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는 최지습의 고집스러운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 그에게 최지습은 남아있는 유일한 동생이었다.그런 동생이 여덟 해 동안 실종되었다가 가까스로 돌아왔으니 자기가 한발 물러나야지 뭐 어쩌겠는가?전하는 화가 나서 속이 뒤집히는 듯했지만 그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어휴 마음대로 하거라 이 무능한 놈아. 며칠 뒤 내 구 낭자와의 자리를 마련할 테니반드시 나가거라!”“소인 물러가겠습니다.”최지습은 공손히 허리를 굽혀 인사한 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그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전하도 마음속에 억눌렀던 답답한 감정이 서서히 사라지는 듯했다.최지습의 등장으로 인해 전하는 여덟 해 동안 꽁꽁 묶어두었던 감정들을 하나둘씩 드러내기 시작했다.그는 자신의 동생이었다. 이복형제였지만 같은 아버지의 피를 나눈 유일한 혈육이었다.한때 자신의 왕위를 지키기 위해 칼을 휘둘렀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홀로 싸웠던 존재이다.그로 인해 많은 사람을 죽였고 여덟 해 동안 죄책감에 몸부림쳤던 사람.자신은 지금 임금이 되어 만백성의 존경을 받으며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다.그러니 이제는 그가 최지습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비록 최지습이 크고 건장한 사내로 자랐다고 하지만 그의 눈에는 여전히 호수에 빠져 허우적대던 소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어리숙하고 연약했던 그 소년에게 다시 한번 손을 내밀어 주고 싶었다.궐에서 나오는 길, 최지습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기만 했다.이 궐은 너무도 많은 추억을 품고 있었다.좋은 기억, 나쁜 기억, 따스했던 순간, 그리고 처참했던 순간까지도그러나 결국 그 모든 기억은 피비린내로 물들어 있었다.청회색 벽돌 하나까지도 피를 머금고 있는 듯했다.그는 청석으로 된 작은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바로 이곳에서 그는 여섯 번째 형님을 죽였다.그리고 달빛이 비치는 높다란 궁궐 벽에서 그는 열 번째 형님을 장창으로 죽여버렸다.조금 더 걸어가니 궐문이 보였다.그때 그는 저곳에서 저항하던 여덟 번째 형님을 말에서 끌어내려 그의 가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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