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고상하던 진국공 온권승도 란자군과 아이 다섯 명을 낳고 결국에는 사생아까지 만들지 않았는가.온아려는 그 말을 듣고 어쩌면 자신이 억지를 부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비록 최양봉이 란자군에게 딴마음이 없단 말이 사실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혼인한 이후로 그에게 여인은 그녀 한명뿐이었다.반박할 이유가 없어지자 그녀는 입을 삐죽였다.“제가 그때 얼마나 호감을 표현했는데 매번 거절하셨잖습니까. 결국 란자군이 찾아가서 부군을 설득해서야 혼사가 성사되었죠.”“자군이는 그날 한마디밖에 하지 않았어.”충용 후작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온아려가 물었다.“무슨 말을 했는데요?”“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잊어버렸어.”충용 후작은 자기가 이 말을 꺼내면 온아려가 또 난리를 칠까 봐 그냥 말 안 하기로 했다.하지만 그럴수록 온아려는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빨리 떠올려 보세요. 대체 무슨 말을 했는데요?”“어휴, 그만 좀 해. 시간도 늦었는데 언제 잘 거야? 소택이 쟤가 바닥에서 잠든 거 안 보여?”“소택아! 너는 참, 바닥이 찬데 왜 거기서 자고 있어? 방에 돌아가서 자야지!”피곤한 얼굴로 눈을 뜬 최소택이 떨떠름하게 물었다.“저 이제 일어나도 될까요, 어머니?”처자식을 모두 처소로 돌려보낸 후, 충용 후작은 드디어 여유가 생겨 찻잔에 차를 따랐다.그는 우러난 맑은 찻물을 바라보며 십여년 전 친우가 자신을 찾아와서 했던 말을 떠올렸다.“양봉아, 어쩌면 그 여인이 네가 싫어하는 성격을 가졌다지만 너에게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야.”아둔하고 눈치도 없지만 서방에게 충실한 사람, 시집온 이후로 늘 충용 후작가를 위해 동분서주했고 그만 바라보는 사람이었다.“자군아, 네 말이 맞아. 내 처로 가장 어울리는 여인이지.”찻잔을 마신 그는 쓴 웃음을 지었다.“그런데 좀 머리가 둔해서 탈이야. 지금도 내가 자신을 안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한편, 수월관.또 잠 못 드는 밤이었다.이번에 찾아온 사람은 진국공부의 그림자 호위가 아닌, 김사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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