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남편의 집착의 모든 챕터: 챕터 1 - 챕터 10

40 챕터

제1화

보석 경매 현장.강은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서진태가 내연녀와 함께 사람들과 얘기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티 없이 순백한 여인, 밤하늘의 달처럼 환한 여인,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남편의 눈높이가 높은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강은하는 눈이 뻑뻑해질 정도로 한참 동안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때, 옆에 있던 친구가 강은하의 팔을 잡아당겼다.“넌 그냥 여기 있어. 내가 가서 낙찰받아 올게.”강은하는 피식 웃었다. 남편과 내연녀의 다정한 모습... 그게 무슨 대수로운 일이라고. 서진태는 아내를 바라보면서도 어색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눈빛이었다. 오히려 낯선 사람을 대하듯 차갑게 흘겨보기만 했다. 그녀는 여태껏 아내인 강은하를 마음에 둔 적이 없었고 그녀 또한 그의 쌀쌀함이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상태였다.친구와 함께 경매장으로 들어간 강은하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녀의 앞줄에 서진태가 앉아 있었고, 그 내연녀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강은하는 두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곳에 온 이유는 단 하나, 브로치를 낙찰받기 위해서였다. 지난번 전시회에서 그 브로치를 보고 마음에 들었던 그녀는 엄마에게 그걸 선물하고 싶었다. 크고 작은 깃털 두 개가 겹친 모양의 브로치, 황금 다이아몬드와 블루 다이아몬드의 조화는 깔끔하고 심플하면서도 고귀한 느낌이 들었다. 경매가 시작되고 현장에 있던 부잣집 사모님들은 강은하가 그걸 원한다는 걸 눈치채고는 더 이상 값을 부르지 않았다. 이랜드 그룹의 대표인 그녀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었다. 최종 낙찰가 12억, 경매사가 망치를 드는 순간, 서진태의 어깨에 기대어 있던 여자가 번호판을 들었다. 그 모습에 강은하는 미간을 찌푸렸고 옆에 있던 친구가 보다 못해 다시 번호판을 들었다. 두 사람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고 낙찰 가격은 18억까지 치솟게 되었다. 강은하의 친구가 번호판을 들면 그 여자가 이내 따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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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강은하 씨?결혼한 지 3년이 지났어도 그는 여전히 그녀를 아내로 인정하지 않았다. 혐오감이 가득한 그의 눈을 보며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무슨 짓을 하든 그가 브로치를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실망 가득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의 손에서 브로치를 되찾아 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가 길목에 서자 맞은편 빌딩의 대형 광고판이 눈에 들어왔다.40억짜리 브로치를 낙찰받은 서진태, 여자 친구인 홍수아한테 프러포즈를 하려는 걸까?고개를 돌리니 천진난만한 얼굴의 여자가 서진태를 꼭 껴안고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이 보였다. 잘생긴 그녀의 남편은 몸을 약간 숙인 채 그 여자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이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늘 차갑기만 하던 서진태에게 저런 다정한 눈빛이 있었다니...그녀는 대형 스크린에 비친 잘생긴 남자를, 여태껏 가슴 속에 묻고 있던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 브로치는 프러포즈 때문에 낙찰받은 거구나...아빠가 엄마를 위해 디자인한 사랑의 브로치를 가지고 내연녀에게 프러포즈를 하다니...강은하, 꼴이 참 우습게 됐어.눈을 깜빡거리던 그녀는 눈가의 눈물을 닦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야?”그의 말투는 그녀가 예상한 대로 차갑고 짜증이 가득 섞여 있었다.“브로치 넘겨주면 이혼해 줄게요.”그는 한마디 말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고 그녀도 더 이상 전화를 걸지 않았다. 날 그리 귀찮게 여기는 사람한테 굳이 뭐 하러 다시 전화를 걸어...다음날,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그가 집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의 신혼집, 그녀가 이곳에 들어온 이후로 정원의 풀 하나 나무 하나까지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런 집안을 둘러보며 그는 조금 낯선 느낌이 들었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도우미 아주머니가 그에게로 다가왔다.“사모님께서 밤새 거실에 앉아계셨어요. 위층으로 올라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고요.”알겠다고 짧게 대답한 그가 운전 기사한테 짐을 거실에 내려놓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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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차에 오르자마자 시어머니로부터 본가에 들리라는 연락을 받았다. 