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은 임금의 뜻을 알아챘다.이 세상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더하여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하나, 당장은 그렇고 싶지 않았다.다시 침묵하는 김단의 모습에 임금도 흥미를 잃은 모양이다.그녀를 떠나 보내려던 찰나, 어서재에 내시 한명이 들어왔다.임금에게 예의를 차리고는 입을 열었다.“전하, 평양원군께서 찾아오셨사옵니다.”곧이어 임금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이전에 최지습이 김단을 지키겠다 말했기에, 일부로 그가 없을 때를 노리고 궐에 들인 것이다.그 자식이 이리 빨리 소식을 들을 줄 누가 알았으랴.임금은 서둘러 손을 휘저었다.“자네는 돌아가도 좋다, 평양원군에게 들라하라.”“예.”김단은 예의를 차리고 발걸음을 옮겼다.그녀는 어서재를 떠나기 전, 눈을 살짝 치켜들어 임금을 바라보았다.보아하니 화난 기색이 아니었다.다행히 마음을 놓일 수 있었다.최지습은 어서재 밖에 서 있었다.안에서 나오는 김단의 표정을 훑었다.평소와 큰 변화가 없는걸 보아, 형님께서 김단을 곤란하게 만들지 않았던 모양이다.하나, 형님께서 김단을 궐에 들인 이유를 알 수 없었다.물어보려고 입을 열자, 김단이 그에게 다가갔다.옆에 있던 내시에게 혹여 들릴까 싶어 더 가까이 다가갔다.작은 얼굴에 엄숙함이 가득했다.“전하께서 부화가 나지 않으셨나봅니다. 하나, 조심하시는 게 좋사옵니다.”해가 저물기 전이다.노을 빛이 그녀의 얼굴을 벌겋게 비추었다.최지습은 이유 모를 기쁨이 느껴졌다.그는 김단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관저에서 기다리시오.”“예.”김단도 고개를 끄덕이고, 발걸음을 옮겼다.최지습은 김단이 멀리 가고 나서야,어서재 안으로 들어갔다.“황형을 뵙습니다.”그는 규칙대로 무릎을 굽힌 채 예의를 차렸다.눈을 치켜들자, 임금은 그저 조서를 읽고 있을 뿐이었다.그에게 일어나라는 말 조차도 하지 않았다.임금은 눈 하나 꼼짝하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어찌 이리 다급하게 온 것이야. 짐이 잡아먹을 것 같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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