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Kabanata 641 - Kabanata 650

720 Kabanata

제641화

자신의 일이라면 어떻게든 반항할 생각이었다.만일 하나 잘못되면 죽음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었다.하나 임금이 원하는 것은 의원이다.어찌 의원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가.여러 생각이 오가던 중에, 임금이 입을 열었다.“짐은 이리 대단한 인물이 있는 줄 몰랐다. 나라의 임금도 못 보는 의원이라.”임금은 화가 난 모양이다.김단이 서둘러 머리를 조아렸다.“송구하옵니다, 노여움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신의께서는 더 이상 세속에 나서기를 원치 않으시어, 신분을 감춘 채 살아가고 계시옵니다. 소인은 이전에 그분의 행적도 입 밖에 내지 않겠노라 굳게 약조하였나이다. 그제야 비로소 소 총령의 다리의 고칠 방도를 전해 들을 수 있사옵니다. 만일 하나 소인이 폐하께 이를 고하였다는 사실을 아신다면, 먼 곳으로 떠나시거나 대역죄를 범할 수도 있사옵니다.”김단은 임금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그가 의원에게 궁금한 것은 죽은 이를 살리고, 생명을 불어넣는 의술이 아닌가.그녀는 혹여 죄를 범할 수도 있다는 말을 더하여, 임금에게 거절을 돌려 말했다.신의는 죽는다고 하여도 얼굴을 내밀지 않을 것이다.임금이 미간을 찌푸렸다.김단이 말은 도리가 있었다.신의에 ‘신’ 을 가진 자들은 성질이 결코 좋지 못하다.이때, 김단이 다시 입을 열었다.“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소인은 신의께 적지 않은 가르침을 얻었사옵니다. 이후에는 필히 의술을 팔구할 정도로 익혀, 자진하여 어의원에 들어가 폐하를 모시겠사옵니다.”그녀는 조급하지 말라는 말을 전했다.의원의 의술을 거의 다 익히면, 이후에 임금도 작은 신의를 얻게 된다.임금은 코웃음을 쳤다.김단이 못 미더운 것이 아니다.신의의 의술이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팔구할 정도?절반만 배워도 감지덕지이지 않은가.아예 모르는 것 보다는 낫다.그는 김단을 곁에 두는 것이 신의를 곁에 두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마치 소한처럼 중상을 입었어도, 김단이 신의에게 약을 구하여 살아난 것처럼 말이다.이러한 생각에 임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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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김단은 임금의 뜻을 알아챘다.이 세상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더하여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하나, 당장은 그렇고 싶지 않았다.다시 침묵하는 김단의 모습에 임금도 흥미를 잃은 모양이다.그녀를 떠나 보내려던 찰나, 어서재에 내시 한명이 들어왔다.임금에게 예의를 차리고는 입을 열었다.“전하, 평양원군께서 찾아오셨사옵니다.”곧이어 임금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이전에 최지습이 김단을 지키겠다 말했기에, 일부로 그가 없을 때를 노리고 궐에 들인 것이다.그 자식이 이리 빨리 소식을 들을 줄 누가 알았으랴.임금은 서둘러 손을 휘저었다.“자네는 돌아가도 좋다, 평양원군에게 들라하라.”“예.”김단은 예의를 차리고 발걸음을 옮겼다.그녀는 어서재를 떠나기 전, 눈을 살짝 치켜들어 임금을 바라보았다.보아하니 화난 기색이 아니었다.다행히 마음을 놓일 수 있었다.최지습은 어서재 밖에 서 있었다.안에서 나오는 김단의 표정을 훑었다.평소와 큰 변화가 없는걸 보아, 형님께서 김단을 곤란하게 만들지 않았던 모양이다.하나, 형님께서 김단을 궐에 들인 이유를 알 수 없었다.물어보려고 입을 열자, 김단이 그에게 다가갔다.옆에 있던 내시에게 혹여 들릴까 싶어 더 가까이 다가갔다.작은 얼굴에 엄숙함이 가득했다.“전하께서 부화가 나지 않으셨나봅니다. 하나, 조심하시는 게 좋사옵니다.”해가 저물기 전이다.노을 빛이 그녀의 얼굴을 벌겋게 비추었다.최지습은 이유 모를 기쁨이 느껴졌다.그는 김단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관저에서 기다리시오.”“예.”김단도 고개를 끄덕이고, 발걸음을 옮겼다.최지습은 김단이 멀리 가고 나서야,어서재 안으로 들어갔다.“황형을 뵙습니다.”그는 규칙대로 무릎을 굽힌 채 예의를 차렸다.눈을 치켜들자, 임금은 그저 조서를 읽고 있을 뿐이었다.그에게 일어나라는 말 조차도 하지 않았다.임금은 눈 하나 꼼짝하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어찌 이리 다급하게 온 것이야. 짐이 잡아먹을 것 같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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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최지습은 그제야 임금을 바라보았다.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황형께서는 제가 군을 지휘하길 바라시옵니까?”물음이었지만 의심의 여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임금은 최지습이 오히려 난처할 줄 알았다.