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11 - Chapter 20

40 Chapters

제11화

온장온은 동의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온씨 가문의 가법에 있는 곤장은 보통 곤장이 아니라 특수 제작된 쇠로 만든 곤장이었고, 50대를 맞으면 성인 남자라도 최소 열흘에서 보름 넘게 누워만 있어야 한다. 근데 온사가 어찌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옆에 서있던 온모는 몰래 기뻐하고 있었다.온사가 스스로 죽을 길을 찾아갈 줄은 생각도 못 했다.아버지께 어떻게 보답할지도 생각해 봐야겠다.아버지가 승낙만 하시면 곤장 50대로 온사의 수명을 절반으로 줄이는 건 정해진 일이다.하지만 온모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하나 더 있었다. 그녀가 직접 손을 대지 않아도 온권승이 온사에게 물었을 때, 온사는 다시금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다.“진심이더냐?”온권승도 온사가 스스로 벌을 받겠다고 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이렇게 엄중한 벌이라니.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평소에 예쁨 받기 위해 수작을 부리던 온모에게 실눈을 뜨고 그녀를 경고하던 모습이 떠올랐다.“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내 앞에서 거짓으로 대하는 사람이다.”온사는 고개를 들고 그의 혐오 가득한 눈빛을 마주하고는 살짝 웃었다. 스스로를 비웃는 말투였다.“어떻게 해야 아버지 눈에 거짓으로 대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을까요?”영원히 착하게 ‘말을 잘 듣고’, 사랑받기 위해 싸우지 않고, 반항하지 않고, 나무토막처럼, 온모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다른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으면서, 가족들이 편애하는 것을 그대로 두면서, 억울함을 당하고, 결국 절망적으로 죽어가고…… 그래야 거짓으로 대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는 건가?달갑지 않은 그의 마지막 질문에 눈가는 이미 촉촉했고, 서글픔이 차올랐다.고통스럽고 고집스러운 그녀의 눈빛에 온권승의 동공이 작아지며 보기 드물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온사가 왜 고통스러운지, 딸이 왜 이렇게 고집을 피우는지 알 수 없었다.놀란 것도 잠시, 온권승은 더 이상 온사의 눈을 보고 싶지 않아 차가운 얼굴로 몸을 돌렸다.“잘못한 것을 알면서 고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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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그녀는 자신의 수척한 몸으로 곤장을 겨우 견뎌내고 있었다.온장온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무정하게 내리쳤다. 마치 온사의 몸에 있는 모든 뼈를 하나도 남김없이 부숴버리겠다는 듯했다.온사는 확실히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아쉽게도 그 고통은 영원히 마음의 고통에 못 미쳤다.그래서 온장온의 곤장은 온사의 뼈를 부수긴커녕 오히려 그녀의 분노와 원한을 훨씬 부추겼다.만약 죽더라도, 그녀는 절대 온모와 온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곤장 50대.많지도 적지도 않았다.온장온이 마지막 한 대를 치고 났을 때, 온사는 이미 진작부터 살갗이 벗겨지고 속살이 드러나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고, 걸치고 있던 수수한 옷 역시 그녀의 피로 완전히 붉게 물들었다.온장온은 곤장에서 뚝뚝 떨어지는 피를 보고 다시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마지막 곤장 한 대까지 쓰러지지 않고 꿋꿋이 버텨낸 온사를 보았다.왠지 모르게, 그는 속이 답답했다.온장온은 더 이상 못 보겠는지 곤장을 하인에게 던지고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너 혼자 여기서 잘 생각해 보거라.”그러고는 모든 하인을 데리고 사당을 나섰다.그가 가자마자 온사는 창백해진 얼굴로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몸을 덜덜 떨며 ‘쿵’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온사가 다시 의식을 되찾았을 때 밖은 이미 깜깜해져 있었다.그녀는 여전히 사당의 그 자리에 있었다.아무도 그녀를 보러 온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유일하게 남아있던 것은 바닥에 놓인 다 식은 밥과 반찬이었다.온사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지만 그 음식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사당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그녀는 옥고리를 손에 쥐고 속으로 생각하자 옥패의 공간 안으로 들어왔다.그녀는 옥패의 공간에서 지혈에 쓰는 약초를 찾으려 했지만, 뭔가 오류가 있었는지 공간에 들어오자마자 시냇물로 떨어졌다.