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651 - Chapter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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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1화

김단은 당황하다 사실대로 대답했다.“침을 두었습니다. 어찌 그러십니까?”“내 그럴 줄 알았소! 소 장군의 상태가 이렇게 좋아질 수 있었던 건 자네의 침술 덕분일세. 오늘 돌아가거든 한번 더 놓아주시오. 마침 나도 좀 배워야겠소.”이 말을 들은 김단은 깜짝 놀랐다. “제가 놓은 침은 소 장군님의 열을 내리기 위해서였습니다. 회복과는 아무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감히 함부로 남을 가르칠 수도 없습니다!”그 침술은 의원이 그녀에게 준 의서에 쓰여있던 것이었다.다른 것이라면 몰라도 약왕곡의 침술이라는 것을 들키게 되면 의원에게 폐를 끼치게 될지도 모른다!하지만 이 말을 들은 수 어의는 하얀 수염이 휘날릴 정도로 펄쩍 뛰었다. “이런 은혜도 모르는 경우를 보았나! 내 정성껏 의술을 가르쳤거늘, 고작 침술 하나 가르쳐 주지 않겠다는 것이오!”“하지만 수 어의님은 저의 선생이시 잖아요!”김단은 수 어의의 말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는 것이 맞지, 제자가 스승을 가르치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알았네, 알았어! 내 도저히 자네를 못 당하겠네! 소 장군의 부상이 심한데, 내가 지금 가서 진찰하는 걸 자네가 제자로서 따라가 배우는 것은 어떠하오?”수 어의가 되물었다.김단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의술은 어디에도 통하는 것이니 소한의 부상을 치료하는 방법을 배워두면 나중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에 그녀는 순순히 승낙하고 수 어의와 함께 마차에 올랐다.김단이 도착했을 때 소씨 부인은 소한에게 약을 먹이고 있었다.하지만 가슴의 상처가 너무 아픈 탓인지, 폐부근까지 다친 탓인지 소한은 한 번에 겨우 한 모금씩밖에 마시지 못했고, 약 한 그릇을 먹이는 데 한참이 걸렸다.수 어의가 오는 것을 본 소씨 부인은 급히 손에 들고 있던 약그릇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가 수 어의 뒤에 김단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지난날 다급한 마음에 김단에게 무릎 꿇고 애원했던 기억이 떠오른 소씨 부인은 순간 표정이 약간 굳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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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김단은 의원의 약 효능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사실 그녀도 어느정도 예상했어야 했다.과거 명정대군에게 심하게 맞았을 때도 의원의 약 덕분에 살아났었다.소한의 빠른 회복속도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수 어의는 전문가로서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김단은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일어나 옆으로 물러섰다.소한은 김단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나지막이 물었다. “어떠하오?”김단은 소한을 한 번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 “매우 좋습니다.”하지만 그녀의 표정이 평소와 너무 달랐던 탓인지, 소한은 그녀의 뜻을 오해하고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괜찮소, 얼마 더 못 살아도 괜찮소. 적어도 낭자가 기뻐할 수 있다면 그만이오.”그 말을 들은 김단은 미간을 찌푸렸고, 옆에 있던 소씨 부인은 입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이에 김단은 자연스레 소한을 노려보았다.말을 못 하겠으면 입이나 다물고 있을 것이지!수 어의가 적절한 시기에 입을 열었다. “소 장군, 안심하시오. 몸은 아주 잘 회복되고 있소. 하지만 저승 문턱까지 갔다 온 몸이니 당분간은 휴식이 필요하오.”“그게 사실인가요?”소씨 부인은 다급하게 물었다.수 어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사실이오.”대답을 마친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나는 군의관을 찾아가 약재를 좀 알아 봐야겠소. 낭자, 낭자는 남아서 소 장군을 좀 돌봐주시오.”수 어의는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고, 소씨 부인까지 동행하였다.김단은 입도 벙끗하지 못한 채 그곳에 남겨졌다.순식간에 그녀는 소한과 마주하게 되었다.소한은 매우 기뻐 보였다. 그의 눈가에 웃음이 가득했다.“수 어의가, 아마 어머님께 할 말이 있는 것 같소. 쿨럭, 쿨럭쿨럭…”“말을 아끼시지요.” 김단은 어쩔 수 없이 눈을 흘기며 그의 옆에 앉았다. 이윽고 소한의 시선이 먹다 만 약 그릇을 향해 있는 것을 보았다.김단은 그의 뜻을 알고 미간을 찌푸렸다. 이에 소한이 말했다.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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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그녀는 그 말과 함께 다시 한번 소한의 입에 약을 넣어주었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옛날 일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우리는 앞날을 생각해야죠.”