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101 - Chapter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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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지난 3년 간, 임가의 큰 마님은 기회만 있으면 중전에게 김단을 풀어 달라고 간청을 했었다. 정작 김단이 제일 걱정하는 사람은 임가의 큰 마님이다.임 씨 가문은 언젠간 임씨 부인을 이용해 김단을 조종하고, 소한은 임씨 부인을 빌미로 김단을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이 사실은 명정 대군도 잘 알고 있었다.역시나, 계속 몸부림치던 김단이 그의 말에 얌전해졌다.크게 벌리던 입을 꾹 닫고, 명정 대군을 노려 볼 뿐이다.사실 명정 대군은 자신의 한 마디에 김단이 조용해질 줄 몰랐다.잠시 놀라고는 그전에 없었던 흥분이 밀려왔다.그는 잡고 있던 김단을 놓았다.그리고 마차 밖을 향해 소리쳤다.“아직 멀었느냐!”“곧 도착합니다, 어르신!”들려오는 대답에 명정 대군의 분노가 잠시나마 억눌렀다.그는 다시 자리에 돌아갔다.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예리한 눈빛으로 김단을 위아래로 훑었다.마치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김단은 그저 자신의 목을 잡으며 숨쉬기 바빴다.하지만 곧 닥칠 일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명정 대군은 그러한 그녀의 태도에 더욱 이끌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가 멈추었다.마차가 다 채 멈추기도 전에 명정 대군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김단을 강제로 끌고 마차에서 내리게 했다.마차에서 내린 그녀는 별장 한 채를 발견했다.별장은 다른 관저와는 크게 다른 곳이 없다.하지만 사방이 황량한 곳에 나타난 이상 결코 긴장을 늦출 수 없다.순간, 몇 글자가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비명을 질러도 아무도 듣지 못하겠지?’“들어가거라!”명정 대군은 김단을 끌고 관저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마치 굶은 야귀 같다.마차꾼이 서둘러 방문을 열었다.명정 대군은 그대로 김단을 안으로 내던졌다.방 안은 깜깜했다. 창문은 모두 목판으로 막혀 있어서 빛이라고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마차꾼은 문틈으로 들어오는 빛을 빌려 촛불에 불을 붙였다.그는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김단은 그제야 방 안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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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그는 김단의 생명을 얻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그 사실을 알고 조모를 통해 그녀를 위협한 것이다.김단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대군자가께서 저를 죽이지 않으신다면 두렵지 않습니다.”그녀는 방 안에 형구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유일한 도구는 명정대군의 손에 들려있는 밧줄이다.김단은 3년동안 세납방에서 지내면서 몇 번이나 채찍질 당했는지 모른다. 그녀는 오늘도 견뎌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에 명정대군은 흥분되어 눈이 빠질 것 같았다.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김단에게 다가갔다.“짐은 낭자의 이런 모습을 제일 좋아하오.”말을 하면서 김단의 머리칼을 귀 뒤편으로 넘겼다. 전에 궁에서 했던 행동과 똑같았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그는 김단의 귀에 달려있던 귀걸이를 꽉 눌러 세게 잡아당겼다."아!"김단이 아파서 소리를 질렀다.그녀는 본능적으로 귀를 감쌌다.순간 손에 뜨거운 온기가 느껴졌다.명왕은 손에 피가 방울방울 떨어지는 귀걸이를 쥐고, 가슴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 번졌고, 그는 김단을 바라보며 결국 손에 든 채찍을 높이 올렸다.한편,진산군 관저 안.오늘도 소한은 다양한 물건을 가지고 큰 마님을 찾아뵈었다.큰 마님은 요 위에 앉아 있었다.그녀는 소한이 가져 온 귀한 약재를 보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장군, 전에 가져다 주셨던 약재도 다 먹지 못했습니다. 또 가져 오시면 어찌 합니까?”소한은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큰 마님을 존경하는 마음입니다. 저 소한의 마음속에 큰 마님은 제 친 조모와 다름없습니다.”그의 말은 큰 마님을 기쁘게 하기 위함이 틀림 없다. 하지만 큰 마님은 소한이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소한과 몇 마디를 나누었다.힘들다는 말과 함께 동생들과 시간을 보내라고 그를 내보냈다.소한은 그녀의 말에 안채에서 나왔다.그리고 임학의 거처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는 가는 도중에 임학과 임원을 마주쳤다. 