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남편의 집착의 모든 챕터: 챕터 51 - 챕터 60

100 챕터

제51화

서진태는 골프채를 들고 누렇게 물든 잔디 위를 천천히 걷고 있었다. 요즘 해성시의 날씨는 점점 추워졌고 곧 있으면 영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골프 클럽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가 이리 직접 차를 운전해 온 건 의도가 분명했다.주성민은 그동안 낮에는 회사로 출근하고 밤에는 나이트클럽은 물론이고 술집도 드나들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면서 조금의 시간도 낭비하지 않았다. 강은하의 남편에 대해 그가 알 수 있는 모든 루트를 서진태가 미리 손을 써놓은 상태였다. 유용한 정보를 하나도 얻지 못했지만 그들이 곤란해할까 봐 끝까지 송우진과 서진태에게 물어본 적이 없다.주성민은 두 사람보다 두 살 어렸고 어렸을 때 그들의 뒤를 많이 쫓아다녔다. 그들은 툭 하면 돌을 집어 들고 주성민을 놀렸지만 주성민은 여전히 환하게 웃으며 그들을 따라다녔다. 일이 이 지경까지 되니 송우진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서진태는 강은하와의 관계를 대중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그녀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으니까. 이 결혼에 대해 아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았다. 강은하를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시간이 지나면 주성민이 잊어버릴 거라고 생각했고 나중에 그가 강은하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은하에 대한 주성민의 마음은 생각보다 더 깊었고 주성민은 묵묵히 그녀를 위해 많은 일들을 했다. 그래서 진실을 말해주고 주성민의 희망을 꺾어버리기로 결심했다. 성산 클럽에 도착하니 큰 주차장에 차 몇 대가 드문드문 서 있었다.아무리 멍청해도 상대가 일부러 자신을 끌어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차에 앉아 있는 그는 올 때처럼 흥분되지 않았다. 여기로 오면서 강은하의 남편을 만났을 때의 상황을 미리 연습했다. 반드시 차분하게 상대가 무슨 요구를 제시하든 다 들어줄 생각이었다. 이혼에 동의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덜컥 겁이 났다. 강은하가 이혼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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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주먹을 두 대 맞고도 반격하지 않던 서진태는 주성민이 멈출 줄 모르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싸움으로 주성민은 그의 상대가 아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 의해 바닥에 깔리게 되었다.“이젠 알게 되었으니 마음 접어. 해성시에 계속 있을 거면 나한테 들키지 않게 은하에 대한 네 마음 잘 감추고 살아. 그러지 못하겠다면 외국에 나가 있어.”차가운 풀밭에 얼굴을 대고 있어도 주성민은 끝까지 승복하지 않았다.“서진태, 나쁜 놈. 어떻게 은하 씨의 진심을 이렇게 짓밟을 수가 있어? 반드시 천벌 받을 거야.”“천벌을 받을지 안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은하가 괴로워한다는 건 잘 알고 있지. 그날 밤 네가 창문을 두드린 순간, 널 보내달라고 부탁한 게 은하였어.”주성민은 미친 듯이 발버둥 쳤고 두 사람은 풀밭에서 서로 몸을 뒤엉켰다.그 모습을 지켜보며 송우진이 혀를 찼다.“교양 있는 명문 가문의 귀공자 서진태가 이게 지금 무슨 꼴이냐? 얼른 찍어서 SNS에 올려야겠다.”심태훈도 고개를 가로저었다.“몸만 나누는 사이인데 저렇게 사람을 자극한다고?”...한편, 강은하가 황재민의 전화를 받았을 때 그녀는 안서연과 한창 점심을 먹고 있는 중이었다.누군가가 그녀를 음해하고 아직 배후를 찾지 못했다는 소식에 안서연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걱정스럽게 물었다.“혹시 홍수아 아닐까?”“그건 아닐 거야.”서진태가 애지중지하는 홍수아는 진작부터 그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3년 동안 별일 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이러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여자 아니면 누군데? 오랫동안 사업을 하면서도 넌 늘 여지를 남겨두었었어. 그 남자들이 말은 그렇게 해도 지난 몇 년 동안 너한테 이런 짓을 한 사람은 없었잖아.”안서연은 아무리 생각해도 홍수아의 짓인 것 같았다. “아직 알아보고 있는 중이니까 함부로 추측하지 마. 참, 저번에 브로치가 조금도 손상되지 않았다고 했잖아. 누군가 가져갔을 수도 있어. 다른 보석과 서화 같은 것도 유통되고 있는 거 있어?”“아저씨의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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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뒤돌아서는 그의 모습은 초라하기만 했다.