오왕의 난으로 인하여 최지습은 평생의 악몽이 생겼기 때문이다.어쩌면 이 평생 다시 전쟁터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임금이 짧게 탄식했다.“사실 이번 전쟁은 소한이 갔어야 해.하나, 너도 보지 않았느냐. 소한은 지금 침상에서 내려올 수 있을지, 없을 지가 문제야.”소하는 오 년간 다리를 쓰지 못하였다.나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찌 다시 전쟁터로 보낼 수 있는가.임금은 그를 또다시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한양에 다른 장군이 없는 것도 아니다.하나 오랑캐가 이름만 들어도 두려워하고, 그들을 굴복 시킬만한 인재가 없었다.곰곰이 생각하자 최지습이 딱 들어맞는 인재였다.최지습은 알고 있었다.“제 뜻은 황형께서 아우에게 군 권력을 진정 넘기려고 하십니까?”오왕의 난을 겪을 당시, 몇몇이 임금과 황태자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수를 썼다.대군자가들의 권력을 모두 가져가는 바람에, 임금이 자칫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었다.이러한 처참한 사례가 있었는데, 임금이 어찌 준비를 하지 않았으랴.하물며 그는 최지습이다.역군들을 모두 죽인 최지습이지 않은 가!임금은 최지습이 ‘오왕의 난’ 을 다시 일으킬지 두렵지도 않은가.만일 그가 역모를 꾸미게 된다면, 임금의 주위에는 그를 이길 자가 없다.최지습의 말투는 평온했다.하나 그의 말로 하여금 임금이 불안해졌다.불안함은 최지습 때문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서늘함 이었다.그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최지습은 자신의 유일한 친형제라고 다독인다.그를 믿고, 보호해야 하지 않는가.하나 당시의 역모에 해당한 다섯 명도, 모두 친 아우들이 아닌가.사람은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의심을 항상 갖게 된다.상대방이 나를 떨어뜨릴까 봐 의심하고, 상대방이 자신의 왕위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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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노을이 짙게 가라앉았다.석양이 한양의 윤곽을 아련하게 물들였다.최지습은 김단이 궐 밖에서 자신을 기다릴 줄은 몰랐다.마차에 올라타고 나서야 그녀에게 물었다.“어찌 먼저 돌아가지 않았소?”평양원군 관저는 궁궐과 멀지 않다.사실 조금만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김단은 최지습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백도령께서 소녀를 걱정하시는 것처럼, 소녀도 백도령을 걱정했사옵니다.”임금의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미루어 보아, 최지습은 자신 때문에 궐에 들어온 것이었다.그리하여 궐 문밖에서 그를 기다리기도 한 것이다.마차가 천천히 평양원군 관저로 향했다.최지습은 김단을 향해 갑자기 입을 열었다.“병사들을 데리고 떠날 수도 있소.”그의 말에 김단이 깜짝 놀랐다.“병사들이요? 전쟁이라도 일어난 것 이옵니까?”최지습은 담담하게 그래, 라며 답했다.“오랑캐들이 자주 국경을 넘고 있소,황형께서는 그들을 굴복시키라 하셨소.”김단은 미간을 찌푸렸다.눈을 아래로 떨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라를 지키기 위함이라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하나,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전쟁터에 나가면 필히 부상을 입게 된다.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걱정하는 표정을 보고 최지습은 안도의 말을 건넸다.“염려 마시오. 떠나기 전, 모든 준비를 끝내겠소. 소한이 다시 찾아오지 않게 하겠소.”그의 말에 김단이 움찔했다.그리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백도령께서 오해하신 듯 하옵니다.소녀는 그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옵니다.”어찌 그것을 걱정하지 않는 단 말인 가.최지습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렇다면 무엇을 걱정하는 것이오?내가 해결할 수 있는 선에서 해결해 주겠소.”김단은 입을 열다가 닫기를 반복했다.결국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곧 전쟁터에 나가는 자에게 혹여 재수가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고개를 젓고는 시선을 마차 밖으로 옮겼다.천막이 흔들리고, 마차 밖의 풍경이 보일 듯 말 듯 했다.늦은 시간에도 한양 거리는 여전히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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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김단은 은냥을 거지들에게 던져 주었다.거지들은 은냥을 가지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김단은 다시 그 작은 거지를 바라보았다.아무 말 하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떴다.