소한은 김단이 다시금 자신을 잊으라고 권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는 어떻게 하면 잊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한때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던 꼬마 아가씨가 지금 자신의 침상 앞에 앉아 숟가락으로 약을 먹여주고 있다.이렇게 가까이에,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였지만, 마치 10만 리나 떨어진 것처럼 멀게 느껴졌다.그가 그녀를 품에 안고 차지할 수는 기회가 수없이 많았지만, 그는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그는 억울했다. 어떻게 억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감정이 너무 격해진 탓인지, 그는 입안의 약을 채 삼키기도 전에 기침을 했고, 기침은 한참동안 멈추지 않았다.김단은 다급히 일어나 소한의 등을 쓰다듬었다.그는 폐를 다쳤다. 이정도의 심한 기침은 그의 부상을 악화시킬 것이다!하지만 당장 곁에 수 어의가 없었기에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크게 당황했다. “괜찮으십니까? 제가 수 어의를 찾아오겠습니다!”김단은 말을 마친 뒤 밖으로 나가려 했다.하지만 그녀가 몸을 돌리기도 전에 소한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 큰 손은 말도 안되게 차가웠다.분명 무더운 날씨였음에도 그의 손은 마치 얼음장과 같았다.그의 맥박은 전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너무 많은 피를 흘렸기에 보통 사람보다 훨씬 허약해진 상태였다.그럼에도 그의 힘은 엄청났다.손아귀에서 느껴지는 힘은 김단이 뿌리칠 수 없을 정도였다. 김단은 차마 힘껏 뿌리치지 못했다. 자칫 그의 상처를 건드릴까 미간을 찌푸린 채 소한을 바라보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뭘 원하시는 겁니까?”소한은 몇 번 심호흡을 하고 숨을 골랐다. 한 손으로는 김단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가슴의 상처를 감싸 쥐며 다시금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괜찮소, 수 어의를 귀찮게 할 필요 없소. 낭자만 옆에 있어주면 되오.”김단은 제자리에 서서 굳어 졌고, 표정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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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김단의 정신은 다시 소한에게로 향했다.그녀는 허약해 보이는 그의 모습을 마주했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장군님에게 드릴 말은 이미 다 드렸습니다. 그저 장군님이 듣지 않으신 것이고, 제가 무슨 생각을 갖는지 신경조차 쓰지 않으신 거죠.”김단은 담담하게 말하며 소한에게 약을 먹여 말 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장군님과 임학이 어려서 저에게 잘해주셨다는 것을 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받은 상처는 이미 흉터가 되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장군님, 사람은 앞을 보고 살아야 합니다.”약 한 그릇을 마침내 다 비웠다.소한은 김단을 바라보았다. 항상 평온했던 그의 눈에는 지금 슬픔이 가득했다.너무 아파서인지,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어쩌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첫마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을지도 모른다.김단이 말했다. “장군님, 푹 쉬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고, 소한 역시 이번에는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그는 다시금 그녀의 뒷모습이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그리고 다시 한번 쉽게 포기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김단은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고, 몸을 돌리자마자 밖에서 돌아온 소씨 부인을 마주했다.눈이 마주치자 소씨 부인은 크게 당황했다.김단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장군님께서 방금 약을 다 드셨습니다. 부인께서도 너무 마음 쓰시지 마세요.”그 말을 들은 소씨 부인은 김단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윽고 김단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그런데 소씨 부인이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 “단아...”김단은 속으로 한숨을 쉬고 몸을 돌려 소씨 부인을 바라보았다.격식 있지만 어딘가 냉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부인, 왜 그러세요?”