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611 - Chapter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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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1화

그렇게 말하며 소하는 돌아서서 떠났다.그는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호랑이군이 이곳에 없는 이상 그는 소한의 손에서 그들을 구할 수 없었고, 선택은 하나뿐이었다.진실을 밝혀 호랑이군의 결백을 증명하는 것.소한의 태도가 짜증나긴 해도, 그의 말은 옳았다.어떤 일은 그저 말만으로 해결되지 않았다.조정에 평양원군과 호랑이군을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들에게 빌미를 줘서는 절대 안 된다!조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소하는 사람을 보내 하만촌에 가서 현지 주민들에게 물어보았다. 최지습과 호랑이군이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백우와 그의 동료들에 대해 묻자 주민들은 하나같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이에 소하는 몇 명의 증인을 찾아 한양으로 데려갔다.하지만 소한은 이미 그보다 먼저 결론을 내렸다.대궐에서 소한은 무릎을 꿇고 며칠 동안 조사한 상황을 보고했다. “주상 전하께 아뢰옵니다. 제가 두 호랑이 머리 문신을 자세히 살펴보니 분명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호랑이군의 문신은 모두 가슴에 있었지만 산적들의 문신은 대부분 팔에 있었습니다.”그는 두 장의 종이를 올렸다. 그 종이에는 두 호랑이 머리 문신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주상은 슬쩍 보고는 옆에 서 있는 최지습을 바라본 뒤 다시 소한에게 물었다. “문신이 다르다고 해서 호랑이군이 산적들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맞습니다.”소한은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며칠 전에 당우리에서 도망친 산적 한 명을 붙잡았는데, 그자가 당우리 산적들은 과거 전장에서 물러난 노병들이고 호랑이군을 선망하여 그들을 따라 문신을 새겼다고 증언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주상은 격노했다. “정말 못된 놈들이로군. 호랑이군을 선망한다면 그들처럼 나라를 지켜야 하지 않은가!”어떻게 마을을 학살하는 잔혹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대궐 안이 조용해졌다.그때 주상의 시선이 한 쪽에 있던 소하를 향했다. “짐이 듣기로는 자네도 단서를 찾으러 갔다고 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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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이 한숨에 대궐 안에 있던 세 남자는 모두 표정을 굳혔다.소하와 소한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주상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주상이 김단을 제거할 마음이 생겼다는 것을 뜻했다.하지만 지금 두 사람은 김단을 옹호하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하면 주상은 두 사람이 김단을 위해 자신에게 대들었다고 생각하고 그녀를 더욱 미워할 터였다.대궐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주상은 소한과 소하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다 한참 뒤에 말했다. “다음에는 용서하지 않겠네. 물러가시오!”“예.”두 사람은 그제야 함께 예를 갖추고 대궐에서 물러났다.소씨 형제들이 떠나자 주상은 옆에 있는 최지습을 바라보았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것이냐?”최지습은 앞으로 나아가 주상에게 예를 갖추고 나서 말했다. “주상 전하께서는 신의 성격을 잘 아실 것입니다. 늘 할 말이 있으면 하는 성격입니다. 그동안 김씨 낭자는 늘 수동적인 입장이었고, 화를 불러일으킨 적도 없었으니 ‘경국지색’이라는 비난을 들을 이유는 없습니다.”주상은 자신의 동생이 그 여인을 옹호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최지습을 바라보았다. “그 낭자 때문에 짐이 얼마나 많이 시달렸는지 알고 있는 것이냐?”최지습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신의 생각에 주상 전하를 괴롭히는 인물은 따로 있을 듯싶습니다.”유리잔 사건, 명정대군의 죽음, 진산군 집안, 소씨 집안 등 모든 사건에서 김단은 그 원흉이 아니었다.주상은 최지습을 흘겨보았다. 그는 최지습이 여인 때문에 자신에게 맞설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모든 일에 그 낭자가 관련되어 있지 않느냐. 그런데도 그 낭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냐?”“당연히 아닙니다.”최지습은 당당한 태도로 조리있게 말했다. “그 낭자는 무고하게 휘말렸을 뿐입니다. 주상 전하께서 모든 일에 낭자가 휘말렸다고 해서 그 죄가 낭자에게 있다 단정하시고, 정작 진정으로 문제를 일으킨 자를 놓아주셔서는 아니 됩니다.”분명 모든 일에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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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최지습은 순간 당황했다. 