소한과 마주친 임원의 얼굴이 발그레 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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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어느덧, 해가 졌다.김단이 서서히 눈을 떴다. 그녀는 벽에 붙어 있는 촛대를 보면서 시간을 대략 짐작했다.하지만 정확히 얼마가 흘렀는지는 알 수 없었다.그저 명정대군이 밧줄로 자신의 등을 채찍질했다는 사실만 기억할 뿐이다.결국 그의 힘이 다 빠지고 나서야 채찍질이 멈추었다.심지어 김단은 명정대군의 웃음 소리가 떠올랐다.잔인무도한 짓을 하고 크게 웃는 모습은 악귀를 연상케 했다.등은 마치 불에 탄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그녀는 움직 일 수 없었다.피와 옷이 달라붙은 탓에 조금만 움직여도 찢어질듯한 고통을 느꼈다.'아프다...세답방의 나인이 때린 것보다 더 아파!'하지만 명정대군은 정확히 그녀의 양손과 얼굴을 피해 때렸다.심지어 때리기 전에 김단에게 외투를 벗으라고 명했다.외투를 벗은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만약 외투에 피를 묻히고 돌아가면 무조건 조모에게 들키기 때문이다.김단은 손가락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곧이어 등이 찢어질 듯한 고통을 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시간이 꽤 흘렀다는 사실에 돌아가려 했다.늦으면 조모가 걱정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방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는지 마차꾼이 문을 열었다.그는 피투성이 인채로 서있는 김단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입을 열었다.“어르신 께서 아씨를 데려가라는 명을 받았습니다.”김단은 묵묵히 마차꾼을 바라보았다.비틀 거리며 자신의 외투를 줍고 힘들게 옷을 입었다.그녀는 혹시나 피가 묻을 까봐 애써 등을 곧게 폈다. 겨우 마지막 단추를 채우고 나서 방 밖으로 나갔다.마차꾼은 멀리 거리를 두며 걸었다.마치 김단이 넘어지면 자신에게 닿을 까봐 걱정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하지만 넘어지지 않고 마차 앞으로 끝까지 걸어갔다.김단은 마차에 오르기 전에 마차꾼에게 고개를 돌렸다.“나를 포함하여 이 관저에 총 몇 명이 왔소?”학대를 당한 그녀는 목이 쉬었다. 심지어 목소리에서는 허약함이 느껴졌다.쉬고 허약한 목소리이여도 위압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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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그에게는 술냄새가 진동해 김단은 그 냄새에 어지러웠다.다행히도 등의 상처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곧이어 임원이 서둘러 달려와, 다정한 말투로 임학을 달랬다.“오라버니, 화내지 마세요. 누이는 그저 명정대군과 놀다가 늦었을 뿐 입니다. 명정대군을 봐서라도 누이를 괴롭히시는 건 옳지 않습니다.”“명정대군을 봐서라도?”임학이 코웃음을 쳤다.“그래, 명정대군의 얼굴을 봐서라도 그만해야지. 낭자한테 참 잘해주시지, 낭자를 데리고 유람까지 가시니 말이오. 나라면 낭자를 한양 서쪽을 데리고 가겠소!”아무렇지도 않았던 김단의 얼굴이 그의 말에 점점 어두워졌다.“한양 서쪽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김단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쉰 목소리에 임학은 잠시 멈칫했다.취기 마저도 깰 것 같았다. 그는 김단을 지그시 바라 보았다.위아래 훑어 보고는 그녀의 귓볼로 향해 시선이 집중 되었다. 피가 말랐지만 다쳤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그도 방금 전부터 은은하게 피비린내를 맡았다.‘하지만 고작 저 작은 상처 때문에 나는 냄새란 말인가?’임학은 순간 멈칫하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김단이 소리를 높여 물었다.“한양 서쪽에 대해서 알고 계시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 동시에 등의 상처에 누가 소금을 뿌린 것처럼 아팠다. 아파서 식은 땀이 흘릴 정도다.임학은 살짝 당황 하더니 세게 그녀를 밀쳤다.“감히 누구한테 소리를 질러!”김단은 최선을 다해 견디고 있었다.조모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벌써 마차에서 쓰러졌을 것이다.하지만 임학이 밀치자 바닥에 쓰러져서 계속 일어나지 못했다.곧이어 임학이 고래고래 외쳤다.“내가 알면 어떠하고, 모르면 어떠하리? 난 이미 너한테 경고를 했을 터, 명정대군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이야! 네가 선택한 길이다. 너는 기댈 곳을 찾았다고 생각했겠지. 하! 말이 되는 소리를 하거라! 그 곳은 불 타는 지옥이다! 들어가면 결국 타 죽을 것이란 말이다!”김단은 등의 상처 때문에 아파서 마비가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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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진산군은 김단의 말에 말문이 턱 막혔다. 그 탓에 바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곧이어 소식을 들은 임 씨 부인이 서둘러 김단에게 다가가 그녀를 부축하면서 위로하기 바빴다.