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601 - Chapter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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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1화

김단의 머리가 다시 아파오기 시작했다.그녀는 소한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저는 소 장군님과 알고 지낸 지 십 년이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장군님을 믿지 못합니다. 사람과 사람 간의 신뢰를 어찌 세월로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최지습과 호랑이군이 그녀를 위해 이름 없는 안정적 삶을 포기하려는 것이라면, 그녀 역시 그들로 하여금 조금이라도 서운한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김단의 대답을 들은 소한은 이를 꽉 물었다.최지습이 담담하게 물었다. “챙겨야 할 것이 있소?”김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게 하녀가 한 명 있는데, 어젯밤 비를 맞고 고열이 내리지 않아 쉬고 있습니다.”최지습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중에 사람을 보내 데려오도록 하겠소. 그럼 출발하지.”말을 마친 그는 밖으로 나갔다.김단도 그를 따라갔다.그런데 임씨 부인 옆을 지나는 순간, 그녀의 옷소매가 붙잡혔다.김단이 뒤돌아 임씨 부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있었다. “단아, 어디로 가는 것이냐? 이 애미와 같이 가자, 응?”임씨 부인의 정신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김단은 미간을 찌푸린 채 천천히 그녀의 손을 떼어내고 옆에 있는 임학을 바라보았다. “의원에게 부인을 잘 진찰하라 해주십시오!”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떠났다.그녀는 더 이상 임씨 부인이 뒤에서 부르는 소리를 신경 쓰지 않았다.호랑이군도 김단의 뒤를 따라 떠났다.김단이 대청을 떠나 저택의 대문에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본 소한은 심장이 갑자기 조여오는 것을 느꼈다.오늘 그녀가 최지습을 따라 떠난다면 그녀를 다시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관저는 외부 사람들이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않은가?하물며 평양원군의 관저인데!결국 참지 못한 소한은 낮은 목소리로 소리치며 밖으로 뛰쳐나갔다.그는 김단을 보낼 수 없었다.김단은 그의 것이다!소한의 목소리를 들은 김단은 깜짝 놀라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호랑이군의 행렬 맨 뒤에 있던 두 남자가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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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그 익숙한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써 소한은 몸의 긴장을 서서히 풀었다.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격렬한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의 심장은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두 남자는 그제야 소한을 놓아주고 일어섰다.그렇게 강인하던 사람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것을 본 남자는 냉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될 줄 알고도 왜 처음부터 그런 것이오?”다른 남자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저 자와 무슨 말을 하겠소, 가시지!”말을 마친 두 사람은 몸을 돌려 떠났다.그제서야 임학은 정신을 차린 듯 소한과 멀어져 가는 두 명의 호랑이군의 뒷모습을 보며 두려움을 느꼈다.소한의 무술 실력은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그는 청나라와의 몇 차례 전투에서도 소수의 인원으로 다수의 적을 이겼었다.하지만 오늘은 두 명의 호랑이군에게 처참하게 제압당했다.옆에 있던 진산군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임학을 바라보았다. “학아, 어찌 된 일이냐? 단이가 어떻게 평양원군과 아는 사이인 것이냐?”임학이 알 리가 없었다.이내 그가 고개를 저었다.한편 임씨 부인 역시 멍하니 자리에 서 있었다. “단이는? 단이는 어디로 갔느냐? 아직 단이에게 원이를 어디에 숨겼는지 묻지 못했단 말이다! 원이는 원체 겁이 많은 아이인데, 어찌 그런 고생을 견딜 수 있겠느냐?”말을 하며 임씨 부인은 눈물을 흘렸다. 진산군과 임학은 미간을 찌푸리며 김단이 이전에 말한 내용을 떠올리고 일단 임씨 부인을 진산군 댁으로 데려가기로 했다.김단은 평양원군 관저로 돌아가는 마차에 올랐다.마차는 넓었고, 김단은 한쪽에 앉아 최지습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다.멀지 않은 곳에 있는 향로에서 은은한 향이 풍겨왔고, 향긋한 냄새 덕분에 김단의 두통이 많이 나아졌다.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최지습을 보던 김단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오라버니는 언제 돌아오신겁니까?”최지습은 그제야 눈을 뜨고 김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제 왔소.”