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 그녀는 어젯밤,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서유미를 혼내주려던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발길을 돌리던 그가 그녀의 앞에 서서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은하 씨, 당신의 뒤에는 항상 내가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두려워하지 말아요.”그와 만나지만 않는다면 인연이 완전히 끊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남자가 이렇게 바보인 줄 누가 알았겠는가?주성민은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했다. 그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자 서진태는 그제야 나른하게 의자에 기대어 간호사에게 계속 약을 바르라고 지시했다. “재미있어요?”고개를 돌려 강은하를 쳐다보는데 그녀는 주성민을 볼 때와는 전혀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신 도와주고 있는 거잖아.”“날 도와주고 있다고요?”정말 웃기는 일이다.“성민이가 당신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어. 당신도 마음이 흔들리고 있잖아. 결혼 생활 중에 당신이 바람을 피우는 걸 내가 막아준 거야.”“어떻게 진태 씨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요? 내로남불도 아니고.”옆에서 참다못한 안서연이 한마디 쏘아붙였다.하루가 멀다 하고 홍수아와 스캔들이 난 사람이 누구인데.화가 치밀어 오른 그녀는 강은하를 붙잡고 자리를 떴다.서진태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강은하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얼른 돌아와.”“꿈 깨요. 절대 돌아가지 않을 거니까.”안서연은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강은하를 끌고 나온 안서연은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서진태 씨 지금 무슨 뜻인 거야? 너랑 자는 게 그렇게 좋대? 지금 보니까 전혀 이혼할 생각이 없어 보이던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다른 여자랑 결혼반지까지 맞췄다면서. 사람이 어떻게 이러냐? 너한테 옥 패물을 준 것도 네 몸이 탐나서 그런 거 아니야?”지난 일에 살짝 당황하던 그녀는 이내 화가 난 친구를 달래주었다.“됐어, 그만해. 나도 나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20억 달라고 했어.”“20억?”그 말에 안서연은 화가 조금 가라앉았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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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저도 모르게 정말 그녀에게 키스하고 싶었다. 강은하는 눈을 흘기며 싫은 표정을 지었다.“제정신이에요?”예쁜 여자는 화가 난 모습도 예쁜 것 같다. 거부를 하니 더 하고 싶어졌다.그가 몸을 기울여 그녀를 단번에 운전자석에 가두었다. 연약한 등이 차 문에 닿았고 그녀는 이내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막았다.“가까이 오지 마요. 더러우니까.”이따가 회사에 가봐야 하는 상황이다.“예전에 예쁘게 차려입고 내 앞에서 어슬렁거렸던 건 나한테 키스해달라고 그랬던 거 아니었나?”눈치를 못 챈 것이 아니라 관심이 없어서 그냥 못 본 척했던 것뿐이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얼마나 괴로운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당신도 말했듯이 그건 예전이고요. 지금은 아니에요.”남이 자신을 거절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고 흥미가 생겨서 멋대로 하게 그냥 내버려두었다.그녀의 손목을 잡고 머리 꼭대기에 누르고는 튼튼한 몸을 강하게 붙여왔다. 강은하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그를 노려보았다.“하고 싶어...”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훅 들어왔다.자신과 홍수아 사이를 그녀가 의식하는 줄 알았던 그는 그녀의 눈을 응시하며 해명했다.“침이 발린 사과라도 씻으면 먹을 수 있어.”그때, 그녀가 공장에서 심태훈에게 했던 말을 그가 이렇게 말하니 너무 뻔뻔스러웠다. 그의 입술이 닿으려고 하는 순간, 그녀가 고개를 틀었다.“당신은 이제 썩은 사과예요.”만약 그 두 번의 사고가 없었다면 그와는 이미 이혼했을 것이다.이렇게 친밀한 관계, 그의 유혹이 그녀는 너무 싫었다. 몇 번이나 지속된 거절에 그도 흥미를 잃은 것인지 그녀를 놓아주었다. 조수석에 앉아 긴 다리를 앞으로 뻗으며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싸늘한 눈빛을 보니 그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기뻐하든 안 하든 그게 그녀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회사에 가봐야 해요.”자신을 쫓아내는 그녀의 모습에 서진태는 피식 웃었다.날 이렇게 한껏 달아오르게 만들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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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강은하가 그렇게 예쁘단 말인가?어딜 가나 시선을 끌 만큼 아름다운 것인가? 