단아,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네 아버지가 정2품이기도 하고, 내가 덕빈과 돈독한 사이라 명정대군이 너에게 어찌..”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 씨 부인은 손에서 뜨겁고 축축함이 느껴졌다.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손을 바라 보았다. 손에는 피가 가득찼다.그녀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자신의 두 손을 보고 경악함을 감추지 못하고 임 씨 부인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을 쳤다.나머지 사람들도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저 김단 만이 그들을 천천히 바라볼 뿐이다.그녀는 그들의 얼굴을 가슴에 새겼다.입가에는 자신을 비웃는 듯한 미소가 지어졌다.“보아하니, 마님도 알고 계셨던 모양 입니다. 다 알고 계시고 저에게만 숨겼던 거지요...”그들은 명정대군이 여자를 학대하는 취미를 가진 변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를 속이고 직접 명정대군의 앞으로 그녀를 데려갔다.김단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참고 싶어도 마음의 상처가 더욱 깊게 파고 들었다.어떻게 그들이…자신에게 그렇게 할 수 있단 말인가?곧이어 먼저 말을 건 사람은 임 씨 부인이었다. 떨리는 목소리에는 당황스러움이 섞여있었다.“다쳤으니까 서둘러서 돌아가자. 어서, 의원에게 알려라!”그녀의 말에 김단은 뒷걸음쳤다.피로 가득한 그녀의 두 손을 뿌리치고 그저 웃음소리만 내었다.“허허,허허허..”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러고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세답방에서 3년 이면 이전의 15년을 다 갚았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다 갚았다고 하셨는데 저한테 왜 그러셨습니까, 도대체 제가 당신들과 무슨 원한이 있는 겁니까?”그들은 그녀가 가족처럼 대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기 바빴다. 하지만 또 그녀를 불구덩이로 밀어 넣어 버렸다.진산군과 그의 가족들은 알고 있었다.김단 몸에 난 상처와 세답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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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입 다물지 못해!”진산군이 크게 소리 쳤다. 씩씩거렸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바닥을 향했다.임학은 여전히 취기가 가시지 않았다.하지만 진산군의 반응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는 그저 김단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가 말대꾸를 하면 입을 찢어버릴 것 같은 눈빛이었다.한편, 김단은 서있는 것도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몸이 비틀비틀 거렸다.그녀는 숙희가 보고 싶었다.적어도 숙희라면 자신을 위해 달려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눈 앞이 점점 흐려졌다. 김단은 발에 힘이 풀려 그대로 쓰러졌다.이때, 임 씨 부인 옆에 있던 나인이 재빨리 김단을 붙잡았다.곧이어 양손과 팔에 축축하고 뜨거운 온기가 느껴졌다.나인의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다.이어서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대감마님, 마님. 아,아씨 몸 전체가 상처 투성이 입니다!”‘온 몸이 상처 투성이 라고?’그녀의 말이 화살처럼 임학의 머리를 뚫는 것 같았다.그는 김단이 관저로 돌아가고 숙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그리고 임 씨 부인의 양손에 묻은 피를 보고 오늘이 ‘그날’ 이구나, 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온몸에 상처가 날 줄은 몰랐다.어느 새, 나인의 옷도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김단은 나인에게 기대어 임학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마도 충격을 받은 임학의 눈빛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그녀는 그와 눈을 마주치자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곧이어 쉰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저는 이미 한양 서쪽을 갔다왔습니다. 이제야 도련님께서 만족 하시겠지요?”쿵!임학의 뇌리에 천둥이 쳤다. 그대로 자리에 얼어서 움직이지 못했다.진산군은 서둘러 하인들을 불렀다.“여봐라! 어서 의원에게 데려가게!”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부축하기 바빴다. 그리고 서둘러 별당으로 자리를 옮겼다.임학이 제정신을 차렸을 때는 임원만이 그의 곁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오라버니...”임원이 작게 그를 불렀다.