원래 그들은 더 일찍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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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평소 냉랭하던 목소리에 약간의 흥분이 섞여 있었다.주상이 오늘 아침 조정에서 평양원군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알렸고, 이에 소하는 조정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다가 다급히 달려온 것이다.평양원군은 그에게 둘도 없는 친구이자 형과 같았다.과거 평양원군이 실종되었을 때 그는 한동안 마음이 불편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8년 만에 옛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소하는 정말로 너무나 들떴다.심지어 김단이 바로 옆에 서 있었음에도 알아채지 못했다.최지습은 소하에게 다가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소한을 대했을 때의 냉담함과는 달리 최지습은 소하의 어깨를 두드리며 안타까운 듯 말했다. “많이 수척해졌군.”예전의 소하는 건장한 소년이었지만, 5년동안 쓸모 없는 사람 취급을 받으며 지금처럼 변해버렸다.지금은 일반적인 사람들과 비슷해 보였지만, 소하의 건장한 모습을 기억했던 최지습은 마음이 아팠다.그 5년이라는 세월을 소하가 어떻게 견뎌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소하도 최지습의 말에 눈시울을 붉혔다.한때 의기양양했던 호국 장군은 여전히 비단옷을 입고 있지만, 오랜 세월 햇볕에 그을린 피부는 많이 거칠어졌다.그의 왼쪽 뺨에 있는 흉터는 오왕의 난 때 생긴 것이었다.문득 그는 최지습이 정암을 데려와 그에게 인재이니 잘 돌봐달라고 했던 날을 떠올렸다.하지만 훗날 최지습은 실종되고 그는 침대에 누워있었으며, 정암은...순간 슬픔이 밀려왔다.소하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무언가를 말하려 했으나, 이내 시선이 옆에 서 있던 김단에게로 향했다.그는 순간 멈칫하였다. 그는 김단이 왜 여기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듯했다.김단은 빙그레 웃으며 소하에게 다가가 인사를 올렸다. “소 오라버니, 안녕하세요.”소하는 벙찐 얼굴로 최지습과 김단을 번갈아 보다가 끝내 물었다. “아니, 이게 어찌 된 것이오?”“사실 대군께서 그날 저를 구해준 사냥꾼이십니다.” 김단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고, 소한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최지습이 김단을 구해준 사냥꾼이라고?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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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소한이 마음 아파하기도 전에 병사들이 몰려들었다.다섯째 도령은 소하의 목덜미를 붙잡고 말했다. “이보시오, 대군님만 아는체하는 것이오? 형제들을 보고 인사도 안 하시오?”일곱째 도영도 소하의 어깨를 주먹으로 쳤다. “전에 자네가 불구자가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지금 보니 괜찮아 보이는 구려! 한판 붙어볼 테오?”여덟째 도령은 소하를 평양원군 관저로 데려가며 말했다. “가시게, 가시게, 술자리에서 붙어보시구려! 자네 술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봐야겠소!”여섯째 도령은 옆에서 비웃었다. “소하가 자네를 술독에 빠트린 적이 있는 걸 잊었는가? 자네 배짱도 좋구려!”여덟째 도령은 반박하며 말했다. “이 자는 5년 동안 불구 신세였지 않은가! 술 실력도 형편없을 걸세!”“이따 누가 술에 취해 개처럼 짖을지 보세!”“왈왈! 지금 내가 짖어도 상관없네! 어쨌든 난 오늘 취할 때까지 마실 걸세!”“그래, 취할 때까지 마셔보세!”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소하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고, 그에게 말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하지만 소하는 즐거워했다.형제들에게 둘러싸인 느낌은 마치 8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과거 전장에 있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그는 최지습처럼 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고, 과거 여덟째 도령이 술을 마시자고 도발했을 때도 묵묵히 응했다.여덟째 도령은 그가 순하고 만만한 상대라 생각했지만, 결국은 술에 취해 거의 죽을 뻔했다.하지만 여덟째 도령은 계속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고, 기회를 노리며 체면을 회복하려고 했다.그 기회가 8년 만에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술자리는 시끌벅적했다.김단은 조용히 옆에 앉아 소하가 의자에 다리를 걸친 채 사람들과 함께 손뼉을 치며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며 묘한 감동을 느꼈다.그녀는 이런 모습의 소하를 본 적이 없었다.마치 속박에서 벗어나 본래 모습을 드러낸 것 같았다.그는 차갑고, 유약했다.하지만 형제들 앞에서는 호탕하고 거리낌이 없었다.