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581 - Chapter 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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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81화

소한은 못마땅했지만 결국 손을 들어 주먹을 맞부딪쳤다.마차는 느릿느릿 앞으로 나아갔고 보름이 지나서야 한양에 도착했다.한양 외곽의 별채로 보내질 거라 예상한 것과는 달리 그녀는 자신이 머물던 작은 저택에 와있었다.김단은 소한이 잠시 이곳에 머물려고 한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나 이내 울음 섞인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와닿았다.“아가씨!”김단은 흠칫 놀라 황급히 마차에서 내렸다.발이 땅에 떨어지기 무섭게 작은 그림자가 그녀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어린 소녀의 여린 팔이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쌌다.“아가씨… 저는 알고 있었어요. 아가씨가 살아 계실 거라고.”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울음소리에는 그간 쌓인 깊은 서러움이 담겨 있었다.“매일같이 아가씨를 기다렸어요. 드디어 돌아오셨군요.”김단의 눈가도 순식간에 붉어졌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품에 안긴 숙희를 토닥여주었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영영 이곳에 돌아오지 않으려 했던 그녀가 마땅히 해 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그저 그렇게 서로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울었다.그때 부드럽고 따뜻한 음성이 두 사람을 감쌌다.“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 하는 건 어떻겠소?”그제야 숙희는 정신이 번뜩 들었다.그녀는 얼른 김단을 놓아 주고 손을 꼭 쥐었다.“큰 도련님께서 이각에게 전갈을 보냈습니다. 아가씨께서 오늘 돌아오신다고 말이에요. 그래서 제가 아침 일찍부터 아가씨가 좋아하시는 설화떡과 매실주를 사 왔어요.돼지 곱창은 미처 준비하지 못했지만 걱정 마세요. 왕철에게 맡겼으니 곧 씻어서 요리해 드릴게요.”그녀는 쉴 새 없이 떠들었다.김단은 그런 숙희를 바라보며 왠지 모르게 가슴이 저릿했다.코끝이 시큰하고 또다시 눈물이 차오르려 했다.뒤따르던 소하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녀와 혼인 관계를 정리하기 전 그 역시 이렇게 김단을 지켜보곤 했었다.지금도 그때처럼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 그저 즐겁기만 했다.하지만 뒤에서 느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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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82화

김단은 그가 이곳에 다가오는 것을 원치 않았다.이곳에는 정암이 심어둔 매화나무가 서 있었다.여기는 온전히 정암의 터이자 그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었다.그녀는 살짝 눈썹을 찌푸리더니 몸을 돌려 소한을 바라보았다.서로 눈이 마주쳤지만 그녀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그의 모습은 예전보다 훨씬 성숙해져 있었다.아마도 며칠 간의 고단한 여정이 그를 이렇게 바꿔버린 건지도 모르겠다.날카롭던 청년의 눈매는 한층 더 깊어졌고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청춘 시절에 볼 수 없었던 침착함이 드러나 있었다.그녀를 바라보는 눈동자도 차가운 무관심 대신 조금은 온화해진 느낌이었다.그는 여전히 소한 그 자체겠지만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김단도 많이 변해있었다.과거의 김단이었다면 소한을 마주쳤을 때 두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달려들었을 것이다.기쁨에 겨워하며 한 마리 나비처럼 그의 주위를 맴돌며 쉴 새 없이 재잘댔었겠지만지금의 그녀는 아무런 감정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소한은 옆에 늘어뜨렸던 손을 무의식적으로 꽉 쥐었다.그는 김단의 무심한 태도를 여러 차례나 봐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익숙해지지 못한 것 같았다.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도 그는 여전히 자신을 오라버니라고 불러주길 바랐다.그녀의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 원했다.잠시 깊게 숨을 들이 마신 후 소한은 입을 열었다.“한 가지 꼭 전해야 할 일이 있소. 임원은 원래 진산군 댁의 적녀가 아니었소.”그러자 김단은 평온하게 그 말을 끊으며 차분하게 답했다.“알고 있습니다.”그 말에 소한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김단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그들의 약혼은 여전히 유효하다고.그녀와 자신은 처음부터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었다고.만약 김단이 이를 깨닫는다면 그녀의 마음도 조금은 변하지 않을까 하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어쩌면 자기가 원하는 것만 믿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그런데 이미 알고 있다고?소한의 눈동자 속에는 당혹감이 스쳐갔다.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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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83화