전화를 끊고 차 밖을 내다보니 그가 옷을 갈아입고 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본가로 가겠다는 뜻이었다.가족들 앞에서 두 사람은 다정한 부부 사이였다.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이미 이혼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더는 그의 기분 따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훤칠한 키의 남자는 담배 한 대를 다 피우고 나서야 짜증 섞인 얼굴로 창문을 두드렸다.“직접 운전해서 갈게요.”그녀는 담담하게 한마디 내뱉었다. “어머니 심기 건드려서 좋을 것 없어. 조만간 수술도 해야 하시는데. 우리가 따로 가면 분명 눈치채실 거야.”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어머니가 화를 내더라도 그건 그의 잘못이지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니까.차창을 올리는데 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브로치, 갖고 싶지 않아?”한 손을 차 위를 올려놓은 채 나른한 모습이었지만 그는 완전히 그녀를 장악하고 있는 듯했다. 입술을 오므리고 있던 그녀는 결국 차에서 내렸다. 그와 함께 차를 탄 것은 결혼 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때는 그토록 기대했던 일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기쁘지가 않았다. 안전하게 운행 중인 차 안, 그녀는 창가 옆에 붙어 앉아 주름 하나 없이 평평한 그의 바짓가랑이를 곁눈질로 쳐다보았다.두 사람은 가는 내내 아무 말이 없었다. 20분 후, 차가 서씨 가문의 본가에 멈춰 섰다. 양복 단추를 채우고 차에서 내린 그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갑작스러운 그의 손길에 그녀는 손을 살짝 떨었다. 어젯밤 거실에 앉아서 밤새 그를 기다리던 것보다 더 힘든 순간이었다. 싫은 표정을 지으며 있는 힘껏 뿌리쳤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힘조차 제대로 주지 않은 것 같은데 그녀는 도무지 벗어날 수가 없었다. 순간,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졌다.“당신 부모님, 똑똑하신 분들이니 딱 봐도 우리가 연기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 거예요. 브로치를 넘겨주면 당신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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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아들이 왜 그 일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박화영은 화가 나 죽을 지경이었다. 한편, 강은하는 이런 상황을 자신이 만든 거라고 그가 오해하는 게 싫었다. 그녀가 박화영의 귀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이자 이내 박화영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팽팽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서진태는 참지 못하고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회색 슬랙스에 검은색 니트를 입고 있는 세련된 그녀의 모습, 뚜렷한 이목구비까지 더해지니 더 눈이 부셨다. 특히 입가에 걸린 미소가 한번 보면 잊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잠시 후, 그가 눈을 내리깔고 그녀에게서 시선을 뗐다. 아래층으로 내려온 후, 그녀는 담담한 얼굴로 3년 전에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입을 열었다. 차분한 말투, 태연한 눈빛을 보니 거짓말이 아닌 듯하다. 이 여자가 정말 이혼을 원하고 있는 걸까? 그의 시선을 알아차린 그녀는 담담하게 그와 눈을 마주쳤고 그를 보기만 하면 수줍어서 얼굴을 붉히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녀를 많이 아꼈던 박화영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진태 저놈이랑 이혼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내 딸로 살아. 너희 집의 은혜를 난 결코 잊은 적이 없다.”서도영도 그 제안에 찬성하며 그녀한테 원하는 것이 있냐고 물었다.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던 강은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이때 회사에 중요한 일이 생겼다며 비서한테서 연락이 왔다.“어머님, 아버님. 공장 쪽에 문제가 생겨서 얼른 가봐야 할 것 같아요.”공장?“공장이라면 교외 쪽에 있는 거 아니냐? 여기서 차로 두 시간은 넘게 걸려.”“은하가 운전기사도 없이 왔으니까 네가 데려다주거라. 오빠로서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소파에 앉아 있는 그는 긴 다리를 자연스럽게 앞으로 뻗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절하지는 않았지만 얼굴에 가지 않을 거라고 떡하니 새겨져 있었다. 곧 이혼할 사이이니 강은하도 이런 사소한 일 따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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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한편, 강은하는 회사 일을 처리하느라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돌아쳤다.