환영 연회일 뿐인데 왜 김단을 데리고 입궁해야 하는 걸까?그녀는 분명 이런 복잡한 일을 가장 싫어했다.그가 거절하려는 찰나, 주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자네 꼴을 보아하니, 무슨 불만이라도 있는 것이냐? 짐이 낭자를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그러느냐?”주상이 약간 화를 내는 것을 본 최지습은 그제야 예를 갖추고 ‘명 받들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한편, 궁궐을 나서는 소하와 소한은 양옆으로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소한은 시종일관 싸늘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소하는 그를 계속해서 힐끗거렸고, 무언가 말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결국 소한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할 말 있으면 하시지요. 꾸물거리지 말고.”담담한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지만 소하는 미소를 지었다.이에 그는 입을 열었다. “형이 너를 믿었어야 했다.”소한은 그제야 소하의 얼굴을 힐끗 보고 냉소했다.그는 소한을 믿었어야 했다.소한의 퉁명스러운 표정을 바라보던 소하는 미소를 지었지만, 방금 주상이 했던 말을 떠올리자 문득 걱정이 되었다. “한아, 단이 낭자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충동적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그 말을 들은 소한은 고개를 돌려 소하를 바라보았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서로만이 이해할 수 있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주상 전하께 모든 것은 단이 낭자와 관련 없다고 말하겠습니다.”소하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말을 해서 괜찮아 질것이라 생각했다면 방금 내가 했을 것이다.”그의 말이 끝나자 침묵이 흘렀다.소한은 뒤로 뻗은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고, 결국 몇 걸음 걷지 않아 멈춰 섰다.소하는 그 모습을 보고 소한로부터 한 걸음 앞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소한의 두 눈은 붉게 물들었고, 심장의 두근거림은 그가 격한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그가 말했다. “그럼 형님은 제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그가 어떻게 해야 김단이 제발로 그에게 돌아오게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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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최지습이 평양원군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 호랑이군 전원이 돌아와 있었다.그들은 모두 대청 밖에 서 있었고, 김단은 눈가가 약간 붉어진 채 한 명 한 명 살펴보았다.최지습은 영문을 모른 채 천천히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냐?”둘째 도령은 멋쩍은 듯 가볍게 웃었다. “김씨 낭자가 혹여 저희가 고문을 당했을까 봐 한 명씩 검사하고 있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다른 사람들도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김단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들 웃으십니까? 소 장군의 고문 수법은 아주 잔인합니다! 제가 직접 봤어요!”“그것도 사람 봐가면서 하오.” 최지습의 목소리는 조금 부드러워졌다.“적을 상대할 때는 잔인하겠지만, 같은 편끼리는 다르오.”그 말을 들은 김단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같은 편이요?”소한이 그들과 어떻게 같은 편일 수 있단 말인가?!최지습이 말했다. “같은 조정의 장수이니 당연히 같은 편이지 않겠소. 지금은 말할 것도 없고, 언젠가 전장에 나가면 목숨을 서로에게 맡겨야 할지도 모르오.”옆에 있던 여섯째 도령도 말했다. “우리도 소 장군이 함부로 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순순히 따라간 것이오. 그렇지 않았다면 그 금위군들이 어떻게 우리를 잡을 수 있었겠소?”“걱정 마시오, 이제 호랑이군의 누명을 벗었으니, 다 잘된 일이오.”“맞소 낭자, 걱정 마시오. 우리 모두 괜찮소.”병사들이 한마디씩 거들자 김단은 비로써 안심했다.하지만 소한의 완고한 성격을 생각하니 그녀는 여전히 걱정되었다. “소 장군이 또 다른 술수를 부리지는 않을까요?”병사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들은 소한을 잘 알지 못했기에 단정할 수 없었다.하지만 최지습은 오늘 대궐에서 소한의 표정을 떠올렸다. ‘경국지색’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소한의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그는 소한이 주상의 뜻을 알아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이에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분간은 그러지 않을 것이오.”