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나도 오사카니깐, 하는 석현의 말에 정호는 제가 또 뭘 잘못 들었나 생각했다. ‘도쿄랑 오사카가 그렇게 가깝던가? 아닌데, 나 신칸센, 그거 엄청 빠른 열차잖아, 그거 타고 두 시간 반이나 왔는데? 석현 씨는 도쿄 근처에 사는 게 아니었나? 내가 뭘 놓친 거지?’정호는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로 일단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비행기 취소를 부탁하고 짐을 챙겼다. 부르르, 핸드폰이 울렸다.[이제 내 차 알죠? 얼른 내려와요]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니 정말로 석현의 차가 보였다.“아니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요?”“운전해서 왔죠.”“내일 한국 안 가도 돼요 나.”“내일 아침이면 정호 씨 한국 가니까... 뭐?”정호와 동시에 말을 하던 석현이 고개를 홱 돌려 정호를 보았다.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입을 벌린 채 연거푸 눈을 깜박이는 석현을 보고 정호는 웃음이 나왔다.“나, 하루 더 있다가 모레 아침에 가도 돼요.”“그래서 내일 아침에 도쿄 가서 연락할까 하다가, 혹시 석현 씨가 내일 바쁠까봐 물어보고 가려고 연락했는데...”열심히 설명하는 정호의 말을 듣는지 마는지 석현은 운전대에 얼굴을 묻은 채 발을 구르며,“아아아아, 집에 있을 걸! 집에서 일하면서 기다릴걸!”다시 고개를 번쩍 들고 정호의 어깨를 붙잡더니,“와...나 다섯 시간 넘게 운전해서 온 거 알아요?”고개를 뒤로 젖히며 ‘아아아’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석현은 정말로 억울해 보였다.“나는 진짜 오늘 아니면 정호 씨 못 만나는 줄 알고!”석현 씨 혼자만 여유 넘친다고 생각했던 거 취소,라고 정호는 속으로 생각하며 입가를 비집고 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았다.“아니,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그랬어요.”“정호 씨 일하는데 집중 안 될까 봐요.”“촬영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무대인산데요, 뭐.”“그래도요. 그리고,”석현은 잠시 뜸을 들인 후,“어쩌면 만날 상황이 안 될지도 모르는데,내가 연락하면 정호 씨 신경 쓸까 봐요.”아무렇지도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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