일들을 하나하나 아래 사람들에게 분부하고는 이내 클라이언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순간, 갑자기 나타난 서진태를 보고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잘생긴 얼굴, 날카로운 턱선, 짙은 색의 수트가 늘씬한 그의 몸매를 더 돋보이게 했다. 자신을 향한 차가운 눈빛에 강은하는 조각 같은 그의 얼굴을 감상할 마음이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심태훈이 앞으로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형수님, 형이 도와주러 왔어요.”서진태 저 남자가 날 도와주겠다고? 정말 도와주고 싶었다면 아까 차에서 내릴 때 같이 들어왔겠지.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겠나? 어머님께서 또 뭐라 하신 게 틀림없어.내키지도 않은 호의를 그녀 또한 받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이 일은 나 혼자 해결할 수 있어요.”그녀의 거절에 서진태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회사 일이기도 해. 그러니까 성질 그만 부려.”내가 성질을 부린다고?이 남자한테 난 그저 수작을 부리는 여자, 성질을 부리는 여자인가 보구나. 공과 사도 구분하지 못하는 여우 같은 여자로만 보는 가보다.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뒤돌아섰다.그 모습이 불쾌한 듯 그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으며 차갑게 말했다.“이게 무슨 태도야?”손목에서 전해진 통증에 손을 빼려고 하였지만 그가 더욱 손에 힘을 주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태도요? 지난 3년 동안 당신은 늘 나한테 이랬어요. 당신이 한 대로 한 번 돌려준 것뿐인데 기분 상했나요?”그는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 강은하는 그의 손에서 손목을 힘껏 뿌리치고, 이미 붉게 변한 손목을 흔들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서진태의 안색은 어둡기만 했다. 늘 먼저 자신에게 다가왔던 아내가 이제는 똑 부러진 모습으로 그에게 반항을 하고 있다. 마음속에서 분노가 들끓었다. 옆에 있던 심태훈도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콧등을 살짝 건드렸다.“내가 알던 형수 맞나?”예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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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집에 도착하니 어느덧 새벽이었다.거실 한구석에는 그가 어제 가지고 온 캐리어가 아직 그대로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문득 강은하의 생각이 들었다. 지난 3년 동안 거의 해외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매번 돌아올 때마다 그녀는 싱글벙글 웃으며 그의 비위를 맞추었고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몸을 간신히 가누면서도 그녀는 들뜬 얼굴로 캐리어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늘 반짝였고 수줍음이 가득했다. 그러나 이번에 돌아왔을 때, 그녀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부재중 전화를 확인해 보니 대부분 심태훈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고 그녀한테서 걸려 온 전화는 단 한 통도 없었다. 심태훈에게 전화를 거니 한참이 지나서야 전화가 연결되었다.“형, 나 지금 야근 중이야.”“강은하랑 같이?”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공장 쪽의 일이 급한 사안인 건 맞지만 처리하기에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응. 아직 공장이야.”그 말에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까짓 일을 지금까지 처리하고 있단 말이야? 강은하는 도대체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심태훈은 이내 억울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우리가 생각하던 제조업체의 실수가 아니야. 다른 업체를 찾으면 그만인 게 아니고 이건 처음부터 누군가 일부러 꾸민 일이라고. 첫 번째 물량이 제대로 발송되지 못하게 손을 쓴 거야. 형수가 아니었다면 아마 큰일이 났을지도 몰라.”해성시 현지에서 나는 전통 과일이 있는데 매년 해외로 4천억 정도의 고정 수출 사업이 있다. 올해는 그중 절반에 달하는 수출 사업을 한성 그룹 계열의 무역 회사가 맡게 된 것이다. 오늘 첫 번째 물량을 발송해야 하는 데 10만 개의 포장재가 표준에 부합되지 않고 디자이너는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다른 회사들도 자재가 부족하여 단기간에 교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잠시 후, 그가 공장에 도착하자마자 심태훈이 그를 껴안고 하소연했다. “형, 지금 산업단지 전체가 10만 개의 포장지에 라벨을 붙이고 있어. 나 태어나서 이런 고생은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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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오빠라는 말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 남자를 진심으로 좋아했으니까. 