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121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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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김단은 다소 의아했다. 임원은 이미 떠났는데, 그는 어째서 임원을 쫓아가지 않고 임씨 가문의 사당 밖에 서 있는 것일까?그녀를 기다린 것일까?무슨 할 말이 있는 것일까?하지만, 어쩌면 좋을까?그녀는 그와 한마디도 나누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김단은 인사도 하지 않고 그저 소한을 못 본 척하며 그대로 떠났다.하지만 소한 곁을 지나칠 때, 그의 싸늘한 목소리가 김단의 귀에 들려왔다. “김 낭자는 그렇게 명정빈이 되고 싶은 것이오?”서늘한 어조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김단은 발걸음을 잠시 멈췄지만, 그를 돌아보지 않은 채 담담하게 물었다. “소 장군께서는 제가 만약 명정비가 되어서도 오늘처럼 이렇게 힘든 수모를 겪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겨우 하녀 한 명을 상대하는 데도 그녀의 모든 기력을 쏟아야 했다.소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단도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홀로 떠났다.질문에 대한 답을 그들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가 명정비가 된다면 명희를 벌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이 진산군 댁 사람들을 전부 채찍질한다 해도 찍소리 하지 못할 것이다!김단이 하녀들의 부축을 받으며 별당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다.그녀는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버티기 힘든 상태였다. 사당에 있을 때는 그저 오기를 갖고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이윽고 별당으로 돌아온 그녀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과도 같아서, 하마터면 돌다리 위에서 쓰러질 뻔했다.그때 다행히도 의원이 찾아왔다.의원을 보자 김단은 화색을 띄웠으나,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의원은 몇 차례 침을 놓았고, 그 때문에 그녀는 순간 눈앞이 아득해지며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그 시각, 취향각.소한이 왔을 때 임학은 이미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다.그는 임학을 힐끗 쳐다보고는 앞으로 나아가 자리에 앉았다. 차갑고 냉담한 그의 목소리에서는 약간의 무관심이 느껴졌다. “할 말이라도 있소?”임학의 하인이 임학이 여기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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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하지만 임학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나는 상관 안 하오. 나는 그 아이가 명정 대군과 함께 탐라성으로 가는 것을 막을 것이오!”탐라성에 도착하면 명정 대군은 더욱 거리낄 것이 없지 않겠는가?아마 그때는 사람을 때려 죽여도 서너 달이 지나서야 소식을 듣게 될 것이다!그날 김단이 온몸에 상처를 입고 돌아온 것을 떠올리면 임학의 가슴은 몹시 아팠다.하지만 김단이 기어코 명정 대군에게 시집가려는 모습을 생각하면 그는 또 화가 치밀었다!그는 다시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마음속의 분노가 조금 가라앉았다.그때 소한이 물었다. “그 아이가 명정 대군에게 시집가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시집가야 하는 것이오?”임학은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 “자네가 상관할 바 아니오! 누구에게 시집가든 명정 대군에게 시집가는 것보다는 낫소! 차라리 첩으로 들어가는 것이 맞아 죽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겠소!”소한은 술을 따르던 손을 잠시 멈추었다.첩으로 들어가다니? “왜 멍하니 있는 것이오?” 임학은 짜증을 내며 소한의 손에 들린 술병을 빼앗았다. “자네는 어릴 때부터 나보다 생각이 많지 않았소? 어서 방법을 생각해 보시오!”소한은 그제야 심호흡을 하고 임학을 향해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김 낭자 쪽은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명정 대군을 설득해야 할 것이오.”임학은 이해가 가지 않아 물었다. “명정 대군을 설득하라니? 그 자는 단이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 하지 않소! 지난번에 그가 뭐라 말했는지 벌써 잊었소?”그는 김단이 맞을 때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아무리 맞아도 죽지 않아 자신을 즐겁게 해 줄 수 있어 자신과 천생연분이라고 말했었다.매번 이 말을 떠올릴 때마다 임학은 역겨움에 치를 떨었다.그는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변태적일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분명 어렸을 때는 명정 대군은 이렇지 않았다!하지만 소한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명정 대군이 이렇게 변한 것은 그의 부상 때문이오.”