그 차가웠던 서진태마저도 차 안에서 키스하고 싶을 만큼?홍수아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 그 여자가 있다는 것까지는 받아들일 수가 있었다. 그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꼭 찾고 싶어 하는 여자였으니까.자신이 그 여자와 비교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인정할 수 있었다.하지만 강은하가 뭔데? 강은하가 뭔데 서진태의 마음에 들어오냐고...서진태가 그 여자를 찾는 게 그 여자를 잊고 강은하를 선택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양윤아가 다가와 서유미에 관한 얘기를 했다.“오늘 점심, 진 대표님께서 SNS에서 서유미의 회사와 합작을 종료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서유미의 회사는 진영민의 유통업체 중에 큰 회사였다. 진영민이 이렇게 합작을 중단한 것은 강은하의 말을 믿고 그녀를 지지한 셈이었다. “서유미는요?”“연남시로 돌아갔습니다. 고객들이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으니...”“하지만 사람을 붙여 감시하도록 하였습니다. 벼랑 끝에 몰리게 되면 배후자를 찾아가겠죠.”강은하는 아무 말도 없이 깊은 생각에 빠졌다.“참. 저희 쪽 사람 말고도 또 다른 무리의 사람들이 서유미의 뒤를 따르고 있었습니다.”“그래요?”“네, 알아본 결과 주 대표님의 사람과 서 대표님의 사람들이었습니다.”강은하는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요. 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다 와야겠어요.”양윤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고 대표님과 진 대표님 만나서 가격에 대해 상의하기로 하셨잖아요.”“고연석 씨한테 전해줘요. 진영민 씨에게 주는 가격을 한두 번 낮춰서 줘도 된다고. 일 년 동안 이윤이 난다면 상관없어요. 믿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대담하게 일 진행하라고 해요.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요.”그 말을 마치고 그녀는 급히 자리를 떴다. 차에 올라탄 후, 강은하는 안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어디야?”“주성민 씨 집 앞이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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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양윤아의 전화에 강은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녀는 밖에 나가서 전화를 받으며 어떻게 된 일인지 인터넷을 검색했다.유명한 연예 기자가 홍수아의 임신 의혹을 제기하였다.홍수아가 산부인과에 간 사진도 있고 또 한 장은 오늘 오후에 막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에는 서진태의 뒷모습만 찍혔지만 베이지색 패딩 조끼를 입고 홍수아의 앞에 서 있는 그 남자는 분명 서진태였다. 두 사람이 동시에 병원에 모습을 드러내자 홍수아의 팬들은 당연히 두 사람이 함께 산부인과를 찾았다고 여겼다.이 기사로 인해 인터넷 전체가 들썩였다.홍수아의 팬들은 서진태의 이름을 태그하여 서진태에게 세기의 결혼식을 요구했다.기사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반면 정작 주인공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한편, 서진태는 하우스클럽의 소파에 앉아 두 손을 가슴에 얹고 탁자 위의 핸드폰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홍수아가 ‘임신’을 했으니 여기저기서 축하 전화가 걸려 왔다. 이 바닥 사람들은 서진태가 결혼한 줄 모르고 있었고 홍수아가 진짜 여자 친구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그러니 아이를 가졌으니 언제 결혼을 할 건지 날짜는 잡았는지 온통 그런 질문들이었다. 그 일을 알게 된 송우진은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서진태, 쌤통이다. 그러게 누가 툭하면 홍수아랑 스캔들 나래?더 화가 나는 건 임신 스캔들이 터지고 2시간 반이 지났는데도 유독 아내인 강은하에게서는 전화 한 통이 없다. 서진태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태훈아.”“응?”“지난 3년 동안 은하 씨는 진태 저 자식 전화를 기다리다가 마음이 다 식어버렸을 거야. 안 그래?”송우진은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응, 맞아.”서진태는 두 사람이 맞장구를 치는 모습을 차갑게 쳐다보았다.“그만해.”“형, 형수 쪽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지난번 강은하가 자신에게 약을 먹였다고 주장한 뒤, 그의 부모님은 두 사람의 일에 대해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예전에는 홍수아와 기사가 나면 전화가 와서 강은하의 기분도 좀 생각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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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아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뭔가 생각이 있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안서연은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다.