그녀가 마차에 돌아오자, 최지습이 물었다.“아는 사람이오?”김단이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제가 잘 못 보았나이다.”그녀는 말하는 와중에 임원이 유배 당한 일을 떠올렸다.“백도령 께서는 혹여 동래가 한양에서 몇 리가 되는 지 아시옵니까?”“하만촌 보다 더 먼 거리오. 더하여 동래가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소,유배 당하여 가는 이들이 대부분이오. 어림잡아서 세, 네 달은 될 것이오.”김단은 마음속으로 생각해 보았다.세,네 달이면 동래에 도착하기도 전이 아닌가.임원이 아무리 심성이 좋지 않다고 한들, 결국 힘 약한 여인이다.유배를 가는 길 내내 관리가 보고 있을 터인데, 어찌 쉽게 도망칠 수 있겠는 가.이러한 생각에 김단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리고 더 이상 그 일은 신경 쓰지 않았다.하나 누가 생각이나 했으랴.김단이 골목을 빠져나오자, 작은 그림자 하나가 골목 구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얻어맞은 작은 거지는 그 그림자 앞으로 다가갔다.거지가 품에 안고 있던 작은 만두를 건네자, 그림자가 거지의 뺨을 내리쳐 쓰러지고 말았다.그 악독한 눈빛이 반짝거렸다.곧이어 눈빛은 김단의 뒷모습을 죽일 듯이 뚫어져라 노려 보았다.당장이라도 김단의 살갗을 벗기고 싶은 표정이다.하늘이 점점 어두워졌다.임학은 취향각에서 술을 마시고 나왔다.몸에서는 술 냄새가 진동을 했다.오늘은 그의 탄신일이다.이전이라면 소한이나 김단 혹은 임원을 데리고 술을 즐겼을 것이다.허나 이번 해는 홀로 술을 마셨다.이전의 추억을 떠올리자 술이 끝없이 들어갔다.그의 발걸음도 비틀비틀 거렸다.거리에는 다른 행인이 보이지 않았다.다행히도 임학은 관저로 돌아 갈 길을 알고 있었다.그는 억지로 몸을 이끌며 진산군 관저로 발걸음을 옮겼다.이때, 귓가에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라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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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미쳤소?”임학은 날선 목소리로 외쳤다.술기운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었다. 머리는 둔기에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임원은 이곳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지금쯤 추운 동래에 있어야 할 그녀가 왜 한양 한복판에 나타난 걸까?“낭자가 지금 붙잡히기라도 한다면 우리 가문은 멸망할 거요! 낭자만 죽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 죽을 수 있다고!”그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말했지만 들끓는 분노는 억누르지 못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어깨를 세차게 움켜쥐었다.임원은 어깨를 짓누르는 고통에 숨을 들이켰다.눈물이 왈칵 쏟아졌지만 작고 마른 손으로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오라버니, 생일 축하드려요.”임학의 심장이 순간 멎는 듯했다.아직도 자신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감정이 휘몰아쳤다.임학은 말없이 그녀가 내민 것을 내려다보았다.“제가 직접 깎아 만든 평안 고리입니다.”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조심스러웠다.혹여라도 그가 평안 고리를 버릴까 두려워 울음을 참으며 말을 이었다.“무엇을 드려야 할지 몰라서요. 예전에 오라버니는 제게 비녀를 깎아주셨잖습니까? 그게 저한테는 너무 소중한 물건이라 저도 언젠가는 오라버니에게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드리고 싶었어요. 저는 바라는 게 없습니다. 그저 오라버니께서 남은 생을 평안하게 살기 바랄 뿐이에요.”“낭자가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평안했을 것이오.”임학의 목소리는 여전히 날카로웠지만 그 안의 감정은 분명 전보다 누그러져 있었다.임원은 그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임학의 손에서 점점 힘이 풀리는 게 느껴지자 임원은 망설임 없이 그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오라버니, 걱정 마세요. 절대 오라버니와 임가에 피해 끼치는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 전 이제 임가의 딸도 아니니까요. 만약 일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냥 제 목을 치세요. 저는 이제 죽는 게 무섭지 않습니다. 그냥 선물을 드리고 싶어 온 겁니다.”그녀는 두 손으로 평안 고리를 높이 쳐들었다.한없이 왜소한 그 모습에 임학의 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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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가슴 어딘가가 알 수 없는 고통으로 조여왔다.임학은 저도 모르게 성큼 다가가 임원의 팔을 거칠게 움켜잡았다.