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산군과 임 씨 부인이 떠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김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때, 소한이 문득 입을 열었다.“임학, 자네도 가봐야 하지 않겠소.”김단도 그제야 임학이 여전히 자리에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그녀는 임학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임학은 김단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더니,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김단은 살짝 놀랐다.하나 주먹을 꽉 쥔 채로 물러 나지 않았다.옆에 있던 소하도 눈살을 찌푸렸다.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김단을 한 번 바라보았다.그녀의 안색에 큰 변화가 없음을 확인 한 후에야 안심할 수 있었다.순간, 하만촌에서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가슴 한켠이 아려왔다.그녀의 말대로, 김단은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이때, 소한이 임학의 멱살을 잡았다.“뭐 하는 짓 이오, 창피하지도 않소?당장 꺼지시오!”하나 임학은 소한을 밀칠 뿐이다.“자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오!”임학은 일어 날 생각도 하지 않았다.어머니가 기억을 잃었어도, 단이는 조금의 측은한 마음도 들지 않은 모양이지 않은가.그는 무릎을 꿇는 것을 제외하고, 임 씨 집안으로 다시 데려갈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단아, 이 오라버니가 잘못했다. 열다섯 해 동안 네게 잘 해준 기억으로, 한 번만 용서를 해줄 수 없겠느냐.”울먹거리는 목소리다.소한은 옆에 서서 그저 바라봤다.고개를 돌려 김단의 반응을 살펴보았다.임학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지지는 않을까 싶어 기다렸다.이전의 삼 년은 그녀에게는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가득하다.하나, 임학의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열다섯 해 동안, 그들은 김단을 지켜주고 살피기 바빴다.바람에 날아갈까 싶어 애지중지했다.어쩌면 열다섯 해의 기억으로 삼 년의 기억을 면할 수 있을까.어쩌면 한 번만 용서할 수 있지 않을까.소한은 만일 김단이 임학을 용서한다면, 자신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하나, 김단은 쌀쌀맞은 눈빛으로 임학을 한 번 바라볼 뿐이다.그리고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