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석현의 설명을 듣는 동안 정호는 불안감으로 가슴이 죄어오는 것을 느꼈다.그래서 여기에 머무는 동안 석현이 정호를 도와주기로 회사와 이야기가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곧 안도감에 작게 숨을 내쉬었다.“나 무료로 봉사하는 거 아니에요. 정호씨네 회사에서 보수도 받고, 정호씨가 여기에서 쓸 비용도 다 받으면서 하는 거예요.”도움을 주는 사람은 석현인데 어째서인지 석현이 정호를 설득하는 모양새로 말을 이어나갔다.“그러니까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매니저라고 생각하면서 편하게 지내요. 2주일 정도 금방이니까.”정호는 석현에게 면목이 없기도 하거니와 잘 모르는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아무래도 마음이 불편해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석현이 없으면 정호는 여기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래도 되나 하는 미안한 마음과 처음 보는 사람한테 어떻게 이렇게 잘해줄 수가 있나 하는 고마운 마음이 뒤섞여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여기에는 정호씨랑 말이 통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우선 정호씨가 우리 집에서 지내는 걸로 회사랑 얘기는 했는데, “혼란스런 표정으로 줄곧 대답이 없는 정호를 보며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늘어놓던 석현이 시선을 옮겨 창문 쪽을 보며 말을 이었다.“혹시 정호씨가 불편하면, 내가 며칠에 한 번씩 들를 테니까, 여기에 있어도 되구요. “정호는 가라앉아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저 아직, 큼큼,”왜인지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던 석현이 눈을 꾹 감았다. 피곤한걸까.“움직이기, 큼, 흠! 좀 힘든데,”창문 쪽으로 얼굴을 돌린 채 눈을 감은 석현은 미동이 없었다.“오늘부터, 크흠, 가도, 흠, 되는 거예요?”석현이 고개를 돌려 정호를 보았다. 정호는 문득 연기를 시작할 때 배웠던 감정의 구별에 대해 생각했다. 하지만 석현의 짙은 갈색 눈동자에 담긴 감정들은 너무 복잡해서 선뜻 구별이 가지 않았다. 적어도 악의는 아니다. 나쁜 사람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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