좋아하던 만두를 먹게 되어서 기쁘긴 했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기사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너... 괜찮아?”“그 사람한테 신경 쓰지 않기로 했잖아. 그런데 무슨 일이 있겠어?”강은하가 그녀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는 강은하를 안아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강은하가 그녀에게 물었다.“서연아, 너 연기 다시 시작할 생각 없어?”안서연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배우였다.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고 작품은 물론 패션 업계에서도 한때를 풍미했던 타고난 스타였다. 그 말에 안서연은 멍해졌다. 4년 전 은퇴했을 때, 다시는 이 바닥으로 돌아올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최근 몇 년 동안 그럭저럭한 남자 배우들을 데리고 있으면서 밥을 굶을 정도는 아니지만 크게 성공은 할 수 없을 거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강은하는 친구를 바라보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넌 그저 연기를 할지 말지만 고민하면 되는 거야.”그 말에 안서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나한테 그거 말고 신경 써야 할 일이 또 뭐가 있다고 그래?”“예를 들면 그 남자...”안서연을 훑어보던 강은하가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 사람이 무서워서 촬영도 못 하고 이리 해성시로 숨은 거 아니었어?”“네가 한 말은 진지하게 생각해 볼게.”본가로 돌아온 뒤, 강은하는 긴장된 모습 하나 없이 엄청 편안해 보였다. 다음 날 아침까지 잠을 푹 자고 점심시간이 다 될 때까지도 잠옷을 입고 소파에 누워 있었다.서진태가 집 안으로 들어왔을 때, 그녀는 소파에 거꾸로 매달려 책을 읽고 있었고 소파 등에 다리를 걸쳐놓고 있었다.밥 먹을 때조차 단정하던 와이프가 맞는 건지?발소리를 듣고 강은하는 안서연인 줄 알고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나 사과 하나 깎아줘.”이때, 이미자가 야채 바구니를 들고 헛기침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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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그의 존중을 바란 적은 없다.그는 그녀의 진심을 무시하고 짓밟기도 했다.사랑했기 때문에 그녀는 이 모든 걸 감수해야 했다.그러나 그는 점점 더 제멋대로였다. 엄마가 만약 이런 그녀의 결혼생활을 알게 된다면 아마 억장이 무너질 것이다. “남궁선 선생님께서 브로치의 주인을 만나고 싶어 하셔.”“싫어요, 안 가요.”가게 되면 또 이 남자한테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그녀는 더 이상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서진태만 바라보고 기다리는 강은하가 아니었다. “그만 돌아가요.”그녀의 태도는 냉랭했다. “이건 별개의 문제야.”그 말에 화가 벌컥 치밀어 올랐다.“당신이 언제부터 그랬다고요? 약속을 어긴 사람은 당신 아니었어요? 체면 좀 지켜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첩을 들이려고 하는 거예요?”“그게 무슨 소리야? 이혼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지금 날 탓하는 건가? 사고가 생긴 거잖아. 당신이 한번, 내가 한번. 우리 이제 비긴 건가?”이혼에 대한 얘기를 그가 드디어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말하는 그의 표정을 보면 날씨 얘기를 하듯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 “그렇게 말하면 곤란하죠. 그 사고는 내 일이었어요. 당신한테 도와달라고 한 적 없다고요.”그랬다면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진작에 남남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남자들은 관심이 생기는 예쁜 여자가 억지를 부리고 생떼를 쓰고 고집을 부려도 다 용인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것도 정도껏 해야지, 점점 심해지면 흥미를 잃게 된다. “아쉽군.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이 주성민이 아니라 나라서.”차가운 그의 목소리에 경고의 뜻이 담겨있었다. 왜 이 일로 자신을 모욕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주성민을 찾아가라고 한 사람이 그였으면서...강은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이 세상 그 어떤 남자도 당신보다는 나을 거예요.”그의 심기를 단단히 건드리게 되었다. 