“발은 어떻게 된 것이오?”임원의 눈빛 속에 순간 희미한 기쁨이 번졌다.하지만 그녀는 애써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연기하기 시작했다.“오라버니...”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임학을 불렀다.“오라버니께서 두 명의 포졸들한테 은을 쥐어주셨잖아요. 그 사람들... 돈은 돈대로 받았으면서 저를 괴롭혔어요. 밥도 안 주고 저를 욕보이려 했습니다.”그녀의 목소리는 잠겨있었고 입술은 새파랗게 변했다.그녀는 애써 말을 이으려고 했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너무 무서웠어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그냥 도망쳤습니다. 거리를 떠돌아다닌 덕에 몸에서는 썩은내가 나기 일쑤였죠. 그래서 아무도 절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결국 거지들에게...”말을 잇지 못한 그녀가 울음을 터뜨렸다.그녀의 가식적인 눈물은 진심으로 절절해 보였다.“오라버니, 정말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제발 절 버리지 말아 주세요. 이렇게 떠돌아다니고 싶지 않아요. 정말 너무 싫어요.”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학은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분노, 충격, 후회, 혼란...이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와 머리가 하얘졌다.그는 포졸들에게 돈을 쥐여주며 임원을 안전하게 동래로 데려다주라고 했다.모든 일이 조용히 끝났을 거라고 믿었는데 그 대가가 이런 거라니.그는 잔혹한 현실 앞에서 무참히 부서져버렸다.동래는 멀고 전하의 눈길조차 닿지 않는 척박한 땅이었다.그곳에서 그녀를 보호해 줄 사람은 없었다.몸도 마음도 이미 너덜너덜해진 이 아이를 다시 그 지옥으로 보내야 하는 걸까?또다시 모욕당하고 학대당하게 놔두어야 하는 것일까?상처로 얼룩진 사람은 김단 하나로 충분했다.이제 또 한 명을 그렇게 만들 수는 없었다.그렇다고 이곳에 남겨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그녀의 이름은 아직도 임씨 족보에 올라가 있었다.누구든 그녀의 존재를 알아차리기라도 한다면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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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임학은 정신을 놓은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걸어 들어왔다.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그의 눈빛이 흐리멍덩한 것을 본 하인은 그저 술에 잔뜩 취한 줄 알고 서둘러 숙취 해소용 차를 들고 왔다.임학은 아무 말 없이 찻잔을 집어 들고 연거푸 세 잔을 들이켰다.그제야 가슴 깊은 곳에 얹혀 있던 무언가가 겨우 내려간 것 같았다.곁에서 눈치를 살피던 하인은 조심스레 물었다.“도련님, 괜찮으신가요? 의원을 부를까요?”하지만 임학의 귀에 그의 말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하인은 혹시라도 술에 취해 실성한 게 아닐까 싶어 속으로 조바심을 냈다.하지만 임학의 눈앞에 떠오르는 건 임원뿐이었다.그녀가 정말로 돌아온 것이다.어떻게 포졸 둘을 따돌린 거지?어떻게 살아 돌아온 걸까?도대체 언제부터 한양에 있었던 거야?그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일까?어째서 아무도 몰랐던 거지?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그의 머릿속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불안감으로 인해 점점 가슴이 조여올 때 즈음 방금 전 자신이 한 행동이 떠올랐다.자신의 저택에 그녀를 들이다니...그건 너무 충동적인 선택이었다.그 한순간의 감정으로 인해 임가 전체를 멸망으로 끌고 갈 수도 있었다.설마 그 포졸들이 임원의 탈주 사실을 조정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걸까?하지만 죄인을 동래로 유배 보내면 반드시 책에 등록해 놓아야 한다.그렇다면 그들은 허위보고를 했다는 뜻인데...임학은 생각하면 할수록 식은땀이 났다.임학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의 눈빛은 혼란과 공포로 가득했다.이건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당장 아버지와 상의해야만 했다.생각을 마친 그가 곧장 문을 열고 나가려던 찰나 익숙한 복장의 하인이 급히 달려왔다.그는 진산군의 측근 하인이었다.“도련님, 안녕하십니까?”그는 숨을 몰아쉬며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이 시간에 무슨 일이냐?”“진산군께서 도련님을 모셔오라 하셨습니다. 급히 의논하실 일이 있다고…”이 밤에?임학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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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임학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어쩌다 동래 관아에서 임원의 죽음을 단정 지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처리한 시신은 누구였는지도 알 길이 없었다.