“아……”시냇물에 떨어진 그녀의 상처가 시냇물에 닿자마자, 순간 찌르는 듯한 고통이 전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온사는 그 고통으로 다시 의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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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30분 뒤, 온사는 그 당시 폐하의 서재에 서있었다.그녀가 왕궁으로 들어온 과정은 아주 간단하고 쉬웠다고 할 수 있다.그녀의 손에 아직 어머니가 물려주신 부적, 선왕께서 친히 내리신 어명이 있었다.전생에 그녀는 곁에서 시중들던 노비, 즉 춘향이에게 이 어명을 도둑맞고 춘향이는 그것을 온모에게 가져다주어, 그녀를 힘들게 만들었다.다행히 다시 태어난 이번 생에서 어명은 아직 도둑맞지 않았다.그래서 그녀는 이 선왕의 어명으로 이 젊은 폐하 앞에 설 수 있었다.“신녀 온사, 폐하께 인사드리옵니다.”“온사? 짐의 기억이 옳다면 넌 진국공의 다섯째 여식이구나, 맞는가?”어안 뒤에 앉아있던 왕은 조서를 내려두고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온사를 한 번 보았다.폐하는 선왕의 아홉째 아들이었고, 즉위 때는 겨우 열한 살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겨우 열다섯 살 정도였다.비록 온사와 나이가 같지만 용포를 입은 그는 온몸의 기운이 굉장했고, 심지어 알 수 없는 압박감까지 느껴졌다.온사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네, 폐하 말씀대로 그 신녀가 맞습니다.”“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궁에 오다니, 혹시 온씨 가문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인가?”왕은 궁금하다는 듯 그녀를 보고 말했다. 흥미진진하다는 듯한 말투가 마치 그녀의 뜻에 관심이 아주 많은 것 같았다.보아하니 어제 온씨 가문의 성년식에서 있던 사건이 이미 폐하의 귀에 들어간 것 같았다.그래서 폐하가 진심으로 궁금했던 것은 온씨 가문에 생긴 일이 아니라, 그녀였다.그녀는 뭘 하고 싶은 걸까?“폐하의 보살핌 덕에 온씨 가문은 항상 평안하고 무사했습니다. 다만 신녀가 부탁드릴 일이 있어, 이렇게 폐하께 은혜를 구하러 왔습니다.”흥미진진하던 왕의 눈빛이 더욱 짙어졌다.“좋다. 짐에게 말해보거라. 무슨 부탁이더냐?”온사는 가볍게 말했다.“신녀 출가하여 여승이 되고자 하옵니다. 폐하께서 도와주십시오.”“출가를 하겠다고?”왕은 깜짝 놀랐다.그는 온사가 이런 의도를 가지고 왔을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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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됐다. 누구의 몫이든, 기회만 있으면 된다.“명을 내리시옵소서, 폐하.”온사가 정중하게 말했다.왕은 몸을 일으켜 온사의 앞까지 가서 어명을 그녀에게 돌려주었다.“최근 몇 년 간 나라 남쪽에서 천재지변이 끊이질 않아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어, 짐의 근심이 깊다. 그리하여 국가와 백성을 위해 진심을 다해 기도할 사람 한 명이 필요하다.”“신녀 하겠사옵니다!”온사는 바로 하겠다고 했다.왕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네가 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경성 근처 남산 수월관의 관주가 덕망이 높고 덕을 많이 쌓은 스승이다. 만약 스승께서 동의하신다면, 짐도 동의하겠다.”“네, 폐하의 성은에 감사드립니다.”“감사하기엔 아직 이르다. 만약 스승께서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짐도 네게 도움을 줄 수 없다.”말을 마친 왕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가거라. 짐이 소식을 기다리겠노라.”지금의 온사에게는 이미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아무리 험악하고 위험하더라도 온씨 가문을 떠나야만 했다.온사가 물러가겠다 하며 돌아섰을 때, 왕이 갑자기 다시 그녀를 불러 세웠다.“잠시.”온사는 발걸음을 멈추고 알 수 없다는 눈빛으로 돌아보았다.그녀의 이런 표정을 본 왕은 더더욱 복잡해진 눈빛이었다.하지만 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남산으로 가는 길이 멀다. 만약 바로 가려거든 덕자에게 마차를 준비하라 하겠다.”이 말을 들은 온사는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감사합니다, 폐하. 그럼 덕공께서 고생하시겠네요.”“아닙니다. 아가씨 이쪽으로 오시죠.”온사가 떠난 뒤, 왕의 뒤에 있던 내시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온씨 아가씨, 아프신 것 같사옵니다”혈흔이 가득하고, 상처가 가득한 것이 딱 봐도 곤장에 맞아 새로 생긴 상처였다.위대한 진국공 정실의 딸인데, 만약 직접 보지 않았다면 그녀가 이렇게 맞았다는 것을 누가 감히 믿을 수 있겠는가?어쩐지 출가하여 여승이 되겠다면서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에게 알리지도 못했다니.정말 불쌍하구나.왕은 그저 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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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얼마 전, 너무 많은 피를 흘린 온사는 서재에서 잠시 무릎을 꿇고 있었을 뿐인데, 일어날 때 조금 어지럽고 눈이 침침했다.