주성민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을 해치려고 했던 그 뚱보보다도 내가 못하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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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진채영과 안서연이 다가왔을 때, 그는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진채영에게 친절하고 예의 바른 그의 모습을 보니 또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강은하는 억울했지만 미소를 지으며 진채영을 향해 입을 열었다.“별거 아니에요. 손님이 실수로 꽃병을 엎었어요.”진채영은 의심스러운 얼굴로 입을 오므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 일이 좀 생겨서 잠깐 나갔다 올게요. 서연이가 같이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디저트는 갔다 와서 먹을게요.”말을 하면서 강은하는 안서연을 향해 눈빛을 보냈다.“그래요. 아줌마. 얼른요. 다음 단계는 뭐예요? 얼른 가서 봐요. 아니면 바로 잊어버릴 것 같아요.”안서연은 사납게 서진태를 노려보았다. 그녀가 엄마를 데리고 자리를 뜨자 강은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옷 갈아입고 올 테니까 기다려요.”방으로 돌아와 그녀는 문짝에 기대어 눈물을 흘렸다.서진태, 나쁜 놈.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옅은 화장을 하고 안서연에게 당부한 뒤 거실로 향했다.마침 그가 소파에 앉아 사과를 깎고 있었다.“가요.”그가 깎은 사과를 건네주며 입을 열었다.“먹고 싶다고 했잖아.”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사과를 건네받은 그녀는 그의 앞에서 사과를 쓰레기통에 버렸다.그 모습에 서진태는 소파에 기대어 한숨을 쉬었다. “안 먹을 거야? 그럼 그냥 가.”차에 오른 뒤, 강은하는 뒷좌석에 앉아 담담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예전에는 강은하에 대해 잘 몰랐지만 생동감 넘치는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된 후부터 지금 이 모습이 예쁘지만 얼마나 영혼이 없는 인형 같은지 그는 알 수가 있었다. 그녀를 달래려고 했지만 쉽게 달래질 사람이 아니었다. 만날 때마다 두 사람 불쾌하게 헤어지는 것 같았다.잠깐 생각에 잠기던 그가 입을 열었다.“나랑 홍수아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이 아니야.”“설명할 필요 없어요. 당신의 해명을 들을 입장도 아니고.”그녀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서진태도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이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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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서진태는 경매회 그날, 두 배의 가격을 줄 테니 브로치를 양보해 달라고 애원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유품이라고 해명하고 싶었지만 그가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바로 그날, 그녀는 브로치만 넘겨주면 이혼해 주겠다고 했다. 서진태는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았다.아버지의 재미난 지난 이야기를 그녀는 눈빛을 반짝이며 열심히 듣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정교하게 다듬어진 다이아몬드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다. 다들 자리에 앉고 강은하는 남궁선이 아버지의 결혼 전 얘기를 해준데 감사를 전했다. 남궁선이 고량주를 좋아한다는 말에 평소 잘 마시지도 못한 술이지만 강은하는 한잔 또 한잔 받아마셨다. 나이가 든 남궁선은 그녀의 성실함을 알아봤고 아버지인 강민우를 똑 닮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은하를 보면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어쨌거나 아랫사람이었기 때문에 계속 술을 마시기가 망설여졌다. 그가 서진태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진태야, 왜 정신을 딴 데 팔고 있어?”“제가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몸을 뒤로 젖히고는 팔을 뻗어 자연스럽게 그녀의 의자 등받이에 팔을 얹은 채 고개를 숙였다.“그럼 얼굴에 난 상처는 은하가 때린 것이냐?”흠칫하던 서진태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한편, 술을 마신 그녀는 얼굴이 약간 붉어졌고 눈빛도 약간 흐릿한 것이 술에 취한 듯 모양이다.“아닙니다. 이 사람 손찌검할 줄 몰라요.”“그럼 누구랑 싸운 것이냐?”남궁선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들 진태 네가 명문 가문 자제들 중에서 가장 교양 있는 도련님이라고 하던데. 예의 바르고 호탕하고 우아하고 성격이 온유한 네가 싸움을 한다고?”그 말에 강은하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이 사람은 성질이 고약하고 옹졸한 사람이에요. 선생님께서 잘못 알고 계신 겁니다.”남궁선은 큰소리로 웃었다. 그가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스무 살 때는 그런 모습이었어.”강은하는 그를 향해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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