하지만 분명한 건 이 모든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어쩌면 이번 일을 계기로 전환점이 생긴 건지도 모르겠다.그런데 진산군은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이 아비도 안다. 너와 원이는 피보다도 진한 정을 나눈 사이지. 하지만 지금은 감정에 휩쓸릴 때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지. 네 어미를 진정시킬 방도를 먼저 생각하고 동래로 가서 임원을 다시 데려오는 게 어떻겠느냐?”“아버지!”임학은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큰 목소리로 얘기했다.그의 눈빛은 단호했고 얼굴엔 전례 없는 결연함이 서려 있었다.“임원은 지금 제 동쪽 저택에 있습니다.”순간 진산군의 눈에 낯선 감정이 스쳤다.그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분간할 수 없어 그저 아들의 얼굴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자신의 아들은 쉽게 감정에 휘둘리고 충동적이며 문제를 일삼기는 했지만 중요한 순간에 헛소리할 사람은 아니었다.진산군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입을 열었다.그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고 손끝에는 미세한 떨림이 번졌다.“너… 지금, 아비를 속이는 것이냐?”“아버지, 어떻게 그런 말을... 제가 어찌 이런 일을 두고 거짓말을 하겠습니까?”임학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그의 이마에는 진한 주름이 드리워져 있었다.“한 시진 전이었습니다. 제가 취향각에서 나오는 길에 임원을 발견한 게. 초라한 거지 차림이었기에 한동안은 제 착각인 줄 알았어요.”그는 허리춤을 더듬더니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꺼냈다.“보십시오. 임원이 제게 주고 간 것입니다. 오늘 제 생일이라는 걸 알고 이 평안 고리를 제게 주기 위해 먼 길을 돌아왔더군요.”진산군은 숨도 고르지 못한 채 아들 앞까지 다가갔다.그러더니 그 평안 고리를 손으로 만져보았다.그건 볼품없는 나뭇조각으로 만든 것이었다.귀한 재료도 아니었고 정교하게 깎인 것도 아니었다.하지만 그 위에 삐뚤빼뚤하게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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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임학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저택 안은 보는 눈이 많습니다. 아버지께서 정말 임원을 어머니 곁에 두고 싶다면 어머니의 병세가 심해졌다는 핑계로 제 저택에 지내게 하는 수밖에 없어습니다.”진산군 댁에 있는 하인들, 특히 오래 이곳에 머문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믿을 수 없었다.누군가 임원을 알아보게 된다면 임가는 위험에 빠질 것이다.진산군은 깊은 생각 끝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의도 그렇게 얘기하지 않더냐. 너희 어머니 병은 요양이 제일이라고. 열흘, 보름에 한번은 진맥하러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좋겠구나.”임학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말하지 않았지만 가슴 한편을 짓누르고 있던 돌덩이가 스르르 내려앉는 듯했다.숨을 돌린다는 말이 무엇인지 그제야 실감이 났다.그는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진산군 역시 역시 어딘가 홀가분해진 듯 안도감이 섞인 표정이었다.희미하게나마 입가엔 웃음이 피어올랐고 얼굴도 한층 부드러워졌다.그 순간 문득 김단의 얼굴이 떠올랐다.오랜 시간 억눌러 온 감정이 고개를 들었다.마음속에서 무언가 갈기갈기 찢기듯 일렁였다.그는 말없이 눈을 내리깔았다.“아버지. 우리가 이래도 되는 걸까요? 김단에게 너무 미안한 일 아닙니까?”진산군은 뜻밖의 질문에 순간 할ㅜ말을 잃었다.그는 서서히 고개를 들고는 아들을 바라보았다.잠시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지만 서로의 눈동자 속에는 죄책감이 비쳐있었다.진산군은 한참을 뜸 들인 후에야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지금 그 아이는 평양 원군 곁에 있다. 지금 잘 지내고 있지 않느냐. 적어도 소한에게 해코지 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임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단이 평양 관저에서 잘 지낸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그곳은 그녀의 집이 아니었으니까.이곳, 진산군 댁이 바로 그녀가 나고 자란 진짜 집이었다.그 집에서 그녀는 거짓된 진실에 밀려났고 상처만을 안고 쫓겨났다.그녀는 죄가 없었다.그럼에도 죗값을 치른 건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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