몇 차례 술잔이 오가자 소하는 비틀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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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그 모습을 본 최지습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하 옆에 있는 다섯째과 여섯째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늦었으니 자네들이 소하를 데려다주게!”다섯째과 여섯째는 즉각 대답하고 소하를 부축하여 밖으로 나갔다.하지만 소하는 몇 걸음 걷다가 멈춰 서서 김단을 돌아보았다.김단의 자리는 최지습의 옆자리가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소하의 시선에서 김단은 마치 최지습의 바로 옆에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묘한 불쾌감이 들었지만, 그는 애써 무시했다.지금 같은 시점에서는 김단이 평양원군 자가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때 평양원군 자가 밖에서 호위병들이 무리 지어 들어왔다.금군이었다.금군은 주상을 대표했고, 그들이 저택에 들어가 체포하는 것은 평왕원군 자가의 호위병이라도 막을 수 없었다.이에 그들은 빠르게 포위되었다.소하는 술기운이 거의 다 가셨다.그는 멀리 있는 부총령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짓이오?”부총령은 소하를 보고 예를 갖추려 했으나,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소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본 장군은 주상전하의 명을 받들어 조정의 주요 범죄자를 체포하러 왔습니다. 관련 없는 자들은 비키시지요.”음산한 목소리에 분노가 섞여 있었다.소한은 들어오자마자 김단을 바라보았고, 그의 눈빛은 더욱 음침해져 있었다.최지습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 저택에 무슨 조정의 주요 범죄자가 있다는 것이오?”소한은 당우리 산적들의 수배령을 꺼내 차갑게 말했다. “이 문신, 대군께서는 익숙하실텐데요?”최지습은 가슴이 쿵 내려 앉았다. “호랑이군의 문신은 산적들과 다르오. 내 이미 주상전하께 설명드렸소.”“다른지 아닌지는 대군께서 판단할 일이 아닙니다.” 소한은 싸늘한 눈빛으로 손을 살짝 흔들었다. “체포하라!”금군은 곧장 나서서 호위병들을 모두 체포했다.이곳은 평양원군 자가이니 호랑이군들이 저항하면 분명 평양원군에게 누가될 터였다. 이에 그들은 억울함에도 순순히 금군에게 붙잡혀 끌려 나갈 수밖에 없었다. 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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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분노에 이성을 잃은 소한의 모습을 본 김단은 순간 냉소했다.“맞습니다, 오라버니는 늘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묻지 않고 일을 처리하셨죠! 3년 전 저를 소홀히 했던 것도 오라버니고, 그 뒤로 다시 3년간 끊임없이 저에게 집착하는 것도 오라버니십니다! 이 세상 모든 일은 소한 오라버니 혼자서 결정했고, 오라버니가 원하는 대로 해야만 직성이 풀리셨죠!”김단은 몸을 크게 떨었다.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그녀의 눈시울은 붉어졌고,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격분한 그녀는 매몰찬 말을 내뱉었다. “소한 오라버니, 오라버니가 감히 죄 없는 사람을 모함한다면 전 끝까지 맞서 싸울 것입니다!”호랑이군은 그녀를 위해 한양으로 돌아와주었다.만약 그들이 그녀로 인해 죄를 받게 된다면 그녀는 죽도록 가슴 아파할 것이다!다만 그녀는 죽기 전에 반드시 소한을 끌어들여 함께 죽을 것이다!그 말을 들은 소한은 순간 온몸이 오한이 드는 것을 느꼈다.끝까지 싸우겠다고?수년간 쌓아온 정을 무시하고, 고작 만나지 두 달도 안 된 남자들 때문에 그와 끝까지 싸우겠다는 것인가?!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집스러운 성격에 원한을 품고 있기는 했지만 선악을 구별하지 못하는 쓰레기는 아니었다!호랑이군의 문신이 산적의 것과 너무나 비슷하니 이렇게 철저히 조사하지 않으면 주상이 아니라 하여도 아무도 안 믿지 않겠나?게다가 그 산적들은 그의 동료 두 명을 죽이고 노상의 팔까지 잘랐다. 그는 이 원한을 잊을 수 없었다!이에 그는 호랑이군과 산적들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밝혀내야만 했다.만약 아무런 연관이 없다면 그 역시 그들을 모함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들 사이에 조금의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주상이 나서서 용서를 빌더라도 그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그는 오늘 김단이 최지습을 따라간 것에 불만을 품었던 것을 스스로 인정했다.하지만 호랑이군을 체포하러 온 것은 공적인 일이었다!어찌 그녀는 그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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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다만 주상이 소한을 보낼 줄은 몰랐고, 이렇게 빨리 올 줄도 몰랐을 뿐이다!아무리 그래도 그는 한양으로 돌아온 지 12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김단은 최지습에게 어떻게 대답해줘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머리가 심하게 아파왔고, 뇌리에서는 소씨 부인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이에 그녀는 정말로 자신의 잘못이 아닐지 다시 의심하기 시작했다...