이 말을 들은 임학은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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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소한의 표정은 덤덤했다. 술잔을 들어 술을 마시는 동작에는 어떠한 머뭇거림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왠지 모를 섬뜩함이 느껴졌다. “그 일은 온 가문을 멸하는 큰 죄이니, 농담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오.”이 말을 들은 임학은 반신반의하며 소한을 훑어보았다.이전 그의 추측은 정말 너무나도 극단적이었다. 만약 소한이 정말로 명정 대군을 죽인다면, 그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소씨 가문 전체를 담보로 삼는 것과 같았다.하지만, 김단 한 명을 위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임학은 당연히 그럴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고, 또한 소한이 그렇게 큰 위험을 무릅쓸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다만 소한의 현재 모습이 너무나 심오하고 그 속 뜻을 헤아릴 수 없었기에, 그로 하여금 여러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마찬가지로 그는 소한이 마음속에 정말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고 해도, 소한이 자신에게 명확하게 말해주지 않는 이상 영원히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렇기에 그는 더 이상 그 생각에 매달리지 않고 그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호랑이를 산 밖으로 쫓아내는 것은 확실히 좋은 방법이오. 하지만 명정 대군과 단이 사이에는 임금의 뜻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오!”임금의 뜻이 있는 한, 명정 대군이 한양을 떠난다 해도 누가 감히 항명의 죄를 무릅쓰고 김단에게 장가들겠는가?그럼에도 소한의 마음속에는 이미 정해 놓은 사람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는 술병을 들어 임학에게 한 잔 따라 주었다. 두 사람이 잔을 부딪쳐 술을 마신 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형님이 그럴 것이오.”임학의 입에 있던 술이 그대로 뿜어져 나왔고, 심지어 일부는 소한의 얼굴에까지 튀었다. “소한, 자네 미친 것이오?!” 임학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고, 소한을 쏘아보며 말했다. “자, 자네 형님은 명정 대군보다도 못하지 않소!”소한은 집안의 적자이긴 했지만, 적장자는 아니었다.소씨 가문의 장자는 소하라고 하며, 소한보다 다섯 살 많고,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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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소한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지며 임학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임학은 섬뜩함을 느꼈고, 그제야 어떤 일이 반드시 실제로 이루어져야만 진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다른 사람들이 진짜라고 생각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그는 속으로 흠칫 놀라 소한을 힐끗 쳐다보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전장에서 몇 년을 구르더니, 더욱 음험하고 교활해졌군!”소한은 이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였고 이내 입꼬리를 올려 차가운 미소를 보였다.반면 임학은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된다면 단이는 아마 평생 나를 죽도록 원망할 것이오!”그녀는 지금까지도 그를 오라버니라고 부르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만약 소하에게 시집가게 된다면, 아마 평생 그를 원수로 여길 것이다.소한은 고개를 숙이고 웃으며 말했다. “그 아이도 조만간 자네가 그 아이를 위해서 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오.”이 말을 들은 임학은 냉담하게 코웃음을 쳤다. “그 계집은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한 자식일세. 알 리가 없을 것이오!”하지만, 알지 못한다 한들 어쩌겠는가?그의 오라버니로서, 그는 그녀가 명정 대군에게 맞아 죽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고, 그렇게 그녀가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그녀가 평생 그를 원망한다 할지라도 고작 1년도 살지 못하는 것보다는 나았다.마음을 굳게 먹은 임학은 다시 술을 벌컥 들이켰다. 그의 눈빛에는 매우 굳건한 결의가 담겨있었다.소한은 이 모든 것을 눈에 담았다.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릴 뿐, 탁자 위에 놓인 술은 한 모금도 더 마시지 않았다.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한 달이 지났다.김단의 몸에 있던 상처는 거의 다 나았다. 그녀는 평소와 같이 큰 마님께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갔다.큰 마님의 안채 앞에 도착하자 숙희가 말했다. “아가씨, 보세요. 