목소리에는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자신이 마차꾼에게 들은 말을 사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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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임학이 칼을 꺼내든채 명정대군의 관저로 들어갔다.분노에 가득찬 그의 모습에 관저에 있던 시위들이 그를 둘러쌌다. 곧이어 목소리를 낮추어 설득하기 시작했다.“도련님, 흥분하지 마시고 말씀으로 풀어보시 옵소서.”“비키거라!”임학이 크게 소리쳤다.동시에 칼을 휘두르며 시위들을 위협했다.“최찬기 이리 나오지 못하겠느냐!”최찬기는 다름아닌 명정 대군의 이름이다.그의 행동에 시위들은 깜짝 놀랐다. 생명에 위협을 받을만한 행동이기 때문이다.곧이어 명정관저의 집사가 시위들의 뒤에서 나타났다. 임학에게 예의를 차리고 입을 열었다.“도련님, 어르신께서 들어 오시라 명하였습니다.”그의 말에 시위들은 서로를 번갈아 보기 바빴다. 그리고 눈치껏 길을 열었다.임학은 벌겋게 변한 눈으로 집사를 차갑게 바라보았다.곧이어 명정 대군의 거처로 발걸음을 옮겼다.명정 대군은 술을 마시고 있는 중 이었다. 그는 임학을 보자 흐리멍텅한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명정 대군은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처남 아니시옵니까? 잘 오셨사옵니다. 짐과 같이 술 한 잔 하시지 않으시겠사옵니까?”아무렇지도 않게 술을 즐기는 모습에 임학은 또 한번 더 바닥에 있던 피를 떠올렸다.그는 크게 분노했다.“이 짐승 같은 놈! 내 손으로 죽여주마!”곧이어 들고 있던 칼을 들고 명정 대군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어딘가에 숨어있던 시위에 의해 막혔다.시위가 없었다면 명정 대군의 머리에 칼이 들어갔을 것이다.명정 대군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도련님께서 어찌 이리 화를 내시옵니까. 오, 혹시 단이 일로 오신겁니까?”“이 짐승! 감히 네가 단이 이름을 입에 올려?”임학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다시 칼을 들어 휘둘렀지만 명정 대군의 시위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하지만 시위의 검이 부러지고 임학에 의해 손목에 상처고 생겼다.만약 임학이 다시 칼을 든다면 시위는 목숨을 걸수 밖에 없다.한편, 명정 대군은 전혀 두려워 하지 않는 모습이다. 자리에 앉아 일어날 기미조차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의자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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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시위는 그의 명령에 서둘러 자리를 떴다.임학 손에 있던 검은 이미 소한이 뺏어 버린 뒤였다.임학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어찌 막는 것이오! 저 짐승이 단이에게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기나 하오?”소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김단의 상처를 보진 못했다. 하지만 임원에게 그녀가 한양 서쪽에 갔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소한의 눈에는 살의가 가득했다. 명정 대군을 바라보는 그의 몸 전체에는 서늘함이 느껴졌다.사실 명정대군은 소한이 당장이라도 자신을 죽이고 싶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소한은 달랐다. 임학과 다르게 침착함을 유지했다. 아무리 위쪽의 총애를 받았어도 그를 죽이면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된다.명정 대군은 그를 보며 비웃었다. 소한을 향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곧이어 마음 놓고 유유히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술잔에 술을 따랐다.“소 장군은 아마 모르실듯 합니다.”그는 단숨에 술을 들이켰다.술을 음미하고는 소한과 임학에게 말했다.“짐은 지금껏 그와 같은 여인을 본 적이 없었소. 그리 굵은 밧줄에도 신음 하나 내지 아니하였고, 고통에 몸이 떨려도 그 표정엔 조금 더 변함이 없었소. 창백해지고 식은땀이 흐르며도 그 고통을 참는 모습이 얼마나 우스운지 아시오? 하하, 하하하하…”명정 대군은 크게 웃기 시작했다.임학은 그에게 달려가 때려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소한이 그의 앞에 서있다.명정 대군은 소한의 핏줄이 터질 것 같은 손을 보면서 더욱 비아냥거렸다.“짐이 그렇게 흥분한 적은 처음 입니다. 이전에 여인들은 다 때리기도 전에 숨을 거두었지요, 김단 낭자 만이 죽지 않았소, 하하하! 그거 아시오?그 여인은 절대 죽지 않소. 짐이 힘이 닿을 때까지 때려도 숨을 쉬고 있지 않겠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여인은 하늘이 짐에게 준 선물이오. 천생연분 이라는 말이지, 하하하하!”명정 대군은 매일 김단을 때릴 생각 이었다.“이 개만도 못한 놈!" 임학은 더 이상 참지 못했다.자신을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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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명정 대군의 표정과 말에 임학은 깜짝 놀랐다.