아무리 쌀쌀맞게 대해도, 아무리 못 본 척 지나쳐도 그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행복했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 그녀의 자리는 없었다.그의 마음속에 있는 그 여자의 자리가 너무 커서 그는 그녀에게 서로를 알아갈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그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오랫동안 한 여자만 마음에 품고 있었다니, 요즘 세상에 정말 드문 일이긴 하다. 내가 남자 보는 눈은 있네. 그녀 또한 좋아하는 사람이 행복하길 바랐다. “브로치는 언제든지 가지러 와. 아니면 내가 가져다줘도 되고.”“알았어요.”그 말을 하는 순간 왠지 모르게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다. 언젠가는 그녀도 자신을 아낌없이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날 거라고 생각했다. ...한편, 긴급한 상황에서 홍수아 때문에 아들이 자리를 뜬 사실을 알고 박화영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며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 “홍수아 그 여자는 은하 반도 못 따라가. 진태 저놈이 제정신이 아닌 거지. 두 사람한테 만날 기회를 만들어줘야겠어. 은하같이 예쁘고 성격도 좋은 여자를 왜 못 본 척하냐고? 딱 봐도 우리 아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인데.”“어머니, 이제 그만하세요. 은하랑은 잘 얘기 끝났습니다.”녹초가 된 심태훈을 부축하고 들어오던 서진태는 새벽 3시가 되도록 자지 않고 있는 부모님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무슨 얘기?”“며칠 있다가 이혼 신고 접수할 겁니다.”그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소파에 앉았다.“은하도 동의한 일이니?”박화영은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방금 집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입니다. 어머님 소원대로 저희 이제 남매 사이입니다.”두 사람 사이에 이미 얘기가 끝난 줄은 생각지도 못하였다. “꽃 같은 나이에 우리 집안으로 시집와서 3년 동안 너한테 온갖 무시를 당하며 지내왔어. 이렇게 이혼하는 거 너 정말 후회 안 해?”“네, 저 후회 안 합니다.”말문이 막혀버린 그녀는 더 이상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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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의 몸이 좋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질 몸매, 옷을 입으면 그렇게 근사해 보였다.특히 저 군살 하나 없는 허리 라인...열기에 젖은 그의 눈을 마주한 순간 그녀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렜다. 이렇게 잘생긴 남자와 하룻밤도 보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녀는 얼굴이 붉어진 채 시선을 돌렸다. “어머님께서 부르세요.”돌아서려는데 뒤에서 싸늘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잠깐.”발소리가 가까워질수록 그가 옷을 입지 않았다는 생각에 그녀의 몸은 점점 굳어져 버렸다. 뒤로 가까이 다가가니 그녀는 귀가 점점 빨개지고 목덜미까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옥 같은 피부가 옅은 홍조를 띠고 있는 것이 무척 매력적이었다.“남자가 옷 벗고 있는 모습 본 적 없어?”말을 하면서 그가 그녀의 앞으로 한 발짝 다가왔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는 경계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왜... 이래요?”그는 아무 말도 없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그 모습에 의아한 표정을 짓던 그녀가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내 얼굴에 뭐 묻었나?“아니야. 바로 내려갈게.”방금 그의 행동을 그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몸 좋다고 자랑이라도 하는 거야 뭐야?한편, 그녀는 두 사람이 남매가 되기로 한 후부터 두 사람 사이가 이전보다 훨씬 편안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거실로 내려가자 박화영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은하야, 우리의 고부 인연이 여기까지인가 보다. 그러나 걱정하지 말거라. 섭섭지 않게 해줄 것이니. 진태 명의로 되어있는 부동산과 주식들 너한테 반 넘겨줄게.”강은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아니에요. 저 그런 거 필요 없습니다.”거절하는 그녀의 모습에 박화영은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이혼할 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남자들은 네가 그런다고 고맙게 생각하지 않아. 멍청한 여자라고 생각할 뿐이지. 그러니까 네 몫은 똑바로 챙겨.”강은하도, 아래층으로 내려온 서진태도 말문이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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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강은하는 사람의 마음을 단번에 홀릴 정도로 예쁘게 생겼다. 