둘째 아가씨예요.”숙희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쳐다보니, 정말로 임원이 서 있었다.그녀와 그녀의 하녀도 마침 큰 마님의 안채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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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하지만 그녀는 분명 데려올 수 없을 것이다.임원이 그토록 명희를 감싸고 있고, 또 명희가 별당에 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뻔히 알고 있는데, 어찌 쉽게 그녀를 내주겠는가?그렇기에 김단이 큰 마님의 집에서 나와 숙희가 잔뜩 찡그린 얼굴로 서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이미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가씨…” 숙희가 입을 열어 자초지종을 얘기하려 하자, 김단이 그녀의 말을 막았다. “가자, 매화당으로.”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매화당 방향으로 걸어갔다.숙희는 곧장 뒤따라갔다. “아가씨 정말 매화당에 가시려고요? 만약 어르신과 부인께서 아시면…” “알라고 하지 뭐.” 김단은 턱을 살짝 치켜들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임학도 알게 되면 참 좋겠구나.”이 말을 들은 숙희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가씨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몰랐지만, 다른 하녀들에게 신호를 보내 아가씨가 매화당으로 간다는 소식을 전하게 했다.이제 막 초봄이 되었고, 매화당의 매화는 이미 시들었다. 몇 송이만이 간신히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었다.보기에 별당보다 오히려 더 쓸쓸해 보였다.김단이 온 것을 본 매화당의 사람들은 마치 큰 적을 만난 듯 긴장하기 시작했다.하녀 한 명이 허둥지둥 앞으로 나와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큰, 큰 아가씨,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하녀는 영문을 모르는 듯하였다.김단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무엇 때문인 것 같으냐?”하녀는 다급히 말했다. “저, 저희 아가씨께서 병세를 보이셔서, 손님을 뵙기가 어려울 듯합니다.” “거짓말!” 숙희는 목소리를 높여 호통쳤다. “오늘 아침에 내가 너네 아가씨께서 큰 마님께 문안 인사드리러 가는 걸 똑똑히 봤어!”하녀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비록 조금 겁먹은 듯했지만 그래도 꿋꿋이 대답했다. “아가씨께서 방금 막 병세를 보이셔서, 갔다가 어쩔 수 없이 다시 돌아오신 것입니다…” “너!” 숙희는 하녀가 변명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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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마님, 아가씨께서 갑자기 감기에 드셨습니다. 혹시라도 병을 옮으실까 염려되오니, 가까이 오시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가까이 오면 금방 들통날 수 있었다.이 말을 들은 임씨 부인은 발걸음을 멈추고 멀리서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멀쩡하던 애가 갑자기 아프단 말이냐?”명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있는 임원도 자는 척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직 김단만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안심시켰다. “마님, 안심하십시오. 곧 의원이 올 것입니다.”의원이 온다는 말을 들은 명희는 긴장되기 시작했다.하지만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임학의 신경은 김단 쪽에 쏠려 있었다. “원이가 아픈 것에 어찌 그리 관심을 두는 것이오?”이는 너무나 의아한 일이었다.김단은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저는 임 낭자가 걱정되어 온 것이 아니라, 그날 사당에서 임 낭자와 약속하길 훗날 제가 명희를 벌하고 싶을 때 언제든 명희를 데려갈 수 있다고 하여 온 것입니다.”이 말을 들은 임학은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좋은 마음을 품고 있지 않을 줄 뻔히 알았소!”임학의 질책에 대해 김단은 이미 익숙했다.그녀는 입꼬리를 올려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이는 임씨 가문 사당에서 한 약속입니다. 어찌 임씨 가문 사람으로서 인정하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너!” 임학은 말문이 막혔다.임씨 가문의 사당 이 일곱 글자가 그의 머리를 짓누르는 듯했다.만약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는 곧 임씨 가문의 불효 자손이 되는 것이 아닌가?곁에 있던 임씨 부인조차 미간을 찌푸리며 난색을 표했으나, 그럼에도 입을 열어 말했다. “당초 정말로 원이가 직접 한 약속이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 명희야, 단이를 따라가거라.”그녀는 아직까지도 하녀 한 명 때문에 자매 사이가 나빠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임씨 부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침상에 누워있던 있던 임원이 입을 열었다.