“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시오.”최지습의 입버릇 같은 말이 다시 들려왔지만, 이번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김단은 더욱 크게 울었다. 마치 며칠 간 쌓인 억울함과 슬픔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듯했다.그녀는 정말, 너무나 슬펐다.자신이 왜 혼자 살아야 할 운명인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이 왜 하나둘씩 떠나가는지 알 수 없었다.자신이 왜 소한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저승의 문턱까지 다녀왔었다.그런데 왜 아직도 한양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김단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본 최지습은 어떻게 그녀를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덩치 큰 남자는 그녀 옆에 서서 어쩔 줄 몰라 했다.그런데 김단은 갑자기 울음을 멈추고 몸을 축 늘어트렸다.최지습은 깜짝 놀라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했고, 그녀가 기절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옷 너머로 그녀의 뜨거운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가 하녀도 열이 났었다고 말한 것을 떠올린 최지습은 미간을 찌푸렸다.곧바로 그녀를 안아 들고 뒷마당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어의를 불러라!”김단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다음 날 아침이었다.여름 햇살은 일찍부터 뜨거운 열기를 방 안으로 쏟아냈지만, 그럼에도 김단은 추위를 느꼈다.옆에 있던 숙희는 김단이 깨어난 것을 보고 급히 다가와 말했다. “아씨,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목마르세요? 물 드시겠어요?”걱정스러운 말투였지만 목소리는 심하게 갈라져 있었다.마치 목에 주먹을 여러차례 맞은 것 같았다.김단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목소리가 왜 그러느냐?”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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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최지습이 그녀를 밤새도록 돌봐줬다고?김단은 많이 놀랐다.그녀는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소한이 호랑이군을 모두 데려간 후 그녀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던 것만 기억났다.그녀는 그 장면이 떠오르자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정말 창피했다.그녀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밖에서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숙희는 이내 문을 열었고, 밖에는 최지습이 서 있었다.숙희는 깜짝 놀라 허둥지둥 예를 갖췄다. “소인, 대군을 뵙습니다.”그녀는 어째서인지 최지습이 나쁜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 늘 두려움을 느꼈다.다행히 최지습은 그녀의 태도를 개의치 않아하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단이는 깨어났느냐?”숙희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아씨께서 방금 깨어나셨습니다.”그녀는 길을 비켜주었다.최지습은 방으로 들어왔고, 김단은 침상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겉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것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성큼성큼 다가가 김단의 이마에 손을 얹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도 좀 뜨겁군. 숙희야, 네 아씨 약은 어디 있느냐?”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숙희는 더욱 당황하며 곧장 대답했다. “지금 가져오겠습니다!”그녀는 방에서 나갔다.그렇게 방 안에는 김단과 최지습만 남게 되었다. 분위기가 무척 어색했다.어쩌면 김단만 어색하게 느꼈을지도 모른다.이에 그녀는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 “어젯밤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라버니.”그녀는 울면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던 일이 떠올라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제가 평소에 눈물을 잘 흘리는 사람이 아닌데, 어제는 아파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알았소.”최지습은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그녀의 말을 제대로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소리가 잦아들자 방 안은 다시 침묵에 잠겼고,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최지습은 옆에 앉아 그녀를 보지 않고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했다.얼굴의 흉터 때문인지 그가 말을 하지 않을 때는 다소 험악해 보였다.