“단이는 당신들을 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차디찬 목소리가 소하의 등 뒤에서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모두가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곳에는 소한이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그의 얼굴은 먹구름이 드리운 듯 어두웠고 날선 눈빛에는 차가운 냉기만이 서려있었다.그가 나타난 순간 임학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소한! 또 너냐!”그는 격분하여 병사들을 뚫고 앞으로 나가려 했다.“자네가 김단을 감금했잖소! 죽음까지 몰아넣었던 게 누군데 이제 와서 또 무슨 계략을 꾸미려고 하는 것이오? 장소를 바꿔서 감금하면 다인 것이오?”진산군 또한 간절한 목소리로 얘기했다.“한아! 아니지 소 장군! 단이를 보게 해다오! 단이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니 우리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단이는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소한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금 울려 퍼졌다.그 순간 임가 사람들은 깜짝 놀라 숨이 멎을 뻔했다.임학은 차가운 눈으로 소한을 바라보았다.“뭐라고 했소?”심지어 소하조차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러나 이내 과거 김단이 보였던 이상한 행동들을 떠올렸다.그녀는 한동안 방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그녀를 만날 수 없었다.그때부터였을까?임씨 부인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뭐라고요? 단이가 알고 있다는 말입니까? 언제부터요?”“명희가 죽었을 때부터요.”소한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명희가 죽기 전 모든 것을 단이에게 말했다고 합니다.”그 순간 임학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오랫동안 머릿속에 묻어두었던 기억이 다시금 되살아나기 시작했다.그날 김단이 자신의 앞에서 말없이 흐느끼던 모습.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때 그는 김단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모른 채 오히려 그녀를 다그쳤다.임원을 함부로 의심하지 말라고 경고까지 했었다.그 기억이 되살아나자 칼로 도려내는 듯한 고통에 휩싸였다.그녀가 모든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절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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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84화

소한은 임학의 말을 듣자마자 속에서 불쾌함이 치밀어 올랐다.“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소? 그녀 성격에 자네가 여기서 죽을 때까지 기다린다 한들 만나 줄 거라는 보장은 없다는 걸.”그러나 이 말에 임학은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소 장군도 알고 있군요. 그녀가 어떤 성격인지.”그렇다면 왜 놓아주지 않는 거지?왜 계속 자신의 곁에 묶어두려 하는 거지?소한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졌고 등 뒤로 모은 손은 주먹을 움켜쥐었다.그러나 임학은 더 이상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저 조용히 소하에게 고개를 숙이며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부탁드립니다.”그 말을 남긴 후 그는 천천히 한쪽으로 물러났다.기다릴 거면 문 정중앙에서 보기 흉하게 서 있을 필요는 없었다.소하는 다시 한번 손에 들린 작은 보자기를 내려다보았다.거뭇한 얼룩은 굳어진 핏자국 같아 보였다.그는 이 보자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그러나 방금 전 임학이 울음을 삼키며 이 보자기를 건넨 것을 보면 분명 그에게 소중한 물건일 것이다.그렇게 생각한 그는 작은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한이 바로 그의 뒤를 따라붙었다.소하가 정말로 그 보자기를 김단에게 전하려 하자 소한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를 막아섰다.“단이는 이 물건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그 역시 보자기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임학의 반응을 보아하니 그것은 아마도 과거와 얽힌 기억일 것이다.그리고 김단은 그런 것들을 원하지 않았다.소하는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몸을 돌려 소한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으며 물었다. “단이가 정말로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냐? 아니면 내가 단이를 만나는 것이 싫은 거냐?”소한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는 둘 다 원하지 않았다.소하는 그의 속내를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그러나 그는 다시 한번 손에 든 보자기를 내려다보았다.“넌 이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하지도 않느냐?”그 말에 소한도 자연스럽게 보자기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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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85화