“명희… 명희야…”“소인이 여기 있사옵니다!” 명희는 황급히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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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그 말 한마디에, 임원은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그녀는 의구심을 품고 김단을 쏘아보았다. 반짝이는 눈빛에는 충격과 당황,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김단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하녀의 존재를 물어본 것일 뿐인데, 어째서 임원이 두려워하는 표정을 짓는 걸까?심지어는 우는 것조차 잊었는지 멍하니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임학은 이를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그는 앞으로 나서서 김단을 거칠게 밀쳤다. 이내 그는 몸을 숙여 임원을 일으켜 세웠다. “명희는 원이와 함께 자랐소. 둘은 자매와 같은 정을 나눈 사이란 말이오. 그쪽처럼 냉혈하고 무정할 거라 생각하는 것이오?!”곁에 있던 임씨 부인도 거들었다. “단아, 이 어미도 네가 네 여동생 곁에 혹시 딴마음을 품은 사람이 있을까 봐 걱정하고 있는 것은 잘 안다만, 안심하거라. 당초 원이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모두 사람을 시켜 조사했었단다. 명희는 원이의… 네 친부모의 이웃집 딸이라, 원이와는 각별한 사이란다.”임씨 부인은 일부러 김단의 친부모를 언급했다.하필 이런 순간에 말하는 것이 명희의 신분이 깨끗함을 설명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김단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모두 상관없다.김단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산군 댁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임 낭자께서 명희를 그토록 감싸는 이유가 있었군요. 하지만 잘못이 있다면 벌을 받아야 하는 법, 하물며 그날 임 낭자께서 직접 하신 약속입니다. 소씨 가문의 차기 안주인으로서, 이기적이고 편파적이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평판을 들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그녀의 반박에 임원은 그저 임학의 품에 안겨 흐느낄 수밖에 없었다.명희도 자신이 임원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말했다. “소인이 큰 아가씨를 따라가겠습니다.”그저 그녀의 아가씨가 다른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지 않기를 바랐다.명희의 이토록 속 깊은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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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돌다리를 막 건너자, 숙희는 명희의 정강이에 발길질을 하며 호통쳤다. “꿇어!”눈치 빠른 하녀가 김단을 위해 의자를 가져왔다.김단은 의자에 앉았고, 숙희가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자 이를 받아 들고 찻잔 뚜껑을 들어 표면에 떠 있는 찻잎을 살짝 걷어냈다.한 번, 또 한 번.찻잔 뚜껑이 찻잔에 부딪힐 때의 소리는 매우 청아했지만,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한 번 또 한 번, 명희의 심장에 박히는 듯했다.명희는 그곳에 무릎 꿇고 앉아 온몸을 떨었다.3년 전 그녀를 모함했을 때의 당당함과 의연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김단은 그제야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언젠가 내 손에 의해 명이 끊어질 거라 생각해 본 적 있느냐?”이 말은 마치 명희 가슴속 한 부분을 건드린 것과 같았다. 그녀는 무릎을 꿇은 채로 앞으로 다가와 김단의 발목을 잡고 용서를 구하기 시작했다. “큰 아가씨, 살려주십시오! 소인이 잘못했습니다! 소인이 당시 욕심에 눈이 멀었습니다. 소인은 큰 아가씨께서 설마 세답방에 끌려가 3년 동안이나 종살이를 하시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소인은 줄곧 죄책감을 느껴 왔습니다. 소인이 잘못했습니다. 소인, 큰 아가씨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김단에게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다.한 번 또 한 번, 매우 요란한 소리가 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명희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옆에 있던 하녀들 모두 깜짝 놀랐다.김단은 시종일관 냉담한 표정이었다.명희의 이미 머리가 깨져 피투성이가 될지라도, 그녀가 지난 3년 동안 받았던 고통은 조금도 보상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럼에도 김단은 멈추라고 외쳤다. “됐다. 네가 이런 꼴을 보이니, 마치 내가 널 괴롭히는 것 같지 않으냐."명희는 그제야 머리를 조아리는 것을 멈추었지만, 계속해서 훌쩍이며 말했다. “소인, 감히 그럴 수는 없습니다. 소인은 모든 것이 소인의 잘못임을 알고 있기에, 응당 벌을 받겠습니다! 다만 소인 몸에 난 상처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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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다음 날, 김단은 임씨 부인을 모시고 궁궐로 들어갔다.