김단은 최지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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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정말 맞구려!”서원 공주의 눈이 갑자기 빛났다. 그녀는 불순한 의도로 김단을 훑어보고 나서 말했다. “그런데 진산군 댁에서 낭자가 진짜 영애라고 하지 않던가? 그럼 이제 낭자는 임씨인 것이오, 아니면 김씨인 것이오?”김단은 고개를 숙인 채 서원 공주를 쳐다보지 않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소인은 이미 진산군 댁과 절연했으니 성이 무엇이든 앞으로 그쪽 집안과는 관련이 없습니다.”“그래?” 서원 공주는 놀란 척하더니 아무것도 몰랐다는 듯 몸을 돌려 중전을 바라보았다. “어마마마, 전에 임씨 부인이 정신병으로 미쳤다고 하셨는데, 혹시 김씨 낭자가 그쪽 집안과 절연한 것에 충격을 받아서 그런 것입니까?”그 말을 들은 김단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미쳤다니?정말인가?지난번 임씨 부인의 상태가 이상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진산군 댁에는 의원이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미칠 수 있단 말인가?김단은 미간을 찌푸렸고, 머릿속으로는 그날 횡설수설하던 임씨 부인의 모습을 떠올렸다.김단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서원 공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중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되었든 임씨 부인은 자네의 친어머니이고, 낳아주고 길러준 은혜는 하늘보다 넓네. 과거에 어떤 원한이 있었든 지금 자네 어머니께서 편찮으시니 댁에 방문하여 한번 뵙는 것이 좋을 듯 하오.”갑자기 그녀를 훈계하는 것 아닌가?김단은 고개를 들어 중전을 바라보았고, 그녀는 서원 공주 옆에 앉아 자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녀는 순간 지난 3년 동안 할머니가 중전에게 몇 번이고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간청했을 때, 중전이 그런 자애로운 표정으로 할머니를 내쫓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가슴이 쿡쿡 쑤시는 듯 아팠다.당연히 안색도 좋지 않았다.김단은 심호흡을 하고 대답했다. “예.”하지만 대답은 대답일 뿐, 그녀가 정말로 그렇게 할지는 중전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녀는 예의 바르게 행동했고,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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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3 년 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묘하게 겹쳐진 두 개의 기억이 하나의 장면이 되어 그녀의 머릿속에서 펼쳐졌다.유일하게 다른 것이 있다면 삼 년 전에는 임원이 실수로 유리잔을 깨뜨렸던 것이었고 지금은 서원 공주가 일부러 찻잔을 깨뜨려 노골적으로 그녀에게 누명을 씌우려 한다는 것이었다.삼 년 전 그녀는 세상 물정을 몰랐다.억울한 누명을 쓰면 당황해서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었다.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달랐다.공주의 도발적인 시선을 담담하게 받아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공주, 이곳에 저희 둘만 있는 게 아닙니다. 모든 귀부인들을 장님 취급하실 겁니까? 중전마마도 계신 자리에서 이게 무슨 짓입니까?”이렇게 뻔뻔하게 억지를 부리다니.오늘 이 자리에 모인 모든 귀부인들을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중전마마까지도 계신 자리에서 이게 무슨 행패란 말인가?그러나 서원 공주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다른 아가씨들은 김단에게 가로막혀 찻잔이 깨지는 장면을 제대로 보았을 리 만무했다.설령 보았다 한들 그게 무슨 상관인가?그녀는 이 조선의 유일한 공주인데.그녀는 어릴 적부터 전하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자라왔다.중전마마가 아니라 전하가 있었다 하더라도 자신을 나무랄 수 없었다.즉 이 나라에 그녀를 탓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뜻이다.바로 그때문밖에서 우렁찬 외침이 들려왔다.“주상 전하 납시오!”이 말을 듣자 모든 사람이 일제히 문을 향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심지어 중전마마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모든 여인들을 이끌고 공손히 예를 올렸다.“전하를 뵙습니다.”전하는 큰 걸음으로 당당하게 안으로 들어왔다.오늘 기분이 상당히 좋은 듯 목소리에도 은근한 웃음이 배어 있었다.“모두 일어나거라.”그제야 사람들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때 전하의 뒤를 따라 들어온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그중에는 최지습이 있었다.소하와 소한 또한 그와 함께였다.그 외에도 몇몇 청년재사들도 동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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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서원 공주는 고개를 돌려 최지습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불쾌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실종한지 여덟 해만에 나타난 대군자 따위가 지금 뭐라고 한 거지? 