소하는 그녀의 표정 변화를 알아차렸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에 든 보자기를 등 뒤로 숨기며 말했다.“임학이 가져온 것이오. 낭자의 물건이니 직접 처리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전해주려던 참이오. 원하지 않는다면...”“저한테 주세요.”김단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그녀의 얼굴에 다시금 미소가 피어올랐다.그녀는 소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소하는 잠시 망설였으나 그녀에게 보자기를 건넸다.김단은 그것을 받아 들었다.그녀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보자기를 내려다보았다.붉은 얼룩들이 찍혀 있는 그 천을 바라보는 순간 과거로 되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손 씻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그 세답방에서, 온 세상이 자신을 적대하던 그곳에서 보냈던 지옥 같은 나날들이 떠올랐다.“일부러 세답방에 남겨 둔 물건이었는데 결국 이렇게 임학 도련님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군요.”그녀는 쓴웃음을 짓더니 고개를 들어 소하를 바라보았다.“오라버니, 이 안에 들어있는 게 무엇인지 아시나요?”소하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녀의 웃음이 너무도 슬프게 느껴졌다.이것을 그녀에게 건네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김단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이건 제 과거의 어리석음과 헛된 기대입니다. 한때 이 천 위에 수없이 많은 구원의 편지를 남겼었죠. 제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이 반드시 구하러 올 거라 믿었거든요. 하지만 저를 구하러 와주기는커녕 임원 낭자의 생일을 챙기기 바빴고 그녀를 달래주기 바빴습니다.”“도련님은 그때 조금이나마 제 생각을 하긴 했을까요?”한때 그녀는 확신했었다. 그가 절대로 자신을 잊을 리 없다고. 포기했을 리 없다고.하지만 그가 한양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며 새로운 누이를 데리고 거리를 활보할 때 그녀는 어두운 방에서 혈서로 구원의 편지를 쓰고 있었다.그 15년의 정이 결국 하나의 웃음거리로 끝나 버렸다는 것이 허무하기만 했다.지금 임학이 무슨 낯짝으로 자신을 보고 싶어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지난날 그에게 의지했던 그녀의 모습을 상기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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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임학은 김단이 이리 빨리 나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대문이 열리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김단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곧이어 눈시울이 붉혀졌다.입가에는 어설픈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는 천천히 김단에게 다가갔다.“네가 이리 빨리 나올 줄은 몰랐다..”“누가 주었소?”김단은 담담하게 그에게 물었다.아무 감정 없는 목소리였다.임학이 서둘러 대답했다.“류 나인께서 주셨어. 네가 세답방에서 나올 때, 깜빡하고 네게 돌려 주지 못했다고 하셨어. 그날, 관저 앞에서 나에게 그랬어. 덕빈께서 은혜를 베푸신 덕분에, 궁에서 나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이야. 그리고 짐 정리를 하면서 이 보따리를 발견해서..”“알겠소.”김단은 임학의 말을 끊었다.하지만 그는 입을 다물지 않았다.아주 간단한 일을 길게 늘어뜨리는 자신의 모습이 이상했다.한데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이유는 알아챌 수 있었다.한참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한참을.이때, 김단이 다시 입을 열었다.“임 도령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오?”진산군 관저는 세습의 자격이 없어졌기에, 임학도 더 이상 ‘도련님’ 이 아니었다.하나 여전히 김단이 자신을 부르는 호칭은 낯설기만 하였다.임학은 자신도 모르게 울먹거리기 시작했다.애원하는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단아, 오라버니가 잘못했다. 너를 그렇게 두고 가는 것이 아니었어.”그는 말하면서 김단에게 다가갔다.“단아, 오라버니랑 같이 집에 가자구나. 오라버니가 데려다줄게, 응?”그의 손가락이 김단의 옷깃에 닿을 듯 말듯 하였다.하나 김단은 뒷걸음을 쳤다.옆에 있던 호위병이 서둘러 임학을 막았다.임학은 멈칫하며, 눈물을 흘렸다.“단아..”그와는 반대로 김단의 눈빛은 차갑기만 하였다.그녀는 임학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오라버니를 필요로 하는 것은 임단 이오. 