하지만 그녀는 폐하 앞에서 예의를 갖추기 위해 강제로 버텼고, 원래 마차에서 쉴 생각이었지만, 서재에서 막 나오자 눈앞이 깜깜해져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덕공의 ‘섭정왕 전하’라는 말에 깜짝 놀라는 동시에 누군가에게 부딪혔다.섭정왕?부축을 받은 온사는 매섭게 자신의 혀를 물었다. 고통으로 머릿속이 훨씬 맑아졌다.그녀가 고개를 들고 그녀를 부축한 사람이 누군지 보았을 때, 차갑고 비할 데 없는 아름다운 얼굴에 그녀는 깜짝 놀라 심장이 ‘쿵쿵’거리며 뛰었다.명나라 전체에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은발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바로 수많은 살인을 저지른 명나라의 전신, 섭정왕 전하 북진연이었다.“신녀 예의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섭정왕 전하.”온사는 급히 몸을 똑바로 세우고 예의를 갖추어 공손하게 말했다.그녀는 섭정왕의 살신이라는 이름이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어쨌든 명나라가 지금처럼 평안할 수 있는 것은 다 전하의 덕분이었다.그저 예전에 섭정왕 전하는 여인이 다가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경성으로 돌아오기 전, 오는 길에 만난 관료들이 북진연에게 여인 몇 명을 보냈지만, 다음 날 그 여인들은 모두 죽었다. 심지어 모두 손이 잘린 채였다.듣기로는 여인들의 손이 섭정왕 전하에 닿아서 그가 베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했다.아무리 소문은 믿을 수 없다지만, 지금 온사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북진연에게 용서를 구했다.다행히 전하의 안중에 그녀는 없었고, 그저 담담히 그녀를 훑어보고는 그녀가 똑바로 서자마자 손을 거두고 아무 말도 없이 그대로 그녀를 지나쳐 서재로 향했다.온사는 속으로 몰래 생각했다.역시 전하는 여인을 싫어하시는구나, 나중에 또 만나면 아무래도 조금 멀리 떨어지는 것이 좋겠어.하지만 그녀가 다시 몸을 일으켜 덕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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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막수 스승님도 엄청 까다로우십니다. 짐이 보기에 그 아이는 크게 실망하고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왕이 온사에게 들게 한 시험은 쉬워 보였지만, 막수 스승님을 만나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수월관의 막수 스승은 고집불통이었다.왕은 물론, 선왕도 그녀의 앞에서는 체면을 조금도 챙길 수 없었다.그녀가 만약 온사가 별로라고 생각한다면 온사에게도 기회는 없다.그래서 왕은 온사가 수월관에 가면 분명 상처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만약 이 일로 그녀가 출가하여 여승이 되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다면 더욱 좋을 일이다.결국 그 역시 란 고모의 딸이 여승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북진연은 그 아이가 넘어졌다가 일어날 때, 여전히 몸에 입은 상처들로 고통스러워 하긴 했지만,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자리를 뜨는 모습을 떠올렸고, 왕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온사는 이때까지도 그녀가 얻은 이 기회에도 희망이 크지 않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알고 있었다고 해도, 그녀는 절대 포기할 리 없었다.마차에서 온사는 덕공이 따로 준비한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덕공은 진작부터 그녀의 상처를 눈치챘고, 약 한 병과 붕대도 조금 챙겨 주었다.하지만 아쉽게도 상처가 등 뒤에 있어 온사는 대충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조금 뒤, 공간에 있던 시냇물을 담은 작은 병을 꺼냈다. 상처를 씻어내기 위한 것은 아니었고, 그냥 그대로 마셔버렸다.이 시냇물은 사람의 상처를 치유해 주니, 분명 그대로 마셔도 무슨 효과가 있을 것이다.그녀는 이제 상처가 너무 빨리 아물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정신은 멀쩡한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역시 온사가 예상한 대로, 아주 조금만 마셨을 뿐인데, 우울하고 무겁던 머릿속이 마치 맑은 바람에 먼지가 날아간 듯 금방 상쾌해졌다.온사는 정신을 차리고 바로 염탐을 시작했다.그녀는 수월관의 그 스승님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폐하가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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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스승님과 제 아버지요?”온사는 이 말을 듣고 순간 멍해졌다.덕자는 마치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하는 것처럼 왼쪽의 햇살을 즐기며 온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이 일은 말하자면 재밌습니다. 