소씨 부인은 심호흡을 하고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단아, 전에는 내가 잘못했다. 너에게 그렇게 대한 것도, 너를 내쫓은 것도 모두 내 잘못이다. 하지만 지금 한이가 저렇게 된 상황인데… 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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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복잡한 감정이 김단의 마음속으로 밀려들어 왔다.김단은 소씨 부인이 사실만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소한이 과거 반항을 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녀는 그가 마음속에 자신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마음이 너무 부족했다.소씨 부인의 눈물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했고, 임연의 눈물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했다.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비난하면 그 말을 모두 믿을 정도로 그의 마음이 부족했다.그녀는 소한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에 대해 조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그가 지금 하는 모든 행동들은 그저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일 뿐이었다.그녀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김단은 심호흡을 하고 소씨 부인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천천히 빼냈다. “부인, 자은 법사님이 저에게 해주셨던 예언을 잊지 마세요. 장군님을 위해서, 그리고 소 오라버니를 위해서라도 저는 소씨 가문에서 멀리 떨어지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사실 최지습이 그녀를 설득한 후부터 그녀는 그 예언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 예언이 지금은 최고의 변명이 되어주었다.그럼에도 소씨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네가 소하를 치료해주고 한이까지 구해줬는데, 어떻게 그런 취급할 수 있겠니? 그 예언이 틀린 것이 분명하다! 단아, 너는 우리 소씨 가문의 은인이란다!”김단은 소씨 부인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랐지만, 그럼에도 꿋꿋이 말했다. “자은 법사님은 도를 깨달은 고승이시니 틀리시지 않을 겁니다. 당장 지금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몰라요.”그 말에 소씨 부인은 이전만큼 확신에 차있지 못했다.맞는 말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방 안에 있던 소한은 밖에서 들리는 대화를 모두 듣고 있었다.그가 김단을 소하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썼던 방법이 오늘날 자신에게 오는 것을 거부하는 데에 쓰일 변명이 될 줄은 몰랐다.가슴이 쿡쿡 쑤시는 듯 아팠고, 그의 표정은 심히 어두워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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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김단은 연병장을 떠나 수 어의에게 돌아가지 않고 거리로 나갔다.한양은 번화한 만큼 거지들이 많지 않았고, 구걸하는 곳이라 해봤자 주막이나 음식점 앞 같은 곳밖에 없었다.이에 김단은 한양에서 가장 혼잡하고 주막과 음식점이 많은 거리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거리 모퉁이에 웅크리고 있는 거지 몇 명을 발견했다.그녀가 천천히 다가가자 거지들은 김단을 올려다보았고, 그녀의 옷차림이 화려한 것을 보고 황급히 앞에 놓인 낡은 그릇을 들었다. “아씨,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러면 아씨께서 부귀영화를 누리실 겁니다!”김단은 소매에서 은화를 하나를 꺼내 거지들의 그릇에 던져 넣었다.딸랑 소리가 엽전의 소리와는 확연히 달랐다.거지들은 깜짝 놀라 그릇 안을 들여다보았고, 빛나는 은화를 보고 모두 기뻐하며 손에 든 그릇을 김단 앞으로 내밀었다.“아씨, 부자 되십시오!”“아씨, 만수무강하세요!”김단은 흘깃 쳐다보고는 더 은화를 꺼내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제 한 무리들이 왜소한 체구의 어린 거지를 쫓아가는 것을 본 것 같은데, 그것이 너희들이었느냐?”이 말을 들은 거지들은 모두 당황했다.그중 한 명이 김단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이윽고 알아차렸다. “어제 저희에게 은화를 몇 냥이나 주셨던 아씨이십니까?”어제 김단은 그들을 말렸을 때도 은화를 던져주었다.김단은 자신이 운 좋게 한 번에 찾던 사람을 찾았다고 생각하며 입꼬리를 올리고 웃었다. “맞다, 나다.”하지만 거지들은 그녀의 말을 듣고 경계하기 시작했다. “아씨, 혹시 저희에게 딴 맘이 드셔서 관아에 넘기실 셈은 아니시겠죠!”어제 그들이 한 사람을 둘러싸 때렸기 때문이었다!김단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저 너희들에게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어서 그렇다. 너희들이 사실대로 대답해준다면 여기 있는 은화를 모두 너희들에게 주마.”