하나, 그 임단은 이미 죽었나이다. 세답방에서 채찍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때, 임 도령의 말 한마디만 바랬나이다. 불행히도 죽을 때까지 그 한 마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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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임학은 보따리를 한번에 잡지 못했다.손을 한 번 빼고, 후- 라는 소리와 함께 다시 화로에 손을 집어넣었다.그제야 천쪼가리 하나가 화로에서 나왔다.허나, 천쪼가리에는 불이 붙어있었다.곧이어 그는 바닥으로 던져서 계속 밟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은 불에 타서 사라지고 말았다.남은 천쪼가리에는 “구해줘.” 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곧이어 임학이 떨리는 손으로 천을 주웠다.화로에 손을 두 번 넣은 탓에, 손은 이미 벌겋게 변했다.손가락은 화상을 입어 하얗게 변하고 말았다.하나 그는 느끼지 못하는 듯 보였다.떨리는 손에 쥔 천을 보면서 참고 있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김단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리고 참고 있던 말을 크게 내뱉었다.“임 도령은 어찌 제 관저 앞에서 소란을 피우시는 것이오? 그저 작은 천에 불과하지 아니헌데, 어찌 화로에 손을 넣으시는 것이오? 그날, 도령을 필요로 할 때는 어디 계셨소? 이런 소란을 피워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오? 혹여 내가 측은한 마음이 생길 것 같으시오? 똑똑히 알려주겠소, 손이 아니라 임 도령이 어느 날 시체가 되어도, 나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것이오!”“왕철! 손님을 보내드려라!”김단은 몸을 돌려 관저 안으로 들어갔다.와중에 임학을 한번도 보지 않았다.하나 임학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천 쪼가리를 쥐며 소리 내어 울었다.결국 자신이 놓은 것이었다.자신이 제일 아끼던 누이는 ‘오라버니’라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한편, 왕철은 그 장면을 보며 난감할 따름이었다.임학의 울음소리가 점차 작아지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임 도령께서는 손에 화상을 입으셨사옵니다. 서둘러 의원을 찾으시지요, 너무 오래 방치하면 영영 쓰지 못할 수도 있나이다.”그는 이전에 발에 화상을 입고, 종아리까지 절단한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하나 임학은 움직 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이때, 소한과 소하가 관저에서 나왔다.그의 모습을 보고 어느 정도 눈치를 챈 것 같았다.두 사람은 눈살을 찌푸렸다.소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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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임학이 김단의 속을 뒤집었다는 사실을 알고, 소한도 더 이상 마당에 남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당에는 사람이 많았다.그녀를 보호한다는 목적이었지만,김단에게는 그저 감금과 다를 바 없었다.하늘이 어두워지자 숙희가 김단을 위해 식사 한 상을 차렸다.김단이 숙희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한 달 사이에 네 요리 실력이 이리 늘 줄은 몰랐어.”숙희도 미소를 지었다.곧이어 순대를 집어 김단의 그릇에 올려 두었다.“드셔 보세요, 정암 종사관께서 하신 음식 같지 않습니까?”김단은 익숙한 맛에 이전의 일을 떠올렸다.순간, 짓고 있던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다시 제정신을 차리고 다시 숙희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더 맛있구나.”숙희는 이어서 김단의 그릇에 다른 반찬을 집어넣었다.“아씨, 이것도 드셔 보시지요. 이것도, 이것도 제가 잘하는 반찬이옵니다!”잠시 뒤, 김단의 그릇에는 반찬이 산더미처럼 쌓였다.김단은 어찌할 수 없다는 듯이 숙희를 바라보았다.“네 아씨 입은 하나다, 어찌 그리 많이 먹을 수 있겠어? 왕철을 불러와, 같이 먹자구나.”“예!”숙희는 기뻐하며 왕철을 불렀다.김단이 식사를 하려고 한다는 사실에,왕철이 다급해졌다.“노비가 감히 아씨와 함께 식사를 한다니요.”숙희는 왕철의 어깨를 잡았다.“아씨께서 허락하셨소!”곧이어 왕철도 식사 자리에 앉았다.주인과 하인 셋이서 자리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김단은 조용하게 식사를 즐겼다.왕철은 여전히 고개만 숙이며 밥을 먹을 뿐이다.숙희는 김단을 흘깃 보았다.사실 그녀가 전혀 기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때, 밖에서 호위병이 보고를 하러 왔다.“아씨, 임 도령께서 가시지 않나이다.”곧이어 숙희는 그제야 김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호위병의 말에 김단이 눈살을 찌푸렸다.“가만히 내버려두거라."그녀는 임학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하나 다시 그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잠시 뒤, 하인 하나가 보고를 하러 왔다.