덕빈은 아침 일찍부터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김단을 본 덕빈은 황급히 다가와 그녀를 맞이하였다. 그녀는 뜨거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낭자, 드디어 왔구려! 본궁은 자네가 다시는 본궁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소!” “어찌 그렇겠습니까.” 김단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덕빈은 매우 기뻐하며 자연스레 임씨 부인을 쳐다보았다.임씨 부인은 말했다. “제가 일찍이 말씀드렸듯이, 단이는 그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습니다. 허나 마마께서 믿지 않으셨지요.”이 말을 들은 덕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본궁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소… 에휴, 우선 안으로 들어가세!”덕빈은 그 말과 함께 김단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갔다.하지만 막 안으로 들어서자, 김단의 발걸음이 멈추었다.방 안에 한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그 등만 봐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명정 대군이었다.김단의 안색이 약간 변한 것을 본 덕빈은 황급히 달래며 말했다. “이 아이가 너무 제멋대로라 오늘 낭자 앞에서 이 아이를 혼쭐을 내주려고 하오. 앞으로 다시는 낭자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겠소!”그 말과 함께 덕빈은 궁녀가 건네는 채찍을 받아 들고 명정 대군의 등에 세게 휘둘렀다이내 청명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명정 대군은 낮은 신음 소리를 냈지만, 여전히 등을 곧게 펴고 있었다.덕빈은 곧바로 두 번째, 세 번째 채찍질을 했다…김단은 그 자리에 서서 조용히 지켜보았다.그녀는 덕빈이 언제까지 연기할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명정 대군 옷의 등 부분이 피로 물들기 시작하는 것을 본 덕빈의 손은 떨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때리는 힘조차 약해져, 때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명정 대군의 등을 스치는 것에 불과했다.그녀가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던 때, 임씨 부인이 적절한 시기에 앞으로 나서서 명정 대군을 감싸 안고 말했다. “됐어요, 됐습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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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방금 전 명정 대군의 눈빛은, 정말 당장이라도 그녀를 때려눕혀 온몸의 가죽을 벗겨 반 죽음의 상태로 만들도록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김단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본 덕빈은 또다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자신의 상궁에게 눈짓을 보냈다. 상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고, 남은 궁녀와 환관들을 이끌고 방에서 나갔다. 방 안에는 오직 덕빈, 임씨 부인, 그리고 김단만이 남았다. 임씨 부인은 의아해하며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덕빈 마마, 어째서…” 그러자 덕빈은 김단의 손을 토닥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잠시 기다리시오.” 그녀는 말을 마치고 안쪽의 방으로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왔다. 손에는 토지 문서가 들려 있었다. “이는 본궁이 궁궐 밖에 마련해 둔 부동산이오. 옷 가게이니, 잘 받아 두시오.” 그 말과 함께 그녀는 토지 문서를 김단의 손에 억지로 쥐여주었다. 김단은 정말로 깜짝 놀랐다. 사실 그녀가 오늘 온 목적은 명정 대군 때문이었지, 덕빈에게서 무엇인가를 받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임씨 부인조차 매우 놀랐다. “이것은 마마의 혼수이지 않습니까, 너무 귀합니다! 절대 아니 됩니다!” “낭자가 곧 본궁의 며느리가 될 터인데, 안 될 것이 뭐가 있소?” 덕빈은 이리 말하며 김단이 그다지 받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를 보이자 아예 토지 문서를 강제로 김단의 품에 쑤셔 넣었다. “이제 됐소, 더 이상 본궁으로 하여금 체면이 상하게 만들지 마시오!”김단은 눈을 내리깔고 옷깃을 정리한 뒤 그제야 말했다. “그렇다면 소인 감사히 받들겠습니다.”이는 덕빈이 자신의 양심을 챙기기 위해서였다. 김단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덕빈의 마음이 한결 편해질 수 있었다.과연 김단이 받아들이는 것을 본 덕빈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듯, 김단을 붙잡고 한참 동안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야 김단을 보내 주었다.덕빈의 침실을 떠날 때까지, 김단은 명정 대군을 다시 만나지 못했다.그녀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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