권력도, 군사도 손에 쥐지 못한 사람이 감히 자신의 말을 반박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주제도 모르고 이 나라 공주 앞에서 위세를 부려?이에 그녀는 낮게 목소리를 깔며 물었다.“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혹 제가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임단 낭자를 모함하기라도 했다는 뜻입니까?”그녀는 어이없다는 눈빛을 하고는 물었다.김단은 공주의 일품 연기에 눈썹이 찌푸러졌다.최지습은 서원 공주를 만난 적이 많지 않지만 그녀가 어떤 인물인지 정도는 간파하고 있었다.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 것도 모자라 타인의 희생을 당연히 여기는 사람.그러니 김단을 향한 그의 믿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최지습의 눈빛은 원래도 예리했지만 지금은 분노까지 더해져 살벌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그럼 내 너에게 묻겠다. 조선의 유일한 공주인 네가 무슨 이유로 단이에게 차를 올린단 말이냐?”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묘하게 날이 서 있었다.그는 김단의 젖은 치마를 유심히 바라보았다.“그리고 또 하나. 찻잔을 깬 사람은 단이인데 왜 네 치마는 그리 깨끗한 것이지? 설마 단이가 자신에게 물을 쏟았다는 것이냐?”사람은 찻잔을 떨어뜨릴 때 본능적으로 찻잔을 바깥으로 밀어낸다.설령 손을 놓쳤다 해도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찻잔이 깨졌다면 적어도 두 사람의 치마가 모두 젖어 있어야 했다.그러나 지금 젖은 것은 오직 김단의 치마뿐이었다.비록 명백한 증거라고 할 순 없지만 이 일에 분명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서원 공주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러나 그녀는 떨린 가슴을 진정시키고 당당하게 말했다.“저를 믿지 않으신다 해도 좋습니다. 그럼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임 낭자를 모함하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그녀는 최대한 태연한 척 목소리를 가다듬었지만 가슴속에서는 불안한 감정이 서서히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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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중전은 김단에게 ‘불효’라는 죄명을 씌우려고 했다.이번에야말로 반박할 수 없겠지.부모의 은혜는 하늘과도 같으니 그것을 부정할 도리는 없을 것이다.그러나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최지습은 여전히 담담한 태도로 중전을 힐끗 바라볼 뿐이었다.“씻을 수 없는 과거는 잊어도 된다는 말입니까? 용서받을 수 있는 죄라는 것도 있을까요?”그의 말은 단호하고도 분명했다.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김단이 어떤 일을 겪어왔는지 알 것이다. 그 누구도 그녀를 비난할 자격은 없었다.순간 중전의 얼굴이 굳어졌다.최지습. 감히 전하와 대신들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체면을 짓밟다니!김단 역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최지습이 전하 앞에서도 이토록 강경하게 중전과 맞설 줄은 몰랐다.전하의 얼굴이 서서히 어두워지는 것을 발견한 김단은 최지습이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서둘러 나섰다.그녀는 중전을 향해 조용히 예를 올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중전마마께서 모르시는 일이 있습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직접 저와 진산군 댁의 인연을 끊는 의식을 주관하셨습니다. 예전에 제가 그 집에 있을 때 대감님과 마님께서도 스스로 선언하셨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저를 찾지 않겠다고 말입니다.”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임씨 집안과의 연은 이미 오래전에 완전히 끊어진 것일 뿐 불효를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인파 속에서 한목소리가 들려왔다.“이 일에 대해 제 조부께서도 언급하신 적이 있습니다.”순식간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서원 공주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눈에 띄게 불쾌한 기색을 내보였다.그녀를 바라보는 중전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그러나 곧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띠며 얘기했다.“그렇군. 내 미처 그 일까지는 몰랐네.”그녀는 더 이상 캐묻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전하 또한 그 여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낭자는 구태부의 손녀, 구연평이오?”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우아하게 허리를 숙였다.