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 있는 여인들은 양호석의 생각을 단번에 꿰뚫어 보았다.최영옥은 며칠 전에 있었던 매질이 생각나서 웃음을 머금고 양호석을 격려했다.“호석이는 정말 착한 아이구나. 네 큰형과 둘째 형이 공부를 잘하니 형들에게 배우도록 해라. 양언규, 양성규, 너희는 서원에서 동생을 잘 돌봐야 한다.”“네, 할머니.”양언규는 예의 바른 소년이었다. 양진아의 눈치를 슬쩍 살피고는 공손하게 대답했다.양성규는 성격이 활발했다. 예전에 최영옥 앞에만 서면 응석을 부렸지만 오늘은 장난도 전혀 치지 않고 고분고분 대답했다.어린애들이 조용하고 얌전히 있자 최영옥과 한수경은 양진아를 쳐다보았다.양진아는 동생을 한 번 때렸을 뿐인데 영향력이 이렇게까지 클 줄은 몰랐다. 그녀는 멋쩍은 얼굴로 계집종에게서 상자 세 개를 받은 다음 동생들에게 건네주었다.“양언규, 양성규, 양호석, 이건 벼루 세 개다. 누나가 너희에게 주는 선물이니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받도록 해라.”세 아이는 선물을 받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감사합니다, 누님.”양진아는 양호석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가슴에서 옥패를 꺼내 양호석에게 걸어주며 다정하게 말했다.“호석아, 오늘은 네가 처음 서원에 가는 날이야. 이 옥패에 너에 대한 누이의 기대가 담겨있어. 또한 할아버지, 할머니의 기대도 담겨있으니까 꼭 열심히 공부해야 해.”양호석은 고개를 숙여 옥패를 내려다보았다. 서원에 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말 그대로 아주 조금이었다.양호석은 예전에 양진아가 자신을 신경 쓰지 않던 날들이 그리웠다.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시집간 후에 갑자기 간섭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말이다.후에 어머니에게 항의했었는데 어머니가 할머니를 찾아갔다가 혼만 나고 돌아왔다. 양호석은 앞쪽 별채로 옮기고 싶지 않았지만 아무리 저항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어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런 날들이 대체 언제쯤 끝난단 말인가.양진아는 양호석이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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