“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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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그는 소한이 자리를 잠시 떴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그가 여러 사람을 남겨 두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부하들을 여러 명 부른 것이었다.이전에 단이는 소한에게 감금되어 장양강에 몸을 던진 것이다.이번에는 절대로 같은 상황이 반복되게 할 수 없었다.진산군은 다시 김단의 손을 잡아당겼다.하나 김단이 세게 뒷걸음쳤다.결국 진산군은 김단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잠시 멈칫하고는 다시 김단의 손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어서, 곧 있으면 소한이 올 것이야!”그는 소한이 무섭지 않았다.그저 그 놈이 도착하면, 단이를 쉽게 데려갈 수 없지 않은가.김단이 다시 뒷걸음을 쳤다.이때, 호위병이 다급하게 다가와 진산군을 저지했다.진산군은 차가운 김단의 모습에 흠칫했다.곧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단아, 네 아비다! 나, 나를 알아보지 못하겠느냐? 나는 네 친 아비다!”쇠약한 목소리에 작은 떨림이 전해졌다.김단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그리고는 쌀쌀한 태도로 대답했다.“정녕 잊으셨나이까, 조모 앞에서 박수를 세 번 쳤던 일을! 저와 대감은 이미 절연을 하였나이다!”이때, 임학이 들어왔다.밖에서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뒤였다.그는 무언가를 떠올린 것 같이 김단의 앞으로 다가갔다.“단아, 어찌 그럴 수 있겠느냐! 네 성은 여전히 임 씨다! 우리는 같은 피가 흐르고 있어. 그러니, 내가 네 오라비다!”임학은 양손으로 김단의 어깨를 꽉 쥐었다.김단은 붕대로 감은 임학의 손을 바라보았다.피가 붕대 위로 스며 들었다.하나 김단은 전혀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그녀는 임학의 눈을 바라보았다.“임단이든 김단이든 내 이름은 임 씨 가문의 족보에 써져 있지 않소. 족보에는 임원이 유일한 딸자식이라고 적혀 있소.”임학은 깜짝 놀랐다.사실 그도 이전에 족보를 본 적이 있다.김단의 말은 사실이다.김단은 임학의 당황스러움을 알아챘다.이제는 알 것이다, 그녀가 그들을 버린 것이 아니라 그들이 먼저 그녀를 버렸다는 사실을.하나 진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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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부인!”진산군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서둘러 임 씨 부인을 향해 달려갔다.임학도 놀라서 그녀의 곁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녀를 꽉 껴안았다.“어머니! 괜찮으시옵니까?”임 씨 부인은 팔의 피를 보고는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다.진산군은 걱정되는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부인! 눈 좀 떠보시오!”김단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임 씨 집안을 미워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하나 임 씨 부인이 자신의 앞에서 목숨을 잃는다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15년 동안 쌓아 온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이때, 소하와 소한이 다급하게 들어왔다.두 사람은 진산군이 사람을 이끌고,김단을 데려가려 하는 말에 식사도 하지 못하고 서둘러 뛰어온 것이었다.하나 이러한 장면을 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들의 반응은 마치 그녀의 목숨에 큰 위험이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게 하였다.하나 임 씨 부인은 금방 눈을 떴다.그녀는 진산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서서히 임학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임 씨 부인은 마치 무엇을 잊어버린 것 같이 행동했다.두 사람을 향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어찌 울고 있어?”임학은 벙찐 표정으로 임 씨 부인을 향해 물었다.“어머니, 괜찮으시옵니까?”임 씨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이때, 자신의 상처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이게 무엇이냐, 누가 나를 찌른 것이야?”그녀의 말에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크게 눈을 떴다.진산군도 흠칫 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부인, 왜, 왜 그러시오?”“다쳤습니다!”임 씨 부인은 진산군의 어깨를 쳤다.“제 상처가 보이지 않습니까? 호위병들이랑 단련을 하면서 저를 찌르셨겠지요, 어찌 그리도 조심하지 않으시는 지요! 가만히 서서 뭐하십니까, 어서 의원을 찾지 않으시고!”그녀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하나 진산군과 임학은 그대로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서로를 멀뚱멀뚱 바라볼 뿐이다.임 씨 부인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그녀는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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