예전에 막수 스승님께서는 하산을 하지 않으셨고, 수월관을 떠나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가씨께서 태어나신 해에 막수 스승님께서 사람을 시켜 진국공 저택에 선물을 보냈고, 외부 사람들은 그제야 세상사에 관심 없던 막수 스승과 진국공 저택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사람들은 진국공 어르신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뒤로 막수 스승님은 더 이상 진국공 저택과 왕래하지 않았습니다. 진국공 부인의 병세가 악화되어 세상을 뜨던 날까지요. 그날 막수 스승님께서는 급히 하산하시어 진국공 부인의 마지막을 함께 했습니다.”“장례를 치른 뒤, 막수 스승님께서는 사람들 앞에서 진국공께 양심이 없다며 욕을 퍼붓고 그의 부인에게 미안하니 앞으로 다시는 진국공 저택의 사람들과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겠다고 맹세했습니다.”“그제야 외부 사람들은 알게 되었죠. 알고 보니 막수 스승님께서 오래 알던 사람은 진국공이 아닌 국공 부인이었다는 것을요.”덕자가 묵묵히 얘기했다.“아가씨, 어머니와 막수 스승님께서는 확실히 오래 알고 지내셨습니다. 하지만 아가씨께서는 진국공의 딸이기도 하시니 막수 스승님께서는 아가씨 체면을 살려주지 않으실 겁니다.”“그러니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셔야 합니다.”온사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그녀는 수월관의 관주인 스승이 온씨 가문과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은 상상도 못했고, 그게 그녀의 어머니 때문이었다는 것은 더더욱 몰랐다.이 일은 그녀의 전생에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온사는 입술을 문지르며 말했다.“덕공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기왕 이렇게 된 거, 그녀도 수월관에 가봐야 한다.마차는 한참을 흔들거리며 남산에 도착했다.덕자는 온사를 수월관 앞까지 바래다주고 말했다.“아가씨, 들어가세요. 저는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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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자군은 그녀의 어머니 별명, 란자군을 뜻하는 것이었다.막수 스승과 그녀의 어머니는 정말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다.온사는 상대방이 자신을 어머니라고 착각했다는 것을 알고 살짝 허리를 굽혀 예의를 갖추었다.“소녀 온사, 막수 스승님을 뵙습니다.”막수 스승은 멈칫했다.그녀는 순식간에 다시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왔고, 난초를 안은 채 뒤로 돌아 안뜰의 다른 방향으로 갔다.그곳에는 다양한 난초가 놓인 나무 선반이 있었는데, 그 위에 빈자리가 하나 있었다.품에 있던 것은 아마 손질을 한 것 같았다. 막수는 난초를 올려둔 뒤 따뜻함이라고는 전혀 없는 목소리로 다시 한번 맨 처음에 했던 말을 반복했다.“여기는 대전이 아닙니다. 참배를 하시려면 나가셔서 오른쪽으로 쭉 가시면 됩니다.”온사는 안타까웠다.역시 이 스승은 온씨 가문에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이 말은 길을 알려주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람을 쫓아내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스승님, 오늘 소녀는 참배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다른 일로……”“참배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면, 시주께서는 돌아가 주시지요. 수월관은 경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머물 곳이 못 됩니다.”막수 스승은 온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무렇지 않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아쉽지만 그녀도 오늘 목표를 달성하기 전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온사가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스승님 소녀에게 시간을 조금만 내어 주십시오. 아주 잠깐이면 됩니다. 최소한 소녀가 이곳에 온 사유만이라도 말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하지만 막수 스승의 태도도 아주 단호했다.“시주께서 무슨 연유로 오셨든, 여승은 듣고 싶지 않고 함께하고 싶지 않습니다.”그녀는 이 말을 끝으로 심지어 그대로 뒤돌아 가버렸다.온사가 가지 않으니 그녀가 가는 것 같았다.온사는 어쩔 수 없이 급히 월동문의 앞을 가로막고 빠르게 말했다.“저도 스승님께서 온씨 가문과 어떠한 관계도 맺고 싶지 않으시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온씨 가문의 일로 온 것이 아닙니다. 저는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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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온사는 멍해졌다.