늘 묶었던 머리를 풀어 어깨에 드리우니 청순미가 넘쳐흘렀다. 하얀 피부에 정교한 이목구비를 가진 그녀가 조수석에서 파우더를 들고 콧등의 점을 가렸다. 새빨간 립스틱까니 바르니 청아하면서 도도해 보였다.그녀를 힐끔 쳐다보던 그가 한마디 물었다.“왜 가리는 거야?”한참을 멍하니 있던 그녀는 그가 가리키는 것이 콧등의 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바보 같아 보여서요.”그게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스물여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회사 대표가 되었으니 사람들한테 어리석은 이미지를 주는 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콧등의 그 점은 그녀를 더욱 청순하고 매력이 넘치게 했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이 오로지 운전에만 집중했다. 강은하도 말없이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고 차 안의 분위기는 그런대로 꽤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소캐팅을 하러 가는데 그가 데려다주고 있는 이 상황이 그녀는 왠지 모르게 찝찝하기만 했다. 사건의 발단은 오늘 식사를 하기 전 안서연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던 그녀의 전화를 박화영이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았다. “하우스클럽에서 젊은 친구들이랑 약속 잡았어. 성격도 좋고 잘생겼고. 너 같은 부잣집 아가씨가 데리고 놀기에는 완전 딱이야.”그 말에 강은하는 멍해졌다.주방에 있던 서씨 가문의 하인들은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박화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 알았다. 저녁 먹고 나서 진태한테 은하 데려다주라고 할게.”그녀의 차는 아직까지 공장에 주차되어 있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소개팅 자리까지 데려다주라는 박화영의 말에 서진태는 흔쾌히 승낙했다. 이혼을 결심했지만 마음에 둔 사람이 있으니 정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그러나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그를 보며 그녀는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하우스클럽에 도착한 뒤, 고맙다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차에서 내렸다.고개를 끄덕이던 그가 바로 차에 시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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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하우스클럽에서 가장 큰 룸, 어두컴컴한 방안에 사람들의 그림자가 교차되어 있었다. 강은하는 가운데 자리에 앉아 있는 서진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의 빼어난 미모가 한눈에 들어온 게 아니라 희미한 불빛 속에서 모든 남자들의 옆에는 그들의 팔짱을 끼고 있는 아가씨들이 앉아 있었고 유독 서진태 그 사람 옆에만 텅 비어 있었다.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고 짙은 연기를 뿜어내는 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워 보였다. 아내로서 남편의 이런 철벽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아내한테 손끝 하나 대지 않는 남편을 보며 그녀는 저도 모르게 질투가 났다. 그 순간, 그녀는 홍수아가 부러웠다. 한편, 강은하가 안으로 들어올 때, 그의 시선이 그녀의 허리에 닿았다. 회색 상의에 검은색 와이드 팬츠 차림을 한 그녀의 허리는 한 손에 잡힐 만큼 가늘어 보였다. “강 대표님, 어쩜 허리가 그렇게 가늘어요? 한 손에 잡고 들어 올릴 수도 있겠습니다.”북적북적한 룸에서 누군가 장난을 치면서 그녀를 향해 휘파람을 불기도 했다.그녀는 그 사람을 힐끔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나중에 해볼래요? 진짜 들어 올릴 수 있는지.”말하는 사이, 서진태가 소파에서 일어나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가까이 오니 그의 몸에서 은은한 나무 향과 담배 냄새가 풍겼다. 점점 더 다가오는 그를 보며 강은하는 이런 상황이 어색한 듯 연신 뒷걸음질 쳤다.“아직 이혼도 하지 않았는데 좀 자중하는 게 어때?”싸늘한 그의 눈을 마주한 순간, 그녀는 그가 룸 안의 일을 오해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해명을 하고 싶었지만 이미 재산 분할까지 협의가 된 마당에 더 이상의 해명은 필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건 뭐 내로남불도 아니고. 홍수아와 떠들썩하게 만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데. 이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 브로치가 아직 그의 손에 있으니까. 넘겨주기로 약속은 했지만 그를 화나게 하여 며칠을 끈다고 해도 그녀의 입장에서는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알았어요. 당신한테 폐 끼치는 일 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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