그 말과 함께 김단은 소매에서 한 움큼의 은화를 꺼냈다. 적어도 열 냥은 되어 보였다.이를 본 거지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아씨, 얼른 물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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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김단은 손에 든 은화를 거지들의 그릇에 모두 넣었다.그리고 다시 말했다. “만약 그 여자를 다시 보게 된다면 그 행방을 알아봐 평양원군 댁으로 전달해 주거라.”“평양원군 댁이요?”거지들은 감사 인사를 하기도 전에 깜짝 놀라 외쳤다. “아, 아씨께서 평양원군 집안 아씨셨습니까?”“소 장군의 아내?”“소 장군이 아니라 소 총령!”“다들 조용히 해! 이미 이혼하셨으니 소 가문과는 상관없어!”몇 사람이 서로 말을 주고받다 끝내 김단의 눈치를 살피며 어색하게 웃었다.김단도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냥 편히 아씨라고 부르거라.”“예, 아씨.”몇 사람이 대답했고, 그중 한 명이 뭔가를 떠올린 듯 난처한 표정으로 김단을 바라보았다. “아씨, 저희가 듣기로 아씨께서 지금 내의원에서 의술을 배우고 계신다 했습니다. 저희가 감히 진찰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이 은화는 안 받아도 됩니다!”그들은 거지였기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을 돌아다녀 들은 내용이 많았다.“맞아요, 맞습니다. 안 받아도 됩니다.”몇 사람은 김단이 건넨 은화를 한 손에 모아 김단에게 내밀었다.김단은 흘깃 보고 말했다. “내가 의술을 배우고 있는 것은 맞지만, 배우기 시작한지는 얼마 안 되었네. 정말 나에게 진찰받아도 괜찮겠는가?”“괜찮아요, 괜찮습니다! 당연히 괜찮죠!”그들은 약간 흥분한 듯 말했다. “아씨께서도 아시겠지만, 저희가 신분이 미천하고 몸도 더러워 며칠 동안 다섯 군데나 되는 의원들을 찾아갔음에도 아무도 어르신을 진찰해주지 않았습니다. 저희 손에 든 은화도 더럽다고 싫어했습니다!”김단은 눈앞에 은화를 받쳐 들고 있는 그들의 손을 보았다. 손은 정말 더러웠고, 손톱 사이는 검게 때가 껴 있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씻지 않은 것인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다시 눈앞의 거지들을 자세히 보니 대부분 나이가 많았고 안색도 좋지 않았다.젊은 거지 하나는 한쪽 팔이 잘려 있었다.정말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일을 찾지 못한 것이었다. 누가 이렇게 길거리에 쭈그리고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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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방은 크지 않았기에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거지도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김단을 슬쩍 올려다보았다.김단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것을 본 그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다른 쪽에서 한 거지가 원망스러운 듯 물었다. “어이, 두식이. 네 애인은 어디 갔어? 그 여자 대신 실컷 맞아 놓고 되려 차인 거 아니야?”“헛소리하지 마!”두식이라 불리는 그 거지는 불만이 있는 듯 큰 소리로 외쳤다. “명희는 착한 여자야!”이 말을 들은 김단은 거의 벌떡 일어나 두식이에게 물었다. “뭐라고 했느냐? 그 여자 이름이 뭐라고?”명희?그 순간 김단은 그들이 말하는 여자가 임원임을 확신했다.그녀가 죽지 않고 돌아온 것이다!심지어 명희의 이름까지 쓰고 있었다!살인자가 감히 죽은 사람의 이름을 사용하다니!도대체 무슨 배짱이란 말인가!김단이 너무 흥분한 탓인지 두식은 그녀를 경계하며 물었다. “당, 당신은 누구요?”“이분은 김씨 아씨이시다. 어제 너를 구해준 분이시다!”다른 거지들이 대답했다. “빨리 가서 절하고 감사 인사를 드리지 않고 뭐 하는 게냐? 저 분이 아니였으면 너는 벌써 우리 손에 죽었을 거다!”“우리가 알고 지낸 지가 몇 년인데, 여자랑 짜고 어르신의 생명줄 같은 돈을 뜯어내다니, 네가 사람이냐!”동료들의 비난에도 두식은 불복했다. “명희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분명 명의를 찾으러 간 걸 거야!”김단은 미간을 찌푸렸다. “왜 잘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이냐? 그 여자가 정말 그런 능력이 있어서 명의를 알고 있는 것이라면, 어찌 거지 신세가 되었겠느냐?”그 여자가 정말 임원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막다른 길에 놓인 자들만이 속을 것이다.두식은 김단의 말을 듣고 당황했으나 그럼에도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어, 명희는 날 속이지 않아.”김단은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 “그럼 명희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느냐?”두식은 다시 한번 흠칫 놀랐고, 이내 고개를 저었다.옆에 있던 거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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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몇 명의 거지가 김단을 집 밖까지 배웅해주었다.