그녀는 스승의 화난 얼굴을 보며 속에서 우러나온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녀의 생일은 두 달 뒤가 맞다.만약 온모라는 예외가 없었다면, 규정대로 두 달 뒤에야 그녀의 성년식이 진행되었을 것이다.하지만 온모의 ‘언니랑 같이 성년식 하고 싶어’라는 말 한마디에 그녀의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은 그녀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강제로 두 달을 앞당겨, 온모의 생일인 어제 그녀와 함께 성년식을 치른 것이었다.이게 바로 그녀의 좋은 아버지, 좋은 오라버니들이다.하지만 온사가 다시 태어난 뒤로, 그녀는 예외라고 생각되지도 않았다.그러나 온사가 생각지도 못한 것은 막수 스승이 그녀의 생일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덕공의 말을 듣고 온사는 막수 스승님이 예전에 그녀가 태어났을 때 진국공 저택에 갔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기억하고 있다니, 어머니와 막수 스승님 간의 우정은 아주 깊었을 것이다.“스승님 노여워 마십시오. 작은 일로 크게 화내실 필요 없습니다.”온사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이 풀어지며 좋게 타일렀다.“겨우 성년식일 뿐입니다. 이제 저는 더 이상 온씨 가문에 머무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것들도 저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하지만 스승님께서도 저희 아버지께서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는 알고 계시니, 진국공 저택의 체면을 위해 저를 온씨 가문에서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궁으로 가 폐하께 도움을 청했고, 스승님께서 고개만 끄덕여 동의해 주시면 저는 출가하여 여승이 되어 나라를 위해 기도할 수 있습니다.”온사가 여기까지 얘기했을 때, 막수 스승도 이번엔 그녀의 말에 마음이 동해 동의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예상 밖이었다.“안됩니다.”막수 스승의 눈에 안타깝다는 눈빛이 스쳤지만 그녀의 태도는 여전히 단호했다.어쩌면 아까보다 더 단호해진 것 같았다.온사는 사실 이해가 되지 않았다.“왜 그러십니까?”“왜는 없습니다.”막수는 정색을 하며 돌아섰다.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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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그녀는 막수 스승님의 말을 듣고, 갑자기 이 난초가 그녀의 두 생에서 처음 받은 축복의 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작은 난초를 정신이 나간 듯 바라보았다.이 난초는 관리가 아주 잘 되어 있었다. 딱 봐도 평소에 정성껏 돌본 것 같았다.그녀는 뜰에 있던 다른 난초들은 모두 이 난초에 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런데 막수 스승님은 왜 이렇게 난초를 많이 심으시고, 또 가장 좋은 것을 그녀에게 주었을까?그저 난초를 좋아해서?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난초…… 난, 란자군……설마 어머니 때문에?온사는 갑자기 자신의 어머니가 떠올라 깜짝 놀랐다.스승님과 어머니는 도대체 무슨 관계일까? 그 당시에는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온사는 정확히 알고 싶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앞을 향해 말했다.“덕공님, 마차를 세워주세요.”돌아가는 속도는 느리지 않았다. 마차를 세웠을 때는 이미 남산의 아래쪽이었다.온사는 난초를 끌어안고 다시 마차에서 내렸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눈앞의 산길을 보았다. 아주 높았다.“아가씨 수월관에 두고 오신 것이라도 있으십니까?”덕자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온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닙니다, 그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시도해 보고 싶어서요.”막수 스승님께서 무엇을 위해 그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승님과 어머니의 관계가 아무리 좋았어도, 그녀는 죽어도 온씨 가문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덕공님 죄송하지만 이 난초를 가지고 여기서 제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주실 수 있으십니까?”그녀는 난초를 건네고 웃으며 말했다.“이번엔 제가 반드시 스승님의 동의를 받아오겠습니다.”덕자는 처음엔 온사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그녀의 손에 있던 난초를 받아들고 그녀를 다시 설득할지 생각하던 중, 온사가 돌아서서 남산의 정상에 있는 수월관을 향해 가녀린 몸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는 것이 보였다.덕자는 경악했지만 그녀는 경건하게 머리를 조아리고 다시 일어나 한 걸음 걷고 다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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