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경매 현장.강은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서진태가 내연녀와 함께 사람들과 얘기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티 없이 순백한 여인, 밤하늘의 달처럼 환한 여인,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남편의 눈높이가 높은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강은하는 눈이 뻑뻑해질 정도로 한참 동안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때, 옆에 있던 친구가 강은하의 팔을 잡아당겼다.“넌 그냥 여기 있어. 내가 가서 낙찰받아 올게.”강은하는 피식 웃었다. 남편과 내연녀의 다정한 모습... 그게 무슨 대수로운 일이라고. 서진태는 아내를 바라보면서도 어색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눈빛이었다. 오히려 낯선 사람을 대하듯 차갑게 흘겨보기만 했다. 그녀는 여태껏 아내인 강은하를 마음에 둔 적이 없었고 그녀 또한 그의 쌀쌀함이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상태였다.친구와 함께 경매장으로 들어간 강은하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녀의 앞줄에 서진태가 앉아 있었고, 그 내연녀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강은하는 두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곳에 온 이유는 단 하나, 브로치를 낙찰받기 위해서였다. 지난번 전시회에서 그 브로치를 보고 마음에 들었던 그녀는 엄마에게 그걸 선물하고 싶었다. 크고 작은 깃털 두 개가 겹친 모양의 브로치, 황금 다이아몬드와 블루 다이아몬드의 조화는 깔끔하고 심플하면서도 고귀한 느낌이 들었다. 경매가 시작되고 현장에 있던 부잣집 사모님들은 강은하가 그걸 원한다는 걸 눈치채고는 더 이상 값을 부르지 않았다. 이랜드 그룹의 대표인 그녀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었다. 최종 낙찰가 12억, 경매사가 망치를 드는 순간, 서진태의 어깨에 기대어 있던 여자가 번호판을 들었다. 그 모습에 강은하는 미간을 찌푸렸고 옆에 있던 친구가 보다 못해 다시 번호판을 들었다. 두 사람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고 낙찰 가격은 18억까지 치솟게 되었다. 강은하의 친구가 번호판을 들면 그 여자가 이내 따라 들었다.
최신 업데이트 : 2024-12-16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