“아씨, 천천히 가세요.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김단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녀의 시선은 집 안에 있던 두식을 향했고, 이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해서 두식이를 주의 깊게 봐야 하네. 저 자가 말하는 명희라는 여자가 내 예전에 알고 있던 사람일지도 몰라. 다만 내가 이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는 것을 절대 저자가 알게 해서는 아니된다!”이 말을 들은 거지들은 영문을 모른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하지만 김단이 이렇게 착한 마음씨로 자신들을 더럽다고 피하지 않고 진찰까지 해준 것도 모자라 은화까지 줬다는 것을 떠올리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씨, 안심하세요. 저희가 주의 깊게 살펴보겠습니다!”김단은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인 후 몸을 돌려 떠났다.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더욱 심각해졌다.만약 두식이 말한 사람이 정말 명희라면, 임원의 가짜 죽음과 한양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 모두 진산군 댁의 도움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들 역시 임원이 친딸이 아님을 알고 있는데, 왜 임원을 위해 그렇게까지 한 것일까?임원 한 사람을 위해 진산군 가문의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걸 가치가 있는 걸까?김단은 심란한 마음으로 평양원군 저택으로 돌아왔다.대문을 들어서자 안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김단은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향했고, 호랑이군 도령들이 무예를 겨루고 있었다.김단을 본 그들은 겨루기를 멈추고 그녀를 보며 웃었다. “단이가 돌아왔군!”“어디 갔다 이제 오는 것이오?”김단은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거지를 진찰하러 갔었습니다. 다른 의원들이 받지 않는다고 하여 제 의술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볼 겸 갔었습니다.”이 말을 들은 호랑이군들은 흥미를 보였다. “그러하오? 결과는 어땠소? 고쳤소?”“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아마 오랫동안 구걸하면서 끼니를 거르거나 굶는 일이 많아 위에 병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제가 약을 지어줬으니 며칠 먹으면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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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사흘 뒤.그날 밤.성동에 위치한 별장, 임원은 물 대야를 들고 임씨 부인의 방으로 들어갔다.“어머니, 발 씻겨드릴게요.”임원은 그 말과 함께 침상 쪽으로 걸어갔다.한편 임씨 부인은 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불안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임원은 임씨 부인의 표정을 신경 쓰지 않은 채 물 대야를 바닥에 내려놓은 뒤 임씨 부인의 신과 양말을 벗기려고 손을 뻗었다.임씨 부인은 그제야 임원이 다가온 것을 알아차린 듯 깜짝 놀라하며 발로 물 대야를 걷어찼다.물이 바닥에 쏟아졌고, 임원의 얼굴과 몸에도 많이 튀었다.임원의 분노가 한계치로 치솟았다.하지만 옆에서 시중을 드는 하인들이 있다는 걸 본 임원은 화를 참아내야 했다.바닥이 엉망이 된 것을 본 하인들은 다급히 바닥을 치우기 시작했다.그때 임씨 부인이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네놈들은 대체 누구냐? 여기는 어디고 왜 나를 여기로 데려온 것이냐?”임원은 황급히 다가가 그녀를 안심시켰다. “어머니, 여기는 오라버니 별장이에요. 오라버니와 아버지께서 어머니 병을 치료해드리려고 이곳으로 모셔온 거예요. 잊으셨어요?”이 말을 들은 임씨 부인은 멍한 표정을 지었고, 뭔가 기억난 듯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기억났다. 학이가 나를 데려왔지... 그럼 너는 누구냐?”임원은 순간 당황했다.임씨 부인은 계속해서 물었다. “네가 단이냐?”이 말을 들은 임원의 표정은 순식간에 험악하게 변했다.그녀는 바닥을 거의 다 치운 하인들을 보고 말했다. “모두 나가거라. 어머니 곁에 좀 앉아있고 싶다.”“예.”하인들은 그 말을 듣고 방에서 나갔다.그들은 임학이 새로 데려온 사람들이었고, 부인과 아씨를 모셔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현재 부인은 정신이 온전치 않으니, 그들은 당연히 아씨의 말을 들어야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닫혔다.임씨 부인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도 못한 채 임원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단아, 네 모습이 왜 이렇게 변했느냐? 왜 이렇게 말랐어? 어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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