김단도 무슨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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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만으로도 그녀를 절망에 빠뜨리기에 충분했음에도 그 사람은 그런 모진 말로 그녀를 찔러 끊임없이 고통을 안겨주려 했다.그러니 그녀가 어젯밤 모든 게 자기 탓이라는 말을 한 것도 당연했다.호랑이군이 붙잡힌 일까지 모두 자기 탓으로 돌린 것이다.이미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왜 스스로 그렇게 무거운 짐을 지려는 걸까.그런 그녀조차 무너지지 않는다면 누가 무너지겠는가?그때 숙희가 약을 가져왔다.어린 하녀는 아씨에게 빨리 약을 먹이는 데만 정신이 팔려 김단의 놀라고 감동받은 표정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최지습은 할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김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몸조리 잘하시오. 바깥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그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떠났다.숙희는 영문을 모른 채 약을 한 숟갈 떠서 김단의 입가에 가져다 대며 물었다. “아씨, 대군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어요?”김단은 그제야 정신이 든 듯 눈물을 글썽이며 미소를 지었다. 이내 숙희를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저은 뒤 약을 삼켰다.그녀는 방금 최지습이 한 말을 숙희에게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몰랐다.그는 이미 피투성이인 상처를 헤집어가며 그녀를 위로해주었고,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그녀가 어떻게 그의 아픔을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말할 수 있겠는가?숙희는 입을 삐죽거렸지만 김단이 속 시원하게 말하지 않는 것을 개의치 않아 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약을 먹이며 말했다. “대군이 좀 험악하게 생기시긴 했지만, 제 생각에는 좋은 분 같아요.”방금 대군이 한 말만 봐도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게다가 대군은 하녀인 그녀의 병까지 어의에게 진찰받게 해주었다!그 말을 들은 김단은 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들어 숙희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기쁨 어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분이 내 큰 오라버니시다.”“정말 잘됐습니다!” 숙희도 웃으며 말했다. “아씨께도 드디어 든든한 뒷배가 생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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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소한이 다가오는 것을 본 감옥 간수들은 급히 예를 갖췄다. “소 장군님, 안녕하십니까.”소한은 표정이 굳은 소하를 천천히 바라보고는 감옥 간수들에게 말했다. “형님이 들어가시려는 것을 감히 너희들이 막은 것이냐?”그 말을 들은 감옥 간수들은 다급히 길을 비켜주었다. “소인이 어찌 감히 막겠습니까.”소한은 피식 웃고는 성큼성큼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소하도 따라갔다.감옥 안의 공기는 매우 역했다.습하고 더우며 역겨운 악취와 피비린내가 뒤섞여 구역질이 났다.하지만 소한은 이미 이곳의 냄새에 익숙한 듯 멀리 있던 탁자 앞에 앉아 차 주전자를 들고 소하에게 물을 따라주었다. “형님은 왜 이렇게 일찍 오셨습니까?”소하의 눈에는 전에 없던 한기가 서려 있었다. “사람들은 어디 있느냐?”소한이 빈정거리며 감옥으로 들어오라고 했을 때 소하는 호랑이군이 이곳에 갇혀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분명 주상도 호랑이군이 감옥에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소한은 고개를 들어 소하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이 오실 줄 알고 사람들을 다른 곳에 숨겨놓았습니다.”소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가슴속에 있던 분노가 점점 더 타오르기 시작했다. “소한, 도대체 뭘 원하는 것이냐?”그 말을 들은 소한은 물을 마시려다 멈추고 다시 소하를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형님께서도 제가 사적인 감정으로 행동하는 것이라 생각하시는 겁니까?”“그렇지 않으면 무엇이냐?”소하는 싸늘하게 물었다. “호랑이군이 어찌 당우리 산적들일 수 있겠느냐!”“산적이 아니더라도 결탁했을 수도 있습니다.”소한의 목소리도 점점 차가워졌다. “그 호랑이 머리 문신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장담할 수 있다!” 소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그는 두 손으로 탁자를 짚고 소한을 노려보았다. “네가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그들의 모습을 보지 못했을지 몰라도, 한아, 나는 봤다.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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