같은 사람이라고?내가 명정 대군이랑?말이 되는 소리!'임학은 또 한번 더 그를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무슨 소리! 내가 어떻게 너 같은 인간이랑 같은 인간이야! 네 손에서 무고하게 죽은 여인들이 몇 명 인지 몰라!? 단이가 멀쩡하기를 기도해.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땐 나도 죽고 너도 죽는 거야!”명정 대군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피를 닦아냈다.드디어 그의 미소가 사라졌다.어두운 얼굴을 하고 임학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도련님께서는 실로 훌륭한 오라비이시옵니다. 그렇다면 짐에게 일러 주시지요, 그 훌륭하신 오라비께서 어찌하여 누이를 친히 세답방에 들이셨는지 말이옵니다.”그의 말에 임학은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명정 대군은 말을 이어 갔다.“도련님의 훈련이 아니었다면, 김단 또한 오늘과 같이 견디지 못하였을 것이옵니다. 마찬가지로, 짐의 마음에도 들지도 못하였겠지요.”임학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는 명정 대군을 뚫어져라 노려 보았다.다시 주먹을 한대 내리꽂고 싶었지만 순간 힘이 쭉 빠져버렸다.소한이 임학을 데리고 가기 전까지 움직일 수 없었다.“송구하옵니다. 오늘 도련님께서 술을 과하게 드신 탓에, 누이의 상처를 보고 그만 충동적으로 행동하였사옵니다. 부디 넓으신 아량으로 헤아려 주시옵소서.”그의 말투에서는 한치의 분노도 느껴지지 않았다.명정 대군은 소한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사실 그는 알고 있었다. 소한도 임학과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소한은 참는 것뿐이다.‘역시 장군이군, 아주 잘 숨기고 있어.’명정 대군이 코웃음을 쳤다.그는 옆에 있던 술잔을 보고 소한에게 말했다.“짐도 알고 있습니다. 도련님께서 짐과 같이 술을 즐긴 탓에 잠시 정신이 나간 것이지요.”이번 일은 결코 크게 만들면 안된다.그가 김단을 때렸던, 임학이 그를 때렸던 것은 중요하지 않다.만약 이 사실이 부황의 귀에 들어간다면 두 집안의 오랜 계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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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아씨 정신이 드십니까?”숙희는 말을 하면서도 계속 훌쩍 거렸다. 코를 먹으면서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노비, 당장 의원을 부르러 가겠사옵니다. 아, 아니오, 노비, 약을 가져다 드리겠사옵니다! 아니, 의원을 먼저...”숙희는 당황하는 바람에 어쩔 줄 몰라했다.그녀의 모습에 김단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씁쓸함이 올라왔다.김단은 등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손을 뻗어 숙희의 손을 잡았다.“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여기서 나와 시간을 보내주렴.”그녀는 오로지 자신의 편이 필요했다.김단의 쉰 목소리에 숙희는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침상 옆에 꿇고 앉아 김단의 손을 잡았다.“네, 노비가 아씨 옆에 있겠사옵니다.노비 절대로 아씨를 혼자 두지 않겠사옵니다!”숙희는 죄책감에 시달렸다.만약 그녀와 함께 궁에 들어갔다면 달랐을 까, 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명정 대군에게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김단은 숙희의 표정을 읽고는 그녀를 위로했다.“너랑 상관없는 일이야.”사실 김단도 알고 있었다.숙희가 그녀의 옆에 있었다면 다치는 사람이 한명 더 늘 뿐이다.더군다나, 죄책감을 느낄 사람은 숙희가 아니다.숙희는 훌쩍거렸다. 그녀는 김단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랐다.김단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물었다.“조모는 어떠셔?”숙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댁 사람들이 큰 마님께 아씨가 감기에 걸리셨다고 말씀 드렸다고 하옵니다. 큰 마님께 영향이 미칠까 염려되어 시간이 지난 후에 찾아 뵙겠다고 하셨습니다.”김단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모르는 것이 득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었다.숙희는 계속 훌쩍 거리며 물었다.“아씨, 더 궁금하신 것은 없사옵니까?”김단은 숙희의 말을 알아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진산군 댁의 모든 사람에게 마음이 떠난 뒤였다.그저 한숨을 쉬며 물었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숙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곧이어 김단이 혼수상태에 있을 때 일어난 일들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김단이 관저로 돌아온 그날 밤, 임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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