 양진아는 잽싸게 말을 바꾸었다.“서방님.”임우진은 시선을 돌리고 임태원을 향해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저택에서 작은 마님의 말이 곧 내 지시임을 모두에게 알리도록 하여라. 만약 명을 어기고 반항하는 자가 있다면 군법에 따라 엄벌을 내릴 것이야.”“네! 알겠습니다.”이를 목격한 안정미는 얼굴이 화끈거렸고, 질투심에 휩싸여 이성마저 잃을 것 같았다.또한, 임우진이 나타나자 금세 태세 전환하는 임태원 때문에 더욱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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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경혜는 소박하고 고풍스러운 벼루를 들고 있었다. 반들반들하고 윤기 나는 표면과 독특한 몸체, 가장자리는 돌출되었고 먹그릇과 가운데 부분은 광택이 감돌았다.비록 오랜 세월이 흐르고 두 번의 생을 살아왔지만 아버지의 서실에 있던 벼루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보았다.유물을 다시 보게 되는 순간 양진아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내 건네받아 자세히 살펴보았고 아니나 다를까 테두리에서 자그마한 흠집을 발견했다.이는 그녀가 어렸을 때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리며 생긴 자국이었다.아버지는 학자 집안 출신답지 않게 독서와 서예보다는 무술을 연마하는 데 푹 빠졌다. 어린 나이에 군영에 들어가 황태자와 인연을 맺았고 싸우며 정이 든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형제처럼 돈독하게 지냈다.그 이후로 전장에 나갔고, 황태자는 즉위하게 되었다.군대를 이끌고 전쟁을 치르면서도 황제와 종종 서신을 주고받았는데, 아버지의 필체가 보기 흉하다는 이유로 서예에 필요한 도구를 하사하여 글쓰기를 연습하게 했다.이 벼루는 바로 황제께서 하사하신 것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줄곧 서실에 방치해두고 있었다.아버지의 서실은 그녀가 직접 계집종을 데리고 청소했기에 무슨 물건이 있는지 다들 눈에 선했다.어머니는 대체 무슨 배짱으로 아버지 유물까지 안정미의 혼수 목록에 포함한 거지?양진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안정미! 지금도 전부 네 혼수품이라고 할 수 있겠어?”안정미의 얼굴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끝까지 잡아뗐다.“고모께서 준비해주셨다고 얘기했잖아.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내가 어찌 알겠어? 게다가 나한테 선물한 물건인데 유물이라는 것부터 입증해 봐.”“외사촌 아씨, 이 벼루는 혼수 목록에 없는 물건입니다.”경혜가 씩씩거리며 말했다.“그리고 상자 안의 물건은 목록과 일치하지도 않습니다. 전부 양씨 가문의 물건입니다.”“헛소리하지 말거라. 전부 내 것이란다!”안정미는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이때, 안순자가 양진아의 곁으로 다가갔다.“큰 아씨, 아마도 하인이 짐을 싸면서 실수로 넣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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