그녀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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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비록 이 일이 진산군 댁의 집안사라 끼어들 자격이 없다고 말했지만 전하인 그도 그녀를 김단이라고 불렀다.이쯤 되니 중전도 더 이상 그녀를 임단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되었다. 김단의 마음은 감격으로 벅차올랐다. 그녀는 즉시 전하에게 예를 올렸다.“황공하옵니다 전하.”중전과 서원 공주는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어딜 가나 주목받던 소한은 오늘따라 존재감이 없어 보였다. 여전히 눈에 띄는 위치에 서 있었지만 방 안의 모든 시선은 김단과 최지습에게 쏠려 있었다.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한도 그 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그는 3년 전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3년 전, 만약 그도 최지습처럼 아무 거리낌 없이 김단의 편을 들어줬더라면,진산군 댁 사람들이 모두 김단을 비난하더라도 그녀 앞에 서서 모든 책임은 자기가 지겠다고 얘기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후회감이 밀려든 그는 두 주먹을 바스러지듯 꽉 움켜쥐었다.소한은 마음속으로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억누르려 애썼다.그는 과거 자신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그때 왜 최지습처럼 행동하지 못했는지?그녀가 끌려가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도 왜 가만히 있었는지?공주가 아무리 그 찻잔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그저 한낱 유리그릇일 뿐이다.전공(军功:전투에서 세운 공로)과 맞바꾸면 될 간단한 일이었는데 대체 그는 무엇을 고민했던 것일까?3년 전도, 지금도 그는 변한 것이 없었다.분명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음에도 최지습처럼 그녀를 보호하려 하지 않았다.분명 절호의 기회가 눈앞에 있었는데 또 한 번 놓쳐버렸다.김단이 그토록 많은 수모와 학대를 당한 후에야 그녀를 구해내겠다고 나섰으면서 결국 또 망설이는 모습이라니.소한, 너는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구나.소한의 마음은 고통으로 점점 더 옥죄어 왔다.그의 감정은 점차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격해졌다.곁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소하는 가슴이 아팠지만 조심스레 손을 뻗어 소한의 어깨를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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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오늘 전하는 최지습을 맞이하는 환영 연회를 빌미로 그의 혼사를 주선하려고 했다.연회가 무르익을수록 전하는 은근슬쩍 구연평과 최지습을 엮어 이야기하곤 했다.농담처럼 건넨 말들 속에는 은근한 압박이 담겨있었다.듣다 못한 구연평은 얼굴이 새빨개져 더는 버티지 못하고 술에 취했다는 핑계로 먼저 자리를 떴다.연회가 끝나고 나서도 최지습은 홀로 남아 있었다.여름밤의 어화원은 낮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밝게 내리쬐는 달빛 아래, 온 정원은 신비로운 기운에 감싸여 있었다.몇몇 반딧불이 어둠을 가르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그 장면을 보고 있던 전하가 입을 열었다.“어릴 적에 말이다. 네 아우랑 여기서 반딧불이를 잡던 기억이 나느냐?”최지습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기억납니다. 그때 제 아우가 물에 빠져 오랫동안 고뿔에 걸렸었죠.”그 일로 인해 어머니께 모질게 꾸중을 들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전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둘이 같이 물에 빠진 거였지. 그때 마침 내가 그곳을 지나가지 않았더라면 너희 둘 다 저승길로 갔을 것이다.”하지만 그 아우는 태자 싸움에서 친형제의 손에 무참히 죽고 말았다.그 무거운 기억에 최지습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전하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며 물었다.“아니, 이놈아. 넌 언제 이렇게 커버렸느냐? 내가 기억하는 넌 아직도 꼬맹이인데!”최지습은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전하께서 나라를 위해 이리 수고하시니 세월이 흐르는 것도 모르나 봅니다.”전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세월이라는 게 참으로 무정한 것이지. 어찌 기다려 주지 않고 흘러만 갈까?자신의 열세 번째 동생은 이렇게 훤칠하게 자랐고 자신은 어느덧 늙어버렸다.그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다시 구연평 이야기를 꺼냈다.“그래. 그 구 낭자는 어떠냐?”최지습은 일부러 모른 척했다.“무슨 말씀입니까?”전하는 그를 노려보며 타박했다.“시치미 떼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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